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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3화 (53/705)

제53화

최태민이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곳엔 리자드맨이 수십 마리나 있었다.

“숨어.”

박정연과 이신도 숨을 죽이고 몸을 최대한 낮췄다.

그들이 있는 곳은 늪지대의 땅.

나무와 물 위로 올라온 풀들이 몸을 숨겨줬다.

“중간 보스인가 봐.”

리자드맨의 크기는 대략 160cm에서 170cm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눈에 보인 녀석들은 2m는 훌쩍 넘었다.

덩치도 상당해 몸집이 더 커 보이기까지 했다.

“저 숫자면 바로 죽여도 되겠는데?”

이신이 무턱대고 달려 나갔다.

“저 멍청이가!”

박정연의 미간을 찌푸렸다.

한 사람의 개인행동 때문에 팀원들이 피해를 입는다.

이곳은 블루존 게이트.

공략에 최소 10인 이상의 인원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신을 포함한 이들은 전부 후계자로 구성된 인원이었다.

그들이 가진 무공은 평범한 B급 각성자와는 격이 달랐다.

하나 하나가 신공절학들.

그러니 10인 이상 추천하는 블루존 게이트에 자신 있게 들어온 것이다.

이신의 주먹에 맺힌 강렬한 권기가 리자드맨의 등에 작렬했다.

권기에 맞은 리자드맨이 뒤로 날아갔다. 여러 그루의 나무를 부수고서야 바닥에 떨어졌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잖아?”

이신이 자신감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일행들도 덩치만 컸지, 전과 똑같은 전투력을 가진 리자드맨이라 여겼다.

그런데.

쿵-

지척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늪지대에의 물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취이익!”

2m의 리자맨 무리보다 배 이상은 커 보일 법한 몬스터였다.

“…리자드 킹이야.”

위압감을 뽐내며 나타난 몬스터는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었다.

이곳의 보스 몬스터 리자드 킹이다.

최태민은 놈을 보자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했다.

쿵-

“취익!”

반대편에서 새로 나타난 몬스터.

조금 전 나타났던 리자드 킹보다 몸집은 작으나 특이점이라면 킹과 똑같은 왕관을 쓰고 있다는 거다.

손에 창이 아닌 대검을 잡고 있었다.

“리자드 퀸이 있다는 정보는 없었어!”

한 마리의 보스 몬스터도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면 잡기 힘들다.

그런데 두 마리의 블루 존 급 보스 몬스터라니.

이신의 몸이 잔뜩 굳었다.

“정신만 차리면 살아나갈 수 있어!”

최태민이 일행을 독려했다.

* * *

이준이 게이트를 깨고 학교로 돌아온 지 사흘.

침상에서 그가 기지개를 활짝 폈다.

“으으으으.”

게이트를 너무 빨리 클리어해서 그런가.

가만히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전교생이 게이트를 깨고 학교로 돌아와야지만 끝나는 시험.

밤에 몰래 청호 보금자리를 간다지만, 낮에는 심심했다.

“애들은 오늘도 훈련하나?”

이준이 천막에서 나왔다.

운동장 한구석에서 한지유가 검을 미친 듯 휘두르고 있었다.

쌔액-

빠른 쾌검이 허공에 잔상을 남겼다.

그녀의 검로는 굉장히 어지러웠다.

이젠 그녀의 신형이 흐릿하게 보일 지경.

그녀의 주위로 엄청난 풍압이 들이닥쳤다.

같이 연습하고 있던 박은비를 포함한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났다.

“역시 B급 각성자.”

“준이도 대단했지만, 지유도 엄청나.”

“괘, 괜히 랭킹 10위에 드는 게 아닌 것 같아.”

여긴 세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시험을 끝내고 돌아온 학생들도 꽤 있었다.

그들은 한지유가 최선을 다해 수련하는 모습을 놓칠세라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집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신형은 쫓기 버거웠다.

고작 잔상만 따라가는 게 최선이었다.

“빙화 선배가 저 정도면 검화 선배는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이래서 용봉이라고도 부르는 거구나.”

운동장에 있는 시선이 모두 한지유에게도 몰렸음에도 그녀는 그 눈빛들을 무시했다.

그녀의 머릿속을 점령한 건 하나.

요정의 꽃밭에서 봤던 이준의 싸움이었다.

‘이걸로는 어림없어. 더 빨리. 그래야 이준의 옷깃이라도 닿을 수 있을 거야.’

한지유는 지금 이준의 허상과 싸우고 있었다.

전혀 접해보지 못한 창법.

고작 찌르기와 휘두르기.

두 가지 초식으로 본 드라고니를 상대한 이준이다.

연속 찌르는 그 어떤 쾌검보다 빨랐으며, 휘두르기는 중검보다 더 육중했다.

창날에선 예기가 가득한 창기가 뿜어지며 본 드라고니의 껍질을 무자비하게 파괴시켰다.

‘내가 이준처럼 본 드라고니를 혼자 잡을 힘이 있었다면 가문이 지금과 같은 지경이 됐을까?’

한지유는 식객에 의지해야만 하는 신기지가의 무공을 한탄했다. 그래서 미완성인 칠현검법에 더 집착한 거다.

한지유의 조급한 마음이 천막에서 나온 이준에게도 전해졌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한지유가 미친 검귀가 된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겠어.’

현재 신기지가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타 가문과는 달리 50%의 전력을 식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대우를 좋게 해준다 해도 남인 이상 가문에 완전한 충성은 기대하기 힘든 법. 이 부분을 다른 가문은 집요하게 노렸다.

현재에도 신기지가 내부에선 세작들이 활발히 활동했다.

잠입한 세작이나, 변절자를 잡아내고 있지만 힘들었다.

이런 것 때문에 결국 폭탄이 터지고 만다.

세작과 변절자들의 반란.

오대 가문에 속했던 신기지가가 폭삭 망한 이유였다.

한지유와 한민성 이사장이 가문의 곪은 상처를 봉합하려고 찾은 방법은 바로 힘이었다.

타 가문의 가주처럼 강한 힘으로 식객을 지배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식객을 받아들인 것으로 썩은 싹은 도려내려 했다.

물론 전생에선 모두 실패했지만.

[제갈세가의 운명을 저 아이의 가문도 고스란히 물려받았구나. 쯧쯧. 방법이 없을 텐데 어찌할꼬.]

‘방법이 없진 않아요.’

[네가 저 아이를 도와주기라도 할 생각이냐?]

‘게이트도 얻어야 하고, 신기지가가 무너지면 나중에 골치 아파집니다.’

악마들이 제일 경계한 가문 중 하나가 신기지가였다.

악마들이 신력과 패왕을 이용해서 신기지가를 제일 먼저 무너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준이 그녀의 검무를 보고 있는 사이, 본부석이 술렁였다.

“뭐지?”

그가 소란스러워진 본부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큰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이사장과 선생들의 굳을 얼굴.

꽤 심각해 보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엿들어볼까요?’

이준이 본부석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집중했다.

* * *

한민성과 선생들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그들은 TV에 뜬 화면을 보고 있었다.

게이트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보내온 영상이다.

허공에 뜬 푸른색 포탈이 쇄사슬로 찡찡 감겨져 있었다.

그런데 푸른빛이 자꾸 반짝였다.

처음 있는 현상이다.

“게이트 변동이나 브레이크의 증상인가요?”

“그건 아닌 듯합니다.”

“아이들에게서 연락은요?”

“없습니다. 제가 연락을 했는데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안에 무슨 일이 생긴 건 확실한 것 같군요.”

중간고사 때는 언제나 부상자가 나온다. 드물지만 사망자가 나온 적도 있었다.

시험 때면 항상 있는 일이다.

무자비한 시험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자존의 시대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각성자로서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물론, 아직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사망자가 나오는 것까진 최대한 방지하려 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며칠 전에도 1학년 학생이 간신히 목숨만 건져서 온 일이 있었지 않나.

이번에도 같은 경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게이트 안에 들어간 학생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포탈도 이상했다.

마치 게이트 변동이 일어날 때처럼 포탈이 자꾸 반짝였다.

그래서 선생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철혈, 신력, 패왕 만독, 진운. 이 다섯 가문의 후계자들이 한꺼번에 변이라도 당한다면 큰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안 되겠지요.”

한민성이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당장 중간고사를 중단하고 학교 측에서 지원대를 편성하는 게 어떨까요? 이사장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원대를 보낸다 하더라도 닫힌 게이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게 제일 커다란 문제였다.

안쪽에서 게이트가 열리지 않은 이상 밖에서 강제로 문을 열 순 없었다.

게이트가 열리는 건 딱 두 가지뿐.

하나는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략대가 전멸하는 것뿐이다.

“정말 답답한 노릇입니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안절부절 하고 있는 선생들을 향해 한민성이 말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지원대를 편성하고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세요.”

“알겠습니다.”

본부석 안의 이야기를 대충 들은 이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때 무슨 일 일었던가?’

전생에선 중간고사 때 무난히 넘어간 걸로 기억했다.

부상자도 별로 없었다.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해.

이사장과 선생들이 얼마나 뿌듯해 했던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일이 벌어진 듯하다.

‘이신 네 조가 위험에 빠진 건 나한테 좋은 일이긴 한데. 하필 정연 누나가 있네.’

이신이 게이트에서 죽든 말든,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

하필 이신 네 조에 박혁진의 누나가 껴 있는 게 함정이었다.

전생에 자신을 죽어라 괴롭힌 친구 누나.

괴롭힘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뭐랄까, 무시나 경멸에서 오는 것과는 좀 다른 종류였다.

괴롭다기보단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안 쓰는 육탄전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간혹, 저어엉말 간혹 챙김을 받기도 했었다.

‘이걸 도와줘야 돼, 말아야 해?’

박혁진의 누나이기도 해서 마음에 걸렸다.

티격태격하는 남매긴 하나 서로 끔찍하게 아꼈다.

그걸 잘 아는 이준이었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마실이라도 나가볼까?’

전생에 자신을 끔찍이도 아껴줬던 정연누나를 볼 겸.

이신이 처한 상황을 구경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 * *

이준이 학교를 빠져나가 도봉구에 있는 쌍둥이 늪지대로 왔다.

학교 측으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있는 관리관.

그의 뒤로 빠르게 접근해서 수혈을 짚어 잠재웠다.

“윽.”

그를 조심히 받아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학교로 송출하고 있던 카메라를 꺼버렸다.

“오긴 왔는데 어떻게 들어가지?”

이준은 여전히 문이 닫혀 있는 게이트를 보고 있었다.

[무턱대고 오더니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이냐.]

“오면서 생각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와서 이렇다 할 방법을 못 찾은 것뿐인데요.”

[그걸 변명이라고 쯧쯧.]

이준이 인상을 썼다.

“그럼 사부님은 들어갈 방법을 아세요?”

[끌끌. 말이라고 하느냐. 이 오묘한 시스템도 사부 앞에선 안 되느니라.]

“어떻게 들어가요?”

[사부를 마음껏 존경해도 된다.]

“사부님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있었습니다.”

이준이 아부를 하니 무극자가 해결책을 내주었다.

[포탈 앞에 가서 손을 내밀거라.]

“이렇게 말입니까?”

이준이 닫힌 게이트에 손을 뻗자 메시지창이 주르륵 떴다.

[쌍둥이 늪지대의 게이트가 닫혀 있습니다.]

[청호 보금자리 주인이 타 게이트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타 영역을 침범하는 건 게이트 주인의 분노를 삽니다. 그래도 들어가시겠습니까? (Y/N)]

“어.”

이준의 대답과 함께 쌍둥이 늪지대를 감싸고 있던 쇠사슬이 풀렸다.

“오, 열렸다.”

[다 이 사부가 열어준 것이니라.]

“제가 게이트 주인이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열린 것 같은데요.”

[가아아아알! 사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니라.]

오랜만에 사부의 쩌렁쩌렁한 노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준이 두 손으로 귀를 감쌌다.

골을 울리는 사부의 목소리에 현기증이 났다.

“아, 알았습니다. 그만하세요.”

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무극자의 쩌렁쩌렁한 설교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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