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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82화 (82/705)

제82화

“심진화 님.”

신력권가의 안주인 방을 청소하고 있던 여자 뒤로 그림자가 떨어졌다.

“말해.”

“드디어 이준의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결국 잡았구나.”

여자가 바닥을 닦고 있던 걸레를 놔둔 채 일어섰다.

그녀는 최미진의 유모였다.

패왕도가에서 평생을 일했던 사람이다.

“귀살대로 간신히 이준의 움직임을 찾았습니다.”

“어떤 환술을 쓰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잡힌 이상 죽어야지.”

신력권가의 안주인이자, 패왕도가 가주의 여동생의 명령.

서자인 이준을 죽이는 일이었다.

“가자.”

“그런데 좀 이상한 장소에 있습니다.”

“어딘데?”

“부산입니다.”

“부산?”

심진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고등학생이 부산에 갈 일이 뭐가 있겠나.

수학여행? 아니면 실습 평가?

둘 다 아니다.

부산은 수학여행이나, 실습 평가를 하러 갈 만큼 안전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굉장히 위험했다.

“네.”

“이유는 알아냈어?”

“이준의 행적을 찾기도 힘들어서…”

심진화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보고하러 온 남자의 목줄을 단번에 움켜잡았다.

“컥!”

“지금 이걸 보고라고 지껄이는 거야?”

그녀의 눈이 붉게 빛났다.

상당히 위압적인 눈빛.

목을 잡힌 남자의 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목을 놓아주었다.

남자가 헐떡이며 숨을 골랐다.

“헉헉.”

“우리 귀살대의 명성에 먹칠하지 마.”

“죄, 죄송합니다. 대신 그가 마지막으로 들른 장소는 알아냈습니다.”

심진화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홍대 클럽입니다.”

남자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생각한 심진화였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다시 손을 움직이려는 순간.

남자가 급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평범한 클럽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숨어 있는 암상의 본거지가 아닐까 합니다.”

“암상?!”

그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단체였다.

지하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

전국 곳곳에 경매장을 뒀다.

체인점처럼 퍼진 곳에 찾아간다고 해서 암상의 회장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는 몇십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그를 찾기 위해 암상을 초토화시킨 적도 있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경매장은 그대로 남겨둔 채 말이다.

덕분에 개고생만 하고, 암상의 본거지를 찾는 걸 포기 했었다.

이제야 다시 나타났다고 하니, 이렇게 기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준이 암상의 본거지는 왜?”

“물건이라도 판 거 아닐까 합니다.”

이준이 들렸다는 곳이 암상이 맞다 치자.

거기서 뭘 했을까.

수하의 말대로 정말 무기를 팔았을까.

아니면 괜찮은 무기라도 샀나?

“놈을 만나보면 알겠지.”

그녀가 방을 나갔다.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이신의 방이었다.

똑똑똑.

“아가씨. 저예요.”

-들어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신과 최미진이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준이 학교 밖으로 나왔다 해요.”

“정말이야?”

최미진의 반가운 얼굴로 물었다.

“네. 그래서 잠시 자리를 비울까 합니다.”

“그래, 이준만 완벽히 제거하고 돌아와.”

“제가 없는 동안.”

심진화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신에게 단환을 건네준 성우건이 서 있었다.

“우건이가 아가씨와 도련님을 돌볼 겁니다.”

“알았어. 조심히 끝내고 돌아와.”

“예.”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나가기 전, 성우건과 눈빛을 교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신이 최미진을 향해 물었다.

“어머니. 유모는 평범한 사람 아니었어요?”

“너희 외조부께서 레드존 게이트를 깨다가 얻은 이들이니까.”

“네에? 그러면 몬스터?”

이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최미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들은 몬스터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야. 하지만 본질은 다르다고 하는 게 옳지.”

이신은 최미진에게 엄청난 말을 들어 버렸다.

본질이 다르다니.

이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 * *

부산은 제2의 수도로 불렸던 도시였다.

게이트가 생긴 후, 이런 말도 옛말.

현재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 폐허가 된 도시였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와 이미 부산 전역을 점령한 상태다.

15가문 연맹과 무맹, 사마련이 수복하러 들어갈 때마다 번번이 실패한 곳.

그런데 어째서인지, 대규모의 병력이 아니면 인간을 공격해 오지 않았다.

물론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달랐다.

어느 때는 소수 병력에도 공격해 올 때가 있었다.

극히 드물긴 했지만.

결국 한국의 가문들은 부산 지역 탈환을 포기했다.

이 지역을 수복하는 것보다 서울이나, 이외의 광역시를 지키는 게 훨씬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은 현재 게이트 미탈환 지역.

몬스터가 부산 이외의 지역으로 나가지 못하게끔 경계만 하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야.”

회귀 전 기억을 떠올렸다.

6년 후.

철혈검가를 비롯한, 신기지가와 암상은 부산 지역에서 이세계의 악마와 대치했다.

그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자신이 속한 신력권가는 악마들의 편.

그들의 힘을 빌려 신력권가는 친구인 박혁진의 가문을 무참히 유린했다.

가문에서 발언권이 없었던 자신은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나중에는 회의감이 들어 쥐뿔도 없으면서 철혈검가의 편으로 돌아섰지만.

그리고 1년 후.

천마대전쟁이라는 전 세계를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거기서 자신은 한 아이를 구하고 죽었다.

이세계의 악마들이 이끄는 몬스터에게.

“그때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D급이었던 등급은 어느새 AA급이 되었다.

회귀 전과는 달리 아예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했다.

“이젠 내 능력으로 강해질 수도 있고, 몬스터를 막을 수도 있어.”

이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전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다.

이제는 필요한 인간이 되었다.

[흠흠. 제자야. 네가 강해진 건 다 이 사부의 안목 때문이니라.]

진지하게 무게를 잡고 있는데, 도중에 끼어든 무극자 사부였다.

정말 못 말리는 사람.

대체 어떤 성격을 가진 분인지.

여태껏 같이 지냈어도 사부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었다.

“에휴.”

이준이 한숨을 푹 쉬자.

[지금 사부의 말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한 이야기를 계속하시니 그렇죠.”

[큼큼. 이 사부가 바른 생각을 하는 제자를 오해했구나. 미안하구나. 사부는 잘못한 건 곧바로 인정하는, 깨어 있는 사람이니라.]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지.

사부 몰래 고개를 저었다.

사부와 대화하는 사이, 부산의 외곽에 쳐진 바리케이드 앞에 도착했다.

허리에 도를 차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그들의 복장에 하얀색 자수로 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패왕도가의 도.

부산 외곽을 지키는 이들은 패왕도가의 각성자였다.

‘곳곳에 보안 카메라가 있긴 한데. 문제없겠어.’

저곳에 설치된 CCTV는 특수 장비다.

굉장히 빠른 몬스터나, 각성자를 잡는 대각성자 CCTV다.

하나, 신기지가의 비선에게도 잡히지 않았던 자신이다.

첨단 장비에게 잡혔다면 이미 비선의 눈에 노출됐을 터.

패왕도가의 각성자만 피하면 된다.

내공을 끌어올려 저들을 살폈다.

혹시나 경계해야 할 인물이 있나 싶었다.

‘끽 해봐야 B급 각성자네.’

자신의 기척을 알아보려면 적어도 AA급은 돼야 긴가민가할 거다.

이준은 마음 놓고, 경공을 펼쳤다.

쉭-

패왕도가의 각성자들의 머리 위에 미풍이 불었다.

그들은 그저 바람이라 치부하고, 자신들이 할 일에 집중했다.

* * *

이준은 감시 인원의 눈을 피해 해운대로 들어갔다.

옛날에는 초고층 빌딩과 바다를 찾아온 피서객으로 가득 한 곳이었다.

지금은 폐허로 변했다.

아니, 분지 형태로 흙이 치솟아 있었다.

거대한 흙으로 뒤덮인 산이 사방을 둘러쌌다.

무언갈 몰래 거래하기 아주 적합한 곳.

암상은 귀중한 거래가 있으면 해운대를 자주 이용했다.

몬스터와 사람이 주변에 하나도 없었으니까.

암상에서 보낸 수송 차량은 이미 도착한 상태. 하차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것도 일이다.”

무려 억 단위로 구매한 나무였다.

이걸 전부 게이트로 옮기려면 꽤나 많은 시일이 흐를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준에게 일꾼이 있었다.

스케먼과 페어리.

이번에 새로 얻은 샤크로아까지.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일당백의 일꾼이다.

드디어 수송 차량의 하차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이곳에 있는 사람은 이준뿐.

주위로 기감을 펼쳐 인기척이 있는지 확인까지 했다.

“게이트 소환.”

이준이 기다렸다는 듯 게이트를 소환했다.

“테구르, 로티틸, 샥쿠 집합.”

이준이 각 종족의 대장들을 불렀다.

그의 부름에 테구르가 제일 빨리 왔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행동이 빨라서 참 좋아.”

“헤헤. 그 위대한 블랙존 위에 계신 분인데 당연히 부르면 재깍 와야지요.”

사회생활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잘하는 테구르였다.

곧이어 로티틸과 샥쿠가 모였다.

이준은 그들에게 게이트 밖에 있는 묘목을 보여 주었다.

“저것들 다 게이트로 옮길 수 있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나무들은 왜?”

“페어리도 있고 하니, 나무들로는 여러 가구와 집들을 만들고, 벼랑 밀은 농사지어서 밥 해 먹으려고.”

이준의 설명에 셋 다 고개를 끄덕였다.

- 현명하신 생각이에요.

로티틸이 이준을 향해 엄지를 척 들었다.

게이트의 모든 몬스터가 나와 나무와 모종을 옮겼다.

시간이 꽤 소요될 줄 알았던 이준이었지만.

또 한 번 스케먼들에게 놀랐다.

“사부님. 저렇게 일 잘하는 놈들 보셨습니까?”

[허허. 잡일의 경지가 초절정을 넘어 화경에 접어든 수준이니라.]

스케먼은 나무를 나르지 않았다.

대신 바닥을 파서 작은 게이트를 만들었다.

계승의 꽃을 지금의 게이트로 옮겼을 때와 똑같은 작업을 했다.

“저 생각은 못 했는데.”

이준이 감탄하고 있는 사이.

스케먼의 활약으로 그 많던 나무 묘목과 모종들을 전부 게이트로 옮길 수 있었다.

“수고했다. 테구르.”

“헤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언제든 시켜만 주십시오.”

샥쿠와 로티틸은 테구르에게 일적으로 져서 분해했다.

“다음번에는 너에게 지지 않는다.”

- 저도 마찬가지예요.

셋 다 게이트로 들어갔다.

이제 자신의 차례.

게이트를 통해 학교로 복귀하면 끝.

이 먼 부산에서 순식간에 서울로 올라가는 방법이었다.

이준이 게이트로 들어가려는 순간.

안 느껴지던 기척이 느껴졌다.

빠르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준은 기척이 오기 전, 게이트를 빠르게 닫았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빠르게 다가오던 기척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췄다.

마치 감시하는 것처럼, 빈틈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준이 그들을 불렀다.

“숨어 있지 말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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