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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83화 (83/705)

제83화

이준의 말에 숨어 있던 심진화의 눈이 커졌다.

‘우리의 기척을 감지해?’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자신이 있는 곳을 이준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준의 날카로운 눈빛에 순순히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숨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역겨운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는데 알 수밖에.”

심진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역겨운 기운이라는 말.

이곳과 다른 세계에서 적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설마 우리의 기운까지 읽을 수 있는 거야?’

풍사도를 이겼다고 TV에서 크게 다뤘다.

수하에게 이준에 대한 말을 듣기도 했고.

하나 그뿐이라 여겼다.

풍사도는 자신도 이길 수 있는 각성자였다.

하지만 이준에게 위화감이 들었다.

꼭 자신의 주군과 같은 느낌을 풍겼다.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그녀는 직접 이준의 실력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만약 이준이 AA급이 맞다면, 주군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18살에 초절정의 경지.

지금은 아니지만, 훗날 자신들에게 가장 큰 적으로 다가올지 몰랐다.

심진화가 손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촤악!

소매에서 두 개의 검이 나왔다.

“자신감이 대단해. 하지만 넌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심진화를 비롯한 그녀의 수하들이 이준을 둘러쌌다.

그에게 살기를 잔뜩 드러낸 채, 검을 겨누며 다가갔다.

“날 건드리면 후회할 텐데.”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너 따위가 우릴?”

“하긴, 너흰 자신만만해할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 전생에나, 지금에나.”

이준이 말한 전생.

그에게 전생은 회귀 전의 일이었다.

“무슨 말이냐?”

“나만 알고 있는 정보가 있으니까 정말 좋아.”

이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녀를 알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숨어 있다가 나타났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설마 자신에게 살기를 드러낸 자가, 이세계에서 온 악마라는 것에 움찔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은 옛날의 이준이 아니다.

이젠 어엿한 AA급 각성자.

모아둔 테크트리 포인트도 많았다.

그걸 다 쓰면 완전한 AA급에 들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도 저 여자는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저들을 상대로 재밌는 걸 시도해 봐야겠어.’

[어떤 걸 말이냐?]

‘보시면 압니다.’

이준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게이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것.

과연 자신이 봤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혼자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대주.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제가 저 새끼의 목을 따오겠습니다.”

귀살대원들이 이준에게 위협을 가했다.

그들에게 쫄 이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귀살대를 도발했다.

“이곳에서 너희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좋아.”

아니나 다를까.

그의 도발에 귀살대원 중 한 명이 발끈하고 나섰다.

“겁 대가릴 상실했구나.”

나머지 귀살대는 가만히 있었다.

한 명이 나섬으로써 이준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샥쿠. 지금이야.’

이준은 게이트 안에 있는 샥쿠를 불렀다.

허공에 게이트가 열리며, 안에서 손이 불쑥 나왔다.

이준에게 달려든 귀살대원 중 하나의 목을 움켜쥔 후,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이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뭐, 뭐야?”

방금 일어난 일에 남은 귀살대가 말을 더듬었다.

“내가 후회할 거라고 했잖아.”

이준이 팔짱을 끼며 귀살대를 비웃었다.

“뭔 개수작을!”

“대주 명령을.”

귀살대가 상관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이준이 이상행동을 했다.

땅을 박차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몸을 뒤로 빼자, 귀살대의 포위망에서 가뿐히 빠져나왔다.

“대주, 놈이 도망칩니다!”

그들의 눈엔 이준이 도망가는 걸로 보였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든 심진화였지만.

“쫓아.”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 없어서 귀살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귀살대가 땅을 박차고, 이준의 뒤를 쫓았다.

이준은 천천히 달리면서 게이트를 소환했다.

그가 원하는 지점에 게이트가 생겼다.

“저거 미친놈 아니야?”

“게이트로 몸을 피하는 멍청한 새끼가 어딨어.”

귀살대는 이준이 소환한 게이트가 부산에 많고 많은 게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준이 소환한 게이트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주, 어쩝니까?”

“놈을 죽이기 전에는 귀환하지 못한다.”

그 말은 곧 놈을 쫓으러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말.

상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고민도 없이 게이트 안으로 이준을 쫓아 들어간 귀살대였다.

* * *

지잉-

이준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샥쿠의 손에 잡힌 귀살대는 샤크로아의 창에 찔려 이미 죽어 있었다.

“곧 적이 올 거야.”

“감히 금역의 주인께 이를 드러낸 자가 누굽니까.”

A급 중간 보스 몬스터인 샥쿠가 분노하자, 게이트가 흔들렸다.

스케먼의 대장 테구르는 샥쿠의 힘에 기겁했다.

강한 건 알고 있었는데, 자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테구르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사이.

귀살대와 심진화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준의 귀에 경고음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승인되지 않은 인원이 게이트에 침입했습니다.]

[밖으로 내보내겠습니까? (Y/N)]

메시지를 보며 이준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니. 문 잠가.”

그의 말 한마디에.

[게이트의 문을 잠갔습니다.]

게이트의 문이 잠겼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포탈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귀살대의 눈에도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드존 게이트의 문이 봉쇄되었습니다.]

[금역의 주인이 당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창에 뜬 메시지를 읽고 이전보다 더 놀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레드존 게이트?”

“저길 좀 보십시오.”

귀살대원 중 한 명이 이준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의 뒤로 많은 수의 몬스터가 있었다.

“페어리?”

“샤, 샥쿠까지 있습니다!”

“대체 뭐야?”

그들은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게이트에 여러 종의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다.

더 웃긴 건, 이준이 가까이 있음에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거다.

“무슨 환술을 부린 것이냐!”

심진화가 이준을 향해 호통쳤다.

이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환술이라니. 여긴 내 구역이야.”

저들이 환술이라 여길 수 있다 생각했다.

그 어떤 누가, 인간이 게이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겠는가.

모든 각성자. 아니,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상상도 못 했을 거다.

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저들의 주인 되는 자.

이세계 악마들을 이끄는 자 또한 몇 년 후에는 게이트를 가질 터.

이건 미래의 일이니, 현재로선 자신이 최초였다.

“무, 뭐?”

“자, 오늘은 너희의 전투 능력을 테스트할 생각이야.”

“이미 준비된 상태입니다. 주인님.”

샥쿠가 샤크로아들과 앞으로 나섰다.

페어리들인 로티틸 또한 마찬가지.

마지막으로 테구르가 나왔다.

샥쿠의 힘에 잔뜩 기죽은 테구르였으나, 귀살대를 보자 눈을 번들거렸다.

여기서 꼭 공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공격해.”

이준의 명령이 떨어졌다.

샥쿠와 로티틸이 이끈 샤크로아 부대와 페어리 부대가 귀살대를 향해 공격했다.

그들의 숫자는 심진화를 비롯한 스무 명.

원래는 더 많은 인원이었으나, 고작 고등학생을 잡으러 귀살대 절반을 이끌고 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삼분의 일의 숫자만 데려왔는데.

‘젠장.’

그녀가 낭패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쩌랴.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오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그녀가 쌍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의 목표는 이준.

몬스터를 뒤로 하고 오직 이준만을 향해 쇄도했다.

그녀의 뒤를 귀살대가 보좌했다.

언제까지 당황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

상관이 이 난관을 타계하기 위해 적에게 뛰어들고 있다.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건 귀살대가 아니다.

“귀살대의 위력을 보여주자!”

“우아아아.”

귀살대가 호기롭게 몬스터들에게 뛰어들었다.

* * *

털썩.

심진화가 무릎을 꿇었다.

30대 같았던 그녀의 피부가 급격히 노화됐다.

70대 후반의 얼굴.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어떻게….”

그녀의 눈동자가 좌우로 떨렸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인간이 몬스터를 조종한다니.

몬스터에게 귀살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모두 이곳의 등급으로 A급.

자신의 세계에선 절정의 경지를 밟은 무인들이었다.

자신 또한 이제 AA급이다.

초절정의 경지에 있었음에도 몬스터에게 치명상을 당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자신의 불찰이다.

이준이 이런 전력을 보유했다면 귀살대 전원을 데려왔을 거다.

“노인공경을 해야 하지만, 넌 이세계의 악마잖아? 우리 세상을 무참히 짓밟고 유린한 놈 말이야. 그리고.”

이 여자의 이름은 추후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혈귀마녀.

그녀의 손에 죽은 각성자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이게 다라면 사마련과 다름없을 터.

그녀는 사마련보다 더 심하게, 일반인을 학살했다.

이세계의 악마가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후 벌어진 대학살.

그녀는 최전선에서 학살을 벌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노인이고 임산부고 어린아이고 할 것 없이 그녀의 손에 다 죽었다.

그래, 목만 깔끔하게 잘랐어도 천인공노할 짓인데.

그녀는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피를 마시는 미친 짓까지 벌였다.

피에 미친 살귀.

괜히 악마가 아니었다.

“우릴… 아….”

이준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붙잡았다.

“알지. 너 때문에 내 엄마가 죽었다는 것도.”

이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진화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발버둥 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가해진 이준의 악력이 점점 강해졌다.

이준이 그녀에게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

“당연히 큰어머니의 지시를 받았겠지. 하지만 넌 해선 안 될 짓을 했어.”

꽈악-

심진화의 눈이 터질 듯 앞으로 튀어나왔다.

“엄마가 죽었는데도 네가 시체를 계속 훼손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봐야 했어.”

엄마가 죽어 얼마나 충격에 빠졌는지. 아버지는 엄마를 사랑했음에도 눈을 감아야만 했다.

큰어머니의 지시로 살해당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

아버지는 패왕도가와의 충돌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소문도 나지 않은 채 묻혔다.

복수하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다.

가문의 무공이 자신에겐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자신은 혈족 계승도 못한 쓰레기였다.

“네가 엄마의 시체를 훼손하고 있는 걸 지켜봐야 했던 내 심정이 어땠는지 알아?”

“우우우.”

“네 눈깔, 손톱, 살 하나, 하나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야.”

콰직!

“으으으.”

심진화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렸다.

“그런데 이걸로 만족하려고. 대신 네가 그토록 충성하는 진무결. 그 자식을 내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야.”

이준의 말에 심진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가 그녀를 몬스터에게 던져버렸다.

“알아서 처리해.”

이준은 게이트의 주인.

그가 분노하면 게이트에 속한 몬스터에게 전해진다.

샥쿠를 비롯한 몬스터가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뒤이어 나타난 그림자 때문에 더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파랑이가 열 개의 꼬리를 활짝 편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심진화를.

녀석은 귀여운 목소리로 울지도, 이준의 품에서처럼 아양을 부리지도 않았다.

대신.

파랑이의 몸에서 나온 검은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와 심진화를 집어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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