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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71화 (71/705)

제71화

지잉-

천중호수 입구에 일곱 개의 빛이 어렸다.

이내 모습을 드러낸 사람.

귀환석을 쓴 최대웅 외 여섯 명이었다.

“공략대다!”

천중호수 입구에서 대기를 타고 있던 기자들이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기자가 최대웅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3차 공략도 실패로 돌아간 듯싶소.”

그가 최대한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생방송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초소형 카메라들은 이미 박살난 지 오래.

방송이 중단됐다는 걸 안 최대웅은 귀환을 선택했다.

자신들이 공략대를 버리고 왔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모를 터.

‘반대편으로 간 공략대가 살아나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를 거야.’

AA급 각성자인 최대웅도 나고쉬를 상대로 고전했다.

그런데 자신들 진영보다 전력이 낮은 철혈과 신기가 살아나겠는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게 정말입니까?”

“방송이 끊긴 후를 이야기해 주십시오.”

“어떻게 된 일입니까?”

“3구간은 지옥이었소.”

최대웅의 시선이 이민욱에게로 갔다.

그도 도우라는 소리.

눈빛만으로도 최대웅의 의도를 알아차린 이민욱이었다.

이민욱이 살을 더 보태었다.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모두를 구하려 했지만… 무리였습니다. 나고쉬와 샤크로아는 우리 실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습니다. 나고쉬와 샤크로아의 등급을 블랙급으로 격상해야 합니다.”

심지어 레드급 몬스터를 블랙급으로 격상시키는 이민욱이었다.

“철혈검가와 신기지가는 어떻게 됐습니까?”

“생사 확인은 못 했지만… 귀환석을 쓰지 못한 걸 보면 죽지 않았을까 생각하오.”

“세상에.”

“철혈검가에서 난리가 나겠군.”

“그뿐이냐? 빙화와 검화, 거기다가 검룡까지 있다고! 난리 정도로는 안 끝날 거야.”

기자들이 타자를 치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들은 도망쳐 나온 일곱 사람을 머리에서 지웠다.

오직 전사자들을 보도할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구경꾼들은 어떤가.

처음 야유를 보냈던 것과는 달리, 살아서 돌아온 일곱 각성자를 측은하게 보았다.

곳곳에서 격려가 나왔다.

“살아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십시오.”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응원에 최대웅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가에 떠오른 작은 미소.

누구도 그 역겨운 웃음을 보지 못했다.

* * *

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울림이 멎었다.

“끝났나?”

더는 진동이 들려오지 않았다.

“궁금하다.”

“준이를 따라갈 걸 그랬어.”

박정연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잠시 후.

이준이 그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의 뒤에는 천왕대도 함께였다.

“이준! 어떻게 된 일이야.”

“패왕과 신력의 수뇌부들이 귀환석을 사용했어.”

“이 사람들을 두고?”

“응.”

한지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옆에 있던 박정연이 이준에게 말했다.

“흑사자단들은 어떻게 됐어?”

“내가 갔을 때는 전부 전멸한 상태였어.”

창궁단주와 현원단주가 한마디씩 했다.

“짐승만도 못한 놈들!”

“제 후계자 놈이 우리 아가씨도 버리더니, 역시 끼리끼리도 적당해야지!”

두 사람이 분해했다.

공략을 주도한 가문은 패왕도가였다.

도와 달라고 도움을 청했으면서 먼저 도주하다니.

그래놓고 뭐?

자신들을 음해한 자가 있다면서 분열을 조장해?

패왕과 신력은 상종도 못 할 쓰레기였다.

심지어 수하들까지 놔두고 수뇌부끼리 도망쳤다는 것에서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공략대를 이끌 자격이 없었다.

“제가 살아서 여길 나간다면 패왕도가와 신력권가한테 지난번 일까지 합쳐서 책임을 물을 겁니다.”

“저희 신기지가도 철혈검가를 돕겠어요.”

모두가 분한 얼굴을 했다.

이준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살아서 돌아갈 거예요. 이 게이트는 30분이면 깨니까요.”

“정말?”

“진짜야?”

박정연과 박혁진이 동시에 놀랐다.

“응. 저기로 들어가서 내가 깰 거야.”

이준이 가리킨 곳은 보스가 있다는 호수 안이었다.

“저기도 천중수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나 혼자만 들어갈 생각이야.”

“준이 너 혼자?”

“응.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거든.”

이준이 겉옷을 벗었다.

파랑이를 감싼 마이를 한지유에게 건넸다.

박혁진과 박정연은 파랑이의 존재를 몰랐다.

그렇다고 사형준에게 맡기자니 파랑이가 그를 또 물 것 같았다.

그나마 한지유면 파랑이가 가만히 있지 않을까 해서 넘겼다.

파랑이를 감싼 마이를 한지유에게 건네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한지유가 움찔거렸다.

얼음이 된 그녀에게 이준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파랑이 좀 맡아줘.”

“그, 그래.”

“고마워.”

파랑이는 불 속성을 가진 몬스터.

녀석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중수에는 약할 거라 생각했다.

‘뀨우.’

파랑이가 이준과 떨어졌다.

‘조용히 여기에 있어.’

‘뀨우….’

귀가 축 처진 채 옷에 감겨 있는 파랑이.

옷 사이로 파랑이와 인사를 한 후, 물에 들어가기 전 준비 운동을 했다.

“정말 혼자 괜찮아?”

“30분이면 되니까 걱정 마.”

한지유의 걱정에 이준이 싱긋 웃었다.

박혁진과 박정연도 이준을 걱정했다.

두 사람은 천중호수에 들어오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들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그들은 게이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미 샤크로아의 밥이 되었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모두의 마음은 똑같았다.

사형준도 이준을 말렸다.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너흰 짐만 돼.”

이준이 천중수에 몸을 던졌다.

풍덩.

천중수가 이준을 잡아먹어 버렸다.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다가 이내 멈췄다.

천중수 안.

이준의 몸은 계속 아래로 떨어졌다.

물의 압력은 점점 거세졌다.

[혼원신공으로 몸을 보호하거라.]

이준이 혼원신공을 끌어 올렸다.

회색 기운의 아지랑이가 몸을 감쌌다.

한 겹 한 겹.

껍질을 둘러싸며 원형의 막을 생성시켰다.

‘이제 한결 낫습니다.’

여유로워지자 주변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천중수 안은 굉장히 깨끗했다.

마치 제주도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같달까.

힐링이 됐다.

구경을 끝낸 이준이 원래의 목적을 향해 움직였다.

‘만년금구가 있는 곳에 극빙하수가 있었다고 했지?’

밑으로 쭉 내려갔다.

하나의 작은 구멍이 이준의 눈에 보였다.

보스의 보금자리.

현재 알을 낳고 있는 장소였다.

팔을 휘저으며 작은 구멍 사이로 갔다.

천중수 아래로 갈수록 자신의 주위에 쳐진 기막은 작아졌다.

터질 듯한 압력.

이준은 혼원신공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리고 단숨에 구멍 사이를 통과했다.

“푸우웁!”

입에서 천중수 물이 뿜어져 나왔다.

통과한 공간은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의 동굴이었다.

“휴, 죽는 줄 알았다.”

[우리 황금이도 이런 굴에서 살았었지.]

“황금이 아닙니다.”

[네놈이 어찌 아느냐. 황금이는 목숨이 아주 질겼느니라.]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못 말리는 사부였다.

만년이나 존재했던 지난날의 영물.

사부 시대의 만년금구가 게이트에 나타날 일이 없다고 생각한 이준이었다.

천중수에서 나와 좁은 통로를 걸었다.

딱딱!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이 빨라졌다.

동굴 벽 그림자에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비춰졌다.

“황금인지 아닌지 사부가 보고 확인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그림자를 지나치자,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황금아!]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치는 무극자 사부였다.

“자, 장난치지 마세요.”

[그럴 리 없다. 나와 황금이는 마음이 통하느니라.]

이준이 무극자 사부의 말을 무시했다.

걸음을 움직이려는 찰나.

[우리 황금이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이냐.]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금이 아니라니깐요.”

이준이 한 발자국 움직였다.

[녀석에게 위해를 가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하?”

이준이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무극자 사부가 계속 황금이라고 우겼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놈을 죽여야 게이트가 클리어된다.

그리고 녀석을 죽이고 얻을 내단도 덤으로 가져야 했다.

사부가 황금이라고 우기는 덕에 어정쩡하게 멈춰 섰다.

만년금구의 부릅뜬 눈.

침입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듯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무방비와 다름없는 상태.

알을 낳고 있을 때가 만년금구를 쉽게 죽일 수 있는 최적기였다.

“그러면 황금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시던가요.”

[옳다구나. 황금이는 혼원신공의 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나를 잘 따랐지.]

“진작 가르쳐 주시지. 만약 황금이가 아니면 곧바로 잡을 거예요. 그렇게 아세요.”

이준이 단호하게 말하고 혼원신공의 내기를 끌어올렸다.

웅웅-

그의 몸 주위로 회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직까진 반응이 없었다.

[더 끌어 올려라. 네놈의 기운이 형편없어서 나인 걸 인지 못 하는 것이니라.]

무극자 사부의 말에 오기가 났다.

이래 봐도 갓 AA급이 된 이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기를 과감히 개방했다.

그그-

작은 동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준이 극한으로 내공을 운용하자, 만년금구가 입을 뻐끔거렸다.

[무신님?]

머리에 만년금구의 목소리가 울렸다.

[황금이냐?]

[정말 무신님이세요?]

만년금구가 그리운 목소리로 한껏 말했다.

[그래. 네 주인인 노부이니라.]

[절 놔두고 어디 가셨어요. 흑흑. 한참 찾았잖아요.]

[미안하구나. 황금아.]

무극자 사부와 황금이의 대화를 들은 이준은 기가 막혔다.

정말로 황금이라고? 하는 표정이었다.

천 년 넘게 산 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게이트에 있는 걸까.

그것도 게이트의 주인이란 직함을 달고 말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기….”

이준이 궁금한 걸 물어보려고 했는데, 무극자와 만년금구 사이에 낄 틈이 없었다.

“저도 말 좀….”

[어찌 살았느냐.]

[무신님을 한참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왔는데, 세상이 뒤집혔어요.]

오랜만의 재회에 무극자와 만년금구의 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준은 소외감을 느꼈다.

이러다 몇 날 며칠을 이대로 이야기만 할 것 같아, 큰 소리로 말했다.

“저 좀 말하겠습니다.”

[어디서 감히 사부와 사형의 말을 끊는 것이냐.]

“예?”

이준이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사형이라니.

귀신 씻나락 까먹은 소리 아닌가.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재차 물었다.

“사형… 이라니요?”

[아까도 말했지 않느냐. 황금이가 네 사형이 된다고.]

“예에? 어떻게 동물이 제 사형이 될 수 있습니까.”

[가아아알!!!]

오랜만에 무극자 사부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

[감히 사부의 말에 토를 단단 말이냐!!]

“아니 그래도 그렇지. 동물한테 사형은 좀….”

[일없다. 황금이가 사형이 되니 앞으로 공손히 대하거라.]

“헐.”

이준이 입을 떡 벌렸다.

졸지에 동물을 사형으로 모시게 생겼다.

그것도 죽여서 내단을 달여 먹으려 했던 영물을 말이다.

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건 나중에 정하고 이 게이트는 어쩝니까?”

[어쩌긴. 게이트를 통합하면 되지 않느냐.]

“두 개의 영역밖에 못 가지는데요?”

[하나를 버리면 되지 않느냐.]

말을 참 쉽게 하는 무극자 사부였다.

잠잠해지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페어리들에게 약속한 이준이었다.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가 되게 생겼다.

“페어리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 당장 물어보거라.]

무극자 사부의 재촉에 이준이 게이트를 소환했다.

허공에 게이트가 열렸다.

이준이 머리를 집어넣자, 청호 보금자리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로티티이일.”

요정의 꽃밭의 보스였던 페어리를 불렀다.

-네. 주인님.

로티틸이 날갯짓하며 날아왔다.

-부르셨어요?

“네게 미안한 말을 전해야 할 게 있어.”

-뭐, 뭐를요?

이준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한 표정이 로티틸에게까지 전해졌다.

‘혹시 여기서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닐까?’

청호 보금자리.

정착해서 살아보니, 요정의 꽃밭보다 훨씬 좋았다.

공기도 좋아 꽃도 잘 자랐다.

이제 요정의 꽃밭은 생각도 안 날 지경.

여기서 나가라 한다면 굉장히 아쉬울 것 같았다.

“요정의 꽃밭….”

-저희를 버리시려는 건가요?

일하고 있던 페어리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그 소리를 스케먼도 들었을까.

흙밭에서 일하던 녀석들이 괭이질을 더 열심히 했다.

마치 쫓겨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요?

-제발 여기서 나가라고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이에요. 주인님.

로티틸이 두 손을 맞잡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초롱초롱한 눈빛.

그것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던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 안 쫓아낼 테니까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

-정말요? 저희를 내쫓으실 거 아니죠?

“당연하지. 대신 요정의 꽃밭을 버려야 할 것 같아. 대신 여기서 계속 살게 해 줄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로티틸은 자신들의 고향을 버린다는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청호 보금자리에 평생 살게 해 준다는 말에 감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아, 다행이다. 전 주인님께서 저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줄 알았어요.

로티틸이 안도했다. 다른 페어리와 스케먼도 마찬가지였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로티틸은 괜찮다며 흔쾌히 대답했다.

-괜찮아요. 저희는 여기가 더 좋거든요.

“좋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 말과 함께 메시지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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