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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75화 (75/705)

제75화

‘네. 마겁이요. 아세요?’

[혹, 어떻게 생겼는지 아느냐?]

‘쇠막대기 같은 거예요.’

[색은?]

‘아주 새빨개요. 마치 피를 먹은 것처럼요.’

[마겁 말고 다른 이름으로 파멸겁이라고 부르진 않고?]

‘네.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요. 사부님은 마겁을 아세요?’

[직접 보면 알 것도 같구나.]

이준이 눈을 빛냈다.

처음으로 무극자 사부가 놀라는 걸 들었다.

그렇다는 건 마겁이 엄청난 아티팩트라는 뜻.

‘그’도 지도보다 마겁을 1순위로 찾지 않았던가.

일제오왕도 심상치 않은 아티팩트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어쩌면 더한 물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파멸겁은 어떤 무기였어요?’

이준이 무극자 사부에게 물었는데도 그 뒤로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마겁을 꼭 얻어야 할 명분이 더 커졌으니까.

천무대전에서 반드시 우승할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마겁을 뺏길 생각이 없었다.

혹시 아나.

무극자 사부가 말한 마겁이 파멸겁일지.

좋은 걸 안 이준은 허수를 기특하게 보았다.

“짜식, 뉴스도 보고 말이야. 잘했어.”

“네?”

“앞으로 이런 소식은 바로바로 나한테 알려 줘.”

“저 잘한 겁니까?”

“응. 잘했어.”

이준이 허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본관 건물에 도착했다.

“끝나고 게이트에서 보자.”

“네.”

허수는 현재 건곤미허신공과 연환패왕도를 동시에 수련하고 있었다.

성취가 둘 다 3성에 도달했다.

이 모든 게 무극자 사부의 가르침 덕이었다.

누가 고금제일인 아니랄까 봐 무공의 진체를 꿰뚫고 있었다.

어떻게 수련을 해야 성취가 빠른지.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무공을 사용하는지.

너무도 잘 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련할 때보다 숙련도가 월등히 빠를 수밖에 없었다.

이준이 허수와 헤어진 후, 교실로 갔다.

1학년과는 달리 남학생이 많은 2학년 5반은 이준의 눈치를 봐야 했다.

이준이 낙오자일 때, 투명인간 취급한 반 아이들.

그래서인지 그들에게 이준은 까칠의 대명사였다.

물론 한지유를 제외한 몇 명은 빼고 말이다.

“준아, 어서와.”

“또 1학년 애들이 달라붙은 거야?”

박은비와 서혜지가 손을 흔들었다.

“뭐, 그렇지.”

이준이 창가 맨 뒷자리로 가서 털썩 앉았다.

한지유가 자신의 보물인 민트 초콜릿을 슬쩍 책상에 놔뒀다.

“먹어.”

“고, 고마워.”

요즘 들어 자주 보이는 한지유의 호의였다.

“오늘은 수련 같이할 거지?”

“나 오늘도 일이 있는데.”

“수련 안 한 지 오래됐는데.”

그녀는 천중호수를 갔다 온 후, 매일 같이 수련을 같이하자고 매달리는 중이다.

하루는 같이 수련을 했다.

밤이 돼서 멈추려 했는데, 놓아주지 않았다.

새벽까지 이어졌고 새벽 4시가 돼서야 끝났다.

결국 2시간만 자고 등교해야 했던 이준이다.

“혼자….”

이준이 혼자 하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한지유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박혁진도 일제님이 가르쳐주시는데, 난 혼자 해야 해. 혼자 하는 수련은 어렵고 쓸쓸해.”

남들이 보기엔 냉랭한 표정 그대로 같겠지만, 이제 이준은 알 수 있었다.

빙화란 별명과 안 어울리게 잔뜩 시무룩해져 있다.

마치 주인님이 안 놀아 줘서 시무룩해진 강아지나 고양이 같이.

‘하긴… 혁진이나 정연 누나는 일제 그 할아버지와 함께 폐관에 들었지.’

천중호수를 갔다 오고 부족한 게 많다나 뭐라나.

등교도 하지 않은 채, 철혈검가의 수련 동에 처박혔다.

그들과는 다르게 한지유는 혼자 수련해야 했다.

신기지가의 특기는 진법.

한지유보다 검술이 뛰어난 자는 많지 않았다.

연검을 수련한 이는 아예 없기까지.

그래서 매일 혼자였다.

[같이 하지 그러느냐.]

‘저도 수련해야 합니다.’

[가르침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느니라.]

‘그럽니까?’

이준은 솔깃했다.

무극자 사부가 괜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뭔가 생각이 있으시니까 같이 수련하라고 제시한 거라고 여겼다.

물론 무극자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

한지유가 혼자 수련하는 게 그저 안타까워서 이준에게 떠넘긴 것이다.

‘좋습니다. 까짓것 같이하죠.’

이준이 한지유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할 일이 있어서. 내일부터 같이할까?”

“그래도 돼?”

“응.”

이준의 제안에 한지유의 얼굴이 활짝 폈다.

박은비와 서혜지가 부러워했다.

“좋겠다. 준이랑 수련도 하고.”

“우린 레벨이 안 돼서 준이랑 수련 못 하지….”

“괜찮아. 우리끼리도 잘 할 수 있어.”

서로 으싸으싸 하는 두 사람.

이준이 박은비와 서혜지에게 말했다.

“너희도 같이하자.”

“그래도 돼?”

“당연하지.”

“와! 다 같이 수련한다!”

두 사람이 좋아했다.

이준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 사람을 가리키면 깨달음은 하나.

만약 세 사람을 가르친다면?

깨달음이 배로 오지 않을까.

‘저 아무래도 천재인 것 같습니다.’

제 무덤을 파는 이준이다.

무극자 사부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놈이 내 제자리니… 쯧.]

* * *

학교가 끝나자, 이준은 곧바로 청호 보금자리로 왔다.

“오늘은 허수 너 혼자 수련해야겠다.”

“그날입니까?”

“어. 이제 파랑이한테 이걸 먹여야지.”

이준의 손에 들린 약병.

천중호수에서 구한 극빙하수였다.

이준이 파랑이가 있는 남쪽 구역으로 갔다.

“파랑아, 준비됐지?”

“크릉!”

파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극빙하수는 극음의 기운을 지닌 영약이었다.

불의 돌이란 극양의 기운을 먹은 파랑이, 파랑이는 불 속성을 지닌 몬스터였다.

극빙하수를 잘못 먹였다간 탈이 날 터.

일주일 동안 준비 운동을 시켰다.

파랑이 내부에 아직도 녹아내리지 못한 극양의 기운을 모두 소화하게 한 것.

불의 돌을 전부 흡수한 파랑이의 덩치가 커졌다.

이젠 대형견 크기였다.

이준이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극빙하수를 바닥에 부었다.

쩌어억-

모래로 물이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작게 고인 극빙하수에서 쩌릿한 기운이 올라왔다.

파랑이가 코를 킁킁거렸다.

“이제 먹어.”

녀석의 몸이 파란 불로 타올랐다.

제 몸을 불에 붙인 것처럼 맹렬히 타오르는 청화.

녀석이 극빙하수를 남김없이 먹었다.

[파랑이가 극빙하수의 음기를 복용했습니다.]

[극음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파랑이의 입으로 사라졌다.

청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큭!”

불꽃이 이는데 주위에 서리 폭풍이 쳤다.

쩌어어억-

순식간에 남쪽 일대가 얼음 지대로 변해 버렸다.

신기한 건, 계승의 꽃이 있는 자리는 그대로였다.

꽃에서 나온 마기가 음기를 막는 달까.

아무튼 이준은 인상을 찡그린 채, 내공을 전신으로 퍼트렸다.

하마터면 음기의 침습으로 몸이 꽁꽁 얼 뻔했다.

“불의 돌이 가진 기운의 3배에 달해.”

[만년금구의 서식지에 있던 영약이다. 당연할 수밖에. 극음의 기운으로서 금구의 내단과 쌍벽을 이룰 게야.]

파랑이가 괴로워했다.

“크르르.”

이준은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극빙하수를 먹은 순간부터 온전히 파랑이의 몫이었으니까.

녀석이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활짝 열린 입에서 브레스와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청화였다.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오더니, 다 토해 낸 순간.

기운이 바뀌었다.

새하얀 서리의 숨결이었다.

하늘에서 결정체로 된 알갱이가 떨어졌다.

서리의 숨결도 다 토해 내자, 보랏빛을 띤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청화도 서리의 숨결도 아닌, 잘 정제된 마기였다.

[마지막인 것 같구나.]

마기의 폭풍도 끝이 났다.

“헥헥.”

파랑이가 혀를 빼물고 숨을 헐떡였다.

변한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준은 느낄 수 있었다.

파랑이가 진정으로 레드급 몬스터가 됐다는 걸.

마침 메시지가 딱 떠올랐다.

[파랑이의 등급이 올랐습니다.]

[블루존이었던 게이트의 등급이 레드존으로 격상됩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웠습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보상으로 10,000,000p가 지급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보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역의 주인이 성장했습니다.]

[보상으로 네 개의 게이트를 합칠 수 있습니다.]

[청호 보금자리와 천중호수를 합치시겠습니까? (Y/N)]

이준이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보유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합치다니.

이럴 수가 있나?

“응.”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동, 서, 남, 북 중 합칠 방향을 선택해주십시오.]

“남쪽.”

자신이 서 있는 곳이었다.

계승의 꽃이 피어 있는 장소이자, 파랑이가 거주하는 곳으로 선택했다.

그러자 게이트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쿠구구궁.

게이트에 변화가 왔다.

남쪽 끝.

벽으로 가려져 있던 곳이 뚫렸다.

그리고 생성된 하나의 게이트.

그건 바로 천중호수였다.

“헉.”

이준이 입을 떡 벌렸다.

일주일 전에 클리어했던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게이트가 정말 합쳐진 것.

직접 보고도 믿겨지지 않았다.

“개, 개이득이다.”

곧이어 메시지가 또 나왔다.

[금역의 주인이 보금자리의 이름을 바꾸길 원합니다.]

[게이트의 이름을 바꾸시겠습니까?(Y/N)]

“바꾸긴 해야 할 것 같아.”

천중호수와 합쳐진 청호 보금자리.

원래의 이름과 완전히 다른 게이트가 되었다.

“뭐로 바꾸는 게 좋을까.

이준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천중호수에 있던 만년금구가 자신의 영역에 이변을 느끼고 물 밖으로 올라왔다.

무극자가 만년금구를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황금아.]

[무, 무신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게이트가 합쳐졌다.]

[네에?!]

[너도 처음 겪는 일인가 보구나.]

[이,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무극자와 만년금구가 이야기를 하든 말든.

이준은 새로운 이름을 떠올리기 바빴다.

그러다 파랑이를 봤다.

“응? 너 몸이 왜 그래?”

게이트만 변화가 있는 게 아니다.

파랑이의 신체도 변화가 있었다.

극빙하수를 전부 흡수해서 덩치가 더 커질 줄 알았는데, 어째 옛날 머리통만한 크기로 돌아왔을까.

“뀨우?”

파랑이가 고개를 꺄우뚱했다.

그 모습에 이준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래서 동물을 키우나 보다.

이준이 파랑이를 안아 들었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참고로 이준은 엄청난 작명 센스를 지녔다.

파랑이도 그 때문에 탄생한 이름.

과연 새로운 게이트의 이름은 어떤 걸로 될지.

이준이 고심했다.

“흐음… 강렬한 거 뭐 없나?”

그때 딱 떠오른 게 있었다.

지금껏 클리어 한 게이트는 모두 악명도가 높은 게이트.

각성자에겐 명성을 높일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4대 성지의 금역. 누가 지었는지 이름 한번 죽여준다.”

[4대 성지의 금역으로 이름을 바꾸시겠습니까?]

“어.”

마음에 딱 들었다.

웅장하면서도 강렬한, 절대 깰 수 없는 무적의 게이트란 느낌이 들지 않나.

[청호 보금자리를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바꾸었습니다.]

그와 함께 메시지가 주르륵 내려왔다.

[4대 성지의 주인들이 분노합니다.]

[적대도가 최상으로 변합니다.]

[극상으로 변할시, 4대 성지의 주인들이 당신의 게이트를 공격할지 모릅니다.]

“까. 깜짝이야!”

뭔가 잘못 건드린 느낌이 들었다.

4대 성지의 주인이라니.

그런 놈들도 있나.

이준이 깜짝 놀라자, 무극자 사부도 덩달아 놀랐다.

[왜? 무슨 일이냐?]

“이것 좀 보십시오.”

이준이 새로운 메시지를 무극자 사부에게 보여줬다.

정적이 흘렀다.

침묵을 깨고,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신경을 안 쓰면 꼭 일을 저지르는구나.]

“4대 성지의 주인은 또 뭡니까.”

[신수들이 사는 곳이다.]

“설마, 청룡 백호, 이런 놈들은 아니죠?”

[왜 아니겠느냐.]

“미친, 이름만 바꿨다고 적대하자면 어쩌자는 거야.”

이준이 버럭 화를 내었다.

거의 적반하장 수준.

무극자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다시 만년금구와 만담을 이어갔다.

“하, 젠장.”

적대도는 최상이었다.

극상이 아닌 게 어딘가.

그전까지만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이준은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길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짜증 났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는 파랑이가 얼마나 변했는지,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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