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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8화 (58/705)

제58화

허수는 과연 눈앞에 있는 무공서가 진본인지 의심스러웠다.

패왕도가에서도 불을 켜고 찾는 물건이었으니까.

“진본이니까 그만 들여다봐.”

“선배님께서 어떻게 이 귀한 걸?”

귀하다 뿐이랴.

가치로 따지면 백지수표와 같다.

패왕도가라면 전 재산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어 할 물건이다.

곤건미허신공을 얻는다면 그까짓 돈은 언제든지 쓸어 모을 수 있었으니까.

국보급 무공서를 고작 스카웃 비용으로 지불한 이준이었다.

“내 사부님께 받았으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

“내 제안 받아들일 거지?”

허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90도로 인사했다.

“형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사하지 말고.”

무슨 조폭도 아니고.

이준이 허수의 인사를 질색했다.

허수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존경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무공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계승의 꽃이란 게 있어야 배울 수 있어.”

“알고 있습니다.”

금세 허수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무공서보다 더 귀한 아티팩트였다.

일반 각성자는 꿈도 꾸지 못할 그런 보물이다.

“그래서 내가 해결책을 찾아 놨어.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어디를 말입니까?”

“가보면 알아.”

이준이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간.

청호 보금자리였다.

“게이트 소환.”

이준의 목소리에 게이트가 허공에 나타났다.

“허어억!”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던 허수가 놀라 뒤로 자빠졌다.

허수의 동공이 진동했다.

“서, 선배 모, 몬스터입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들어와.”

이준이 게이트 안으로 태연스럽게 들어갔다. 그리고 안쪽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며 손짓했다.

“뭐하고 있어?”

“가, 갑니다.”

허수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 *

안쪽으로 들어와서 본 풍경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모래사막.

오아시스를 둘러싼 나무집들.

사막인데도 풀밭이 자란 건 신기할 지경이다.

입을 떡 벌리고 다물지 못한 허수.

이준이 피식 웃었다.

“뭘 놀라고 그래. 지금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 건데.”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습니까?”

“가보면 알 거야.”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기는 내내 몬스터들에게 인사를 받았다.

“주인님 오셨습니까!”

인사 담당인 테구르가 제일 먼저 경례를 했다.

이준도 이젠 자연스럽게 경례를 받아줬다.

테구르가 옆으로 따라붙으며 허수를 곁눈질했다.

“저 인간은 누굽니까?”

“내 수하가 될 동생.”

“주인님이 수하를 거두셨단 말씀이십니까?”

“응.”

“저희와도 같이 지낼 친구겠군요.”

“자주 보게 될 거야. 그런데 왜?”

“제가 한 번 봐보겠습니다.”

테구르가 허수에게 다가갔다.

허수의 몸이 잔뜩 굳었다.

얌생이 같이 생겼어도 엄연히 테구르는 B급 몬스터.

E급인 허수가 긴장한 건 당연했다.

이준은 흥미로운 눈으로 두 녀석을 지켜봤다.

유심히 허수를 보던 테구르가 팔짱을 끼었다.

“난 이준 주인님의 첫 번째 수하이자, 이곳의 서열 3위인 테구르다. 앞으로 나를 형님이라 불러라.”

“큭.”

이준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졸지에 허수가 서열 최하위가 된 순간이었다.

허수도 테구르의 행동에 벙 쪄했다.

이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어.”

“그렇습니까…?”

몬스터와 친구라니.

예전이었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 반갑습니다.”

“형님이라고 해야지.”

“혀, 형님.”

“낄낄.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동생.”

테구르가 허수의 등을 친 후 이준에게 경례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몬스터랑 형 동생 사이가 된 걸 축하해.”

이준이 허수를 놀렸다.

허수는 이준의 농담에 반응할 수 없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테구르가 끝이 아니었다.

녀석이 가니, 이젠 귀여운 요정이 나타났다.

테구르가 서열 3위였다면, 앳되고 귀여운 페어리는 서열 2위였다.

- 주인님 오셨어요?

“로티틸 적응은 잘하고 있지.”

- 주인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신 덕에 꽃밭도 잘 자라고 있어요.

“다행이네.”

-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이준이 구해준 어린 페어리의 이름은 로티틸.

요정의 꽃밭 보스 몬스터였다.

로티틸도 허수가 궁금한지 등에 있는 날개를 펄럭이며 주위를 빙빙 돌았다.

“내 수하. 테구르와는 아까 형 동생이 된 사이기도 해.”

- 그러면 제 동생이기도 하겠네요. 반가워요.

보기와는 달리 서열 정리가 확실한 로티틸이었다.

“바, 반갑습니다.”

- 앞으로 잘 지내봐요.

“예. 예.”

얼굴이 앳되고 착해보여도 테구르보다 강한 몬스터가 로티틸이었다.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심상치 않아, 허수가 말을 계속 더듬거렸다.

인사를 마친 로티틸도 페어리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하아아.”

긴장이 딱 풀렸는지 허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긴 대체 어떤 곳입니까.”

“내 은신처. 인사는 다 끝낸 것 같으니까 빨리 이동하자.”

이준이 군림보를 이용해 이동했다.

내공을 조금만 운용해 군림보를 사용했는데도 빛과 같은 속도였다.

허수는 그의 뒤를 따라잡기 위해 가진 경공을 최대한 발휘했다.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온 두 사람.

이준이 먼저 도착하고 뒤늦게 허수가 왔다.

“헉헉. 너, 너무 빠르십니다.”

“너도 나중에 나처럼 될 거야.”

이준이 허수를 위로했다.

그가 한쪽 무릎을 굽혀 누군가를 안았다.

“우리 귀여운 파랑이는 봐도 봐도 보고 싶냐.”

이준이 파랑이의 풍성한 털을 쓰다듬으며 좋아했다.

“이번엔 또 뭡니까?”

“파랑이라고 새끼 여우야.”

조금 전에 봤던 페어리도 귀여웠으나 새끼 여우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앙증맞았다.

“만져볼래?”

“그래도 됩니까?”

“되지.”

이준이 파랑이를 허수에게 넘기려했다.

“뀨웃!”

파랑이가 아등바등 거렸다.

“파랑아 왜 그래?”

여자의 손길에는 가만히 있었던 파랑이었다.

남선호처럼 허수도 싫은 걸까.

파랑이가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네가 싫은가봐.”

“네? 다른 강아지나, 고양이는 저 좋아하던데 말입니다.”

“수컷이라 그런가봐.”

허수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생전처음 겪는 일.

동물들은 자신을 잘 따른 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을 받았다.

“너무 실망 하지마.”

“예….”

허수는 파랑이에게 상처를 받았다.

이준이 파랑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손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저 꽃이 뭔지 알아?”

“모르… 겠습니다.”

허수의 눈에 보인 건 활짝 핀 검은 꽃이었다.

주위에 빛이 반짝였다.

뭐에 홀리기라도 하듯 눈을 뗄 수 없었다.

“계승의 꽃이야.”

“저, 저게 계승의 꽃이란 말입니까?”

“처음 보지? 너에게 줄 선물이기도 해.”

“……!!!”

허수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계승의 꽃을 주겠다니, 이 사람 미친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준이 저벅저벅 걸어가 꽃을 망설임 없이 꺾었다.

“입 벌려. 영약 들어간다.”

* * *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은 마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모두 다 허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다.

계승의 꽃을 먹어 무공이 초기화되는 현상.

이준도 처음 봐서 그런지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래서 몬스터들이 계승의 꽃을 영약으로 생각하지.’

[인형설삼이나, 공청석유와 비슷한 힘을 지녔어.]

그런 것 같았다.

파랑이가 먹은 불의 돌보다 배 이상은 강했다.

이준은 허수의 무공 초기화가 끝날 때까지 신기한 눈으로 곁을 지켰다.

얼마 후.

허수의 몸에서 모든 마기가 사라졌다.

각성자가 되기 전의 상태였다.

“이제 건곤미허신공을 찢어.”

“그래도 됩니까?”

“안 배울래?”

“너무 귀한 물건이라….”

“확 뺏어버린다.”

“아, 안 됩니다.”

허수가 무공서를 뺏길까봐 서책을 펼쳐 양쪽으로 찢었다.

그의 몸이 하얀빛으로 감싸이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가 눈을 떴다.

“된 겁니까?”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상태창을 봐.”

허수가 허공에 손을 내리그었다.

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보더니 눈을 부릅떴다.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이 더 무서워졌다.

그의 목소리는 무척 떨렸다.

“에, S급 무공입니다.”

“당연하지. 건곤미허신공은 패왕도가의 가주도 가지지 못한 무공인데.”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널 엄청 부려 먹으려고 준 거니까.”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허수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숙였다.

누가 무협지를 좋아하는 놈 아니랄까봐 그들이 하는 인사를 따라 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건 패왕도가의 인물 앞에선 당분간 기운을 드러내면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심법은 됐고, 너한테 줄 공격 무공만 구하면 되겠네.”

“다른 무공도 주신다는 겁니까?”

허수가 더 없이 이준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마정석에 건곤미허신공.

여기에 계승의 꽃이란 희대의 아티팩트까지.

평생을 갚는다 해도 못 갚을 빚이었다.

“이왕 줄 거 화끈하게 줘야지. 그리고 건곤미허신공에 맞는 무공이 몇 개 없어. 신공만 있으면 뭐 하냐 공격할 무공이 없으면 싸우지도 못하는데.”

“혹시 어떤 무공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허수가 잔뜩 기대한 얼굴을 했다.

건곤미허신공에 맞는 공격 무공.

S급 신공이니 공격 무공 또한 그에 못지않을 거라 여겼다.

허수가 이준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한테 줄 건 연환패왕도야.”

“연환… 패왕도 말입니까?”

“패왕도가의 가주가 간절히 찾고 있는 도법이기도 해.”

“억.”

패왕도가가 신력권가와 힘을 합쳐 천중호수를 계속 공략하고 있는 이유.

그곳에서 연환패왕도의 도법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오호단문도나, 혼원벽력도보다 한 차원 위에 있는 최후의 도법이다.

‘내가 패왕도가의 최후도법을 익힌단 말이야?’

허수의 심장이 요동쳤다.

전신이 떨려왔음에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허수가 이준을 올려다봤다.

‘거대한 산 같아.’

S급 무공을 넘겨주는 배포.

몬스터들의 주인이라 불리는 사람.

허수의 눈에는 일제오왕칠악보다 이준이 더 거대하게 느껴졌다.

“뭘 멍하니 있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나도 알아.”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라니까.]

이준과 허수가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다시 옥상 한 가운데로 왔다.

허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했다.

“와.”

“아참, 건곤미허신공을 아무 곳에서나 수련할 수 없으니까 게이트에서 해야 해.”

“저 혼자 말입니까?”

“너 혼자 하지 나랑 수련 같이하려고?”

“그게 아니고 어떻게 게이트로 들어가는지 잘 몰라서….”

“원래라면 학교 지하창고로 들어 가야하는데, 내 방에 게이트를 열어둘 거니 그곳을 통해서 들어가.”

허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교 지하 창고라면 학교 이사장이 접근을 금지시킨 게이트였다.

“청호 보금자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 원래 입구는 그쪽이야.”

“제가 봤던 게이트가 청호 보금자리였다는 말씀입니까?”

“보고도 몰라?”

“아, 모래사막 필드!”

많이 변한 모습이긴 하나, 학교에서 금지된 게이트라고 보여줬던 게 기억났다.

“내가 애들한테도 말해놓을게.”

“가, 감사합니다.”

“덩치도 큰 놈이 말 좀 그만 더듬어.”

“네, 넷!”

이준이 허수의 등을 툭 치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자.

[그리 좋으냐?]

‘저만한 애를 찾기 힘들거든요.’

[근골 하나만큼은 기똥차더구나. 잘만 키우면 쓸만 하겠어.]

옥상에서 내려온 이준.

교실 앞엔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왕대의 대주 사형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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