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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08화 (108/705)

제108화

“허수?”

“걔가 누군데?”

“준이가 데리고 다니는 후배.”

“준이가 데리고 다니는 후배가 저기서 왜 나와?”

박정연이 허수와 박혁진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몬스터 측정기를 보니 입구로 몬스터들이 몰려드는 게 아닌가.

저 허수란 애의 뒤로 말이다.

모두가 혼란스러워했다.

파견대는 허수를 유심히 봤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쟤 뭐 하고 있는 거야?”

박정연이 허수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치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옆에서 박은비가 홀로 중얼거렸다.

“혹시… 주변에 떨어진 게 없나 탐사하나?”

그녀의 목소리에 시선들이 모여들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차경진이 박은비의 말에 호응했다.

“네?”

“게이트가 새로 생기면 달려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누군지 아시죠?”

“아.”

“채광꾼!”

“그래, 채광꾼들은 위험한 게이트에는 못 들어가니까 게이트 밖에서만 마정석을 캐잖아. 게이트가 새로 생겼다는 소식은 채광꾼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나타나긴 한다 들었어.”

7층 높이의 얼음벽이 나타났다면 그 안에 질 좋은 마정석이 많을 터.

채광꾼들이 이 기회를 놓치기란 쉽지 않았다.

더욱 박혁진의 말이 근거를 뒷받침해줬다.

“준이한테 들어보니까, 허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가장 노릇을 한데.”

“무사고에서 지원 나온 금액이 있을 텐데?”

박정연이 되물었다.

무사고는 엘리트 각성자만 모이는 학교다.

다른 각성자 고등학교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 명문.

입학하기만 해도 지원금은 충분히 나왔다.

물론 지급된 교복과 특수활동비, 분기별로 내는 교육비 등.

지출이 많긴 하지만, 장학금으로 충분했다.

학교에서 실습과 시험 때 나간 게이트에서 얻은 물건은 모두 학생들의 소유.

이걸로도 돈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박정연은 이해할 수 없는 눈치였다.

“허수한테 동생들이 꽤 많아.”

“몇 명인데? 세, 네 명이라도 돼?”

“일곱 명.”

“아.”

“꽤… 많구나.”

“그리고 허수는 일반 각성자야. 장학금도 딱 허수가 학교에서 버틸 수 있게끔만 나와. 중간이나 기말에 성적을 내서 장학금 포인트를 획득해야겠지만… 이번에 천무대전에 참가하지 않았데.”

모두가 박혁진의 말을 이해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공통된 생각이 떠올랐다.

천무대전에 참가해서 성적을 내는 대신, 레드존 게이트를 발견해 마정석을 캐는 것.

위험천만한 일이긴 하나, 마정석을 얻는다면 돈은 확실히 됐다.

기말고사인 천무대전은 일반 각성자가 좋은 성적을 얻기란 힘든 구조였다.

상위권을 차지한 이들은 모두 다 15가문 연맹의 자제들.

이번에만 유독 이변이 일어난 거다.

“허수의 저 위험한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 가기 시작했어요.”

파견 나온 학생들 모두가 수긍하기 시작했다.

“쌤, 어떻게 해요?”

박혁진이 차경진에게 물었다.

저대로 놔둘 거냐는 이야기였다.

“허수 학생은 자신의 뒤에 몬스터가 따라붙었다는 걸 모르고 있는 상태일 겁니다.”

“그러면 허수부터 구하죠.”

“최대한 몬스터와의 충돌은 피하고 허수 학생만 데리고 오는 겁니다.”

“예.”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곤 허수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 * *

한편 허수는 샥쿠의 목소리에 우뚝 서야만 했다.

[감시하는 인간들이 나타났다.]

[헉.]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태연한 척해라.]

[샥쿠 님과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합니까.]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

허수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샥쿠가 몸을 돌려 로티틸과 테구를 향해 말했다.

“너희도 느껴졌지?”

-네….

“적입니까?”

“아무래도 우리를 찾은 것 같다.”

몬스터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최대한 이곳의 일을 빨리 마무리 짓고 게이트로 돌아가려 했는데, 벌써 인간들에게 들킨 모양이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요.”

“방법이 있나?”

“처음 이곳에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주인님의 게이트로 돌아갈 입구를 만들어 놨습니다요. 헤헤.”

“역시! 괜히 주인님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은 게 아니었구나. 굉장해.”

“과찬입니다요. 제가 빨리 입구의 문을 열겠습니다.”

테구르가 게이트를 만들어 놓았던 곳으로 갔다.

건물 옆 작은 창고.

그곳에 4대 성지의 금역으로 통하는 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테구르가 창고의 문을 재빨리 열었다.

그런데.

“헉!”

“왜 그러냐?”

“이, 입구의 문이 잠겼습니다.”

“뭐?”

샥쿠와 로티틸이 달려와 확인했다.

“으음…”

“정말… 닫혀 있어요.”

창고 안에 있는 포탈은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다.

게이트의 주인이 입구를 닫았다는 표시였다.

“이제 어쩌죠?”

로티틸이 샥쿠를 보며 말했다.

“여기서 우리들이 뿔뿔이 흩어진다면 인간들이 우리를 더욱 경계를 할 거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문이 열릴 때까지 여기에 있는 수밖에 없겠어.”

“인간들이 안 쳐들어올까요?”

“못 쳐들어오게 해야지.”

샥쿠가 손에 든 창을 꽉 붙잡았다.

로티틸의 얼굴도 굳은 의지를 보였다.

-저도 돕겠어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여길 막아야겠다.”

샥쿠가 폐차장 가운데로 갔다.

쿵.

창을 바닥에 꼽자, 대지가 흔들렸다.

샥쿠의 몸에서 냉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주변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한기.

공기가 급격히 내려갔다.

로티틸은 아이들과 스케먼들을 샥쿠의 한기로부터 보호했다.

웅웅.

따스한 기운이 허수의 동생과 스케먼들을 감쌌지만, 샥쿠는 레드급 몬스터 중에 중간 보스였다.

대단한 힘을 지닌 몬스터.

블루급 보스 몬스터인 로티틸이라도 샥쿠의 힘을 버티긴 힘들었다.

“이제 됐다.”

그나마 샥쿠의 몸에서 냉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은 덕에 얼어붙어 죽지 않을 수 있었다.

폐차장의 하늘은 뚫려 있었으나 이젠 그곳을 얼음벽이 대신했다.

“이제 주인님이 게이트를 열어 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샥쿠는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때 테구르가 비명을 질렀다.

“악!”

뒤로 벌러덩 넘어진 테구르.

잠겨 있던 게이트의 쇠사슬이 풀리며 안에서 작은 물체가 튀어나왔다.

“파, 파랑이 형님?”

갑자기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서 놀란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였다.

평소의 파랑이가 아니었다.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청화와 암화를 번갈아 활활 태우는 모습.

테구르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제일 강한 샥쿠조차 몸이 경직됐다.

“금역의 주인이시어….”

샥쿠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금역의 주인이 노하고 있단 생각에 몸을 최대한 낮췄다.

파랑이가 주변을 둘러보다니 어떤 기운을 하나 찾은 듯.

번개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갔다.

쾅!

얼음벽으로 사방이 막혀 있었지만 파랑이에겐 그저 한낱 장애물에 불과했다.

샥쿠의 마력 얼음벽을 가뿐히 깨부수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샥쿠가 홀로 중얼거렸다.

“여, 역시. 금역의 주인. 엄청나시군.”

* * *

얼음벽에서 나온 허수가 건곤미허신공을 움직였다.

그러자, 샥쿠의 말대로 기척이 느껴졌다.

자신이 있는 곳으로 접근해오는 기운들.

각성자였다.

허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자신 때문에 샥쿠 님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밖으로 나왔다.

모두가 자신 탓.

여기서 일이 더 커지면 안 됐다.

그렇게 되면 이준 형님을 볼 면목이 없어진다.

점점 가까이 오는 이들을 본 허수의 눈이 커졌다.

“어?”

허수 앞에 도착한 이들.

무사고의 차경진 선생님과 선배님들이었다.

“허수야, 괜찮아?”

“네?”

“무사하냐고.”

“전 당연히…”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예?”

허수가 계속 반문하자, 박혁진이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네 뒤에 몬스터들이 달라붙었어. 쫓아오는 것도 모르면 어쩌자는 거냐.”

박혁진이 허수의 팔을 잡았다.

허수를 끌고 가려는데 뒤편에서 폭음이 일어났다.

쾅!

“젠장. 늦었어, 피해!”

박혁진 뒤를 돌아봤다.

먼지구름을 뚫고 나온 물체가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들었다.

목표는 한지유.

그녀가 휘연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가 질끈 눈을 감았는데 푹신한 게 가슴에 느껴지는 게 아닌가.

천천히 눈을 떴다.

“파… 랑이?”

“뀨뀨!”

레드급 몬스터가 득실한 곳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파랑이였다.

녀석이 한지유의 기척을 느끼고 달려든 거다.

“뭐야?”

“강아지가 왜 저기서 나와?”

파랑이를 모르는 박혁진과 박정연이 의문을 표시했다.

철룡과 독화도 같은 표정이었다.

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파랑이는 한지유에게 무언갈 계속 말했다.

“뀨뀨! 뀨!”

“이준은 어디 가고 혼자 있어?”

“뀨뀨!”

파랑이가 한지유의 몸을 타고 내려갔다.

신발을 입으로 잡아끌었다.

“널 따라오라고?”

“규.”

파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장서서 달렸다.

한지유가 안 따라오자.

“뀨우.”

그녀를 보고 울었다.

“알았어. 따라갈게.”

한지유가 차경진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저 아이를 따라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임무 중입니다.”

차경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갑자기 나타난 작은 강아지가 나타났다.

고작 애완견 때문에 임무를 포기한다니.

아무리 신기지가의 금지옥엽이라지만, 마음대로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선생님 그게….”

“저 아이 준이가 키우는 동물이에요.”

“그게 임무랑 무슨 상관입니까?”

차경진은 신력권가의 사람이지만, 이준의 이름이 나왔다 하더라도 봐줄 생각은 없었다.

“임무에 빠진다면 학교 성적에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이 아니고… 준이가 키우는 몬스터예요.”

결국 이준이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한 걸, 서혜지가 발설해 버렸다.

“네?”

“저 아이 강아지가 아니고 몬스터예요. 그것도 청호.”

차경뿐만이 아니라, 박정연을 포함한 파랑이의 정체를 모르는 모두가 놀랐다.

“준이가 몬스터를 키워? 너 알고 있었어?”

“몰랐지. 이 치사한 자식. 나 몰래 저렇게 귀여운 몬스터를 키우고 있었다는 거야? 만나기만 해 봐라. 죽었어!”

박혁진은 파랑이가 레드급 몬스터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화이트 등급인, 낮은 몬스터라고 여길 뿐이다.

그보다 박혁진보다 더 화가 난 사람이 있었다.

박정연.

이준과 연관된 몬스터를 한지유만 알았다는 것.

아니, 한지유만이 아니라 박은비와 서혜지란 후배도 알고 있었다.

한지유에게도 모라자, 두 후배에게까지 밀렸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열불이 터져 나왔다.

“요즘 잘해줬더니. 준이 얘가 한눈을 팔고 있었네. 그렇지 혁진아?”

“응? 아, 음… 그런 것 같아.”

박혁진이 움찔했다.

누나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던 것.

이때는 절대 놀리면 안 된다.

놀렸다간 최하 사망 각.

잠자코 맞장구나 쳐주는 게 최선이다.

“준이가 나빴지.”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거야. 뭐해? 안 따라가?”

박정연은 자신이 임무를 하고 있단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그녀의 우선순위.

강아지처럼 귀엽게 생긴 몬스터가 이끄는 곳에 있는 이준이 먼저였다.

박정연이 움직이자, 나머지도 발걸음을 뗐다.

차경진이 고민에 빠졌다.

‘임무는 어쩌지? 저 레드급 몬스터 사이에서 나온 걸 보면 저 몬스터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이준과 연관 있는 몬스터.

차경진은 저 귀여운 강아지가 결코 화이트 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준은 언제나 사람들의 생각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

그가 키우는 몬스터라면 필시 범상치 않을 거라 여겼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임무를 포기하고 학생들을 따라가야 할지.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파견대 모두가 박정연을 따라나서자, 자신도 이에 합류했다.

‘난 인솔자로서 저들을 따라나서는 거야. 절대 내 사심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야.’

그렇게 파랑이가 이끄는 곳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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