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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13화 (113/705)

제113화

서울 숲 게이트는 블루존.

사실 블루존 정도라면 이준 혼자서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곳이다.

요정의 꽃밭이나 위락대평원같이 상위 블루존 게이트도 거의 혼자 클리어한 그였으니까.

하나 같은 블루존이라도 이곳은 달랐다.

실력이 있다고 클리어 할 수 있는 게 아닌 게이트.

최소 세 명의 인원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이준은 박혁진과 허수를 대동했다.

“캬아. 날씨 한 번 좋다. 그치 준아?”

세 사람이 길을 걷고 있었다.

길옆에 난 푸른 초원.

띄엄띄엄 있는 마을.

여기에 사람만 있다면 꼭 판타지 책에서나 묘사된 중세의 한적한 시골 풍경이었다.

“혁진아. 우리 놀러 온 거 아니다?”

“태양이 내리쬐는 햇빛에 살랑이는 이 바람. 공기 한 번 죽이네.”

이준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며 맑은 날씨를 즐기는 박혁진이다.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날씨가 좋고 맑아도 여긴 게이트 안.

미세먼지보다 더 몸에 안 좋은 마기가 득실한 공간이다.

오염물질을 마시면서도 좋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이준이 고개를 가로 젓는데 허수가 질문을 해왔다.

“형님. 물어볼게 있습니다.”

“뭔데?”

“아직 1스테이지에 안 들어온 겁니까? 몬스터의 낌새가 없습니다.”

“지금 1스테이지 안이야.”

게이트는 모두 공략 방법이 달랐다.

천중호수 같은 경우는 땅따먹기 식으로 차례대로 관문을 통과해야 공략에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인데, 서울 숲 게이트의 경우 게임처럼 총 3개의 스테이지를 차례로 클리어 해야 했다.

“예? 그러면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해야하지 않습니까?”

“아니야. 여긴 다른 게이트와 달라. 바로 보스 몬스터가 있거든.”

보통의 게이트는 들어간 직후부터 몬스터를 마주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나 여긴 몬스터가 없다.

아니지, 각 스테이지의 보스 몬스터만 있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허수가 물어보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 더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허수가 오버를 했다.

게이트에 들어와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참마도.

몬스터를 향해 실제로 휘둘러보고 싶어 안달인 모습이다.

‘저 심정 잘 알지.’

이준은 처음 무극자 사부에게 무공을 배웠을 때가 떠올랐다.

아주 지옥 같은 시간이었지만, 강해진 자신을 시험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었다.

허수도 자신과 같은 심정일 터.

흥분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 눈에 선명히 보였다.

이준은 허수가 참마도를 꺼내는 걸 말리지 않았다.

흰 천에 싸인 참마도가 모습을 드러내자.

풍경만 구경하고 있던 박혁진이 눈을 반짝거렸다.

“허수 그 도는 뭐야? 엄청 좋아 보이는데?”

“이준 형님께서 손수 제게 내려주신 하사품입니다.”

“진짜? 좀 보자.”

“안 됩니다. 이건 저와 이준 형님만 볼 수 있습니다.”

허수가 참마도를 뒤로 숨겼다.

“이 형이 좀 본다는데 치사하게 그럴 거냐? 어? 나 준이 절친이야.”

“그래도 안 됩니다.”

“하 참. 허수 이놈 좋게 봤는데. 이렇게 나온다, 이 말이지? 그래 알았다. 나도 좋은 무기 있거든?”

박혁진이 파란색 검갑을 괜히 앞으로 내밀었다.

중간고사 2등으로 탄 무기.

뇌기를 지닌 검으로 뇌격검이란 이름을 가진 검존의 무기였다.

“제 참마도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참마도? 네 도의 이름이야?”

“네.”

“이름으로는 내가 이겼구만. 내 검은 뇌격검이라고 검존이라는 사람이 사용한 검이야. 이명 보면 딱 알지? 검의 지존이라는 대단한 분의 무기야.”

박혁진의 자랑에도 허수는 ‘훗’하고 말았다.

마치 가소롭다는 표정이었다.

그에 박혁진이 분해했다.

“네 건 뭔데? 뭐 S급 무기라도 되냐?”

뇌격검의 등급은 자그마치 AA급.

S급의 무기는 거의 없어서 AA등급의 무기가 제일 좋았다.

그렇기에 뇌격검은 최상위 아티팩트에 해당했다.

“참마도가 S급인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준 형님께서 가르쳐 주셨습니까?”

허수가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박혁진을 보았다.

악의 하나 없는 눈빛.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치였다.

* * *

박혁진은 계속 걸어오는 동안 이준을 들들 볶았다.

“아, 준아. 나도 저거랑 비슷한 거 주라? 응? 나도 너 쫄따구 한다니까?”

“너 줄 거 없어.”

“있잖아. 거짓말 치지 마. 저 참마도라는 것도 네 사부님이 알려주신 거 아니야? 응? 나도 S급 검 좀 가져보자.”

박혁진이 이준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혔다.

“그만 좀 징징거릴래?”

“정말 이러기야? 나 진짜 삐진다? 어? 나 삐져? 그래도 돼?”

“아휴. 징한 놈. 그래 졌다 졌어. 참마도 같은 거 찾으면 줄 테니까 그만 좀 해라.”

“역시. 넌 내 친구야.”

박혁진이 이준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목표를 달성해서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은 박혁진이었다.

“하, 이놈 괜히 데려왔어. 다른 애로 생각해 볼걸.”

사실 샥쿠나 로티틸로 대체해도 됐다.

샥쿠를 데려오면 더 쉽게 게이트를 깰 터.

오늘 박혁진을 이곳에 데려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몬스터보다 더 쓸모 있을 박혁진이었기에 데려왔지만.

이렇게 귀찮게 할 줄이야.

사실 박혁진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 좋은 등급의 무기 하나 쯤은 주려고 했다.

전생에서 자신의 편이 돼주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의 실력이라면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당장은 아니고, 느긋하게 생각하려 했는데 귀찮게 되어버렸다.

‘암상 회장님한테 물건 좀 찾아 달라고 해야겠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티팩트는 무수히 많았다.

미래를 알고 있는 이준이었기에 그중 하나만 골라 찾아주기만 하면 됐다.

물론 아무거나 던져주면 녀석이 바로 눈치챌 터.

박혁진이 좋아할만한 적당한 걸로 줘야 했다.

‘이런 거에는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이준이 속으로 말하는 사이.

보스 몬스터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허수 넌 골렘 처음 보지?”

“예. 5m는 넘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작은 것 같습니다.”

허수가 보고 있는 건 1스테이지 보스 몬스터인 대지 골렘이다.

크기는 3m 정도로 보통의 골렘보다 작았다.

그래도 몸 전체가 돌로 이루어져서인지 육중한 무게를 자랑했다.

쿵.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진동하는 땅.

멀리 있는 이준 일행에게도 그 울림이 전달되고 있었다.

“1스테이지는 쉬우니까 내 말만 잘 들어.”

“옙!”

이준이 허수와 함께 대지 골렘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이준은 이곳을 최대할 빨리 클리어하기 위해 허수와 박혁진에게 공략법을 가르쳐주었다.

“대지 골렘이 여러 색깔의 작은 골렘을 소환할 거야. 내공은 사용하지 말고 갈색 골렘만 골라서 부숴.”

“알겠습니다.”

허수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박혁진의 대답이 들려와야 정상이었지만, 아무 소리도 없었다.

이준이 박혁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저색! 아우 진짜!”

박혁진이 투명한 막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 숲 게이트가 특별한 이유.

타 게이트도 각자 공략 방법이나, 특별한 루트가 있지만 여긴 유독 심했다.

완전 게임의 형태.

보스 몬스터에게 어그로를 끌면 곧장 주위에 옅은 막이 생긴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제한 적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스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기 전엔 주변 동료가 옆에 잘 있는지 필수로 확인해야 했다.

이준은 공략법을 알면서도 설마, 하고 그 부분을 간과한 것.

“하, 저 새끼를 믿은 게 잘못이다.”

설마 딴짓거리를 하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저 멀리 이준의 눈에 들어온 박혁진.

손에 나비가 내려 앉아 좋다고 해맑게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외모가 되니 화보를 찍는 것 같았으나 이준에겐 머리를 한대 후려갈기고 싶은 행동이었다.

참,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없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박혁진의 손에서 나비가 날아갔다.

아쉬운 표정을 한 그가 주위에 이준과 허수가 없자.

“어? 벌써 보스 몬스터한테 간 거야? 미안, 미안. 금방 갈게.”

신법을 펼쳐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왔다.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투명한 막에.

퉁퉁.

뇌격검을 검집째 들어 막을 두드렸다.

“어? 준아. 이거 왜 이래?”

“이 미친놈아. 왜 빨리 안 와?”

“잠깐 나비랑 이야기 좀 했지. 나 좀 들여보내줘.”

“뭘 들여보내줘. 이미 보스 몬스터 어그로를 끌어버렸는데.”

1스테이지 보스 몬스터인 대지 골렘이 쫄따구들을 소환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냐?”

“너 새끼 때문에 리셋하게 생겼다.”

“오, 리셋도 돼? 그러면 빨리 해.”

박혁진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한 점 악의 없는 얼굴.

이 도른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괜히 서울 숲 게이트에 데려온 느낌이었다.

“내가 한 번만 참는다. 하.”

이준이 허리에 찬 작은 단봉을 꺼냈다.

“파멸겁.”

창의 이름을 나직하게 말하자, 봉이 핏빛 장창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보던 박혁진의 목소리에 감탄이 어렸다.

“와, 존멋. 준아. 나도 그런 무기!”

“그 입 닥쳐라. 혁진아.”

“넵.”

박혁진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아는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준은 녀석을 무시한 채 파멸겁으로 창기를 쏘아냈다.

쉬이익!

수 가닥의 창기가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대지 골렘에게 폭사했다.

콰쾅.

먼지가 걷혔다.

대지 골렘이 가루가 되어 박살나 있었다.

이준의 신위에 허수가 입을 떡 벌렸다.

“헉!”

박혁진을 막았던 투명한 막이 제거 되었다.

대지 골렘이 소환했던 각양각색의 미니 골렘도 허물어져 사라졌다.

“혀, 형님 혼자 1스테이지를 크, 클리어한 겁니까?”

“클리어는 무슨. 저 또라이 때문에 리셋 한 거지.”

지금처럼 백날 대지 골렘을 부수고 쪼갠다 하더라도 스테이지는 클리어 되지 않는다.

힘으로 가능했다면 그냥 혼자서 깨러 왔을 터.

박혁진이라는 혹을 데려올 생각을 했겠나.

“헤헤. 뭐 어떠냐. 경험 했다 치고 다시 하면 되지.”

“뻔뻔한 놈.”

이준이 박혁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보다 능력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그런지 창기도 제 위력이 안 나네요.’

[다 수련이라 하거라. 이 사부 때는 말이다. 네 태사부가 되시는 천극자께서 내공의 9할을 봉인한 채로 전쟁터에 던져 놓았으니라. 그때 사부의 나이가 지금 네 나이였느니라. 그러니 불평말고 공략에 임하거라.]

라떼 사부가 또 나왔다.

다행인 건 잔소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

더 말하기 전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요. 고금제일인인 사부님이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홀홀. 사부가 아느니라.]

* * *

이번엔 제대로 1스테이지를 클리어 하고 있었다.

퍼석.

박혁진이 뇌격검을 이용해 갈색 미니 골렘을 부쉈다.

“준아. 됐어.”

“그럼 이제 다시 대지 골렘을 쳐.”

이준과 박혁진 그리고 허수가 내공을 운용하지 않고 대지 골렘을 쳤다.

내공을 사용한다면 그냥 부서질 터.

그건 1스테이지 공략 방법이 아니다.

오로지 무기의 힘으로만 대지 골렘의 체력을 깎는 것.

이게 1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수 있는 공략법이다.

까강깡깡.

세 개의 쇳덩어리가 돌에 부딪쳤다.

불꽃이 주변으로 튀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우오오오오.”

대지 골렘이 몸부림을 쳤다.

녀석의 위에 표시된 체력 바.

빨간색이 간당간당 남아 있었다.

박혁진의 뇌격검이 마지막으로 가격한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대지 골렘이 부서졌다.

이준의 홀로그램에 메시지가 떴다.

[스테이지1 보스 몬스터인 대지 골렘을 파괴했습니다.]

[낮은 난이도의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250,000p를 획득했습니다.]

[다음 스테이지를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이준이 메시지를 껐다.

그리고 대지 골렘이 가루가 되어 사리진 곳을 봤다.

그 자리에는 녀석이 남긴 보상이 있었다.

그것도 이준이 신기지가에 주겠다고 한 무공서가 떡 하니 있는 게 아닌가.

고작 1스테이지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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