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7화 (57/705)

제57화

중간고사의 순위가 정해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홀로그램으로 온 순위표를 볼 수 있었다.

“야. 이것 좀 봐.”

“뭘?”

“1등 시간 말이 돼?”

“헐. 2시간 30분?”

“심지어 블루존 게이트야.”

학교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자신들의 성적과는 무관하게 그들의 관심은 오직 1등에 있었다.

“이게 가능해?”

“말도 안 되지. 게이트 공략법을 안다 해도 불가능한 시간이야. 시크릿 루트를 알고 있다면 몰라도.”

“그러면 대체 이건 뭐냐고.”

학교는 혼돈 그 자체였다.

말도 안 되는 클리어 시간으로 한 등수씩 뒤로 밀린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드르륵-

이준 네 반 교실 뒷문이 열리고 3학년 교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네가 이준이냐?”

“그런데요?”

“그런데요? 선배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처음 뵙네요. 됐습니까?”

“이게 진짜.”

그들에게 이준이 A급인 유령살귀를 이겼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

등수에 반발심이 생긴 3학년들 거의 모두가 몰려왔다.

물론 이들의 반 이상은 이신과 최태민을 따르는 학생들이다.

또 뒤에서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거겠지.

이준의 띠꺼운 행동에 3학년 선배가 친구들을 믿고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그의 주먹을 막은 사람이 있었다.

“선배, 적당히 하세요.”

“박혁진.”

박혁진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배경이 없는 이준과는 달리 박혁진은 철혈검가란 가문이 뒷받침을 해줬다.

그래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넌 이 자식 순위를 보고도 화나지 않아? 어쩌면 너네 조가 1등할 수 있었을지 몰라.”

“2등한 게 아쉽긴 하죠. 하지만 순위표를 작성한 분은 이사장님을 포함한 선생님들입니다. 시험관한테 가서 항의해야지 죄 없는 사람을 붙잡고 이러면 안 되죠.”

중간고사의 순위는 이준 네 조가 1등.

박혁진 네 조가 2등으로 마무리 됐다.

그들이 박혁진에게 안타깝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니까 여기서 그만하세요.”

“칫. 너 운 좋은 줄 알아.”

박혁진이 나서준 덕에 3학년 선배들이 돌아갔다.

“운 좋은 건 지들이면서 안 그러냐 준아?”

“넌 아주 여기로 반을 옮겨라.”

“그럴까?”

박혁진이 진심인 표정으로 대답했다.

“됐거든. 정연 누나는 어때?”

“회복력이 아주 괴물이야.”

“누나도 너랑 같은 천뢰제왕신공을 익혔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속성인 뇌의 기운을 담은 신공이다.

치료사와 S급 신공 덕에 엄청난 회복력을 보일 것이다.

“말도 마라. 전보다 더 팔팔하다니까.

박혁진의 과장된 몸짓에 이준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오늘 또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어야 꼭 오냐. 그냥….”

“확 대답 안 해준다.”

박혁진은 누구를 잘 속이지 못한다.

특히 자신은 더더욱.

녀석와 한두 해 친구를 한 것도 아니고.

얼굴에 궁금하다는 게 쓰여 있었다.

박혁진은 기다렸다는 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빙벽의 협곡에….”

옆에 있던 한지유가 몸을 이준 쪽으로 기울였다.

거의 45도 쯤 되었을까.

“지유야 뭐해?”

“아무것도 안 해.”

박은비의 목소리에 한지유가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녀의 귀는 여전히 박혁진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시크릿 루트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어쩐지 이 이야기를 왜 안 하나 했다.

이준은 한지유가 관심 없는 척 귀를 열고 듣고 있는 걸 알았다.

그래서 박혁진만 들리게끔 전음을 사용해서 말했다.

‘사부님이 알려주셨어.’

전생에 있었던 일.

미래를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어서 사부란 변명은 대체했다.

그게 이해시키기 빨랐으니까.

‘너희 사부님이? 어떤 분이시기에 너를 그렇게 강하게 만들어줬어? 그리고 15만 연맹에서도 모르는 시크릿 루트는 어떻게 알고?’

전음으로 들려오는 박혁진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했다.

‘은거하신 분이라 정체를 밝히는 걸 꺼려하셔.’

‘그래서 네가 비밀이라고 말했구나. 난 또 뭐라고 서운할 뻔했잖아.’

‘대답은 됐냐.’

‘응.’

15가문 연맹처럼 세상에 알려진 각성자와는 달리, 각성자지만 산 속에 처박혀만 있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세상을 등진 이들

그들을 은거기인이라 한다.

한편 이준과 박혁진이 입만 뻐끔거리자 한지유가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은 현재 전음을 주고받고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전음이 끝났는지, 박혁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 속이 다 시원하다.”

“나 덕에 2등 했으니까 한동안 매점은 네가 쏴.”

“날 은혜도 모르는 놈으로 만들지 말라고.”

“말 나온 김에 가자.”

이준과 박혁진이 교실을 나갔다.

한지유도 자리에서 쓱 일어나려는데, 박은비가 그녀를 붙잡았다.

“지유야 어디가?”

“매점.”

그 말을 남기고 한지유도 교실에서 나갔다.

* * *

이준과 박혁진이 매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고 있었다.

이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때마침 허수가 허겁지겁 매점으로 달려오는 게 아닌가.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이런 우연이 있나 우리 허수 아니야?”

이준이 어색하게 허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타이밍 좋게 왔네.”

“선배님이 불러… 읍.”

이준이 손으로 허수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것도 인연인데 다 골라. 혁진이가 사준데.”

“그래도 됩니까?”

“당연하지.”

마치 자신이 사는 것인 양 이준은 허수에게 인심을 썼다.

허수가 덩치에 맞게 다양한 간식을 종류별로 골라 담았다.

박혁진이 이준을 노려봤다.

“준이 네가 허수 불렀지?”

“아니! 그냥 우연이라니까.”

“얼굴에 티 난다, 이 자식아.”

“후배 사주는 거니까 인심 좀 팍팍 써 임마.”

이준이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칼만 안 들었지 거의 날강도 수준이었다.

“끄응.”

후배 앞이라 안 사준다 할 수도 없고, 박혁진은 울며겨자먹기로 계산을 했다.

“재벌이 쪼잔하게 그거 가지고 똥 싼 표정을 하냐.”

“너희 집도 돈 많잖아.”

“내가 너랑 같냐? 난 내다 버린 자식이고, 넌 가문의 후계자씩이나 되잖아.”

말로는 이준을 이길 수가 없었다.

박혁진은 계산을 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야. 어디가?”

“우리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나 빼고?”

“응.”

“나 지금 너한테 당한 거냐?”

“아마도?”

이준이 멍하게 보고 있는 박혁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허수를 데리고 옥상으로 왔다.

“먹어.”

“감사합니다.”

자리를 잡고 빵을 터서 먹기 시작했다.

이준은 지금 빵이 두 입에 사라지는 기적을 보고 있었다.

먹는 것도 잊은 채, 허수의 먹방을 보았다.

저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사람들이 왜 먹방을 보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이것도 먹을래?”

이준이 자신이 든 빵을 내밀었다.

“안 드십니까?”

“갑자기 배 아파서.”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하겠다.”

허수가 옛날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동생이 무려 일곱 명이라 밥을 챙겨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철혈가로 간 후로는 살림이 나아졌으나, 현재는 찢어지게 가난할 때였다.

자신이 준 빵과 핫바까지 싹 다 사라진 시간은 고작 5분.

순식간에 그 많던 간식이 없어졌다.

이준이 주머니에서 손가락만 한 마정석을 여러 개 꺼냈다.

“받아.”

“이건 마정석 아닙니까?”

허수가 마정석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봤다.

파란빛으로 짙게 빛나는 걸 보면 C급 이상이지 않을까.

하나만 있어도 가족이 굶지 않고 포식할만한 물건이었다.

“너 가져라.”

“이거 다 말씀이십니까?”

“널 내 밑에 두기 위한 스카웃 비용이야.”

“왜 하필 절…?”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AA급 각성자가 된다고 말해줄 수 없는 노릇.

지금 한 대답이 제일 괜찮았다.

“너무 많습니다. 하나만 주셔도….”

“마정석으로는 적지. 그래서.”

이준의 품은 요술보따리라도 된 것마냥 물건이 또 나왔다.

“이것도 포함해서 줄 거야.”

하나의 서책이 허수에게 전해졌다.

책을 받아 든 허수의 몸이 덜덜 떨렸다.

평생 한 번 볼까말까 한 책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었다.

눈을 비벼보았다.

여전히 똑같은 글자고 쓰여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준에게 말했다.

“거, 건곤미허 시, 신공이라면?”

“패왕도가의 아니지. 네가 잘 아는 무협지로 말하면 하북팽가의 신공이야. 이 정도면 널 스카웃 할 비용으론 충분하지?”

충분하다뿐인가.

차고 넘쳤다.

* * *

잠잠하던 매스컴이 다시 들썩였다.

[천중호수 공략! 또 실패로 돌아가다.]

[신력권가와 패왕도가의 끝없는 추락!]

[불패의 게이트를 깨부술 가문은 철혈검가 뿐.]

2차 공략대의 결과는 참혹했다.

처참한 모습의 몰골을 하고 패잔병 마냥 공략대가 넋을 잃고 있었다.

1차 때와는 상반된 광경.

그때는 적어도 공략대가 나라 잃은 표정은 하지 않았다.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게이트에서 도망 나와서 충격이 컸나?

그들의 모습에 기자들은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상황이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자칫 그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었다.

그래서 공략대의 모습을 보고 기사를 썼다.

연일 기사가 쏟아졌다.

천중호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꼭 몬스터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전조증상이 있었다.

-천중호수가 어떤 곳이길래 매번 실패하는 거임?

-아는 각성자한테 들었는데 수중에서 몬스터랑 싸워야한데.

-물에서도 싸울 수 있는 게 각성자 아니냐?

-그냥 물이 아님. 들어가면 내공을 써도 움직임이 둔해진다고 생각하면 됨.

-직접 눈으로 봐야 어려운지 알지. 방송이나 켜줬으면 좋겠다.

한 댓글러의 글에 공감이 수천 개가 박혔다.

심지어 공략대 방송을 해달라는 인증 챌린지가 일어났다.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까지 동참했다.

제일 처음 챌린지에 참여한 연예인은 걸그룹이자, C급 각성자인 유니였다.

[저도 공략대 방송 찬성 챌린지에 동참해요~]

#레드걸스#단발좌#유니#천중호수#공략대#방송#챌린지#화이팅

그녀는 천중호수 앞에서 사진을 찍어 안스타에 올렸다.

좋아요와 함께 조회수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찬성 챌린지 동참 굿!

-레드걸스? 이 듣보잡은 무엇?

-너 미필이지?

-감히 단발좌를 모독해?

-애송이 자식. 네가 그래서 급식충이라는 거야. 군통령을 몰라보고.

-드디어 우리 단발좌가 뜨는구나. 여러분 정말 착하고 개념 박힌 아이에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개념 연예인으로 등극함과 동시에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유니 천중호수 챌린지’란 문구가 뜰 정도.

그녀 때문인지 다른 연예인들도 부랴부랴 챌린지에 동참했다.

한편 신력권가와 패왕도가가 남몰래 회동을 가졌다.

침묵이 흐르는 회의장.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못했다.

“오늘도 매제는 나오지 않은 것이오? 사돈?”

“죄송합니다. 형님께서 폐관수련을 들어가시는 바람에…. 누구도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패력진권 이민욱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안하무인의 대명사인 그조차 얌전하게 만드는 사람은 패왕도가의 가주 최강규였다.

“중요한 시기건만.”

“제게 전권을 위임하셨으니, 회의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먼저 아이들의 일에 대해서 말씀하시겠습니까?”

“그 건은 됐소. 천중호수를 클리어하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세상에 나올 수 없을 것이오.”

가문 후계자들의 만행이다.

아직까지 이 부분은 무사고 안에서만 소문이 돌고 있었다.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올 터.

그 전에 천중호수를 클리어 해야지만, 가문에 타격이 없을 것이다.

“쓰레기의 사지를 분지르고 싶지만, 천중호수가 더 중요하지.”

한국 최강의 가문 중 두 곳이 연합했음에도 게이트 공략에 번번이 실패했다.

불패의 신화를 자랑한다 해도 실패는 쪽팔린 일이다.

최강규는 이민욱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돈도 보셨다시피 사람들은 공략 방송을 원하오.”

“괜찮겠습니까?”

“이건 기회라 보오. 이참에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었는지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오.”

“3차 공략이군요.”

“그렇소. 이왕 말 나온 김에 최대한의 인원을 꾸려 공략할까하오.”

패력진권 이민욱은 잘되었다고 여겼다.

형님이 최대한 패왕도가를 도우라 했다.

무엇보다 공략에 따른 보상.

극빙수를 반드시 얻어, 아들의 단전을 치료해야했다.

“저야 빠를수록 좋습니다.”

“3차 공략에는 태민이와 신이를 비롯한 타 가문까지 포함시키려고 하는데 괜찮겠소?”

“전 극빙하수만 얻으면 뭐든 좋습니다.”

“화끈해서 좋소. 이번에는 꼭 공략에 성공합시다.”

최강규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치 무슨 일을 꾸미려는 사람처럼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극빙수에 정신이 팔린 이민욱은 최강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