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인터넷에 이준이 쌍둥이 늪지대를 공략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삽시간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저것들이 사람 새끼냐?
-지들만 살겠다고 동료를 버려버리네.
-관상은 어디 안 간다더니. 무섭다 무서워.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신과 최태민을 신랄하게 까댔다.
그렇게 절친인 것처럼 붙어 다녔던 독화와 철룡을 버린 대가였다.
동영상의 시간은 점점 흐르고, 이준이 리자드 퀸과 킹을 상대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고2 실력이라는 거 실화?
-ㄷㄷ.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봤다.
-이거 보고 팬티 갈아입은 사람 손.
-222
-3333
모든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리며 이준을 극찬하기 바빴다.
-이준 실력 부풀려졌다고 말한 새끼 나와.
-X발. 부풀려지긴, 이게 고등학생 실력이냐. 현직 A급들 찜 쪄 먹는 수준이구만.
-근데 이런 사람을 실패작이라고 버린 신력권가 가주의 안목은 무엇?
-동태눈깔 공식 인증이지.
댓글들은 권왕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신력권가를 옹호한 사람도 간혹 보이나, 비추 폭탄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이준에 대한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
여기서 폭탄급 기사가 올라왔다.
[권왕 이건무, 실패작 이준을 다시 받아들이다.]
[특종! 권왕이 직접 이준을 후계 구도에 참가시키다.]
- 이럴 거면 애초에 버리지 말든가.
- 태세전환 오지네.
- 사실 찐 가주가 우디르
- 신력권가 인성에 문제 있네.
그다음 날.
연이어 특보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오늘도 인터넷 창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천중호수 3차 공략, 전격 실시간 방송 예정!]
[신력권가의 후계자 후보 이준. 천중호수 3차 공략 출전!]
신력권가에서 내보낸 기사를 읽고 있던 이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좋게 흘러가고 있어.”
[음흉해. 아주 음흉해.]
“언제는 머리 좀 쓰라면서요.”
[큼큼. 내가 언제?]
무극자 사부가 무안한지 딴청을 피웠다.
이준이 계획하고 있는 건, 그의 아버지 권왕 이건무가 기겁할 일.
기절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니 신력권가에서 지금과 같이 메스컴을 이용해 연신 가문과 이준을 홍보하는 것이다.
권왕이 이준의 생각을 알았다면 절대 이 짓거리를 하지 않았으리라.
이준이 스마트폰을 보며 웃고 있을 때, 허수가 달려왔다.
“선배님!”
“무슨 일이야?”
허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실내체육관.
주변에 학생들이 각종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허수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박입니다.”
“뭐가?”
“건곤미허신공이요. 벌써 2성에 도달했습니다.”
“진짜?”
이준이 그제야 허수가 왜 저렇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호들갑을 떠는지 알았다.
“좋겠네.”
“좋다 뿐이겠습니까? 곧 D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아니 무지막지한 성장세였다.
건곤미허신공을 배운지 고작 일주일.
괜히 신공이 아닌 듯 성장세가 압도적이었다.
“열심히 해.”
“다 선배님 덕분입니다.”
“나도 아는 건 그만 말해. 아, 그리고 앞으로 선배님 말고 형이라 불러.”
“그래도 되겠습니까?”
“넌 돼.”
이준이 허수를 보며 웃었다.
안될 리가 있나.
나중에 AA급이 될 귀중한 인재다.
형이라고 못 부르게 할 이유가 있나.
수 천, 수 만 번을 불러도 상관없었다.
“형…님….”
허수가 감격스러운 눈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건곤미허신공을 줄 때도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딨을까.
속에서 충성심이 막 끌어 올랐다.
‘제가 강해져서 이 은혜를 평생 갚겠습니다.’
이준은 허수의 부담스러운 눈빛에 손을 휘저어 보였다.
“너희 반으로 가. 다들 너 찾는 거 같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여전히 상체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하고 사라진 허수.
이준이 쓰게 웃었다.
조폭처럼 인사하는 버릇은 안 고쳐지나보다.
* * *
학교가 끝났다.
이준은 곧바로 청호 보금자리로 왔다.
그보다 먼저 온 허수가 한쪽에 자리 잡고 운기조식을 취하고 있었다.
녀석의 주위에 머무른 기운.
수십 개의 선들이 허수의 코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건곤미허신공이라도 삼류를 일주일만에 이류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게이트에 흐르는 마기 때문이었구나.]
‘정순한 마기, 정확히는 패기 때문입니까?’
[드디어 기의 흐름을 깨우쳤느냐?]
무극자 사부의 눈이 반짝이며 물었다.
이준이 자신 있게 대답하기 전까지는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준이 입을 열고 대답하자 무극자 사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냥 찍은 겁니다.’
[가아아알! 제발 생각이란 걸 좀 하거라. 제자야.]
‘악. 노, 농담입니다. 잘못했어요.’
[그렇담 답을 내보아라.]
이준이 머리를 붙잡으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걸 빠르게 내뱉었다.
‘순수하고 맑은 기운은 마기와 한 끗 차이입니다. 즉 청호 보금자리에 떠도는 지극히 정순한 마기와도 한 끗 차이라는 거죠.’
허수가 건곤미허신공을 운용하자, 공기 중에 퍼져 있던 정순한 마기는 같은 성질인지 알고 그를 도왔다.
순전히 운.
어찌 보면 기연이 일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면 너도 여기서 열심히 운공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느냐.]
‘당연합니다. 그 전에 테크트리 좀 올리고요.’
이준은 허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손을 허공에 내리 그었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제자 (외1)
이름: 이준
나이: 18
잠재력: 등급 외(현재: A)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군림보(B), 무극창법(SS)
일반 스킬: 흡혈마공(A), 천왕보(B), 패권(B), 수미천왕신공(S),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청호 보금자리의 주인(S)(외7)
테크트리 포인트 8,680,000p
[능력치]
체력: 236/300
신체: 268/300
힘: 295/300
민첩: 300/300
-특수항목-
내공: 495/1000
정신력: 300/300
명성: 4866(유명)
우호도: 천상의 동쪽(극악), 스케먼(복종), 페어리(친밀)
-상태-
전투력 +50%, 모든 속성 친화력 +70%, 마기 저항력 +35%, 내공회복력 +15%
거의 AA급에 도달했다.
스탯들이 전부 300을 찍는다면 완전한 AA을 달성할 터.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뭐부터 올릴 생각이냐.]
“능력치 전부다 300으로 맞출까 해요.”
[끌끌. 그러냐.]
“찜찜하게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내 마음이다 이놈아.]
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극자 사부의 반응이 시원찮았다.
예전부터 뭔가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번에는 자신의 감으로 혼자 찍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지 마시고 가르쳐 주시죠?”
[제자야. 부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란다.]
“사부님. 제자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곧바로 행동을 고치는 이준이었다.
연기를 해도 될 만큼 사람이 변화무쌍했다.
이준과 무극자.
점점 두 사람이 점점 닮아갔다.
[홀홀. 아직 부족하구나.]
“이 아둔한 제자가 그동안 사부님을 등한시했습니다.”
[알긴 아는구나. 이 사부가 착해서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로 파문이었느니라.]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하여 지금이라도 공손히 모시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무극자는 그동안 무시를 당했던 기분이 많이 누그러진 모양이다.
[너의 그 말을 믿을 수 없으나, 어쩌겠느냐. 아둔한 제자를 거둔 사부가 감당해야할 몫이니 앞으로 지켜보겠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어서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이준이 눈을 반짝였다.
그동안 찜찜했던 걸 알 수 있는 기대감이었다.
[오냐. 포인트를 다 쓸 필요 없느니라.]
“그럼...?”
[내공 하나만 찍어보거라.]
이준은 무극자 사부의 말대로 내공을 하나 찍어보았다.
[내공 +15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항목이 개방됩니다.]
[내공 +15가 생성되었습니다.]
……
능력치를 찍으면 나오는 메시지였다.
그다음 나온 메시지로 인해 무극자 사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내공 하나만 찍어도 됐는지 말이다.
[혼원신공이 5성이 도달했습니다.]
[닫혀있는 중단전이 열립니다.]
단전에서 해일처럼 내공이 일어났다.
혈맥을 타고 거대한 물줄기가 질주했다.
녀석들의 목표는 가슴 부위.
바늘구멍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열려 있는 곳을 향해 물줄기가 들이박았다.
쿠웅-
“흡!”
이준의 눈이 부릅떠졌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충격.
발작이라도 난 듯 가슴이 들썩였다.
그가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단전에 있는 내공이 중단전을 뚫기 시작합니다.]
쿵!
중단전을 향해 들이박은 내기들이 흩어졌다.
조금 전보다 더 몸집을 불린 힘이었다.
이준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심장을 수백 개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 진하게 전해져왔다.
내부에서 흩어졌던 병사들이 정렬을 했다.
무턱대고 머리부터 박았던 녀석들이 앞을 뾰족이 세워 진군해갔다.
콰왕!
“컥!”
소리가 달랐다.
내부에 굉음이 일어났다.
이 한 번의 충돌로 인해 바늘구멍이었던 크기의 중단전이 주먹만 하게 커졌다.
대신 이준의 입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붉은 액체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경고! 혼원신공의 기운이 폭주합니다.]
혼원신공은 중단전이 적이라도 되는 양.
사정없이 들이박았다.
앞의 적을 싸그리 몰살시키려는 움직임.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럴 때마다 중단전의 크기는 점점 넓어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건 덤이었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 죽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긴장되고 흥분됐다.
여기서 죽는다고 생각하니, 몸에 털이란 털은 죄다 섰다.
‘안… 돼!’
정신을 단단히 붙잡으려고 하니.
[극한의 인내심으로 정신력이 +2 상승했습니다.]
[극한의 인내심으로 정신력이 +1 상승했습니다.]
[극한의 인내심으로 정신력이 +5 상승했습니다.]
……
……
……
[혼원반지의 특성으로 주화입마에 입을 확률을 현저하게 낮춥니다.]
메시지와 함께 스르륵 감기는 눈이 저절로 떠졌다.
머리가 청량해졌다.
되레 맑아진 정신이 맑아졌다.
덕분에 마지막으로 중단전을 향해 달려가는 해일을 온전히 느껴야만했다.
“흡!”
이전 고통의 수십 배가 느껴졌다.
허리가 저절로 뒤로 꺾였다.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어금니를 어찌나 강하게 깨물었는지 이가 부러진 것 같았다.
[중단전이 활짝 열렸습니다.]
[내공의 상한선이 증가합니다.]
[모든 능력치 +50 증가했습니다.]
[특성 투신체를 얻었습니다.]
[소모됐던 내공을 완전히 회복합니다.]
“허억… 허어억…!”
뒤로 벌러덩 누워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었다.
새로 떠오른 메시지가 눈에 안 잡혔다.
[홀홀. 혼원신공이 5성이 달하면 생기는 변화이니라. 마음껏 누리거라.]
“주, 죽을 뻔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
마음의 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맞이한 변화는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그 순간 죽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엄살이냐. 내 때는 말이다….]
기진맥진해서 무극자 사부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이대로 있고 싶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이준.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잠시 후.
이준이 상체를 일으키며 메시지를 봤다.
“이게 말로만 듣던 중단전입니까?”
몸이 가뿐했다.
전에 환골탈태를 느꼈던 때보다 더 가벼웠다.
중단전에 자리 잡은 기운들.
하단전에서 내공을 운용했을 때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했다.
[이제 상단전만 남았구나.]
“설마 지금과 같은 일을 한 번 더 겪는 건 아니죠?”
[홀홀. 상단전은 중단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니라.]
“억.”
이준이 머리를 감싸 쥐며 몸을 떨었다.
벌써부터 두려웠다.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느낌.
벌써부터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물론 강해질 수만 있다면 뭐든 못하겠냐만은.
상단전을 열 때 이보다 더한 고통을 느껴야한다는 사실에 살짝 겁이 났다.
[걱정할 것 없다. 너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니까.]
“휴.”
이준이 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말.
그는 새로운 메시지를 찬찬히 둘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