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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34화 (134/705)

제134화

신력권가 내에 있는 거대한 전각.

진천각이라 붙여진 이곳에서 이민욱이 자숙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방 한가운데.

이민욱이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몸에선 붉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천왕신공이 9성을 넘어 10성에 다다르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번쩍!

이민욱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후우우우.”

그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천왕신공을 극성으로 익혔어.”

얼마나 말을 안 했는지,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그것과는 달리 눈빛 하나는 강렬했다.

극성에 다다른 천왕신공은 이민욱을 한 단계 높은 경지로 이끌었다.

AA등급.

갓 초절정에 올랐지만, A급과는 전혀 달랐다.

이전의 수준이 우스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할 수 없어.”

이민욱은 오직 복수를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

그 집요함 때문인지.

실력이 한 단계 높아졌다.

“이준. 그 버러지를 죽이려면 더 강해져야만 해.”

자신이 강해질수록 이준은 더 멀게만 느껴졌다.

만약 투신단이 온전했다면 이준을 상대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지만, 결론은 같았다.

불가능.

투신단과 함께 합공한다 해도 필패였다.

기습을 하면 모를까.

아니, 기습을 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서울 숲 게이트에서의 일만 해도 AA급 각성자 둘과, 다수의 A급 각성자가 떼로 기습을 했는데도 소용없지 않았던가.

힘으로 공략할 수 없다면 약점을 잡아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방법이 있었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정신력은 별개의 것.

아무리 그라도 소중한 것을 몽땅 잃어버린다면 타격이 크지 않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준은 애초에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차라리 놈의 엄마라도 있었으면 인질로 잡을 테지만, 이미 죽어버렸다.

“이준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일이 쉬울 텐데….”

제일 소중한 사람은 이미 죽고 없으니, 이준의 약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유인해서 죽이는 것밖에 없나?”

그 순간!

수하들에게 얼핏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요새 어울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다른 아이들과는 친하게 안 지내는데, 유독 몇 명하고만 같이 지낸다고 전해 들었다.

“한지유와 E급 떨거지들 이라고 했었나?”

한지유는 신기지가의 딸.

그녀를 잘못 건드렸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지도 몰랐다.

나머지 E급 아이들은 죽인다 해도 별 탈이 없을 거다.

그들은 15가문 연맹에 속한 자제들이 아니었으니까.

“한 번 시도 해볼 만하겠어. 유약했던 성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천성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지.”

이민욱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친구들로 이준을 옭아맬 수 없다면 그냥 죽이면 그만이다.

비열한 수단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는 이렇게라도 이준에게 고통을 주고 싶었다.

자신의 아들이 받은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주어야지만, 직성이 풀릴 테니까.

문제는 E급 아이들이라 해도 무사고의 학생들.

그들이 죽으면 학교 측에서 관심을 가질 터였다.

곧바로 해결책이 떠오른 이민욱이었다.

“시선을 게이트로 돌려 죽은 원인을 사냥하다가 당한 걸로 처리하면 되겠군.”

각성자가 어디 하루 이틀 다치나?

게이트를 클리어 하다가 죽거나, 사마련과 시비를 붙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은 이들이 허다했다.

“크크. 이준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져.”

이민욱이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진천각에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냐?”

드르륵.

문이 열리고 이민욱도 아는 얼굴이 안으로 들어왔다.

“권신단주셨소?”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소? 형님께서 날 여기서 내보내 주려고 권신단주를 보냈을 리 없고.”

“오늘은 이민욱님께 볼 일이 있어 왔습니다.”

“날 말이오?”

“예. 현재 신력권가에 이준 도련님이 와 있습니다.”

“뭐요?”

쿵.

진천각이 통째로 흔들렸다.

이민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세 때문.

그를 보고 있던 전경훈의 눈이 커졌다.

“AA급에 올라서신 겁니까?”

“조금 전 했던 말이나 해주시오. 이준이… 신력권가에 발을 들이밀었다는 말이오?”

전경훈이 놀란 눈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입가에 작은 호선이 그려졌다.

그의 생각대로 이민욱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진천각을 당장 뛰쳐나가 이준을 쳐 죽이겠다는 얼굴을 하는 게 아닌가.

예상했던 반응이라 마음에 들었다.

“진정하십시오.”

“내가! 진정하게 생겼소? 아들을 병신으로 만든 새끼가 가문에 왔다는데 어느 아버지가 가만히 있겠소!”

이민욱의 말투에선 살의가 뚝뚝 흘러나왔다.

“기홍 님의 일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냉정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장남인 이신 님도 단전이 깨져 가주께서는 이준을 후계자로 삼으셨습니다. 우린 앞으로 이준을 다음 대 신력권가의 가주로 모셔야 할지 모릅니다.”

전경훈은 은근슬쩍 다음 대 가주란 말에 힘을 실어 말했다.

이민욱의 입장으로선 아들을 폐인으로 만든 인간을 모시게 생겼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준이 가주의 위를 이을 때나 통용되는 소리였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오!”

“저도 이 때문에 이민욱님께 의견을 구하러 온 겁니다. 잠시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까?”

전경훈이 이민욱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 * *

“이쯤 되면 소식이 올 때도 됐는데.”

이준이 암상의 한금만 회장을 만난 지 삼일이 지났다.

전경훈이 가문의 보급품을 빼돌린다는 걸 이미 암상에서 알고 있었으니.

이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말은 사흘 내로 모든 정보를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암상의 정보력으로는 사흘도 엄청 길었다.

짧으면 이틀.

길면 오늘 안으로 정보를 가지고 와야 정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뒤를 쫓아다녔던 은밀한 기척이 접근해왔다.

수련장에 있던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오십시오.”

“내가 안 본다고 농땡이 피우지 말고.”

“예!”

천왕대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준이 수련장에서 나와 화장실이 아닌, 우거진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싼 곳에 도착하자.

은밀하게 다가온 자가 자신을 드러냈다.

두 눈 말고는 전부 검은 무복으로 감싸여 있었다.

몸의 굴곡으로 봐선 여자였다.

그녀가 복면을 벗었다.

“이준님을 뵈어요.”

“긴가민가했는데, 절 미행했던 사람이 안내데스크 누나였네요?”

“한주인이라고 해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암상에 갔을 때 처음 봤던 여자였다.

그때는 무공을 익혔는지조차 몰랐는데, 다시 보니 A급 각성자였다.

지금은 그녀가 무공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

보고 있는 자신도 그녀가 무공을 익혔는지, 안 익혔는지 헷갈렸다.

‘신기하네. A급 각성자인데도 이만큼의 은밀함이면, AA급일 때는 아예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겠어.’

[저 아이가 무림에서도 전설적인 도둑문파인 공공문의 무공을 익혀서이니라.]

‘아, 무협지에서 봤어요. 공격 무공은 형편없는데, 경공이나 잠행술만큼은 최고죠?’

[크흠. 사부가 만든 무극군림보 앞에선 조족지혈에 가깝다.]

‘사부님 무공 빼면 최고라는 거잖아요?’

[경공과 잠행술에서 만큼은 그 어떤 문파도 따라갈 수 없지.]

이준이 전생하고 처음으로 공공문의 무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혼원신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한주인의 기척을 읽어낼 수 있을까?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혼원신공이 있었기에 기척을 알아내는 게 가능했던 것.

신력권가에 잠입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잠행술을 증명한 거다.

‘암상과 좋은 관계를 맺어놓길 잘했네. 아마도 저 누나가 무명객이겠지?’

암상 최고수 중 한 명.

전생에서도 무명객의 정체는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자신이 죽기 전까지.

무명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명객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었으니까.

무극자 사부가 한주인에 대한 무공을 설명해줘서 알았다.

그녀가 무명객이라는 것을.

암상이 무너지기 전, 암상에 속한 암살자들의 정체는 모두 세상에 밝혀졌다.

단 한 명.

무명객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말이다.

아마도 암상이 무너지기 전에 한금만이 무명객의 정보를 전부 파기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세계 악마들.

천외천에게 잡히지 않았던 거지.

‘공격무공만 강했으면 완전 사기일 텐데, 안타까웠겠네. 원수에게 접근은 할 수 있는데 죽이질 못하니.’

잘못하다간 도왕에게 잡혀 죽을지도 모르니 한금만이 그녀는 절대 암살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거다.

한금만의 행동이 눈에 선히 들어왔다.

그는 손녀를 사지로 내몰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닙니다. 정보는 알아 오셨어요?”

“네. 여기요.”

한주인이 품에서 책자를 꺼내 건넸다.

이준이 책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아주 많이도 해쳐 먹었네요.”

신력권가는 권사 가문답게 주로 맨손으로 싸웠다.

딱히 무기가 필요치 않은 곳.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너클이나 장갑을 지급해주기도 했다.

“상처용 치료약과 훈련용 무복도 금액이 안 맞아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건물 보수비용으로 금액을 많이 책정했는데, 정작 제대로 된 보수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전부 겉만 번지르르 하지 내부는 하자투성이에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한 아는 내용이다.

전경훈이 그동안 얼마나 배불리 먹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

한주인이 가져온 정보대로 아버지 모르게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다.

“이것 말곤 없었나요?”

“제일 중요한 건 이 USB에 있습니다.”

이준이 한주인에게 USB를 받았다.

“뭐죠?”

“신력권가의 각성자들은 가문의 혈족도 아닌, 전경훈을 왜 이렇게 따르는지 궁금해서 조사해봤습니다. 그 USB에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이준은 USB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부대장들의 치부가 담긴 동영상이겠네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다 알 방법이 있죠.”

전생에 있었던 신력권가의 스캔들.

무력단체의 부대장들이 권신단주인 전경훈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널리 퍼지게 된 사건이었다.

부대장들이 정신을 차릴 때쯤에는 전경훈의 마수에서 뻗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어진 상태였다.

사실 전경훈 한 명이라면 개기지 못하게 뒤지게 패서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신력권가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전경훈 하나만 달랑 잘라내는 것으론 부족했다.

신력권가의 스캔들.

사실 그 일의 배후에는….

“이 일을 권왕께 말씀하시면 그분이 알아서 권신단주를 도려내지 않을까 해요.”

그녀의 말에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요. 부대장들의 일은 전경훈이 아닌, 아버지에 의해 시작된 일이니깐요.”

“네?”

“아버지는 부대장들의 약점을 쥐고만 있을 생각이었고 전경훈은 한 발 더 나아가서 그들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이건무는 혈족이 아닌 부대장들이 자신을 배신하지 못하게 하려고 전경훈에게 지시했다.

차후에 써먹을 걸 대비해서 그들의 약점을 만들어 놓았단 거다.

“권왕이 생각보다 음흉하… 앗, 죄송해요.”

“맞는 말이에요. 음흉한 걸 포장하려고 근엄한 척 하는 거예요.”

이건무에게 굉장히 적대적인 이준.

한주인은 이준의 한이 굉장히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정보 구해줘서 고마워요.”

“할아버지가 언제든 이준 님이 원하는 정보는 다 주라고 명하셨어요.”

“원하는 건 다 얻었고, 다음에 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드릴게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저희를 찾아주세요.”

한주인이 복면을 쓰고 이준에게 인사를 했다.

몸을 돌리고 정확히 세 걸음만에 이준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였다.

홀로 남은 이준도 몸을 돌렸다.

“전경훈의 돈줄부터 차근차근 끊어볼까?”

이준이 한주인에게서 받은 책자를 펄럭이면서 숲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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