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혼원신공의 경지가 6성에 도달했습니다.]
[무극자의 제자들도 이루지 못한 경이적인 성장세입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10,000,000p가 지급됩니다.]
[무극창법의 최후초식인 환영이 개방됩니다.]
혼원신공이 6성에 도달하자, 내공이 넘쳐흘렀다.
혼원문의 신물인 혼원반지로 내공을 감추고 있었으나.
이젠 그러기도 힘들었다.
쿠웅.
이준은 내공을 끌어 올리지 않았지만, 혼원신공이 알아서 주변을 압도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형준과 천왕대의 눈이 커졌다.
사형준은 좀처럼 놀라지 않는 사람.
권왕 이건무를 최측근에서 모신 사람이라 웬만한 일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눈이 커져 있었다.
이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도 때문이다.
주변을 모두 부셔버릴 듯한 중압감.
오왕에게서 흐를법한, 아니 그들을 뛰어넘는 제왕의 기도가 갑자기 뿜어져 나온 것.
전율스러울 정도로 파멸스러운 기운이었다.
‘이 무슨!’
천중호수에서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이준이다.
그때의 이준은 강력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심령을 뒤흔들 만큼의 기세는 아니었다.
천중호수에서 봤을 때와는 격이 다른 모습.
사형준이 이준을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이유였다.
‘이게… 이준 도련님의 진짜 모습인가?’
전신에 털이란 털은 모조리 섰다.
실패작이라고 불리던 18살짜리 고등학생의 진정한 힘. 단언컨대 오왕도 이런 파괴적인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강하다는 검제라면 몰라도 말이다.
“깜짝이야.”
정작 힘을 내뿜은 본인인 이준도 화들짝 놀랐다.
주변을 순식간에 장악한 기운을 갈무리했다.
“도련님. 방금 그 기운은 대체 뭡니까? 수미천왕신공은 아닌 것 같은데.”
사형준의 물음에 이준이 빙그레 웃는 걸로 대답했다.
혼원신공의 6성.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하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패왕도가와 충분히 겨룰만하다고 생각한 이준이었다.
“나 때문에 패왕도가가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예 문을 닫기 전에 갈까?”
“패왕도가라도 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내가 여길 왜 와. 날 먼저 건드린 건 패왕도가야. 죗값은 달게 받아야지.”
이준이 그 말을 남기고 먼저 걸어갔다.
벙찐 얼굴로 있는 사형준과 천왕대였다.
“대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련님이 움직이시는데 따라가야지.”
사형준의 말에 천왕대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여긴 신력권가의 영역도 아닌, 패왕도가의 앞마당이다.
서로 사돈지간이긴 하나 이준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제부터 이준을 모시기로 한 천왕대도 그와 같은 처지. 자칫 패왕도가의 충돌로 인해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때 한 대원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 이준 도련님 봤지? 권왕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세였어.”
“그건 그래…”
“대주의 말대로 이준 도련님을 모시기로 한 이상 그분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성격은 거지같긴 해도, 신 도련님처럼 안하무인하진 않지.”
이신의 호위를 때려 치고 다른 주인을 섬기게 됐다고,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을 내뱉었다.
사형준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지만 그도 이신 때문에 속이 꽤 많이 썩었다.
이신은 재능이 있긴 했지만 힘을 쓰는 방법을 모르는 자였다.
그닥 영리하지도 않는데다가 심성조차도 곧질 못했다.
이제 이준을 섬기기로 한 이상.
이신은 사형준에게 관심 밖 대상이 됐다.
“설마 이준 도련님이 패왕도가와 전면전을 하겠어?”
“깽값이라도 받아내려고 하는 거겠지. 여기가 패왕도가라지만 주변에 보는 눈도 많은데 그쪽도 도련님을 어쩌지 못할 거야.”
이례적으로 강하다곤 하나 개인이 한 가문을 상대한다는 건 검제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게다가 얼마 전의 사건 때문에 패왕도가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
깽값 한번 물어주고 말지, 이미지 때문이라도 똑같은 짓을 반복할 리가 없었다.
아무튼 천왕대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준이 패왕도가를 재기불능으로 만들려고 생각한다는 걸.
패왕도가의 정문을 넘어 운동장보다 큰 정원에 섰을 때야 비로소 알았다.
이준은 패왕도가를 대한민국에서 지울 생각이라는 것을.
* * *
이준이 패왕도가의 정문 앞에 섰다.
건물 위에 있는 CCTV가 이준을 향해 움직였다.
이준도 CCTV 화면을 보고 있었다.
“나 알지 문 열어.”
CCTV로 보고 있을 패왕도가의 각성자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아무 반응이 없자.
“나 보면 무지 열 받을 텐데 안쪽에서 뭘 하길래 아무런 반응이 없을까?”
이준이 그 말을 하곤 허리에서 하나의 막대기를 꺼냈다.
보잘 것 없는 물건이었는데, 손을 아래로 늘어트리자 막대기의 모습이 바뀌었다.
적색의 기다란 장창이 된 게 아닌가.
뒤에 있던 천왕대도 이준의 손에서 변한 창을 보고 놀라했다.
단 한 번도 저런 류의 무기를 보지 못했으니까.
천왕대가 놀라거나 말거나.
이준은 자신의 일을 했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안 나오면 부수면 그만.
파멸겁에 혼원신공의 내기를 집어넣어 휘두르려는 그때.
‘이러면 의미가 없나?’
천왕대에게 자신을 따르고 싶을 이유를 보여주려 했다.
파멸겁의 막강함은 알지만, 천왕대는 신력권가의 무공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초장부터 무극창법을 보여준다면 감탄할지는 모르나, 마음을 다해 따르고 싶단 생각은 안 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파멸겁을 넣었다.
[제자야. 무기를 자랑하고 싶다고 말로하면 될 것을. 그리 똥폼을 잡는단 말이냐.]
‘큼. 아셨어요?’
[예끼. 이미 네가 파멸겁을 들었을 때부터 알았느니라.]
‘귀신.’
이준이 혼원신공을 중단하고 수미천왕신공을 끌어올렸다.
두 손에 집중된 내기.
소용돌이치며 몰려든 내기가 눈덩이 불어나듯 커졌다.
파지직-
손 주위에 뇌기가 풀로 충전이 되자.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에서 발사된 두 개의 구체가 단단하게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철문을 강타했다.
쾅!
그 어떤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을 것만 같은 문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준이 사용한 무공은 무극자 사부에게 배운 벽력신장이다.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이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대신 사형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벽력… 신장?”
권왕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무공이었다.
“대, 대주. 저 장법이 벽력신장이라는 겁니까?”
“권왕께서도 배우지 못하셨잖아요?”
“이준 도련님께서 어떻게 수미천왕신공과 벽력신장을….”
그들이 미습득 무공의 형태를 아는 건 신기지가 때문이었다.
무협지에서 나온 무공의 형태를 분석에 3D화 한 것.
무사고처럼 특수한 목적을 가진 학교에서는 이를 토대로 한 수업을 꼭 했다.
사형준은 무사고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
벽력신장을 한 번에 알아보는 건 일도 아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무공을 한 번에 보고 알아맞히는 건 아니나 사형준은 달랐다.
그는 엘리트였으니까.
“틀림없이 벽력신장이다.”
“벽력신장을 쓰면 뇌성이 들린다고 하던데요.”
“그 현상은 내공을 극성으로 펼칠 때나 들린다고 들었다.”
“벽력신장이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천왕대가 한참 놀라고 있는 사이.
이준이 뒤를 돌아봤다.
“뭐해. 멍하니 보고만 있을 거야? 따라와.”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목청에 힘이 들어간 천왕대였다.
“옛!”
이준이 보여준 힘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천왕대였다.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그들.
이신을 호위하며 나태해져서 혈기왕성했던 시절을 잊고 살았는데 다시 옛 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천왕대는 우렁찬 대답과 함께 뒤를 다르는 게 아닌, 후계자의 호위 대형을 이루었다.
* * *
쿠웅.
원형의 탁자가 격렬히 흔들렸다.
방 안의 집기들도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아래로 떨어졌다.
“근처에 지진이라도 일어났나?”
원로원 중 한 명이 고개를 문 밖으로 돌렸다.
밖에 있던 기척이 사라지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서 했다.
“형님. 정말 이대로 가만히 계실 겁니까?”
모두의 시선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노인에게로 향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노인이 말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노인의 입이 열렸다.
“가주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이야기를 나누자.”
쾅!
한 노인이 분에 못 이기며 말했다.
“화도 나지 않으십니까? 형님의 아들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형님을 개망신준 녀석에게 말입니다!”
“셋째 형님! 말이 심하시오. 둘째 형님의 심정은 오죽 하겠소. 이성적으로 생각하시오. 가주께서 외부 활동은 전부 금하고 있으라 하지 않았소.”
주변에 앉아 있는 노인들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패왕도가에서는 가주의 명령이 법.
원로원이 가주의 삼촌들이 된다 하더라도 명령은 명령이었다.
원로원에서 제일 큰 어른은 그들의 둘째 형님이라는 사람.
바로 풍사도 최대웅이다.
가주가 없는 지금 그가 패왕도가를 이끌었다.
“둘째 형님의 아들이기 전에 내가 아끼는 조카야!”
“셋째 형님만 아꼈소? 순호는 가주와 같이 우리 모두가 아끼는 아이였소.”
듣고만 있던 원로들이 이번에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패왕도가가 강한 건 혈족을 끔찍이 아낀다는 것이다.
타 가문은 권력에 의해 혈족상잔이 자주 일어났다. 그러나 패왕도가는 그런 경우가 없었다.
일찌감치 후계를 정하고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했으니.
잡음이 많지 않았다.
“내 답답해서 그런다. 둘째 형님의 속이 얼마나 썩어 문들어질까. 이러다가 어디 병이라도 나는게 아닐까. 너무 걱정 돼.”
“하…”
막내 동생 격인 노인이 한숨을 푹 쉬었다.
바깥의 소식을 듣고 제일 큰 충격을 받은 최대웅.
아들이 죽었단 소식은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았다.
불같은 성격을 지닌 그라면 가문의 전투 부대를 데리고 전쟁도 불사했겠지만. 가주의 명과 부재중에 있어 꾹 참고만 있었다.
그때부터 음식은 일절 입에 안대고 있어서 얼굴이 수척해진 상태였다.
“곧 가주께서 돌아오실 테니, 모두 조금만 참고….”
드드드드.
또 다시 탁자와 바닥이 흔들렸다.
콰앙!
심지어 폭음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들리는 게 아닌가.
이야기를 하면서 화가 끓어올랐던 셋째 노인이 바깥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았느냐!”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상황을 알아보러 갔던 인원이 돌아왔다.
급히 무릎을 꿇고 원로원에 보고를 했다.
“치, 침입자입니다.”
가솔의 말에 원로원들이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침입자라니.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여긴 패왕도가의 심처였다.
어떤 간 큰 놈이 패왕도가의 정문을 넘어 이곳까지 쳐들어온단 말인가.
평생을 살면서 처음 들어본 어이없는 말에 대꾸가 늦어진 원로들이었다.
“다시 말해 보거라. 내가 늙어서 잘못 들은 게 아니겠지?”
“사, 사실입니다. 지금 침입자가 정문을 넘었습니다. 본가의 인원이 정원에서 침입자를 막고 있습니다.”
쾅!
“감히 어떤 빌어먹을 종자가 패왕도가의 정문을 넘었단 말이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불같이 성화를 내던 셋째라 불린 노인이었다.
살기 가득 담긴 그의 말에 남자가 황급히 보고했다.
“귀창! 귀창 이준이 천왕대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때였다.
여태껏 가만히 있던 최대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탁자 옆에 있는 거대한 도를 들고 아무 말 없이 원로원을 나갔다.
싸늘할 정도의 얼굴.
최대웅의 표정은 북풍한설이 내려 앉아 있었다.
그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 준!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가 감히 내 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패왕도가의 담까지 넘는단 말이렸다? 오늘 이곳에 온 걸 구천에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