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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09화 (109/705)

제109화

파견대가 도착한 곳은 인왕산의 산 중턱이다.

“이곳에 게이트가 있었어?”

“지유야. 신기지가에서도 몰랐지?”

“네.”

그런데 하필 레드존 게이트.

도봉구에서도 레드존 게이트가 열리더니, 이곳 또한 레드존 게이트였다.

“병력을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마겁을 찾느라 도봉구에도 토벌대가 안 왔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박혁진과 박정연이 말하는 사이.

“뀨우.”

파랑이가 게이트로 들어갔다.

한지유가 파랑이를 따라 거침없이 안으로 따라갔다.

지잉-

한지유가 포탈에서 나왔다.

수천 개의 계단이 그녀의 눈에 보였다.

파랑이가 계단을 올랐다.

그녀도 신법을 펼쳐 위로 올라갔다.

어느새 정상.

사찰로 보이는 곳이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뀨우….”

파랑이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남자의 주변을 맴돌았다.

한지유도 그를 볼 수 있었다.

“이준!”

옷이 너덜너덜한 혈인.

피를 잔뜩 뒤집어쓴 채, 심한 상처를 입고 있는 남자는 이준이었다.

한지유가 이준을 향해 달려갔다.

그를 안아 드는데.

“아직 죽지 않았어.”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있었다.

한지유는 항상 지니고 다니는 치료 약을 꺼냈다.

뚜껑을 열어 이준의 입에 조금씩 넣었다.

꿀꺽꿀꺽.

그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빨간 액체.

뱀파이어의 피로 만든, 상처약이었다.

B급 이상의 상급 약이라 재생 효과가 뛰어났다.

약을 마셨음에도 이준은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안 되겠어. 치료실로 옮겨야 해.”

한지유가 이준을 들쳐 업으려 할 때였다.

“혼자 먼저 가면 어떡해. 위험할… 준이?”

박정연이 한지유를 나무라다 말았다.

그녀의 눈에도 피투성이가 된 이준이 보였기 때문.

박정연이 놀란 채 이준에게 왔다.

“어떻게 된 거야?”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왔을 때는 이준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

“치료 약은 먹였어?”

“네. B급 치료 약을 먹였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요.”

박정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제, 제가 내공을 북돋아 볼게요.”

서혜지가 나섰다.

그녀의 포지션은 의원.

각성자의 상처를 치료하는 서포터였다.

서혜지가 중간고사 1등 상품으로 얻은 음양침을 꺼내 들었다.

빨간색 침에 내공을 주입한 후, 이준의 몸에 꽂았다.

웅웅.

침들이 서로 연결을 하며 내공을 일으켰다.

이준의 몸에 붉은 기운이 올라왔다.

양기가 생성되고 있다는 증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서혜지가 붉은 침을 회수했다.

그리고 파란 침을 다시 꽂아 넣었다.

전에는 붉은 기운이 맴돌더니 이번엔 푸른 기운이 올라왔다.

“후우우.”

집중하고 있던 서혜지가 숨을 내쉬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음기와 양기를 번갈아 가며 북돋웠다.

생기를 잃은 이준의 얼굴이 혈색을 찾았으나, 곧 서혜지가 인상을 찌푸렸다.

간신히 음양의 기운을 북돋웠는데, 기운이 흩어지려 한다.

“저로는 무리인 것 같아요. 준이를 빨리 치료실로 데려가야 해요!”

서혜지가 음양침을 모두 회수하며 말했다.

“내가 이준을 업을게.”

박혁진이 이준을 들쳐 업었다.

그대로 왔던 길을 돌아가는 박혁진.

파랑이와 한지유, 그리고 박정연이 따라나섰다.

서혜지가 운공에 들어갔다.

치료를 하고 나면 내공 소모가 극심해, 운공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쌓았던 내공을 잃을 수 있었다.

그녀의 운공이 끝날 때까지, 나머지 학생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중국 같죠?”

“이런 게이트는 처음이에요.”

그동안의 게이트는 중세 쪽 배경 위주로 나왔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게이트.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파견 나온 지역을 이탈하고 온 게이트가 레드급인 것도 모자라 중국 배경이었다.

보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리기까지 한 차경진이다.

“선생님. 저거 준이 무기요.”

혈전창이 바닥에 있었다.

“가져가야겠습니다.”

“제가 가져올게요.”

남선호가 혈전창을 집었다.

그의 눈에 또 다른 병기가 잡혔다.

굉장히 강렬해 보이는 창.

누구든 혹하고 탐낼만한 무기였다.

남선호는 자신도 모르게 저편에 놓여 있는 무기를 집으려 했는데.

팟-

잡으려는 순간 무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엇.”

“막대기가 사라졌어.”

“너도 봤어?”

“응.”

독화와 철룡이 눈을 비비며 다시 바닥을 보았지만, 파멸겁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귀, 귀신?”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뒤로 물러났다.

“차 선생님. 이제 돌아가시죠.”

“이준도 구했으니, 몬스터가 나오기 전에 나가시는 게.”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차경진이 두 사람의 말에 동의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레드존 게이트.

몬스터가 출몰하면 몰살을 당할 수 있기에 밖으로 나가는 걸 택했다.

남선호는 조금 전 자신이 봤던 무기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순간 정신을 지배당하는 느낌이었어.’

마치 자아를 잃어버렸다, 랄까.

조금 전의 일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 * *

꿈을 꾸었다.

무복을 입은 백발 남자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남자의 발밑은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온전한 시체가 없는 대지.

짓이겨지고 뜯기고 터졌다.

누구의 내장인지 분간이 안 갈 만큼 어지럽혀 있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백발 남자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라. 아직은 만날 때가 아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남자의 눈이 회안으로 빛났다.

그와 함께 이준의 눈이 번쩍 떠졌다.

“흐읍! 크으윽.”

상체를 일으키던 이준이 오른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적의 수도에 의해 관통된 부위.

고통이 엄청났다.

“…죽겠네.”

아픔을 잊기 위해 혼원신공을 끌어 올리려 했지만.

벌컥-

문이 열렸다.

문 앞에 한지유가 물병을 들고 서 있었다.

이준이 깨어난 게 당황스러운지,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게 아닌가.

한지유가 흔들리는 감정을 붙잡으며 말했다.

“깨어났어?”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이준은 한지유가 동요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한지유의 얼굴.

얼마나 자신을 걱정했는지, 초췌해 보였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뭔가 청초하달까.

무튼 그런 느낌이다.

“응. 어떻게 된 일이야?”

“우선, 선생님 불러올게.”

한지유가 물병을 든 채 선생님을 부르러 갔다.

잠시 후.

한지유와 의사 선생님이 같이 왔다.

이곳은 특수한 병원.

의원의 포지션에 있는 각성자들이 의사로 있는 치료원이다.

“음….”

“어떤가요?”

“좋습니다.”

“네?”

“오른쪽 가슴에 뚫렸던 상처도 아물었고, 엉켰던 기혈도 풀렸습니다.”

“벌써요? 아직 3일밖에 안 지났는데.”

이준이 치료원으로 실려 온 지 단 3일.

그가 입은 상처대로라면 적어도 한 달은 요양해야 한다.

그런데 3일 만에 상태가 좋아졌다니.

아무리 회복력이 대단한 각성자라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미천왕신공이란 S급 신공 덕분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준이 피식 웃었다.

수미천왕신공은 무슨.

자신의 내부에서 움직이는 기운은 수미천왕신공이 아닌, 혼원신공이다.

부지런하게 몸 구석구석을 움직이며 치료하고 있는 기운들.

의사가 각성자라도 혼원신공은 찾을 수 없을 터.

그러니 수미천왕신공이라 단정 짓는 거다.

“제가 할 건 없군요. 이대로 쉬시면 일주일 내로 완쾌하실 겁니다. 그럼.”

의사가 병실을 나갔다.

한지유는 자신이 너무 오버를 한 게 아닐까 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파랑이가 날 찾아왔어.”

“파랑이?”

“꾸우.”

이준이 덮고 있는 이불 아래.

파랑이의 귀가 축 처진 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없는 척했어?”

“꾸우.”

파랑이가 계속 이불 속으로 숨었다.

녀석은 주인을 도와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는 것.

이준이 녀석을 안았다.

“으이구. 기는 왜 죽어 있어.”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지유를 보았다.

“그동안 네가 병간호해 준 거야? 고마워.”

“돼, 됐어. 이, 이것도 네가 우리 신기지가의 식객으로 들어와서 해 준 거야.”

“아, 그래? 이거 매일 아파야 되겠는데?”

“죽는다.”

한지유가 쌍심지를 켜며 노려봤다.

뜨끔한 이준이 한지유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파랑이가 너한테 갔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어?”

“있었지.”

“누구?”

“정연 언니랑 혁진이 차 쌤…”

철룡 진경수 선배와 독화 정예나 선배까지.

전부 같이 있었다고 한다.

“…파랑이가 몬스터인 거 다 들켰겠네.”

“응.”

사실 서혜지가 말 안 해도 될 걸 말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이제 꼭 파랑이의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파랑이가 레드급 몬스터인 건 아무도 모르잖아.”

이준이 말 안 하고 파랑이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사실이다.

“언젠간 들키게 될 거야.”

“그건 그때 생각하지 뭐. 그보다 내가 누워 있는 기간 동안 무슨 일 없었어?”

“있었지.”

한지유는 도봉구에 레드급 몬스터가 나와 파견 나온 일.

아직도 마겁을 찾지 못한 일하며, 쓸모없는 자잘한 일까지 모두 말했다.

그녀의 입은 쉬지 않고 조잘거렸다.

그럴 때마다 이준의 얼굴은 굳어져만 갔다.

* * *

한지유가 돌아가고 병실에 혼자 남은 이준.

“이것들이 내가 없을 때 사고나 치고 윽!”

경고 없이 몸을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지. 다시 아픔이 느껴졌다.

이준은 혼원신공을 움직여 고통을 날려 버리려는데.

“어?”

대해같던 혼원신공이 현저하게 줄어든 게 느껴졌다.

“아니겠지.”

이준은 허공에 손을 내리그으며 상태창을 불러왔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 제자 (외2)

이름: 이준

나이:18

잠재력: 등급 외(현재:AA)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무극군림보(SS), 무극창법(SS)

일반 스킬: 흡혈마공(A), 천왕보(B), 수미천왕신공(S),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4대 성지 금역의 주인(S), 투신체(SS)(외7)

테크트리 포인트 4,180,000

[능력치]

체력: 391/500(-100)

신체: 423/500(-100)

힘: 450/500(-100)

민첩: 440/500(-100)

-특수항목-

내공: 593/1000(-300)

정신력: 358/500

명성: 10800(유명)

우호도: 사대성지(적대), 스케먼(복종), 페어리(신뢰), 샤크로아(두려움)

-상태-

전투력 +150%, 모든 속성 친화력 +70%, 마기 저항력 +35%, 모든 속성 저항력 +100%, 내공 회복력 +15%

“설마 했는데, 페널티가 부과됐네.”

모든 능력치가 하락했다.

내공은 무려 -300.

AA급 능력을 가졌던 자신이 A급으로 떨어졌다.

혈불이란 천외천을 잡은 후유증.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검제와 비슷한 경지에 있는 사람을 잡았다.

안 죽고 이만한 게 어딘가.

살아 있는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귀에서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크흡….]

뭔가 익숙한 소리.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들렸다.

“사부님?”

이준이 무극자 사부를 불렀다.

[크흡… 불렀… 크흡… 느냐?]

“설마 우시는 거 아니죠?”

[이 크흑… 고금제일인이자 크흡… 감정이라곤 눈곱만도 크흡… 없는 노부가 말이냐…?]

무극자 사부가 아주 흐느끼고 있었다.

거의 통곡 수준.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숨겨주자.

“아 옙. 전 설마 우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준의 무심한 말에 감정이 팍 상했는지, 무극자 사부의 호통이 들려왔다.

[가아아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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