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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03화 (103/705)

제103화

이준은 파랑이를 따라 박물관을 나왔다.

호수를 지나 담장을 넘었다.

학교 바깥.

혼원신공과 비슷한 기운을 맡으며 빨빨 움직이는 파랑이였다.

녀석을 따라 도착한 곳은 사찰이었다.

‘이곳에 절이 있었나?’

이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있는 곳은 종로의 인왕산이었다.

절이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 만들어졌는지.

작은 사찰이 보였다.

이준이는 파랑이를 따라 절 입구로 들어갔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던 파랑이가 멈췄다.

‘여기야?’

“뀨우.”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없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대웅전 뒤편에는 이렇다 할 흔적이 없었다.

‘여기가 진짜 맞아?’

“뀨우.”

파랑이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이곳이 맞다면 흔적이 있어야 할 터.

조금 더 자세히 바닥을 살폈다.

혼원신공의 기운을 사용하여 안력을 높였다.

‘있다!’

그러자 바닥에 정말 희미하게 새겨진 족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준은 그 발자국을 따라 움직였다.

대웅전 뒤편.

풀숲 사이에 산으로 올라간 흔적이 있었다.

그 흔적을 따라 산 중턱까지 올라갔지만.

“여기서 끊겼어?”

미세한 흔적조차 증발한 듯 사라졌다.

하늘로 솟았을까, 땅으로 꺼졌을까.

팔짱을 끼고 주위를 서성였다.

“파랑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준이 파랑이를 보며 말했다.

“뀨뀨!”

파랑이가 고개로 허공을 가리켰다.

“여기가 왜?”

“뀨!”

녀석이 바지를 입에 물고 잡아끌었다.

조금씩 움직이는 다리.

주위에 있는 두꺼운 나무와는 달리, 가느다란 나무 앞에 섰다.

“뀨우.”

파랑이가 앞에 있는 나무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여기가 왜?”

이준이 손을 뻗자.

[닫혀 있는 게이트입니다.]

[강제로 열겠습니까?(Y/N)]

나무 사이에 빨간색 원이 나타났다.

“여기에 게이트가 있어?”

닫혀 있는 게이트다.

언제 열릴지 모르는 시한폭탄.

만약 열린다면 종로에 천중호수와 비슷한 난이도의 게이트가 생기는 것과 같았다.

“설마 여기로 흔적이 이어진 거야?”

“뀨우!”

파랑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강제로 열어도 되나?”

입으로 말하는 것과 달리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YES 버튼을 눌렀다.

[레드존 게이트 ‘극락사’의 문을 강제로 개방했습니다.]

얼굴 크기만 한 빨간 공간이 커졌다.

쇠사슬로 묶여 있던 게이트가 풀려났다.

레드존 게이트가 허공에 커다란 둥근 원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어?”

이준이 메시지 창을 둘러봤다.

많은 알림이 뜰 줄 알았지만, 개방했다는 메시지 하나가 다였다.

“4대 성지 몬스터가 가만히 있네?”

4대 성지와의 적대도는 최상.

원래라면 4대 성지와 관련된 게이트가 발끈하고 나설 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게이트는 4대 성지와는 관련이 없는 건가?”

이준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극락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너무 옛일이라 가물가물하구나.]

“사부님이 아시는 곳이에요?”

[들어가 봐야 알겠구나.]

“알겠어요.”

이준은 파랑이를 안아 들고 레드존 게이트로 들어갔다.

지잉-

포탈에서 나온 이준의 눈앞에 보인 광경.

인왕산에 세워진 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찰이 있었다.

“와, 웅장하다.”

이준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많은 게이트를 보진 못했지만, 이처럼 웅장하고 위엄 있는 건물을 본 적은 없었다.

봐도 중세시대의 구조물이나, 유적 풍광만 봤지, 이처럼 중국풍의 양식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극락사란 이름이 낯이 익더니. 내가 생각했던 그곳이 맞구나.]

“여기가 어떤 곳인데요?”

[살계를 업으로 살아가는 땡중들의 근거지지.]

이준이 알고 있는 소림사는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곳.

개미조차 밟아 죽이는 걸 업이라 여기는 종교였다.

“소림사는 아니라는 거죠?”

[소림 출신의 이단들이기도 하느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소림과 완전 반대인 것 같았다.

이어진 무극자 사부의 말은 놀라웠다.

[사부가 살았던 시대였다고 보면 된다.]

“예?”

이준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극자 사부의 시대라니.

“아, 아니지. 게이트가 열린 것도 영화 같은 일인데, 가능할 수도.”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즘 일어나는 일은 모든 게 이상했다.

제일 이상한 건 사람들의 각성.

세상이 게임으로 변하고 상태창이 생긴 것도 이상한 일 아닌가.

시공간이 뒤틀린 게이트가 나타난 것이 굉장히 놀랍기도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여기가 사부님이 사셨던 시대라면 확실하네요. 마겁을 가져간 놈들이 사부님과 연관이 있는 놈들이라는 게요.”

[그럴 게다. 놈들에게서 마겁은 꼭 찾아야 하느니라.]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심호흡을 했다.

사부님이 살았던 세상.

여기가 평행세계인지, 아니면 진짜 옛 과거의 시대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상대는 강할 것이다.

극락사란 사철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각성자들에게 느껴지는 힘이 아닌,

사람을 수백, 수천 명을 죽여 본 역겨운 피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할 수 있어.’

그 어떤 몬스터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을 느꼈다.

* * *

그르르르.

지하의 철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승포를 걸친 중이 하나의 물건을 들고 왔다.

그는 어제 도왕 최강규와 이야기를 나눴던 인물.

혈불이라 불리는 현각이었다.

극락사의 주지 스님이며 초절정 고수였다.

“오오. 생불이 돌아오셨다.”

“생불이시어. 미천한 중생을 살려주십시오.”

지하 공간에서 기도하고 있던 신도들이 혈불을 향해 끊임없이 절을 했다.

혈불은 신도들을 무시한 채, 불상이 있는 곳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에든 쇠막대기를 앞에 놓았다.

“드디어… 파멸겁을 얻었나이다. 주군이시어.”

혈불이 감격어린 표정으로 쇠막대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파멸겁은 주군의 사부께서 지녔던 물건.

파천혈신이라는 대륙의 황제조차 무서워했던 이의 독문 무기였다.

주군께선 파천혈신의 첫 번째 제자였기 때문에 잔뜩 기대했다.

그가 은퇴하면 파멸겁은 자연스레 첫 번째 제자인 주군께 가지 않을까.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셨다.

은거하고 몇십 년이 지나 모습을 드러냈을 때.

주군께선 환호를 했다.

이제 때가 되었다.

드디어 사부인 파천혈신께서 모든 진전을 물려주실 거라고.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오히려 파천혈신이 주군의 무공을 회수하려 한 것.

무인에게 무공을 회수한다는 건, 생명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다.

파천혈신의 말에 대노한 주군께서 그를 떠났다.

이때 파천혈신의 나이가 2갑자(120살)를 넘을 무렵이었다.

곧 죽을 나이.

주군께선 그때만을 기다렸다.

파천혈신에겐 주군 말고도 여러 제자가 있었지만, 파멸겁은 다른 제자들은 가질 수 없었다.

오직 파천신공을 익힌 자만 가질 수 있는 무기였으니까.

그렇기에 다른 제자들은 이미 파멸겁을 포기한 상태.

주군은 흘러가는 세월을 꾹 참고 기다렸다.

뒤늦게 파천혈신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 주군이 그를 찾아갔지만.

‘그 어디에도 파멸겁은 없었지.’

이에 주군께선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여태껏 자신을 농락했다며 파천혈신의 시신을 훼손해서 강가에 버렸다.

이후로 파멸겁을 찾기 위해 보낸 세월만 한세월.

어쩌다 보니 다른 세계에서 파멸겁을 찾게 되었다.

자신의 주군이 간절히 찾아다녔던 물건.

천년이 넘은 미래였다.

옛 고려의 피를 이은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하찮은 곳에 말이다.

위대한 파멸겁이 있을 자리는 주군의 곁.

이제 주군만 이 세계로 넘어오게 하면 되었다.

자신의 일은 파멸겁의 회수.

주군을 이세계로 오게 하는 임무는 독나찰 당소미의 역할이었다.

“인주께서 차근차근 넘어오셔야 할 터인데. 이곳을 본 인주가 뭐라고 하실지.”

혈불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담겼다.

이 세계의 각성자라는 사람들.

자신과 같이 내공을 사용했다.

더 중요한 건 각성자가 쓰는 건 무공. 자신이 알던 무공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 그들 중 제대로 무공을 익힌 자는 없어 보였다.

“인주께서 오시면 피바람부터 일으키시겠어. 크크.”

혈불이 홀로 웃고 있는 사이.

지하 공간 안으로 젊은 중이 달려왔다.

“현각 사형.”

“무슨 일이냐. 현무 사제.”

“신룡사에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이곳을 외지인이 어떻게 와? 혹 우리의 사람이 아니냐?”

“제가 여러 번 확인했는데, 각성자입니다.”

혈불 현각의 이마에 내 천 자가 그려졌다.

게이트가 열리고 극락사가 있는 ‘곤륜’은 게이트화가 됐다.

몬스터들이 득실한 공간과는 다른 종류.

자신도 이러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나, 아무튼 달랐다.

그래서 이곳은 무림에서 온 자들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각성자가 함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누군지 확인해야겠다. 안내해라.”

“네. 사형.”

혈불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를 빠져나갔다.

* * *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극락사.

걸어가면 한 세월일 것 같아, 이준은 군림보를 펼쳐 올라왔다.

“와, 광경 죽인다.”

광활할 정도의 면적이 눈에 들어왔다.

옛 명나라 초기 시대의 일부분을 보는 것 같았다.

감탄하는 것도 잠시.

이준이 있는 곳으로 봉을 든 중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들 중 제일 높아 보이는 이가 나서 물었다.

“각성자인가?”

“……”

이준은 중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사부님.’

[말하거라.]

‘쟤들한테 존댓말 해야 해요?’

[…지금 그게 중요하냐, 제자야?]

[제가 좀 예의가 바르잖아요. 어른 공경을 해야죠. 그래도 천 년 전 사람인데.]

골때리는 이준의 질문에 무극자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다 버럭 소리쳤다.

[오랑캐에게 무슨! 네 부모를 죽인 원수 놈들 아니더냐! 그냥 몬스터라 생각하면 된다.]

‘윽. 알았다고요. 혈압 높아지시겠어요. 그러다 영혼까지 소멸하면 어떻게 합니까.’

[빌어먹을 네 놈 때문에 영혼이 소멸되겠다.]

오오, 아직 정정하신 걸 보니, 수십 년은 곁에 계실 것 같아 안심인 이준이었다.

그가 고개를 흔들고, 정신을 붙잡았다.

“이놈! 어서 대답하지 못할까!”

“거참. 우리 사부님만큼이나 목청이 크네. 귀 안 먹었으니까 조용히 말해.”

이준의 시건방진 태도에 나섰던 중이 어이없어했다.

각성자가 극락사를 침입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 각성자의 태도는 자신들을 아래로 보는 것 같았다.

“어디서 각성자 주제에 극락사에 발을 들이느냐!”

“뭐라는 거야. 내 물건이나 내놔.”

극락사 중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제대로 된 무공도 쓰지 못하는 각성자 주제에 극락사에 들어와 다짜고짜 뭘 내놓으라 하니.

“저 뻔뻔한! 아류 무공이나 쓰는 주제에 무엄하도다!”

“사제. 흥분하지 말게.”

중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들의 몸에선 살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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