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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92화 (92/705)

제92화

그 무렵.

어두컴컴한 지하 밀실.

대머리 남자를 향해 여러 명의 인영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대머리 남자는 여러 개의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그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고개를 숙인 이들은 허리를 펴지 않았다.

끼이익-

지하실 밀실이 열렸다.

안으로 여자가 들어왔다.

언뜻 비친 뒤태에선 농염함이 짙게 흘렀다.

밀실로 들어온 여자가 기도하고 있는 남자의 옆에 앉자마자.

“극락사는 내팽겨 쳐두고 이젠 신까지 바꾸고 기도하는 거야? 미친 땡중?”

“어허. 신성한 기도에 어찌 간악한 혀를 내두르는가.”

“지랄하고 있네.”

“쯧쯧. 그 못된 혀 때문에 네 년과 정을 나눈 남자들이 다 뒤지는 거다.”

“지는 스님이 지켜야할 걸 전부 어기면서 나한테만 난리야.”

땡중이란 남자의 말에 여자가 지지 않고 대꾸했다.

“입 다물고 용건이나 말해라.”

땡중은 여전히 눈을 감고 십자가를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내 밑에 있는 아이가 사라졌어.”

“누구?”

“혈귀마녀.”

“네가 아끼던 아이가 아니었더냐.”

“맞아. 신력권가에 나가 있는 아이인데 귀살대와 같이 부산에서 증발했어.”

“부산이라면… 레드존 게이트가 나타나기라도 했나?”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사한 애 말로는 게이트 쇼크에 의해 죽은 것 같데.”

“허. 초절정에 든 아이가 게이트 쇼크로 인해 죽다니. 정말 운이 없구나.”

땡중의 말투에선 전혀 안타까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전혀 관 심없는 이야기.

여자가 이런 시덥잖은 말을 하러 왔을 리 없다고 여긴 땡중이다.

“그보다 이곳에 온 이유를 빨리 말하거라.”

“드디어 마겁이 밖으로 나왔어.”

“정말이냐?”

땡중이 여자에게로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그의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눈빛.

마치 피에 미친 자의 눈 같았다.

“패왕도가가 무사고의 천무대전 상품으로 내걸었어.”

“미친놈들이군. 마겁이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고 고작 천무대전이란 애들의 재롱잔치에 그런 보물을 내놓다니.”

이미 심진화에 관한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웠는지.

두 사람은 마겁이란 물건에 집중했다.

여자도 땡중의 말에 동의 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마겁은 그녀의 주군이 애타게 찾은 물건.

무려 100년을 찾아 헤맸는데 마겁은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세상에 없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결국 마겁을 찾아냈다.

무림이 아닌 타 차원의 게이트에서.

이곳으로 넘어와 안 사실이 하나 있었다.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와는 무려 1000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또한 자신들이 왔을 때는 이 시대에 이상한 시스템이 생겼을 무렵이다.

무림은 내공을 힘겹게 수련해야하는 반면, 이곳은 각성자 시스템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무공을 얻었다.

그것도 자신들이 익힌 무공을 말이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괜찮았다.

각성자 시스템을 가진 놈들은 가짜.

자신들이 진짜 원류였다.

그래서 그냥 놔뒀다.

어차피 각성자란 존재는 자신이 죽이고 싶을 때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우리도 주군이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그저 쇠붙이에 불과한 물건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렇긴 하지. 그분의 무기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수도….”

땡중이 ‘그’를 떠올리자.

얼굴에 공포심이 가득 올라왔다.

무림에 전율스러운 공포를 선사한 사람.

황제조차 그를 두려워해 황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무서운 존재의 무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단다.

“반드시 우리가 얻어야 해.”

“당연하지.”

“땡중 네가 갈 거야 아니면 내가 가?”

“넌 인주께서 이 세계로 넘어 올 수 있게 준비나 단단히 해. 이번에는 한꺼번에 넘어와야 해. 우리처럼 됐다간 또 몇 십 년을 날릴지 몰라.”

“내가 한 번한 실수를 두 번할 정도로 멍청이로 보여?”

“단단히 준비하라는 거지. 블랙존 게이트 하나로는 지주 혼자 밖에 못 넘어오셔. 우리가 최종적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주인인 마주를 이 세계로 오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블랙존 게이트 서른 개는 필요해.”

“알았어. 걱정 마. 넌 마겁이나 확실히 가져와.”

“그러지.”

* * *

천무대전 이틀째.

학생들의 대결은 첫날보다 더 치열했다.

이준의 상대는 1학년 B급 학생이었다.

무대에 오른 그가 후배에게 말했다.

“내가 갈까? 네가 올래?”

“제가 먼저 가죠.”

상당히 건방진 말투였다.

이준은 A급 유령살귀와 AA급 풍사도를 이긴 각성자.

무사고 학생들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 넘은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1학년 후배는 이준 앞에 당당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녀석도 뼈대 있는 가문의 직계였다.

그것도 만독암가 철왕의 아들.

같은 학년인 암화 정예은과 이란성 쌍둥이인 오빠였다.

귀여움을 많이 받고 살아서인지.

상당히 오만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오대가문의 일원이자, 철왕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위로 누나인 독화가 있지만 후계자는 정인성이라 내정됐다고 해도 의심치 않았다.

전생에도 만독암가의 후계자는 독화가 아니라 정인성이기도 했다.

‘저 싸가지. 버릇 좀 고쳐줄까?’

자신의 위에 아무도 올려놓지 않은 오만함.

한 번 자존심을 팍 꺾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지만 앞으로 편하게 만독암가와 거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인성이 품에서 암기를 꺼냈다.

작은 구슬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며 천천히 걸었다.

암기의 이름은 이화정.

만독암가 직계 자손들을 위해 비무에도 사용할 수 있게 개조했다.

기존의 이화정과는 화력면에서 현저히 낮지만, 그래도 위험한 물건.

천무대전이라 사용이 가능한 암기였다.

점점 정인성의 발걸음 속도가 빨라지고, 이준을 향해 뛰었다.

정인성의 자신감 찬 행동에 관람석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가 그를 칭찬했다.

“만독암가라 그런가. 겁이 없어.”

“괜히 철왕의 아들이 아닌 거지.”

“내 상대가 이준이었으면 진작 포기했다.”

“그건 너고, 쟤는 검룡하고 비견되는 천재잖아. 17살의 나이에 B급이면 말 다했지.”

학생들은 이준에게 거침없이 뛰어든 정인성을 칭찬하는 사이.

정인성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허점이 왜 이렇게 많아?’

암기를 던지려는데 공격할 곳이 너무 많았다.

한 곳 한곳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설마 날 유인하는 거야? 저 선배의 의도대로는 할 수 없지.’

그는 이준에게 달려가다 멈췄다.

그리고 경로를 변경해서 이준의 주위를 맴돌았다.

“안 올 거냐? 먼저 온다며.”

“입으로만 싸우십니까?”

“난 입으로도 잘 싸워.”

이준이 피식 웃었다.

자신이 항상 상대에게 했던 말을 도로 돌려받았다.

그게 만독암가의 정인성이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하아아암. 지겹네.”

이준이 하품을 크게 했다.

무시를 당했음에도 반응이 없는 정인성이다.

확실히 오만한 성격과는 달리 상대의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고 실력도 괜찮았다.

시간이 더 지나자.

“지금!”

정인성의 손을 떠난 구슬이 허공을 갈랐다.

이준이 빈틈을 완전히 개방했을 때 공격이 들어왔다.

이화정이 중간에 터지며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침이 쏟아졌다.

슉슉슉슉-

수백 개의 침이 이준의 몸 전체를 노리는데도, 그는 가만히 있었다.

‘재능에 비해 아직 경험이 미숙하네. 공격하는 걸 알려주고 있어.’

이준이 정인성을 보며 씩 웃었다.

앞으로 한 걸음 움직이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침들이 일제히 멈췄다.

하나도 남김없이.

“미친!”

그걸 본 정인성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멈춘 침들이 아래로 기울어졌다.

끝엔 뾰족한 침 앞부분이 암기를 날린 정인성을 향한 게 아닌가.

그 모습에 흠칫 놀라했다.

“저, 저게 뭐야?”

날린 암기를 멈춘 것도 그렇고, 수 백 개의 침을 제어하고 있는 모습은 아주 경이로웠다.

“도로 돌려줄 테니까 잘 받아라, 후배야.”

이준이 씩 웃으면서 손을 가볍게 저었다.

멈춰있던 수백 개의 침이 일제히 정인성을 향해 쏘아졌다.

왔던 속도보다 정확히 두 배 가량 빨랐다.

쌔애애액-!

* * *

귀빈석에 있던 철왕이 벌떡 일어났다.

자신이 대체 뭘 보고 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가 허공섭물을 보고 있는 게 맞소?”

“나도… 지금 보고 있소.”

오늘은 검왕도 천무대전을 보러왔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살을 더 붙였다.

“그것도 내공을 아주 기가 막히게 컨트롤하고 있소.”

“어떻게 18살 고등학생이….”

아들이 위험한지도 모르고 감탄하고 있는 철왕이었다.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라 생각하면 안 됩니다. 패왕도가의 풍사도를 이긴 각성자지요.”

그들의 대화에 한민성이 끼어 들었다.

자신이 더 뿌듯해하는 얼굴로 자랑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을 달궜던 말을 한민성이 직접 내뱉었다.

“저희 신기지가에 직접 오겠다고 말한 학생이기도 합니다.”

한민성의 말이 심기에 거슬렸을까.

권왕 이건무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되도 않은 소리 마시오. 저 아이는 우리 신력권가의 핏줄이요.”

“권왕께서 버린 자식이기도 하지요.”

“지금… 말 다 했소?”

“안 했습니다.”

AA급 각성자인 이건무에게 겁을 먹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산천수전 다 겪은 한민성.

그가 할 말은 다 했다.

“제가 이준 학생에게 다 들었는데 정말 안타깝더군요. 틈만 나면 가문에서 해하려 하고,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 신력권가가 무슨 권리로 핏줄 운운하며 이제야 빛을 보게 된 이준 학생을 찾는단 말씀이십니까.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한민성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가 너무 나간다 싶었는지, 옆에 있던 신기가주 한지웅이 말렸다.

“이사장 님. 그만하세요.”

동생이지만, 학교에선 이사장.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자리기 때문에 한민성에게 예의를 차리며 말한 한지웅이었다.

“이준 학생은 저희가 보호할 겁니다.”

그의 말이 아니꼬웠는지, 이건무가 차갑게 웃었다.

“하하. 위태로운 신기지가가 이준을 보호한다니 좀 우습게 들리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이사장님! 이성을 찾으세요.”

한지웅이 말렸음에도 한민성은 계속 싸우려고 했다.

권왕 이건무를 향해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검제의 목소리가 귀빈석에 앉아 있는 이들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 좋은 축제에 그만 싸우게나. 그것보다 저 엄청난 걸 보지 않을 텐가? 지금 안 보면 후회할 수도 있어.”

검제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준이 있는 비무대를 보았다.

귀빈석에 있는 모두도 고개를 돌렸다.

비무대를 보라보는 그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정인석의 눈 앞.

침이 허공에 뜬 상태로 그의 몸 전체를 노리고 멈춰 있었다.

“철왕. 저게 가능한 일이오?”

“가능은 하지만…”

철왕은 뒷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도 가능하다.

당연히 암왕이자, 철왕인 자신이 저런 걸 못 할리가 있나.

하나 말과는 달리 쉽지 않았다.

내공 소모는 엄청났고, 컨트롤 하는 건 굉장한 심력을 소모했다.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천재라는 검룡이라도 어림없었다.

검룡 정도의 천재가 태어났을 때부터 암기를 다뤄야지만 가능하지 않을까란 추측을 했다.

“암기에도 재능을 보인다고 하더니. 정말이었어.”

철왕이 진심으로 놀라했다.

귀빈석에 있는 모두가 같은 표정이다.

다만 이준의 아버지인 이건무와 패왕도가의 가주만이 썩은 표정을 지었다.

한편 무대 아래에선 이준이 뒷짐을 진 채 정인성에게 걸어갔다.

정인성은 다리가 풀렸는지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그래도 바지에 오줌은 안 쌌네. 이신이었다면 지리고도 남았을 건데.”

“어, 어떻게 한 거예요?”

“알고 싶냐?”

정인성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비밀.”

이준이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심판 선생님, 비무 끝난 것 같은데요?”

심판을 보는 선생도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이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가 경기 종료 선언을 했다.

관람석에 있는 이들은 조용했다.

자신들이 지금 뭘 본 건지.

아직까지 제대로 실감이 안 난 듯싶은 얼굴이었다.

“와….”

한 명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오자.

그때서야 함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말 돌았어. 동영상으로 보던 이준의 실력을 직접 보다니!”

“구경 오길 잘했어.”

“X발. 너튜브 각 제대로 나왔다!”

무사고에 울려 퍼지는 함성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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