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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19화 (119/705)

제119화

이준은 가만히 있었다.

박혁진과 허수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한 가지 이유 때문.

[죽여라.]

이준의 귀로 누군가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여야지만 네 친구가 살 수 있다.]

계속 자신을 유혹했다.

그럴 때마다 살인의 욕구가 올라왔다.

피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손이 근질거렸다.

이를 알아챈 목소리의 주인은 끊임없이 속삭였다.

[너를 업신여긴 자들이다. 모조리 찢어 죽여서 다신 네 눈도 마주치지 못 하게 해라. 그게 위에서 군림하는 자의 권한이다.]

이준의 눈이 번뜩였다.

원래라면 혼원신공의 색과 똑같은 회색빛을 띠었을 테지만, 지금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때마침 패왕대의 인원 중 한 명이 이준에게 접근했다.

박혁진과 허수는 최미진과 최순호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준아, 뒤!!”

박혁진이 최미진을 뒤로 한 채 이준을 향해 뛰어가려 했지만.

“내 앞에서 한눈을 팔 실력이 되나 봐?”

푸확!

최미진의 도가 박혁진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꽤 상처가 깊게 났는지 옆구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박혁진은 다급히 상처를 지혈했다.

그리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닌 치료약을 벌컥벌컥 마셨다.

쨍그랑.

그가 다 마신 빈 병을 바닥에 던졌다.

“이준! 정신 차려!”

박혁진의 외침에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이준에게 접근해온 패왕대원.

도가 아래에서 위로 그어지려 한 순간.

가만히 있던 이준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위로 올려진 도를 쳐내고 패왕대원의 목을 움켜쥐었다.

“억!”

패왕대원이 이준의 손에 의해 대롱대롱 매달려지게 됐다.

“크으읍…”

이준의 손에 붙잡힌 패왕대원은 숨이 안 쉬어지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잠시 후.

우득.

이준은 패왕대원의 목을 가차 없이 꺾어버리곤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눈에선 붉은 귀화가 넘실거렸다.

그 눈빛을 마주한 패왕대원이 이준을 공격하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덜덜.

다리가 얼어붙은 채 오한이라도 걸린 듯 몸을 떨어대는 패왕대원들.

그들의 머릿속엔 조금 전 있었던 전율스러운 장면이 떠올랐다.

단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떼 몰살시킨 무공.

어떤 무공이기에 한 걸음만으로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까.

생각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공포였다.

패왕대원들이 겁을 잔뜩 집어먹은 사이.

이준의 몸이 기울어졌다.

다리가 굽혀지며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모습을 하려는 그때.

[이노오오옴! 멈추지 못하겠느냐!]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귀화가 피었던 이준의 눈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부… 님?’

[못난 놈 같으니라고. 쯧쯧. 내 분노를 하라고 했지. 누가 살의에 가득 차라고 했더냐!]

무극자 사부의 호통이 들려왔다.

그 어느 때보다 골이 울렸다.

“우웨에엑!”

이준이 갑작스레 피를 토해냈다.

검은 피.

내상을 극심히 당했을 때나 나오는 피였다.

이준이 소매로 자신의 입을 닦아 내고 일어났다.

‘무슨 일… 있었어요?’

[쯧쯧. 혼원신공에 잡아먹힐 뻔했느니라.]

‘혼원… 신공에요?’

[정확히는 혼원신공 안에 있는 파천신공이겠지. 무극군림보에서 나온 파천기로 인해 네 내공에 혼돈이 온 것이다.]

‘저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어요. 저들을 죽이라고요.’

이준의 말에 무극자가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파천기의 자아일 것이다. 이 사부를 골치 아프게 한 녀석이기도 하지.]

‘그러면 어떻게 해요? 내공을 끌어올리면 또다시 말을 걸어올지 모르잖아요.’

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극자 사부가 파천기에 큰 결함이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것과 연관이 있는 내용일 터.

왜 무극자 사부가 위험함을 느끼고 은거를 했는지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을 놔주고 싶진 않아요….’

자신을 공격한 걸 떠나서 어머니의 원수이다.

여기서 그냥 보내주긴 싫었다.

[사부의 말을 오해한 것 같구나. 복수는 당연히 해야 하느니라. 다만 분노는 하되 살의에 잡아먹히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해했습니다.’

이준이 인상을 폈다.

전방을 보자 패왕대의 기세는 이미 꺾여 있는 상태.

그나마 살아남은 대원들도 이준이 내뿜은 살기에 질식하기 직전이었다.

최미진과 최순호만 처리하면 상황은 종료였다.

* * *

패왕대주인 최순호는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눈앞의 애송이가 쓰는 무공은 패왕도가에서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이었다.

“네놈이 어떻게 패왕도가의 무공을 사용하느냐!”

그그그극!

허수의 참마도와 최순호의 도가 교차하며 힘겨루기를 했다.

“으음…”

허수는 말할 여유가 없었다.

상대는 AA급 각성자.

높은 등급의 무공과 무기로 커버 하고 있다지만, 실력 차는 여전했다.

‘내가 밀리면 이준 형님이 위험해. 절대 밀릴 수 없어.’

깡!

허수가 최순호의 도를 밀쳐냈다.

이를 악물고 참마도를 쉼 없이 휘둘렀다.

최순호가 다른 쪽으로 한눈을 팔게 해선 안 됐다.

까강깡깡!

“말을 안 한다면 강제로 입을 열 수밖에.”

최순호가 도강을 일으켰다.

그의 도가 2m는 더 길어졌다.

길어진 도강을 그대로 허수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큭!”

허수가 참마도를 눕혀 막았다.

허수의 근육이 한껏 부풀어졌다.

핏줄이 울긋불긋 올라오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크으윽.”

최순호가 펼친 도강을 허수가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쿵.

허수가 무릎을 꿇고 말았다.

머리가 잘리는 건 피했으나, 최순호의 도가 허수의 어깨를 파고 들어간 상태였다.

살을 파고들어 온 도강에 허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해라. 패왕도가의 무공을 어떻게 배웠느냐!”

잡은 도의 손잡이에 힘을 가득 실은 최순호였다.

도강은 허수의 어깨를 자르려고 서서히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어서 말하지 못할… 억!”

최순호가 허수의 어깨를 자르려던 도를 회수해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의 공격을 막았다.

그가 고개를 들어 방해꾼을 보았다.

“이, 이준!”

상태 이상에서 벗어난 이준이었다.

최순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잘도 내가 아끼는 동생에게 상처를 내놨네?”

“우, 움직일 수 있는 거냐?”

“보면 몰라?”

“음…”

최순호가 눈을 굴렸다.

이준이 처음 펼친 무공과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면 버틸 수 있을까?

그때는 패왕대의 인원이 많았으나 지금은 몇 명 없었다.

그렇다는 건 이제 자신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젠장. 놈이 상태 이상에서 벗어나기 전에 죽였어야 했는데, 패왕대는 뭐한 거야.’

최순호의 눈이 뒤편에 있는 패왕대로 갔다.

전의를 잃은 눈빛.

이미 패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미진도 박혁진과 공방을 격렬히 주고받고 있었다.

‘여기서 이준까지 합세한다면 우리의 필패야.’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문득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명예는 땅바닥에 패대기쳐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목숨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최순호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동요하는 표정은 집어넣고 이준에게 말했다.

“우리가… 졌다.”

들고 있던 도를 거두는 최순호였다.

“뭐 하는 짓거리지?”

“보면 모르나? 항복하는 거다.”

이러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않을까.

자신들의 뒤에는 패왕도가란 거대한 가문이 있었다.

만약 이준이 손을 쓴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가문의 선전포고.

이준이 강한 건 인정한다.

아니, 사촌 형인 도왕만큼 강했다.

하지만 단신으로 오대가문 중 하나인 패왕도가 전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이준은 자신들을 하는 수 없이 살려줄 거라 예상했다.

물론 그 생각은 이준을 모를 때나 하는 생각이었다.

“나야 좋지. 저항하지 않고 널 죽일 수 있으니까.”

이준이 최순호를 보며 웃었다.

그 미소는 소름 돋게 차가웠다.

이준이 최순호에게 다가가면서 허수에게 말했다.

“이놈은 내가 맡을 테니까. 허수 넌 패왕대를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죽여.”

“그래도… 됩니까?”

“우릴 먼저 공격한 놈들이야. 살려두면 나중에 우리가 죽게 될지 몰라.”

“알… 겠습니다.”

허수가 참마도를 들고 일어났다.

넋을 잃고 있는 패왕대를 향해 허수가 달려 나갔다.

“자, 잠깐! 난 항복을 했어.”

“누구 마음대로. 난 항복 따윈 받아줄 생각 없어. 아, 한 가지 말해줄 게 있는데. 너희가 이곳에 온 게 우연일까?”

이준의 얼굴에 뜬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마치 너희가 올지 다 알고 있다는 웃음이었다.

최순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서, 설마. 우릴… 유인한 거야?”

“아주 돌대가리는 아니네.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너흰 절대 살아나가지 못할 거야.”

흘러나온 목소리엔 살기가 진동했다.

“사, 살려줘.”

퍽!

최순호가 이준의 발에 차여 바닥을 굴렀다.

“컥!”

최순호가 피를 울컥 토해냈다.

이준의 점혈로 인해 봉쇄당한 내공.

내공을 끌어올리지 못하니 일반인 못지않게 약했다.

이준이 최순호의 곁으로 가 내려다봤다.

“아직 멀었다니까. 날 죽이려고 했으면 각오했어야지.”

이준의 손엔 최순호의 도가 들려 있었다.

푹.

“아아악!”

도로 최순호의 허벅지를 찔렀다.

“큰 소리로 아파하니까 내가 괜히 악당 같잖아.”

이준이 허벅지에 박힌 도를 뽑았다.

상처 난 부위를 발로 천천히 눌렀다.

피가 꾸역꾸역 나오며 신발을 적셨다.

“크으으윽.”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어? 그 정도는 들어줄게.”

“으으… 사, 살려…줘…”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유를 말하면 살려줄게.”

“사… 려….”

최순호는 공포에 질려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이준은 그런 최순호를 보고 혀를 찼다.

“쯧. 살려줄게. 그래도 우리가 사돈지간 아니야. 난 너희처럼 아주 막 나가진 않아. 대신.”

이준이 손에 들린 도를 휘둘렀다.

푸확!

“아아아악!”

최순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두 발목이 도에 잘렸기 때문.

그것으로도 끝나지 않았다.

이준의 손에 들린 도가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푹!

“그어어어어.”

박순호의 도를 배꼽 아래에 있는 단전 부위에 박아 넣었다.

무인.

각성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내공을 사용할 수 있는 단전이다.

이 단전이 부서지면 복구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S급에 해당하는 영약이 아니면 불가.

아니, 단전이 복구가 된다고 하더라도 옛날의 영광을 찾기란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단전이 깨지는 각성자는 폐인과 같이 생활하게 된다.

지옥의 길이 펼쳐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의 지옥이다.

자신은 이미 그 지옥을 한차례 겪어 봤으니까.

“너도 약자의 삶을 겪어봐. 아주 즐거울 거야.”

이준이 기절한 최순호를 바닥에 끌며 최미진에게 갔다.

박혁진과 싸우고 있던 그녀는 어느샌가 공격을 그만뒀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이준에게 가 있었다.

AA급 각성자인 최순호를 아주 간단히 제압한 이준.

최순호는 저항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당했다.

‘말도… 안 돼! 조금 전같이 큰 무공을 사용했으면 몸에 과부하가 왔을 건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그녀가 놀라고 있는 사이.

이준이 최미진에게 기절한 최순호를 던졌다.

철퍼덕.

사람이 거의 피에 절어 있었다.

안 죽은 게 다행이다.

“이건… 꿈일 거야…”

최미진은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그녀가 데려온 인원은 패왕대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세계에서 넘어온 존재.

귀살대가 무려 50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허무하게 여기에서 죽어버리면 안 되는 인물들.

그런데 이준의 공격에 모두 전멸하고 말했다.

패왕대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게이트에 들어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이 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그녀.

반대로 자기가 데려온 이들이 당하자 당혹스러운 것이다.

“당신이 졌습니다.”

이준이 최미진을 보며 말했다.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가자.

“오, 오지 마!”

그녀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때마침 그녀에게 더욱 절망스러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허억… 허억… 혀엉니임… 허억… 며… 명하신 대로 패왕대를… 허억… 모두 처리했습니다. 허억….”

피를 잔뜩 뒤집어 쓴 혈인이 이준의 옆에 나타났다.

허수였다.

녀석이 참마도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보고 끝에 긴장이 풀렸는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잘했어. 이제 쉬어.”

“허억… 아닙니… 허억… 다.”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최미진을 향해 걸어갔다.

데려온 이들도 다 죽고 혼자 남은 최미진은 절망과 공포에 빠졌다.

이준이 짓고 있는 저 미소.

악마의 미소와 똑 닮아 보였다.

“오, 오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아직 당신의 주제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깨닫게 해주지요. 지금 여기엔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요.”

이준이 최미진을 향해 작심하고 살기를 쏘아 보냈다.

화아악!

이준의 몸에서 일어난 회색의 아지랑이가 최미진의 몸을 옥죄였다.

“흐윽!”

그녀가 뒷걸음질을 치다 엉덩방아를 찍었다.

그녀는 경공도 잊은 채 엉금엉금 기어 도망쳤다.

뚝.

그녀가 최대한 기어서 도망치는데 누군가의 발이 눈앞에 보였다.

고개를 위로 올리자 이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히이이익!”

그녀가 기겁하며 이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얼굴.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며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못 볼꼴을 보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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