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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18화 (118/705)

제118화

[이건 무극기가 아니구나. 첫째가 가진 파천기와 아주 흡사하니… 분노로 인한 변질인가?]

무극자가 홀로 중얼거렸다.

현재 이준이 사용한 무극군림보에는 무극기가 일부분 섞어 있었다.

이건 무극자가 무극군림보를 만들 때 의도한 거다.

그런데 무극기가 무극군림보에 묻어 나와야 하건만.

파천신공으로 펼치는 파천기가 무극군림보에 섞여 있었다.

이를 무극자는 이준의 분노로 인한 변형이라 여겼다.

혼원신공이 있어 파천기에 이성은 잡아먹히지 않을 터.

하나, 무극자는 이준이 걱정이 됐다. 이준만큼은 첫째처럼 되지 않기를.

[제자야. 마음껏 분노 하거라. 다만 사부가 눈을 감아주는 건 이번뿐이다. 무극기는 절대 파천기가 되면 안 돼.]

이준이 귀로 들려오는 무극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도 안다.

자신이 지금 사용하는 건 여태의 무공과 달랐다.

혼원신공을 끌어올렸으나,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살인에 대한 충동.

피를 봐도 무감각한 신경과 짜릿한 쾌락까지.

혼원신공을 사용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이해하느니라.]

무극자 사부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혼원신공이 깃든 이준의 발이 땅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벽력진을 이루고 있는 패왕대의 몸이 우후죽순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때 아닌 피의 축제가 일었다.

퍼벅퍽퍽!

패왕대의 신체 중 일부분이 터진 건 약과였다.

이준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패왕대원은 한줌 혈수로 돌아갔다.

고작 한 걸음.

이 한발자국으로 벽력진을 이루고 있던 패왕대와 귀살대가 때 몰살을 당했다.

남은 인원은 끽해봐야 50명이 다였다.

참혹한 광경에 성우건이 몸을 떨었다.

‘파, 파천기야! 파천기가… 분명해!’

성우건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파천기의 파편을 얻은 이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완전한 파천기를 마주하면 공포에 사로잡힌다는 거다.

파편을 지닌 이들은 절대 완전한 파천기에 대항할 수 없었다.

오직 복종뿐.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기다렸다.

‘도, 도망쳐야 돼.’

머리는 도망치라고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완성된 파천기가 그를 옭아맸기 때문. 명령이 떨어져야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알려야… 어?’

이곳을 나가 주군과 같은 파천기를 쓰는 각성자가 나타났다고 알려야 되지만, 몸이 뜨거웠다.

염화의 불길처럼 고통스러웠다.

성우건이 눈을 아래로 내렸다.

회색 아지랑이가 발밑에서부터 일렁이고 있는 게 아닌가.

“크아아악!”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성우건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머리카락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

탱탱하던 피부가 노인이라도 된 듯 주름으로 뒤덮였다.

완전히 회색 불에 휩싸인 순간!

성우건의 몸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하나의 형태를 만들었다.

[네놈이 사부님의 진전을 이었…]

두 쌍의 붉은 눈이 번쩍이다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흩어졌다.

성우건과 귀살대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주변의 떼죽음에 최순호도 덜컥 겁이 났다.

“마, 말도 안 되는…!”

이준을 죽이려고 데려온 이들은 다른 부대도 아닌 패왕대다.

패왕도가의 최정예 부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들어오지도 못하는 공격대였다.

그런 대원들이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죽었다.

그냥 무기에 찔려 죽었다면 다행.

대원들은 아주 끔찍하게 죽었다.

대다수 몸 일부가 터졌다.

그나마 괜찮은 이들은 팔이나 다리, 두 손목이 사라진 게 끝이었다.

“대, 대주….”

“사, 살려 주십… 시….”

“저를 버리… 지….”

바닥에 쓰러진 채 최순호를 간절하게 보고 있는 패왕대원들.

모두 죽어가는 자의 눈빛을 했다.

대원들이 애타는 시선을 보내자, 최순호는 더욱 겁이 났다.

자신이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가 뒤로 한걸음 물러서자.

“순호야.”

최미진이 앞을 보며 최순호를 불렀다.

“네. 네? 누, 누님 부르셨습니까.”

“저놈… 못 움직이는 것 같아.”

그녀도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이준을 보고 있었다.

그 공포는 곧이어 희망으로 변했다.

자신의 병력을 떼 몰살 시킨 장본인.

이준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자신들을 전부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놔두고 말이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닐까요?”

“넌 지금과 같은 위력의 무공을 쓰면 어떡할 것 같아?”

“당연히 그로기 상태가… 어?”

“내 생각이 맞는다면 저놈은 지금 완전히 무방비 상태일 거야.”

최미진의 말에 최순호가 눈을 빛냈다.

큰 기술을 사용하고 난 후유증.

이준의 현재 상태였다.

상대를 제일 죽이기 쉬운 때이기도 했다.

“제가 죽이겠습니다.”

최순호가 도를 들고 이준을 향해 달려갔다.

* * *

쿠우웅!

게이트 전체에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준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박혁진과 허수가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준이 저놈. 눈 돌아갔다.”

“예?”

“이곳까지 유인해서 같이 치자는 계획은 물 건너갔다는 소리야.”

“그럼 어떻게 합니까?”

“우리도 나가야지. 녀석 혼자 싸우게 할 수 없잖아? 그리고 지금처럼 큰 기술을 사용하면 녀석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몸을 숙이고 있던 박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허수도 몸을 일으켰다.

“당연합니다. 이준 형님은 제가 지킬 겁니다.”

“그러던….”

박혁진이 말을 하다 말고, 탄환 같은 속도로 앞으로 쏘아졌다.

“혁진 형님!”

허수가 박혁진을 불렀지만 이미 먼저 달려간 후였다.

박혁진의 눈엔 보였다.

최미진과 최순호가 이준의 상태 이상을 알아챘다는 것을.

그러면 남은 건 하나.

이준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전에 공격하는 것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순호가 이준에게 달려드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 멍청이! 그렇게 큰 기술을 무작정 쓰니까 상태 이상에 걸리지.’

박혁진이 최순호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쉭쉭!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여러 가닥의 강맹한 검기들.

천뢰제왕신공의 내공이 담겨있어 무시 못할 공격이었다.

최순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기 때문에 공격을 거뒀다.

도의 방향을 틀어 박혁진의 검기를 막은 최순호였다.

“누구냐!”

이준을 죽일 좋은 기회를 놓친 최순호가 버럭 소리쳤다.

이준의 앞에 내려선 박혁진이 최순호에게 말했다.

“패왕대주께서 이곳은 어쩐 일입니까?”

“검룡?”

“무슨 악의가 있어 제 친구를 몰아붙이는 겁니까.”

최순호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남은 패왕대원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신력권가의 안주인께서도 계셨군요.”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이건 우리 신력권가와 저 아이에 관한 일이야.”

최미진의 말에도 박혁진은 이준의 앞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제 친구의 일이기도 해요.”

“정녕 우리 신력권가와 척을 지려한단 말이냐?”

“그러죠. 안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신력과 패왕이 못마땅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디 전쟁을 해볼까요? 누가 손핸지?”

박혁진이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일의 전력을 보유한 철혈검가였다.

아무리 신력권가와 패왕도가가 강하다지만, 철혈검가보단 전력이 달렸다.

두 가문이 힘을 합친다 하더라도 검제가 있는 한 불가능했다.

S급 각성자는 재앙 그 자체.

괜히 국가급 전력이라 평한 게 아니다.

“아직 어리구나.”

최미진은 주변으로 기감을 펼쳤다.

혹시나 철혈검가의 인원도 있나 싶었다. 그러나 철혈검가의 기는 잡히지 않았다.

최미진이 박혁진을 향해 입꼬리를 쓱 올렸다.

“널 여기서 죽이고 우리의 흔적을 지우면 어떻게 될까?”

박혁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놓고 죽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아했다.

패왕도가의 음흉한 핏줄이 어디가겠냐만은 너무 막나가는 행동이었다.

“후회할 겁니다.”

“후회는 이준 저 천것을 죽이지 못할 때부터 하고 있었어. 순호야. 뭐해? 어서 남은 병력으로 이준을 죽여 버려.”

“알겠습니다. 누님.”

최순호와 패왕대가 움직였다.

“넌 나와 싸우자꾸나.”

박혁진은 최미진에 가로 막혔다.

이준의 뒤가 비었다.

패왕대가 두려운 얼굴을 한 채, 이준을 공격하려는 찰나.

쿵.

하늘에서 날아온 거구가 이준의 뒤에 착지했다.

“형님. 제가 늦었습니다.”

“허수야. 그렇게 굼떠서 준이를 구하겠어? 앞으로 경공 연습 좀 해.”

“형님들이 이상하게 빠른 겁니다.”

“어쭈? 이젠 말대꾸도 한다.”

박혁진과 허수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는 게 느껴진 건지.

빈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최순호가 패왕대를 향해 외쳤다.

“모두 죽여!”

그의 명령에 패왕대가 세 사람을 향해 도기를 뿌렸다.

* * *

서울 숲 게이트 앞.

레깅스에 잠바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이들이 나타났다.

레드걸스 유니와 멤버들이었다.

“어서 오세요.”

“남지우 비서님?”

“네. 제가 한민성 이사장님을 모시는 남지우라 합니다. 여긴 게이트 정보 매거진의 김서아 기자입니다.”

“알고 있어요.”

그들 중 찹쌀떡처럼 말랑하고 하얀 피부에 동그란 눈을 가진 유독 귀여운 여자.

유니가 김서아를 유심히 보았다.

이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여자. 아주 눈에 거슬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레드걸스 유니에요.”

유니가 쌀쌀맞게 자신을 소개했다.

“김서아 기자입니다.”

두 여자가 눈을 마주쳤다.

허공에서 불꽃이 튀며 스파크나 일어날 만큼 강렬했다.

마치 라이벌을 보는 것 마냥 시선을 회피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결국 김서아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유니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해 누구도 안 보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니는 아직 모르는 것 같지만.

김서아는 유니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준에게 관심이 있었다.

차세대 대한민국을 이끌 각성자!

그를 따라다니면 모든 게 특종일 것이다.

기자로서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존재였다.

“남 비서님. 사람도 다 온 것 같으니 바로 출발하시죠.”

게이트를 공략하는 이준을 직접 볼 수 있어서인지.

김서아 기자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남 비서가 먼저 들어가고 레드걸스 멤버와 김서아가 기자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지잉-

“2스테이지 쪽에서 기다린다고 했으니. 그리로 가면 될 겁니다.”

남 비서의 안내에 따라 일행이 움직였다.

유니는 들고 온 카메라를 켰다.

너튜브에 올릴 동영상을 촬영했다.

아직은 몬스터 한 마리 없지만, 오디오가 비지 않게 멤버들과 쉬지 않고 떠들었다.

1스테이지를 지나, 2스테이지에 들어설 무렵.

쿵쿵.

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여러분. 드디어 제가 이준 님을 영접할 것 같아요! 두근두근! 떨고 있는 유니를 응원해주세요.”

유니가 카메라를 전방으로 돌렸다.

그들이 앞으로 더 나아갈 때매다 대지의 진동은 더욱 커졌다.

채쟁챙챙!

무기가 서로 교차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왔다.

유니와 김서아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남 비서에게 물었다.

“남 비서님… 저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요?”

“저들은 패왕도가 패왕대?”

“저도 뭐가 뭔지. 왜 여기에 패왕대와 신력권가의 안주인이 있는지.”

그들의 눈엔 패왕대와 이준의 일행이 격렬히 전투를 벌이고 있는게 들어왔다.

김서아는 기자답게 현 상황을 빠르게 인지했다.

“설마, 패도나찰이 본가의 패왕대를 불러 이준 님을 죽이려고 하는 건가요?”

“제 생각에는 그래 보입니다.”

남 비서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아 기자의 직감.

무엇보다 이준에게 벌어지는 일.

기가 막힌 특종을 혼자 독차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유니에게 고개를 돌렸다.

“유니 님.”

“저 사람들은 뭐야? 감히 이준 님을 해하려… 네?”

그녀는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 강아지 같던 외모와는 180도 다른 표정과 분위기. 당장이라도 누구 하나 머리를 깰 기세였다.

‘가… 각성자여서 그런가? 게이트 안이라서? 무슨 분위기가 갑자기.’

영상으로만 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워낙 귀여운 외모라 겉보기엔 분노한 말티즈 같았지만, 뿜어내는 기운이 장난 아니었다.

김서아 기자는 놀란 감정을 최대한 숨기고 그녀에게 물었다.

“저와 동조해요. 유니 님이 잘 찍어서 너튜브에 올린 영상으로 제가 기사를 쓸게요. 어때요?”

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평소에 화를 잘 내는 편이 아니지만 한번 화를 내면 아무도 못 말리는 그녀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이준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천중호수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또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이준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이 나타난 것은,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요. 저도 도울게요!”

그렇게 두 여자의 동조가 시작됐다.

이 모든 게 남 비서가 바라던 상황. 동영상이 잘 찍힐 수 있게 그녀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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