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샥쿠의 등장에 모두가 긴장했다.
그는 레드급 몬스터다.
일반 몬스터도 아닌, 중간 보스급.
로티틸이 블루존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라지만, 레드존 게이트의 일반 몬스터보다 못했다.
등급이 위로 갈수록 차이가 큰 몬스터들.
그래서인지 샥쿠가 등장한 것만으로 테구르와 로티틸이 긴장했다.
안 그래도 샥쿠와는 어색한 테구르와 로티틸.
중압감을 뽐내는 샥쿠가 상당히 무서웠다.
그건 허수도 마찬가지다.
그의 등급은 C급밖에 안 됐다.
이준과의 수련으로 곧 B급으로 올라설 허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로티틸에게 한주먹거리였다.
그 정도의 실력 차이가 있는데, 레드급 중간 보스인 샥쿠는 어떻겠는가.
허수의 몸이 뻣뻣해졌다.
잔뜩 긴장한 탓이다.
사회생활은 기깔나게 잘하는 테구르가 먼저 나섰다.
“헤헤. 부르셨습니까. 샥쿠 님?”
로티틸에게 했던 자세보다 더 낮은 태도를 선보였다.
샥쿠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입을 연 테구르.
그를 향해 샥쿠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를 가는 거지?”
“그게 말이죠…. 밖에 잠시 나갔다 올까… 히에엑!”
테구르의 말에 샥쿠가 레드급 보스 몬스터의 위엄을 토해 냈다.
“주인님의 허락도 없이 게이트 밖으로 나간단 말이야?”
상어 대가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몬스터.
창을 꼬나 쥐고 있는 모습이 생선 인간 같았지만.
신장 같은 기세를 토해냈다.
로티틸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테구르는 땀을 뻘뻘 흘렸다.
몸이 사정없이 떨리며 무릎을 꿇었다.
상위 몬스터에게는 더한 공포를 느끼는 게 하위 몬스터의 숙명.
로티틸과 테구르가 공포에 빠져 있을 때.
“무슨 일인가요?”
그들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4대 성지의 금역에서 파랑이를 제외하면 제일 강한 몬스터.
무극자가 키웠던 영물이자, 천중호수의 보스 몬스터인 만년금구 황금이었다.
황금이의 뒤에 새끼로 보이는 아주 작은 자라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어미를 따라 뭍으로 나온 황금이의 새끼들
색깔도 황금이를 닮아 황금색이었다.
샥쿠는 황금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곧장 무릎을 꿇어 부하가 상관에게 보고하는 듯.
상황을 설명했다.
“이놈들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게이트 밖으로 나가려 하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경고를 주고 있었습니다.”
“정말인가요?”
황금이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보기만 해도 오싹하게 만든 눈빛.
샥쿠를 대할 때보다 더한 두려움이 찾아왔다.
로티틸과 테구르가 입도 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이분들은… 저, 저를 걱정해서… 같이…”
“허수 님을요?”
“네…”
“테구르가 말해 보세요.”
“그, 그게.”
“금구 님이 묻지 않나! 어서 똑바로 고하지 못하겠느냐!”
샥쿠가 테구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위계질서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샥쿠의 행동이었다.
샥쿠의 호통에 테구르가 기겁을 했다.
“샥쿠는 가만히 있어.”
“넷!”
황금이의 한 마디에 샥쿠가 입을 다물었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 대는 샥쿠를 단숨에 휘어잡은 만년금구.
테구르는 이곳의 실세인 만년금구에게 게이트 밖으로 나가려는 이유를 자세히 말했다.
테구르의 말을 듣고 있는 황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이 없는 지금… 허수를 잘 챙겨야 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그랬군요. 그러면 다녀와야겠네요.”
“네?”
“이준 공자님은 허수 님을 아끼시잖아요. 테구르 말처럼 허수 님이 밤늦게 귀가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며 근심이 크실 거예요. 이준 공자님이 안 계실 때 허수 님을 안전하게 지키는 건 옳은 생각이에요. 테구르, 잘했어요.”
황금이의 칭찬이었다.
레드급 보스 몬스터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테구르였다.
“샥쿠.”
“네.”
“테구르와 로티틸로는 불안하니. 너도 함께 갔다 와.”
“알겠습니다.”
샥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수와 테구르, 로티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서 네 집으로 안내해라. 내가 직접 호위를 해 주겠다.”
“샤, 샥쿠 님도 같이 갑니까?”
“만년금구 님의 명이시다. 감히 거부하겠다는 거냐?”
“아, 아닙니다.”
허수가 입을 떡 벌렸다.
테구르를 시작으로 로티틸, 거기다가 레드급 중간 보스인 샥쿠까지.
게이트 밖으로 나온다고 하니 일이 커졌다.
이대로 괜찮을까.
벌써 걱정이 앞섰다.
* * *
정말 다행히 집까지 오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움직인 허수와 몬스터들.
A급 각성자라도 그들을 찾지 못했다.
“여기가 저희 집이에요.”
“여기가 말이야? 쓰레기장이 따로 없군.”
샥쿠의 직설적인 말에 허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쓰레기장, 똑바로 보았다.
허수의 집은 폐차장이다.
달동네에서 살았던 그가 이준에게 마정석을 받아 옮긴 집이 폐차장이었다.
마정석으로 좋은 집을 사고 싶었지만, 집값이 엄청났다.
서울 변두리 외각의 집값이 무려 30억. 몬스터의 재해로부터 영향이 없으려면 그 정도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터무니없는 가격.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출몰하고부터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때문에 허수가 달동네를 나와 고른 집이 이 폐차장이었다.
몬스터의 재해로부터 영향이 없는 곳.
대식구가 살아도 될 만큼 큰집.
폐차로 이루어진 공간이지만, 허수에겐 안성맞춤인 곳이다.
“샤, 샥쿠 님. 마, 말씀이 좀.”
마음씨 착한 로티틸이 샥쿠를 향해 말을 더듬었다.
“이게 쓰레기장이 아니면 아니고 뭐지?”
“그래도… 허수가 마음 아파할 거예요.”
로티틸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너흰 이 쓰레기 같은 집을 보고 느끼는 게 없나?”
“네?”
“무, 뭐를 말입니까?”
로티틸과 테구르가 고래를 들어 샥쿠를 보았다.
“주인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말이다. 우린 멋진 집과 식량을 가지고 있지. 허수도 주인님이 아끼는 놈이지만, 우리와는 대우가 달라. 이 집을 보면 알 수 있지.”
바깥 부동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샥쿠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로티틸과 테구르가 감동했다.
“마음씨 착한 우리 주인님…”
“저같이 미천한 스케먼까지 살려주고, 집까지 주신 걸 보면… 흑흑. 주인니이임!”
저들끼리 신파극을 찍는 몬스터들이었다.
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준을 더 좋게 생각하는 그들.
굳이 바로 잡아줄 필요가 없기에 가만히 놔뒀다.
“그러면 전 들어가 볼게요. 모두 조심히…”
“형아다!”
“오빠아아아!”
폐차장에서 어린아이들이 달려왔다.
한 명, 두 명… 일곱 명.
허수는 무려 8남매 중 장남이었다.
어린 동생들이 허수에게 달려와 안겼다.
그런데 젖병을 물고 있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 몬스터?”
모두의 고개가 샥쿠와 로티틸 테구르에게 돌려졌다.
각성자에게 들키지 않았던 세 마리의 몬스터였는데.
허수의 동생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로티틸과 테구르는 물론, 샥쿠까지 얼음이 되었다.
“어? 몬스터다.”
“우와. 상어 인간이야!”
허수의 어린 동생들이 샥쿠에게 달려들었다.
“광일아! 가면 안 돼!”
허수의 둘째 동생이 아이들을 불렀지만, 그 말을 무시했다.
“짱 멋지다.”
“저기요. 정말 입에서 불도 뿜어내요?”
“불보단 광선이 짱이지!”
겁도 없는 허수의 동생들.
얼어붙어 있었던 샥쿠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흥. 불과 광선? 얼음이 최고다.”
“에이. 얼음은 춥기만 하고 별거 없던데.”
“맞아. 난 광선이 좋다구요.”
“어린놈들이 아직 뭘 모르는군. 잘 보거라.”
샥쿠가 들고 있는 창을 바닥에 쿵 하고 찍었다.
쩌어어억!
그의 발밑에서 시작된 냉기가 바닥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폐차장에 있는 자동차들이 얼어붙으며 얼음벽이 만들어졌다.
“꺄아아!”
“신기하다.”
“상어 인간 아저씨 짱이다.”
“훗. 이건 내 힘의 절반에 반에 반도 보이지 않았다.”
“나 이제부터 상어 인간 아저씨 팬 할래.”
“나도 나도.”
아이들이 달라붙자, 싫지 않은 듯 샥쿠가 득의양양해했다.
“샤, 샥쿠 님. 여기서 마력을 사용해도 되나요?”
“흥. 내가 마력을 사용한다는데 감히 어떤 놈들이 막는단 말이냐. 봐라. 쓰레기장이었던 곳이 얼음 성으로 변하지 않았느냐.”
“여, 역시 샥쿠 님입니다. 인간들을 무서워하지 않은 대범함. 저도 본받아야겠습니다. 헤헤.”
테구르가 시도 때도 없이 아부를 떨었다.
몬스터들은 다 칭찬에 약한 것 같았다.
로티틸도 그러더니, 샥쿠 또한 기분 좋은 얼굴을 했다.
“너도 나처럼 강해지면 된다.”
“아무렴요. 헤헤.”
“그보다 너희들.”
샥쿠가 테구르와 로티틸을 불렀다.
“옙!”
“말씀하세요.”
“우리만 주인님께 보살핌을 받을 수 없지 않느냐.”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우리는 주인님의 은덕에 좋은 집과 식량을 얻을 수 있지만, 허수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주인님이 우리를 더 신경 써 주시느라 허수는 뒷전이었다는 거지.”
그제야 샥쿠의 말을 이해한 로티틸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 샥쿠 님 말씀은 저희가 허수 님을 챙기자 이 말씀이시죠?”
“그렇지.”
“좋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어떻게요?”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
샥쿠가 말을 하면서 테구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 * *
에에에엥!
신기지가의 정보단체 있는 건물.
비각에는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어디야?”
“도봉구에서 몬스터의 마력이 감지됐습니다.”
“등급은?”
“…레드급 몬스터입니다.”
“미친! 도봉구는 게이트에 뚫린 적이 없는 청정구역이잖아?”
몬스터 레이더를 보고 있던 비각의 비선들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레드급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왔다.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
레드급 몬스터를 막으려면 A급 각성자로 이루어진 부대를 구성해야 했다.
“어떻게 합니까?”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는 가문은?”
“A급 각성자를 구성할 수 있는 가문은 현재… 없습니다.”
“젠장! 마겁이 도난당했을 때 하필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나오다니.”
서울에 위치한 가문이나 길드는 전부 마겁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심지어 사마련도 은밀히 찾는 중이다.
마겁은 검제도 수수께끼라고 말한 물건. 비밀만 풀 수 있으면 엄청난 기연을 얻을지 모른다는 환상을 가졌다.
그러니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것.
이 때문에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그게 아니더라도 A급 각성자만으로 구성된 인원을 편성할 수 있는 곳은 큰 가문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칫. 우리라도 가 봐야 하나?”
“선배님. 무사고는 안 됩니까?”
“무사고?”
“네. 상위 랭킹에 있는 학생들은 현역 각성자보다 강하지 않습니까?”
“맞아! 학생들이 있었지?”
“당장 지원 요청해.”
“네!”
* * *
그 시각.
샥쿠를 비롯한 몬스터들이 게이트로 돌아왔다.
“잘 데려다주고 왔어요?”
“예! 금구님. 아주 잘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그런데 다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
“그건 아닙니다. 그저 허수의 집을 손볼까 합니다.”
“손을 봐?”
“네. 주인님이 저희들한테만 신경 써서 그런지, 허수의 집이 엉망이었습니다. 주인님이 허수의 집 상태를 보면 근심을 할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집을 손볼까 합니다.”
여전히 오해를 하고 있는 샥쿠.
자신이 보고 느낀 걸 그대로 만년금구에게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준 공자님의 걱정을 덜어주는 건 우리들의 일이지. 샥쿠가 이번 일은 알아서 해.”
“맡겨만 주십시오.”
샥쿠가 자신 있게 말했다.
만년금구는 샥쿠가 대형 사고를 친지도 모른 채, 그에게 전권을 위임해 버렸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