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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45화 (145/705)

제145화.

이준은 폰을 들여다 볼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이지안의 구음절맥을 고치는데 온 정신을 쏟아붙고 있었으니까.

치료도 막바지.

이제 마지막 혈도만 남은 차례였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요하는 순간이다.

이준도 침을 꼴깍 삼키곤 혈도를 뚫는 데 집중했다.

이준의 손에 짙은 붉은 기운이 강렬하게 맺힌 순간!

“푸웁!”

이지안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지안아!”

전 동의각주 이의태가 다급한 표정으로 손녀인 이지안을 불렀지만, 이준의 손에 막혀 다가가는 걸 멈췄다.

우웅!

이준이 운용하는 기운이 더욱 커졌다.

그러자 이지안이 다시 한번 피를 뿜었다.

이번에는 붉은 피가 아닌 검은 피였다.

인상을 찡그린 채 고통스러워하던 이지안이 지금은 한결 좋아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정신 잃지 말고 꼭 참아야 해.”

다시 말하지만, 무협지에선 상대의 몸을 관찰할 때는 입을 열 수 없었지만, 현대 시대.

각성자의 시대는 달랐다.

무공이 스킬로 등록되어 상대방의 기를 인도하고 있더라도 입은 열 수 있었다.

이준은 무극자 사부가 해준 말을 그대로 이지안에게 전했다.

이지안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최종 작업을 시작한 이준.

이지안의 내부에 있는 수미천왕신공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덩어리가 된 기운을 최대한 뾰족하게 만들었다.

[지금이니라!]

무극자 사부의 신호에 수미천왕신공을 극성으로 펼쳤다.

쿠웅-

낙성각으로 태풍이 몰아쳤다.

이준과 이지안의 주위로 몰려든 회오리에 주변에 있던 이의태와 천왕대가 내공을 일으켜 자신들의 몸을 보호했다.

“윽!”

“무슨 놈의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 거야!”

내공을 끌어올려 대항했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다.

천왕대는 하는 수 없이 주변 건물을 부여잡았다.

건물은 날아가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퍽이나다.

건물까지 휘청거리며 돌풍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러다 낙성각까지 날아가겠어!”

“대주! 어떻게 좀 해봐요!”

“그, 그래요! 대주라면 이 태풍을 날려버릴 수 있잖습니까!”

“이미 보호를 하고 있다.”

그나마 낙성각이 날아가지 않았던 이유는 사형준이 수미천왕신공을 끌어올리고 있었던 것.

거센 바람을 홀로 막고 있었다.

이준과 이지안이 뿜어대는 기운이 너무 강해 사형준으로선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거다.

“어, 어?”

“부, 부대주 몸이 날아가요!”

“세호야, 나 좀 잡아봐!”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빠요.”

“혀, 현아!”

“미안합니다. 부대주. 다음 생에 봅시다.”

“어억?”

천왕대 부대주인 김봉팔이 태풍에 의해 휘말려 버렸다.

“이 의리도 없는 자, 자식들아아아아!!!!!!!”

김봉팔이 천왕대를 향해 소리쳤으나 의미 없는 메아리뿐이었다.

김봉팔이 회오리에 날아가면서 아주 잠깐!

사형준과 눈이 마주쳤다.

김봉팔의 애절한 눈빛에 사형준도 잠시 고민했다.

낙성각을 보호하는 걸 멈추고 부대주를 구해야할까.

하지만 그는 곧 체념했다.

“알아서 살아남아라. 수련을 게을리 했단 증거다.”

“아악! 이 빌어먹을 벽창호 대주 새끼야아아아!”

김봉팔을 삶을 포기했다.

각성자라도 이런 무지막지만 태풍에 살아남는 건 힘든 일.

어차피 죽는 목숨이라 생각한 김봉팔이 속에 감추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회오리 태풍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려는 찰나.

김봉팔의 곁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천왕대 아이치곤 매우 약해. 그동안 꾀를 부리고 놀았나?”

태평한 목소리의 주인은 전 동의각주 이의태였다.

회오리 태풍을 경공으로 헤쳐 온 이의태.

그가 김봉팔의 팔을 붙잡고 회오리 태풍에서 강제로 끄집어냈다.

바닥으로 착지한 두 사람.

김봉팔이 이의태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고, 고맙습니다. 어르신.”

“나보다 천왕대주를 신경 쓰는 게 어떻겠나?”

“네?”

김봉팔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사형준이 보였다.

그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모습.

사형준의 입이 무언갈 말하고 있었다.

-끝나고 보자. 봉팔아.

사형준은 분명 김봉팔에서 그렇게 말했다.

* * *

[서브 퀘스트 - 구음절맥을 앓고 있는 소녀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3,500,000p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이의태의 호감도가 최상으로 변했습니다.]

“하아아… 끝났다.”

이준이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의 주변은 검은 물로 가득했다.

이지안의 몸에서 나온 노폐물.

그녀는 거의 환골탈태와 같은 기연을 얻었다.

구음절맥을 치료하면서 얻은 효과였다.

무한한 내공과 음양의 기운.

여기다 강력한 신공까지.

둔재가 아닌 이상, 그녀가 성장한다면 S급은 정해져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구음절맥을 앓고 있는 여자들은 전부 천재였다.

이지안도 천재 류.

무공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젠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검룡인 박혁진과 같은 천재가 또 한명 탄생한 거다.

그것도 신력권가의 안에서 말이다.

“고생했어.”

이준이 이지안의 조그만 어깨를 두드렸다.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지 어깨가 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허억… 허억…! 감사… 허억… 합니다….”

이지안은 숨 넘어 가는 와중에도 고마워하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이준이 흐뭇하게 웃으며 새로 뜬 메시지를 훑어봤다.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것들.

그중 눈에 들어온 메시지가 있었다.

[이의태에게 ‘영원한 충성’을 얻었습니다.]

손을 들어 메시지를 클릭했다.

[영원한 충성]

설명: 이의태는 목숨보다 소중한 손녀를 살려준 당신을 은인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변한다 한들, 이의태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좋았어. 동의각주의 충성을 얻었으니, 은퇴한 각성자들의 신임을 얻는 건 일도 아니지.’

이의태는 신력권가의 원로에 가까웠다.

신력권가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인물.

당연히 그를 진심으로 따르는 각성자들이 많았다.

많은 각성자가 신력권가에서 은퇴했지만, 이의태만은 은퇴할 땐 아버지인 권왕마저 말렸다.

삼국지에서 유명한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신력권가에서 중요한 사람.

그의 마음을 돌렸으니, 은퇴한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도 있었나?’

[새로운 창이 생성되었습니다.]

[‘상태 확인’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마지막 메시지였다.

영원한 충성을 얻은 후, 나온 말.

상태 확인의 글자를 클릭하자.

[이의태]

나이: 65살

등급: AA급(초입)

직책: 전 동의각주

이명: 해남신의

호감도: MAX(부동)

특징: 활명심법(AA),영원한 충성(이준)

이의태에 대한 정보가 주르륵 떴다.

원래라면 상대의 동의를 받아야지만 볼 수 있었던 창.

아니면 상대가 공유를 해줘야 했다.

그런데 동의와 공유 없이도 상대의 정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개꿀이잖아? 이러면 애들의 상태를 보는 것도 쉽겠어.’

이젠 상대의 기를 감지하고 어떤 무공을 익혔나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됐다.

정보창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었으니까.

이러면 아이들을 가르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번 생은 되는 생인가 봐.’

[홀홀. 다 이 사부를 만난 덕이니라. 감사하려무나.]

무극자 사부가 숟가락을 살포시 얹으려고 수작을 걸었다.

‘사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퀘스트였는데요?’

[가아아아알! 네가 가진 모든 건 나로 인해 얻은 것들이니라. 알겠느냐!]

무극자 사부의 외침에 이준이 움찔거렸다.

이미 사부의 호통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수미천왕신공을 집어넣고, 혼원신공으로 귀와 머리를 잔뜩 감싸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정도면 사부의 호통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가지고 행동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대체 무슨 노인네가 이렇게 목청이 좋은지.

영혼밖에 없는데도 기운이 엄청났다.

살아생전에는 얼마나 강했을까.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무극자 사부였다.

이준은 얼른 수긍해버렸다.

‘하, 하. 농담이었습니다. 사부님. 당연히 위대하신 사부님의 은덕이죠. 전 사부님이 신도 다 찜 쪄 먹을 수 있는 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홀홀. 알긴 아는구나. 내가 이리 영혼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건, 신선들이 내가 무서워서 선계로 부르지 않고 있는 것이니라. 끌끌. 그래서 이렇게 너와 오랫동안 함께 있는 것 아니겠느냐. 운 좋은 줄 알거라 제자야.]

무극자 사부의 어깨가 하늘로 올라간 상태였다.

이준은 그와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휘청.

이준의 몸이 옆으로 기우뚱거렸다.

“괜찮으십니까. 도련님?”

사형준이 재빨리 다가왔지만.

“난 괜찮아. 얘 운기하는 동안 옆에서 호법이나 서줘.”

이준이 머리를 흔들곤 똑바로 서며 말했다.

사형준은 이준의 명령으로 이지안의 호법을 섰다.

대신 이의태가 다가왔다.

“지안이의 구음절맥은 정말로 치료 된 것입니까?”

이의태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완전히 치료 됐어요.”

“아!”

이의태의 눈동자가 커졌다.

손녀의 병이 나았단다.

신의란 이명을 가지고도 피붙이의 병을 치료하지 못했던 그였는데.

자신이 몸담던 곳에서 구함을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련님.”

이의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속앓이를 했던 게 싹 날아가는.

홀가분한 눈물이었다.

“제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신력권가로 다시 돌아와 일을 해줬으면 해요.”

“아무렴요. 손녀의 생명을 구해줬는데,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같이 온 은퇴한 각성자들도 가문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해줘요. 보직에 공백이 오래 있으면 남이 보기에도 안 좋잖아요?”

“제 목숨을 걸고 설득하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부탁해요. 아, 그리고 지안이도 학교 다녀야죠? 무사고 부속 중학교로 전학 절차 밟아 놓을게요. 알았죠?”

“지금만으로 충분합니다.”

“동의한 걸로 알고. 들었으면 바로 일 시작하지?”

이준이 고개를 돌려 담벼락을 향해 말했다.

인기척도 없는 담벼락.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난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하는데?”

웅웅.

이준의 손에 붉은 기운이 휘몰아쳤다.

신력권가의 S급 무공인 벽력신장이었다.

벽력신장을 담벼락으로 날리려는데.

“며, 명을 받들 테니 장법을 거두어 주십시오!”

M자 탈모가 있는 남자가 담벼락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전 비익단주였던 송선형이다.

그를 보자, 정보가 주르륵 나열됐다.

[송선형]

나이: 40

등급: A(완숙)

직책: 전 비익단주

이명: 비연객

호감도: 중립

특징: 뇌진심법(A), 뇌진신법(A)

천왕신공보다 한 단계 낮은 A급 심법.

뇌진심법은 황보세가의 전신인 신력권가를 받치는 심법 중 하나다.

강력함이 천왕이라면 속도는 뇌진이었다.

정보를 관장하는 비익단주가 익히기에 좋은 심법.

그래서인지, 정보를 관장했던 비익단주들은 전부 뇌진심법을 익혔다.

“알았으면 빨리 움직여.”

“예!”

송선형이 잽싸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 명은 설득할 필요가 없어졌네요.”

이준이 전 동의각주 이의태를 향해 해맑게 웃었다.

* * *

가문 내 뜰을 걷고 있는 이준이 사형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의태가 은퇴한 신력권가의 각성자들을 설득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다수 전 동의각주를 따르던 사람들.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 일선에 복귀할 것을 권유하니, 마지못한 척 자리에 앉았다.

이준은 차츰 신력권가가 자리를 되찾아 가는 게 느껴져 만족스러웠다.

“남은 자리는 권신단주밖에 없나?”

“예. 아무래도 가주님을 모시기에 모두 부족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권신단은 없애버려.”

“예?”

“권신단을 없애버리라고.”

사형준이 입을 떡 벌렸다.

권신단은 신력권가의 최고 전력이라 부르는 집단.

아무리 단주의 자리가 비어있다 하더라도 아직 후계자에 불과한 이준이 독단으로 권신단 자체를 해제시키는 건 무리가 있었다.

이준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후계자의 위치에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권신단은 신력권가의 얼굴인데 그러면 가주께서 노하실 수도 있습니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버지를 가주의 위에서 내릴 거야. 그러니 권신단은 앞으로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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