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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99화 (99/705)

제99화

띠링-

4대 성지의 금역 바닥에 처박히는 허수의 귀로 알림음이 들렸다.

바닥에 대짜로 누운 그를 이준이 내려 봤다.

웃고 있는 모습이지만 언뜻 섬뜩하기도 했다.

“딱 하루 지나고 특성을 개화했네.”

이준은 허수를 내려다보다가 새로 뜬 메시지 창으로 눈을 돌렸다.

[가르친 제자가 AA급 특성을 개화했습니다.]

[보상으로 1,700,000p가 지급됩니다.]

이준에겐 특성을 개화시켜준 상대의 정보를 볼 권한이 있었다.

허수가 개화한 특성이 어떤 건지 보기 위해 창을 불러왔다.

[도문의 후예]

종류: 특성

등급: AA

설명: 도문의 후손은 예로부터 뛰어난 도법을 구사했습니다. 현재는 잊혀져 명맥이 흐릿하나, 도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효과: 도에 관한 재능 S급으로 조정.

‘그럴 줄 알았어. 애초에 허수의 재능은 무극자 사부님도 인정했잖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허, 도문의 후예가 아직까지 이어질 줄 몰랐구나.]

‘무림에 도문이란 곳이 있어요?’

이준이 무림사를 배울 때 도에 관한 건 항상 하북팽가가 먼저 나왔다.

나머지는 쩌리.

하북팽가에 비하면 도를 논할 수 없었다.

[도를 쓰는 가문이 무림에만 있는 게 아니니라. 대고려는 예로부터 무인들이 차고 넘쳤느니라. 도문도 그중 한 곳의 가문이다.]

‘아, 하북팽가가 중국이라면 도문은 대한민국을 뿌리로 둔다는 말씀이시죠?’

[옳지. 바로 알아듣는구나.]

‘허수가 그 도로 유명한 도문의 후예라 이 말씀이시네요?’

[하북팽가와 유일하게 비견될 수 있는 가문이기도 하지.]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

[왜 그러느냐.]

‘도문의 후예가 하북팽가의 도법을 익히는 것도 우습지 않아요?’

[오호. 더 말해 보거라.]

무극자 사부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도문의 후예면 그에 걸맞은 대한민국의 무공을 익혀야죠.’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하는구나.]

‘저 원래 옳은 말만 했는데요?’

[퍽이나다.]

‘무튼. 허수가 뿌리 깊은 집안이면 중국의 고유 무공을 익히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저처럼 대고려의 무공을 익혀야죠.’

짝.

무극자 사부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준의 말이 아주 기쁜 모양이다.

[제자가 아주 뜻깊은 말을 하구나. 누가 가르쳤는지 몰라도 그 사부는 아주 큰 사람일 게 분명해. 크흠.]

무극자 사부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이준은 사부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확신했다.

조금만 더 빌드 업을 한다면 도문의 무공이 어디에 있는지 토해 내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제자를 위해 도문의 무공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보마.]

아주 커다란 대어가 낚였다.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아직까지도 나라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하늘 같으십니다.’

[어허. 사부가 무림이 있는 대륙으로 떠났지만, 언제나 호국을 근본으로 삼았느니라. 제자는 그런 같잖은 이유로 사부를 띄우지 말거라.]

무극자 사부가 짐짓 근엄한 척을 했다. 하지만 목소리엔 참을 수 없는 기쁨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런데요. 사부님.’

[오냐. 기특한 제자야.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거라. 이 사부가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겠느니라.]

‘혼원신공이 더 대단해요. 아니면 도문의 무공이 더 대단해요?’

갑자기 조용해졌다.

뭔가 분위기가 변한 느낌이다.

뭐랄까 싸늘해졌달까.

마치 곧 사부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자신만의 생각일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쯤.

[가아아아알! 아무리 도문의 무공이라도 이 사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혼원신공에는 비할 바가 아니니라! 조족지혈. 딱 그 표현이 어울리니라.]

‘그,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제발 지, 진정을 하세요.’

[사부의 기분을 망종인 네가 다 망쳤느니라!]

누가 괴짜 사부 아니랄까 봐.

정말 기분파가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만든 무공에 대한 자부심은 정말 고금제일이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 치곤, 설교를 계속 들어야만 했다.

* * *

이준이 무극자 사부의 호통에 진저리를 치고 있을 때.

허수는 자신의 특성을 보고 기겁했다.

“혀,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무려 S급 특성이다.

무사고의 천재라는 검룡조차 가지지 못한 특성.

그런 대단한 걸 얻게 되었다.

허수는 좀처럼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혹시라도 잘못 봤을까 봐 눈을 비비며 다시 봤다.

변하지 않은 S등급.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준을 재차 불렀다.

“형님!”

그러나 형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두커니 서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모습.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는 게 눈에 들어왔다.

형님 인상이 찌푸려지며, 종래엔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제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기까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던 허수가 더 이상 형님을 부르지 않았다.

‘형님께서 나 때문에….’

정말 뜬금없이 S급 특성을 개화했다.

그것도 형님과 같이 수련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자신이 특성을 개화할 수 있게 형님이 도와준 거라면.

[무리하게 움직여서 내상을 입으신 게 분명해.]

게이트로 들어오기 전 도왕을 상대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도왕과 싸우면서 내상을 입었을 터.

자신의 앞에선 내색을 안 하신 게 분명했다.

형님은 의외로 배려심이 깊은 분이시니까.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자신의 특성까지 개화시켜 줬으니.

저렇게 고통을 홀로 삼키고 있는 거다.

“형님….”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이 약한 탓.

만약 B급이나 A급이라도 됐으면 형님의 발목은 안 잡지 않았을까.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허수가 이준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전이었다면 ‘너 뭐하냐.’ 이런 말을 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없는 것 같았다.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허수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말했다.

“제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형님께 꼭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허수는 무협지에서 나오던 인사를 했다. 그것도 사부에게만 예를 올리는 격식을 말이다.

아홉 번의 절을 하고 일어났다.

“좀 나아질 때까지 쉬십시오. 전 근처에서 계속 수련을 하겠습니다.”

허수가 아픈 몸을 일으켰다.

하루 동안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큼 빡세게 했음에도, 참마도를 잡았다.

1분 1초가 아까운 지금.

허투루 시간을 날릴 수 없었다.

허수가 건곤미허신공을 운용하며 연환패왕도의 초식을 펼쳤다.

이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억지로 몸을 움직인 허수.

그는 이준이 간혹 인상을 찌푸릴 때마다 미안한 마음에 이를 악물고 도를 휘둘렀다.

허수는 이준이 무극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걸 모른 채.

자신으로 인해 내상을 입었단 오해를 가지고 수련에 몰두했다.

* * *

다음 날.

천무대전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이준이 비무를 치른 곳은 폐허가 됐었지만, 해외 기술력으로 복원시켰다.

복구마법.

무공을 선택한 아시아 지역이 없는 단 하나.

부서진 건물을 복구할 능력은 없었다.

허나 서양의 마법은 달랐다.

폐허가 된 곳도 한순간에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마법.

그 덕에 천무대전이 연기되는 불상사는 없었다.

커다란, 아니 광대할 정도로 넓은 무사고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방송국, 언론인, 일반인 할 것 없이 한 사람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무사고로 왔다.

“이준 나왔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보이는데.”

“관람석에 가서 기다려야 하나?”

원래 오늘은 이준의 시합이 있는 날이 아니다.

대신 검화와 도룡이 붙는 날.

빅 매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은 이준에게 쏠렸다.

겁 없이 도왕과 붙은 학생.

사람들의 호기심 대상이었다.

“어? 저기 이준 아니야?”

“맞아! 동영상이랑 똑같이 생겼어.”

비무대가 있는 운동장으로 이준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와… 외계인이야?”

“괜히 얼천이라고 한 게 아니구나. 동영상이 실물보다 못했구나.”

사람들은 모두 멀리서만 호들갑을 떨었다.

이준의 곁으로 와서 아는 척할 법도 하나, 그러지 못했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안다.

이준의 손속이 얼마나 가차 없는지.

개망나니로 소문난 이신을 뚜까패 버려서 속이 시원한 것뿐.

이준은 그들에게 어려운 존재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에게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겼다.

마치 오대 가문의 수장들에게만 풍기는 아우라가.

언제나 막무가내로 인터뷰를 따내는 기자들도 이준에겐 접근하지 못했다.

그중에는 각성자인 기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조차 이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각성자인 기자들은 더욱 이준이 어려웠던 것.

이준이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 직접 보고서야 인지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 오왕과 같은 존재감을 뿜어내다니, 특종도 이런 특종이 없어.’

‘얼마나 강하기에 구름에 가려진 것처럼 안 보이는 거지?’

이준이 다가설 때마다 주춤하며 뒤로 물러선 기자들.

그들을 향해 이준이 열었다.

“저기 비켜 주실래요?”

“네? 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수많은 인파가 길을 열었다.

열린 길로 이준은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 끝에는 이준도 잘 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야. 박혁진.”

이준의 부름에 박혁진이 고개를 돌렸다.

“왜 이제 와?”

“사정이 있었어.”

이준이 수많은 인파 사이에 누군가의 기를 찾았다.

이들 속에는 찾고 있는 인물이 없었다.

‘휴. 다행이다. 이걸 정연 누나한테 줘야 하는데 한지유가 봤다면 분명 탐냈을 거야.’

마이 주머니엔 하나의 부적이 있었다.

도귀 길필성에게 얻은 아티팩트.

전진의 수호부는 그가 가지고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물건이다.

이준이 부적을 만지고 있는데.

와락.

박정연이 이준의 등 뒤를 덮쳤다.

“우리 귀여운 준아!!”

“아, 쫌! 늦지 않고 왔잖아.”

“넌 이 연약한 누나가 걱정 안 되니? 그 음흉한 최태민이랑 비무를 하게 생겼는데?”

“연약은 무슨 오히려 최태민을 걱정해야… 으억!”

박정연이 내공까지 써가며 등에 매달렸다.

천근추의 묘리가 담겨 있는지.

몇 톤짜리 트럭을 짊어진 느낌이었다.

“엄살 피우지 말래?”

“하, 항복!”

“항복 안 받아.”

“쯧쯧. 그러게 왜 늦냐. 이 여자 성격 뻔히 알면서.”

박혁진이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얄미운 얼굴을 한 박혁진이다.

“누나한테 줄 물건 찾느라 늦었다고!”

박정연이 천근추의 묘리를 거두며 말했다.

“정말?”

“그렇다니까. 안 내려오면 안 준다?”

“아이. 진작 말하지 그랬어.”

박정연이 이준의 등에서 내려왔다.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

정말 괴짜 사부만큼이나 변화무쌍한 태세 전환이었다.

우X르인 줄.

“말할 기회를 줘야지!”

“뭔데 빨리 줘 봐.”

“어허. 주세요.”

이준이 어깨를 활짝 펴며 짐짓 진중하게 말하자.

“어서 주세요.”

곧바로 따라 한 박정연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검화의 팬들은 이준에게 고마워해야 할 터.

좀처럼 애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녀였기에 아주 희귀한 장면이었다.

더 하고 싶었으나,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는 이준은 주머니에서 하나의 부적을 꺼냈다.

“이게 뭐… 헐.”

박정연은 전진의 수호부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A급의 아티팩트.

더욱 놀라운 건 효과였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호신강기 1회.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있는 소모용 절대 방어부였다.

“이거 정말 나한테 주는 거야?”

“어. 최태민이 비겁한 수를 쓸지 모르잖아.”

“준아….”

박정연이 전진의 수호부와 이준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이준을 와락 안았다.

그 모습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다.

천중호수 때부터 이준과 박정연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던 기자들.

그들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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