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98화 (98/705)

제98화

게이트 안에 있는 이준의 폰이 시끄럽게 계속 울렸다.

게이트 안에서도 통신이 터지는 시대.

그래서인지 메시지나, 전화, 깨톡이 끊이지 않고 왔다.

“또 기자네.”

폰 화면에는 ‘김서아 기자입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이준은 폰을 완전히 꺼버렸다.

그리고 앞에 있는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서브 퀘스트 - 파천기의 파편 회수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테크트리 포인트 80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파천기 습득에 필요한 테크트리 포인트 -10,000,000p가 감소하였습니다.]

‘이신의 단전을 깬 것 치고는 보상이 달달하네.’

이준이 메시지 창을 집어넣었다.

이제 마지막 보상이 남았다.

천무대전을 우승해서 꼭 차지해야 할 물건.

이세계 악마들이 찾고 있는 마겁을 꼭 손에 넣어야 했다.

그때였다.

‘잠깐!’

생각을 하던 이준이 눈을 번쩍 떴다.

‘사부님. 물어볼 게 있어요.’

[말하거라.]

‘이신과 도왕이 파천기의 파편을 가지고 있는 거라면, 이세계 악마들이 사부님이 계시던 시절의 사람이라는 소리예요?’

[아직 확실하지 않구나.]

‘파멸기는 제 첫 번째 사형의 무공이라면서요?’

[마겁을 직접 보든지 아니면 얻어봐야 확답할 수 있느니라.]

이준이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주 만약에 말이에요. 이세계의 악마들이 첫째 사형과 연관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침묵이 이어졌다.

이준은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부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그들을 죽여야겠지.]

‘정말요?’

이준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파천기의 파편은 절대 존재해선 안 되느니라.]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파천기의 파편이 존재한다면… 이 세계는 파멸하고 말 것이야.]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처음 듣는 음성.

그렇게 괴짜던 무극자 사부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니.

사태가 간단하지 않다는 걸 인지했다.

‘파천기의 파편이 그렇게 위험한 겁니까?’

[파천기라고도 불리고 혈천기라고도 부르니라… 사부가 한때 세상을 피로 물들일 때 사용했던 무공이지… 내가 어찌 그런 위험한 것을 만들었는지…]

무극자 사부는 옛이야기를 꺼냈다.

파천기를 운용할 때마다 느낀 게 있었다.

바로 갈증.

무공을 쓰면 쓸수록 그 갈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람의 피를 봐야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췄다.

갈증도 함께 가셨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다시 갈증이 목을 타고 올라왔느니라…]

무극자의 목소리에 회한이 가득했다.

무림인을 죽이고 또 죽이고.

갈증이 가실 때까지 닥치는 대로 죽였다.

천만다행인 건 이성이 남아 있는지 어린아이와 노인, 아녀자는 제외했다.

오직 무림인.

정파와 사파, 마교인만을 죽였다.

[그때 생긴 이명은 평생 수치였느니라.]

수만 명을 홀로 죽이고서야 알았다.

파천기는 미완의 무공이라는 것을.

아니, 파천기는 완벽했다.

그 어떤 무공보다 무결했지만, 문제는 심법에 있었다.

파천기를 뒷받침해주는 심법이 따라가질 못했다.

그 때문에 피에 미친 것.

무림에서 금지한 마공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해선 안 될 무공이 파천기였다.

[사부는 그런 사악한 무공을 첫째에게 전수를 한 게지.]

그나마 다행인 게 있었다.

파천기는 첫째에게 전수했지만, 다른 두 제자에게는 각기 다른 무공을 전했다는 것이다.

[파천기를 운용하는 내공이 미흡한 걸 안 사부는 곧바로 은거를 택했느니라. 많은 사람을 죽여 하늘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걸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첫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새로운 무공을 만들었느니라.]

‘설마 그게 혼원신공은 아니죠?’

[왜 아니겠느냐. 혼원신공은 파천신공을 바탕으로 천마신공과 달마역근경을 추가해 만든 무공이니라.]

‘헉.’

무극자 사부의 말이 끝날쯤,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NEW)혼원신공의 설명이 갱신되었습니다.]

이준이 손을 뻗어 메시지를 열었다.

[혼원신공(SSS)(성장형) - 5성]

설명: 무극자가 평생을 바쳐 만든 희대의 신공이다. 천지간에 흩어진 진기를 다스릴 수 있으며, 그 어떤 무공과도 잘 어울린다. 근간은 파천신공이며, 천마신공과 달마역근경을 추가로 넣었다.

효과: 내공 회복 속도 +25,무극기(파천멸기) 컨트롤, 마기 저항력 +30%

“이거 사기 아니야?”

혼원신공의 설명을 본 이준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왜 그러십니까?”

옆에서 도를 휘두르고 있던 허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나 마저 해.”

“예.”

이준의 말에 다시 참마도를 휘두르는 허수였다.

이준은 뛰는 심장을 붙잡았다.

말도 안 되는 효과에 입을 떡 벌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등급 옆에 있는 단어.

성장형이라는 거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혼원신공의 등급은 SSS급이다.

성장을 한다면 대체 무슨 등급으로 바뀔까.

SS급 윗 등급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무극자 사부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이야기는 어느새 끝에 다다랐다.

무극자 사부는 끝내 혼원신공을 만들었고, 그걸 전해주기 위해 첫째를 찾아갔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는 것.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첫째를 죽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은거를 선택하고 죽었다는 것까지.

무극자 사부의 긴 이야기가 끝났다.

그가 씁쓸한 음성으로 이준을 불렀다.

[제자야.]

‘말씀하세요.’

[만약 말이다.]

‘네.’

[이세계 악마들이란 놈들이 네 첫째 사형과 관련이 있으면 네가 바로잡아 주겠느냐? 이건 명령이 아니니라. 네가 하기 싫다면 안 해도 되느니라. 그저 늙은이의 부탁이라 여겨다오.]

‘사부님.’

이준이 장난기를 뺀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거라.]

‘제가 부탁드리려고 했던 겁니다.’

[……]

‘제가 혼원신공을 처음 배웠을 때 했던 생각은 최고가 되는 거였어요. 그리고 어머니를 죽게 만든 이세계 악마들을 제 손으로 없애는 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제게 부탁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니지. 기꺼이 명령이라도 들어드려야죠. 절 사람 취급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 사부님이신데.’

이준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마음이 파랑이에게 전달되기라도 한 건지.

“뀨웅!”

품에 안겨 있던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울음을 내었다.

[고맙구나.]

무극자 사부가 처음으로 이준에게 마음의 표시를 했다.

‘고마우시면 좋은 아티팩트 하나만 던져 주시든지요.’

[일없다 이놈아.]

‘공짜로 부려 먹는 악덕 사장입니다.’

[가아아알! 아주 기분 나쁜 발언이구나.]

이준은 이미 귀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는 원래부터 골에서 울렸다.

귀를 막아봤자 소용없는 짓.

괜한 소리를 했다가 라떼 사부를 소환한 이준이다.

한동안 무극자 사부의 그 윗대 사부까지 나오는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 * *

길고 길었던 사부의 설교가 끝났다.

이준은 더 이어지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가 설교를 듣고 있는 동안, 허수는 참마도를 내려놓고 쉬고 있었다.

“바깥에는 난리가 난 것 같습니다.”

“그러든가 말든가.”

“역시… 형님은 그깟 명예 따윈 중요하지 않으시군요.”

허수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준을 보았다.

존경이 가득 담긴 눈빛.

타오르는 불꽃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저도 형님의 발끝이라도 따라가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그, 그래.”

허수가 잔뜩 오해한 눈빛을 보냈다.

명예가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겐 명예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게이트에 있는 게 아닌가.

바깥사람들을 더 안달 나게 하려고.

기자들은 궁금증에 자신의 가치를 더 올려줄 것이다.

메시지 창에 보인 것처럼 말이다.

[명성이 100이 올랐습니다.]

[명성이 20이 올랐습니다.]

[명성이 77이 올랐습니다.]

……

……

……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굳이 난이도가 높은 게이트를 클리어해서 명예를 얻을 필요가 없어졌다.

마음 같아선 이렇게 한 달 정도 있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궁금해서 미치겠지.

하지만 현재 천무대전이 진행되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단 하루.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허수 말고는 자신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절친인 박혁진조차도.

“이참에 허수, 너도 특성 좀 개화시켜 놔야겠다.”

“네?”

이준의 말에 허수가 눈만 끔뻑였다.

감자기 특성을 개화시켜 놓는다니.

말이야, 방구야.

특성을 개화하는 건 오직 각성자의 몫. 즉, 특성을 얻는 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졌다.

이것도 20%의 확률.

재능이 없으면 특성은 개화하지 못한다.

현역에 나가 있는 각성자들이 예였다.

그들의 80%가 고유 특성을 개화하지 못한 것 아니겠는가.

대체 무슨 수로 개화를 한다는 건지.

그토록 이준에게 존경의 눈빛을 쏟아냈던 허수가.

처음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허수 너, 지금 이 형 못 믿냐?”

“저, 절대요. 제가 형님을 못 믿으면 누가 믿겠습니까.”

허수가 말을 더듬었다.

거짓말은 전혀 못 하는 녀석.

애들 꽤나 괴롭히게 생긴 놈이 참 순진했다.

겉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허수였다.

전생에 광마도란 무지막지한 이명을 얻어놓고도, 취미가 별났다.

요리와 청소.

우락부락하게 생긴 몸과는 전혀 다른 취미를 가졌다.

섬세한 일을 좋아해서 그런지.

전생에 일 처리가 아주 깔끔했다.

또한 허수가 못생긴 것도 아니다.

‘얼굴에 흉터만 사라지면 꽤 괜찮게 생긴 얼굴이야.’

환골탈태만 하면 좋아질 얼굴이다.

건곤미허신공을 익혔으니, 환골탈태를 하는 건 기정사실.

어쩌면 무사고에 새로운 인기스타가 탄생할지 몰랐다.

“흐흐. 아주 재밌겠어.”

패왕도가의 최후 무공을 가진 일반 각성자의 등장.

패왕도가가 뒷목을 잡고 쓰러질만한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허수를 강하게 만드는 게 먼저였다.

무엇보다 허수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을 믿고 천무대전에 불참한 건 물론이요,

한지유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허수가 익힌 무공 특성상 혼자 수련을 시켰다.

수련을 끝내고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는 허수가 집으로 돌아간 후였다.

조금이라도 신경 써 줬으면 이미 특성을 개화하고도 남았을 터.

그러지 못한 게 내심 미안한 이준이었다.

“그래그래. 이 형님만 믿고 하루 빡세게 해보자.”

“옙!”

* * *

“허억… 허억…”

허수가 참마도를 지팡이 삼아 간신히 서 있었다.

거친 숨소릴 내뱉으며 앞을 보고 있었다.

허수의 눈에 담긴 남자.

이준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멀쩡했다.

허수는 S급 아티팩트인 참마도를 최선을 다해 휘둘렀다.

하지만 이준은 허수의 공격을 너무도 쉽게 피했다.

이게 바로 격의 차이.

AA급 각성자와 C급 각성자의 넘볼 수 없는 간격이었다.

“이쯤 하면 특성을 얻던데, 하루는 무린가?”

“허억… 무슨 말씀… 허억… 이십니까… 허억….”

“그런 게 있어. 아직 덜 힘들었나 보다. 넌 이것보다 더 힘들게 수련해야지 얻는 것 같아.”

이준이 허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허억… 조금만 더… 허억… 쉬면….”

“안 돼. 이젠 죽음의 한계까지 몰아붙여 봐야겠다.”

“허억….”

이준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아주 섬뜩한 말을 했다.

허수를 못 챙겨준 만큼의 지옥 훈련.

최대한 오늘 내로 특성을 얻을 수 있게 하려는 이준의 노력이었다.

그의 미안한 마음에 죽어나는 건 허수였다.

“자, 잠깐만… 허억!”

허수가 바닥에서 도를 뽑고 이준의 살수를 피해야만 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