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투신체]
등급: SS
설명: 싸움을 즐기는 무인 중 극소수에게만 내려지는 축복입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효과: 전투력 +100%, 모든 속성 저항력 +100%
“아….”
[투신체 가지고 뭘 그리 놀라느냐. 내 제자였던 놈들은 전부 얻었느니라.]
이준의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이건 미쳤다. 설명도 설명이지만, 밑에 써져 있는 효과가 기막혔다.
전투력 100%와 모든 속성 저항력 100%라니.
남에게 맞지 말라고 주어진 특성 같았다.
중단전을 열어 얻은 특성인데, 상단전을 열면 과연 어떤 게 주어질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머나먼 이야기였지만,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부는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이 꼬장꼬장한 노인네의 정체가 제일 궁금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대단한 것도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지.
무극자 사부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끌끌끌. 사부는 무신이자, 무극에 달한 사람이며, 파천 그 자체였느니라.]
제 입으로 자신을 극찬하는 사부였다.
그런 걸 보면 꼭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데. 참,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도 능력이었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 제자 (외1)
이름: 이준
나이: 18
잠재력: 등급 외(현재: AA)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군림보(B), 무극창법(SS)
일반 스킬: 흡혈마공(A), 천왕보(B), 패권(B), 수미천왕신공(S),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청호 보금자리의 주인(S), 투신체(SS)(외7)
테크트리 포인트 7,680,000p
[능력치]
체력: 286/500
신체: 318/500
힘: 345/500
민첩: 350/500
-특수항목-
내공: 560/1000
정신력: 358/500
명성: 4866(유명)
우호도: 천상의 동쪽(극악), 스케먼(복종), 페어리(친밀)
-상태-
전투력 +150%, 모든 속성 친화력 +70%, 마기 저항력 +35%, 모든 속성 저항력+100%, 내공회복력 +15%
포인트 하나로 중단전을 뚫었다.
그리고 완전한 AA급에 올라섰다.
한눈에 들어오는 능력치.
300이던 한계가 500으로 늘어나 있었다.
“뿌듯하구만.”
상태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다.
이 정도면 천중호수 공략에도 무리 없을 것 같았다.
공략법도 알겠다, 힘도 강해졌겠다.
어떤 장애물도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순 없었다.
* * *
다음 날.
미뤄졌던 중간고사 시상식이 열렸다.
이사장이 상장을 나눠주며 수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2등 축하해.”
“감쏴합니다!”
박혁진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2등 조 시상식이 끝나고 다음은 1등 조였다.
이준과 한지유를 비롯한 조원들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1등 조가 된 걸 축하한다.”
“저희가 한 건 없어요.”
“조원을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란다.”
박은비가 쑥스러워했다.
한민성 이사장이 그녀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말을 했다.
악수하며 상장을 나눠주는 그가 이준의 앞에 섰다.
“1등 상품은 뭘로 가져갈 건가. 이준 학생?”
“여기서 말해야 해요?”
“마음대로.”
“박물관에 가서 정하겠습니다.”
“뭘 고를지 궁금하군.”
시상식이 끝났다.
학생들은 각자의 교실로 돌아갔다.
1, 2, 3등 조는 이사장을 따라 학교 박물관으로 갔다.
학교 운동장을 지나, 호숫가로 갔다.
경관 좋은 호수 한가운데에 박물관이 있었다.
“어떡해. 어떡하지? 어떡해어떡해어떡해!! 뭘 골라야지?”
박은비가 두 손을 모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E급인 그녀에게 흔치 않은 기회였다.
서혜지와 남선호도 마찬가지로 두근거리고 떨렸다.
“모두 들어가세요.”
남 비서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등수와 비례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나뉘어져 있었다.
“준아. 뭐 고르지? 생각 안 하고 왔는데?”
박혁진도 박은비네와 똑같았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저래야 했다.
자신이 이상한 것뿐.
미래를 몰랐으면 저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어떤 물건이 좋고, 나쁘다는 걸 알기에 침착했다.
“2동 중간에 녹이 슨 철검이 있을 거야. 검 손잡이에 번개 문양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그걸 선택해.”
“왜?”
“게이트에서 얻은 물건인데, 검존이란 명호로 불린 이가 쓴 물건이야. 네가 들고 있는 검보다 훨씬 좋아.”
“진짜!?”
박혁진의 음성이 꽤 컸는지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은 박혁진.
동그랗게 변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아 쪽팔려.”
이준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진짜냐고. 넌 그런 걸 어떻게 알았어?”
이준은 이번에도 무극자 사부를 빌렸다.
“우리 사부가 가르쳐 줬어.”
“헐이다. 대박.”
박혁진은 이준의 사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가문에서 찾아봐도 흔적이 없는 사람.
정말 존재하는 인간인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대단해 보였다.
이준이 자신에게 거짓말할 리 없다고 믿었으니까.
“너만 믿는다?”
“알았으니까 좀 가라.”
“히히. 이따 보자.”
박혁진이 손을 흔들며 2동 건물로 갔다.
이준네는 더 안쪽에 자리한 3동 건물로 이동했다.
* * *
-출입할 인원의 신원을 확인합니다.
-한민성 이사장의 비서 남지우. 신원 확인했습니다.
그르르릉!
최첨단 건물과는 달리, 설치된 문은 두꺼운 철문이었다.
이 문은 특별했다.
게이트에서만 나오는 광물로 만든 것.
만년 한철의 재료가 들어갔다.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무기가 아니면 흠집도 나지 않았다.
그러니 최첨단 시스템을 놔두고, 이런 구닥다리 문을 쓰는 거겠지.
안쪽으로 들어온 이준이 주위를 둘러봤다.
‘대단한 아티팩트들이 엄청 많아.’
각 가문이 기부한 물건들.
3동에 있는 아티팩트들은 모두 AA급에 해당했다.
“자. 각자 마음에 든 것 하나씩 골라 보거라.”
“아무거나요?”
“여기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상관없다.”
박은비와 서혜지, 남선호가 신이 나서 물건을 보러 가려는 찰나.
“잠깐.”
이준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
“은비는 이거 선택해.”
그가 가리킨 건 하나의 장갑이었다.
꾀죄죄하게 생긴 물건.
이준의 말에 한민성이 이채를 발했다.
‘빙결의 장갑! 기공사인 저 아이에게 이만한 물건은 없지.’
한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팔짱을 꼈다.
빙결의 장갑은 내공을 차가운 성질로 바꾸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음기가 강한 여자에게 안성맞춤인 물건이다.
이준은 서혜지와 남선호에게도 아티팩트를 정해줬다.
‘음양침과 적색무의! 저 아이들에게 딱인 물건들이야.’
음양침은 치료사인 서혜지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적색무의는 방어를 선호하는 남선호에게 어울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내공을 안정적으로 쌓게 도와준다는 점.
E급인 아이들에게 성장 발판이 되어줄 수 있었다.
‘이준 학생들은 저 물건들이 어떤 건지 알고 있는 걸까?’
진짜 불가사의했다.
그의 행동을 보면 아티팩트의 정보를 아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남은 사람은 자신의 조카인 한지유뿐이다.
조카는 어떤 걸로 골라줄지 잔뜩 기대됐다.
한지유 또한 이준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표정에 변화는 없으나, 삼촌인 자신은 조카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알아챘다.
“흐음….”
한지유는 이준의 뒤를 새끼오리처럼 따라다녔다.
이준이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어서 골라 줘. 어떤 물건인지 알고 싶단 말이야.’
한민성이 속으로 재촉했다.
그러고 마침내 하나의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사장님 전 이걸로 하겠습니다.”
“아니 지유는 그 물건과 전혀… 응?”
“전 이걸로 한다고요.”
한민성 이사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조카의 얼굴을 보았다.
점점 미간을 찌푸리더니, 버럭 소리쳤다.
“나는 왜 안 골라 줘!”
“넌 이미 생각해 둔 아티팩트가 있지 않아?”
다른 아이들은 모르겠으나, 한지유는 명문가의 자제였다.
이곳에 들기 전 가져갈 물건을 이미 정해놨을 거다.
“그, 그냥 네가 골라 줘.”
이준이 피식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민망해하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는 얼굴.
살짝 귀여워 보였다.
“그냥 네가 고르면 안 되냐?”
“나, 나만 아티팩트 정보를 알고 고르면 반칙이지. 그러니까 네가 고, 골라 줘.”
“좀 억지인 거 알지?”
“몰라.”
참 뻔뻔하지 못했다.
이준이 고개를 저으며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사부님. 얘는 어떤 걸로 골라 줘야 합니까?’
사실 혁진이의 무기만 빼고, 아이들에게 골라준 아티팩트는 사부에게 물어보고 골라 줬다.
미래에 대한 지식도 한계가 있었다.
전생에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었다면 모를까.
학교의 박물관에 비치된 물건 전부를 알 순 없었다.
검존이 쓴 검과 자신이 가져갈 물건을 빼고는 자세한 정보를 모른다.
그러니 사부에게 물어볼 수밖에.
물론 미래에 대한 정보보다 무극자 사부의 안목이 더 좋았다.
[박물관 입구 쪽으로 가면 가느다란 연검이 있을 것이다. 그걸 쥐어 주거라.]
‘뭐라고 설명해줘야 합니까?’
[제갈가의 검법은 극쾌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극쾌의 바탕은 강이 아닌, 유함이다. 연검은 유연함의 극에 있는 무기다.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못해서 그렇지 극쾌의 무공을 연검으로 펼치면 굉장한 힘을 발휘하느니라.]
설명을 들은 이준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무공과 무기의 이해도였다.
그러다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은 연검 잘 쓰십니까?’
[여어어언검? 그걸 말이라고 묻는 것이냐. 고금제일인인 이 사부가 못 쓰는 무기는 없느니라. 크흠.]
목소리에 자부심이 한껏 깃들어 있었다.
존경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저런 말을 들으면 마음속에 가득 찼던 존경심도 사라졌다.
이준이 못 말린다는 듯 무극자 사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부의 말을 따라 입구 쪽으로 갔다.
여전히 한지유는 이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준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던지, 한민성 이사장과 아이들도 따라나섰다.
이준의 눈에 검신의 폭이 상당히 얇은 검이 보였다.
길이도 보통의 검보다 긴 장검이었다.
“넌 이거 해.”
“이건 연검 아니야?”
“맞아.”
“연검은… 모든 각성자가 기피하는 무기인데?”
연검을 고른 이유를 말하라는 눈치였다.
이준은 사부에게 들었던 설명을 그대로 전했다.
“넌 강함과 무게, 유함 중에 어떤 것을 검에 담아?”
“난 강함을….”
“틀렸어. 진정한 극쾌는 강하고 빠르게 휘두르는 게 아니야.”
“그러면 뭔데?”
“전신의 근육을 이용한 탄력. 바로 유함을 바탕으로 둬야 하는 거지.”
무극자 사부가 아주 잘하고 있다며 칭찬해주었다.
[고금제일의 사부가 가르쳐 주니, 그 안에 포함된 진의도 바로 알아차렸구나. 암, 내 제자니 응당 그래야지.]
사부의 말에 자신감을 얻고 말을 이어갔다.
“연검은 유연함의 극에 있는 무기야. 두 개의 유함이 조화를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
한지유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준의 말이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모양.
하지만 한민성 이사장은 달랐다.
‘우리 가문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강하게만 휘둘렀어. 유연함은 그저 보조로만 여겼는데, 유연함을 첫 번째로 둔다면…?’
이준의 말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연검으로 펼치는 극쾌는 어떨까?’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자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저런 생각을 어떻게 한 거지? 저런 게 천재 중의 천재라는 건가?’
한민성은 이준의 말을 듣고 또다시 놀랐다.
가문 사람들도 못 했던 생각을 고작 18살짜리 고등학생이 해냈으니 말이다.
그는 이준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들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닐 거야. 그러니까 너한테 연검이 딱 어울려.”
“작은아버지. 전 이걸로 고를게요.”
“알았다.”
한민성 이사장이 남 비서에게 눈짓을 했다.
남 비서는 아이들이 고른 아티팩트를 하나하나 꺼내 그들에게 넘겨줬다.
박은비는 빙결의 장갑, 서혜지는 음양침, 남선호는 적색무의, 한지유는 연휘검을.
아이들이 받아 든 아티팩트를 보고 좋아했다.
모두가 만족할 때, 한민성이 이준을 보며 물었다.
“이준 학생은 그걸로 되겠나?”
“이거면 충분합니다.”
이준의 손에 잡힌 하나의 망치.
여기에 있는 그 어떤 아티팩트보다 귀했다.
천중호수를 깰 수 있는 열쇠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