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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81화 (81/705)

제81화

“야야. 아침에 소식 들었지?”

“파천자?”

“어. 진짜 개쩔지 않냐? 거의 사마련에 선전포고한 것과 다름없는 거 아니냐?”

“대체 그런 배짱은 어떻게 부리지?”

“실력에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바깥과 같이, 무림 사관 고등학교도 들썩였다.

어떤 간 큰 자가 사마련에, 그것도 도악에게 도발하겠는가.

길필성을 데리고 도악과 거래하지 말라는 건, 도악과의 충돌도 서슴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15가문 연맹 말고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각성자가 누가 있을까.

심지어 오왕들조차 제 영역만 지키지, 사마련과 충돌하는 건 꺼렸다.

각 가문의 힘이 서로 비슷하니.

어느 한쪽도 피해를 보는 걸 싫어했다.

자칫 힘이 깨지면, 타 가문에 물리고 뜯겨 멸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마련이 설침에도 조용했다.

“솔직히 처음엔 좀 오글거리긴 했는데… 그것도 있는 놈이 부리니까 멋있더라. 아… 개부럽다.”

“야, 너도 오글거리는 건 할 수 있어.”

“X팔.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장난은.”

“그보다 도악의 아들을 잡은 사람 이명이 파천자란다.”

“그것도 들었어. 간지 쩔어.”

파천자.

아주 광오한 이명이었다.

대한민국의 최고 전력이라 평가받은 검제도, 검의 황제였다.

그런데 하늘마저 파멸시키는 사람이라니.

이런 이명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는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있어도 무명.

이름이 없거나, 주제도 안 되는 어중이떠중이가 자기들끼리 쓰는 단어였다.

하지만 파천자는 당당히 자신의 이명을 밝혔다.

도악의 아들을 잡아다가 연맹회에 넘겨주며 말이다.

파천자가 의도한 거라면 그의 생각대로 됐다.

대한민국에 파천자란 이명이 널리 퍼졌으니까.

“하여튼 존나 부럽다.”

“그러게.”

같은 반 친구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준이 흐뭇해하고 있을 때, 무극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자야.]

‘네. 사부님.’

[네 이름을 놔두고 굳이 파천자란 이명을 써야 했느냐?]

‘안 그래도 적이 많은데, 사마련까지 이준이란 이름으로 싸우는 건 쉽지 않거든요.’

[가아아알!]

무극자 사부의 호통이 들렸다.

‘윽. 이건 적응이 안 되네.’

[고금제일인의 제자가 고작 저런 허접한 놈들을 두려워한단 말이냐! 가당치 않구나.]

말 한 번 잘못해서 귀청이 떨어질 뻔했다.

무극자 사부의 대노를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당연히 사부님이 계신데 제가 저따위 놈들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다만, 상대를 분리해서 싸우자 이 말입니다. 사마련은 파천자로, 패왕도가나 신력권가는 이준으로요.’

[큼. 정말이렷다?]

‘제가 누굽니까. 고금제일인의 제자는 두려움 따윈 없습니다.’

이준이 자부심 가득한 발언을 하자, 무극자가 그제야 흡족해했다.

[아무렴. 내 제자는 10만 대군이 달려든다 해도 지면 안 되느니라.]

다행히 사부를 진정시켰다.

“후우우.”

이준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부의 잔소릴 피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준.”

“응?”

이준이 깜짝 놀라며 옆을 보았다.

언제 왔는지, 한지유가 옆자리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자, 잠깐!”

“왜?”

“너무 가까워.”

“뭐가?”

“너와 나의 거리 말이야.”

학교에서 얼음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가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밀자 같은 반 남학생들의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

복도를 걷던 다른 반 남자들도 멈춰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살기까지 간간이 비춰 보였다.

이때만큼은 자신이 AA급 풍사도를 이겼다는 건 무의미했다.

자신의 말에도 한지유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대신 오늘은 나랑 같이 수련해.”

“수련이랑 이거랑 뭔 상관인데?”

“네가 안 해 주면 얼굴 안 치울 거야.”

한지유가 얼굴을 더 내밀었다.

자신의 코와 한지유의 코가 닿을 거리.

이준이 황급히 몸을 뒤로 뺐다.

“다음에.”

“왜? 너 요즘 계속 수련 빠진다?”

한지유가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남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화난 모습도 예뻤으니까.

“나도 할 일 있어.”

“수련 말고 중요한 게 뭔데?”

“비밀이야.”

한지유가 이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1초, 5초, 30초, 1분.

이준이 눈을 슬며시 피해도 보았지만, 여전히 그를 쳐다봤다.

‘미치겠네.’

[허허. 적응이 안 되는구나.]

한지유는 포기하지 않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준을 계속 쳐다봤다.

결국 항복한 이준이었다.

“주말은 안 돼. 볼일 좀 보고 올 테니까 갔다 와서 하자.”

“정말?”

“응. 정말.”

그제야 한지유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봐, 봤냐?”

“한지유가 웃었어.”

“헐. 미쳤다.”

“존예야.”

남학생들의 눈이 풀리면서 쓰러졌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한지유는 이준의 책상으로 손을 내밀었다.

“자.”

“뭐야 그건? 독이야?”

이준의 말에 쌍심지를 치켜세운 그녀가 표정을 풀고 말했다.

“민트 초콜릿.”

“저번부터 나한테 왜 이래.”

민트 초콜릿은 파인애플 피자와 더불어 한지유가 제일 좋아하는 거다.

그걸 미리 알고 있던 이준이 이전에 그녀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준 적이 있는데 역시 엄청 맛있었던 모양이었다.

미래에도 남들에게 절대 민트 초콜릿은 양보하지 않는 그녀였다. 그런데 자신에게 초콜릿을 주고 있었다.

“응. 너 먹어. 대신 나랑 수련 열심히 해야 해.”

뇌물로 치약을 주다니.

명절 선물로 샴푸, 치약 세트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

그건 샴푸라도 들어 있지 이건 치약만 주는 격이다.

수련에 대한 뇌물이라도 별로 기쁘진 않았다.

* * *

학교가 끝나고 곧장 게이트로 왔다.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들어왔습니다.]

게이트의 이름이 바뀌고, 레드존 등급으로 상승하자 항상 메시지가 떴다.

몬스터에게 명령할 수 있는 창은 덤.

[제1군단 샤크로아] - 자율행동

[제2군단 페어리] - 자율행동

[제3군단 스케먼] - 자율행동

“게이트를 열지 않아도 몬스터에게 명령할 수 있는 커맨드가 생겨서 편하긴 해.”

이준은 스케먼의 옆에 떠 있는 자율행동을 클릭했다.

-수행할 수 있는 행동

[게이트 공격]

[게이트 방어]

[탐사]

[보급]

[자율행동](현재)

다섯 개의 수행 커맨드.

현재는 자율행동을 하게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불안한 게 있었다.

4대 성지에서 자신의 게이트 적대감을 드러낸 것처럼.

다른 게이트도 적대감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적만 늘어나는 꼴이다.

그래서 몬스터로 공략하는 건 아직 실행해 보지 않았다.

물론 아예 게이트 공격을 안 할 건 아니다.

언젠가는 할 터.

지금이 아닐 뿐이다.

“나중에 한 번 명령을 내려 봐야겠어.”

이준은 명령 창을 끄는 순간.

[부하1 – 허수가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들어오려 합니다.]

[자유롭게 출입을 허가해 부하1이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것 또한 바뀌었다.

그전에는 그냥 간단하게 허수의 이름만 나왔다.

레드존 게이트로 상승하고 나선 메시지를 포함한 여러 항목이 자세하게 표시됐다.

[부하1은 너무 했구나, 제자야.]

트집을 잡을 건수가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바꿀 생각입니다.”

이준이 상태창 홀로그램을 선택했다.

기타 정보에 ‘부하1-허수’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걸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부하1 허수를 광마도 허수로 변경.”

허수의 별명은 아직 없었다.

추후에 광마도란 별명으로 불릴 녀석이라 이렇게 지었다.

또한 이건, 자신만 볼 메시지기에 광마도라 바꿔 놨다.

이준이 변경된 설정을 만지고 있을 때.

지잉-

포탈이 허공에 떴다.

그 안에서 허수가 나왔다.

“형님. 먼저 와 계셨습니까.”

녀석이 허릴 굽히며 90도로 인사했다.

백날 뭐라 해도, 저 버릇은 안 고쳐지나 보다.

몇 번 뭐라 했는데도 고치질 못해서 이준도 포기했다.

“너한테 줄 게 있어서 일찍 왔어.”

“저에게 말입니까?”

이준이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서 기다란 상자를 꺼내 허수에게 주었다.

“받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이게 마지막이야. 열어 봐.”

이준의 말에 허수가 상자를 받아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날카롭게 빛나는 예기가 허수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

“어때?”

“정말 좋은 도 같습니다.”

“자세히 살펴봐 봐.”

허수는 참마도의 정보창을 열었다.

그의 눈에 보인 등급은 B급.

그가 꿈도 못 꿀 등급의 무기가 앞에 있었다.

“A급!”

“놀라긴 일러. 네가 본 건 가짜의 모습이거든.”

이준이 도신을 잡고 내공을 집어넣었다.

정말 평범하던 도가 변했다.

날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헉!”

허수의 눈은 앞으로 튀어나올 듯 커졌다. 입을 떡 벌리며, 헛바람만 집어삼켰다.

“이게 네가 쓸 진짜 무기야.”

[참마도(각성)]

등급: S

설명: 도군이 쓴 무기로, 마교를 상대할 때만 사용했다.

효과: 힘+50(100), 체력+40(100), 마인에 대한 공격력 +40%(100%)

숨겨진 효과: 마인을 벨수록 참마도의 능력과 사용자의 내공이 늘어난다.

무려 S급의 무기였다.

일제오왕칠악만 사용한다는 고등급의 아티팩트.

평생 볼 일도 없는 물건이 실물로 눈앞에 떡하니 있다니.

허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정말 제가 이걸 쓴다는 말씀이십니까?”

“너에게 주려고 구한 거니까 당연하지.”

“왜 제게 이렇게 잘해주시는 겁니까.”

네 능력이 탐나서.

15가문 연맹의 무공도 아닌데, 훗날 A급 각성자가 되니까 라고 말할 수 없었다.

“널 빡세게 굴리려고 주는 선물이야.”

그나마 처음 허수를 스카우트할 때 했던 말을 다시 써먹었다.

허수는 감격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계속 퍼주는 이준 선배.

‘이런 대단한 걸 주면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시는 거야.’

존경을 뛰어넘어 경외스러웠다.

태평양 같은 대인배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

자신이 감히 재단할 수 없었다.

한참 허수가 이준을 오해하고 있는 사이, 이준이 손을 흔들었다.

“열심히 수련해서 강해져. 그래야 동생들한테 맛있는 것 많이 사주지.”

그 말을 남기고 게이트를 떠난 이준을 보고 허수가 중얼거렸다.

“이젠 제 동생들까지 챙기시는 겁니까. 당신은 대체….”

이번 일을 계기로 이준은 허수에게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 * *

이준은 게이트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파천자 님. 부산으로 물건을 배달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암상의 한상인이었다.

“배송 지점에 모두 내려 주세요. 전 지금 출발하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걸로 되겠습니까? 나무를 심으시려면 일꾼이 충분해야 할 텐데.

이것저것 신경 써주려는 한상인이었다.

암상과의 관계를 트니, 여러모로 편하긴 했다.

“일꾼은 충분합니다.”

실제로 어지간한 일꾼보다 일을 잘하는 몬스터가 있었다.

스케먼들.

녀석들은 일에 관해선 도가 튼 기술자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한상인과 전화를 끊었다.

이제 부산으로 출발하면 됐다.

게이트에 심을 나무와 모종을 가지러.

눈을 뜨고 처음으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폐허가 된 도시를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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