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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1화 (51/705)

제51화

[요정의 꽃밭을 클리어했습니다.]

[소요시간: 02:30:52]

블루존 게이트를 깬 시간이 무려 2시간 30분이다.

보통 블루존 게이트를 완전히 클리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사나흘이다.

길면 일주일도 걸린 구간이었는데 2시간 30분이라니.

그야말로 대기록이다.

과연 이 신기록을 누가 깰 것인가.

천재 중의 천재인 검룡이라도 3시간 미만으로 블루존을 깨는 건 불가능했다.

“이 정도면 우리가 학년 전체 1등할 수 있겠지?”

“이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말 그대로 우리가 게이트를 깬 시간이지.”

“그건 나도 아는데 우린 페어리를 해치우지 않았잖아.”

한지유와 조원들이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가르쳐 줄 이준이 아니었다.

입은 근질거렸지만 꾹 참았다.

이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이준은 대충 얼버무렸다.

“시크릿 루트의 보스 몬스터를 해치워서 그래.”

“그러니까 요정의 꽃밭 보스 몬스터는 페어리가 아니라 너와 싸웠던 그 이무기였다는 거지?”

“맞아.”

이준이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근래에 안 사실이 하나 있었다.

게이트의 주인끼리도 서로 경쟁한다는 것.

저들끼리 서열이 존재했고, 하위 영역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블루 존 게이트인 요정의 꽃밭이 레드 존 게이트인 꿈의 정원 하위 영역인 것처럼 말이다.

다른 게이트도 이와 같을 거다.

“네가 시크릿 루트를 어떻게 안지는 모르겠지만, 일리는 있어.”

한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이준의 품에 있는 파랑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보다 이준. 파랑이는 청호야?”

“내 애완호?”

“어디서 얻었어?”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파랑이와 같은 몬스터를 자신도 가지고 싶은 모양이다.

“그건 영업 비밀이라서 안 돼.”

“지금 신기지가를 무시하는 거야? 반드시 정보를 알아낼 거야.”

“알아내면 어쩔 건데? 니 성질을 생각하면 스케먼이나 길들이는 게 딱 이겠네.”

이준이 한지유의 속을 긁었다.

걸어가고 있던 그녀가 우뚝 멈췄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한지유의 얼굴을 본 이준이 뒷걸음질을 쳤다.

빙화라는 별명하곤 안 어울리게 복어처럼 볼을 부풀리고 파닥거리는 게 꽤나 귀엽긴 했지만.

그녀의 손 안에서 번뜩이는 검을 보니 섬뜩한 건 매한가지였다.

“하. 하.”

어색한 웃음과 함께 빛과 같은 속도로 뛰었다.

“이준 죽여 버릴 거야!”

한지유는 팔팔했다.

원래라면 게이트를 깨느라 기진맥진했어야 할 체력.

게이트를 간단히 클리어 한 덕에 힘이 남아돌았다.

그녀가 이준의 뒤를 경공으로 따라갔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남은 세 사람.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지?”

“그치? 지유가 저렇게 표정을 드러내는 거 처음 봐.”

“저게 친해 보여? 지유가 준이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래… 니가 뭘 알겠니.”

“눈치 더럽게 없어.”

두 여자가 남선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 * *

학교 운동장 본부석에선 이사장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학생들이 들어간 곳을 다 체크했나요?”

“네. 여기 명단입니다.”

한민성이 남 비서에게 태블릿pc를 받았다.

명단엔 학생들이 들어간 시간과 게이트가 적혀 있었다.

제일 빨리 들어간 학생들이 3학년 이신 네 조였다.

“이변이 없는 한 이신 네 조가 1등을 하겠어요.”

한민성은 검룡의 조가 어디로 들어갔는지 보았다.

빙벽의 협곡.

블루 존 게이트로 딱히 위험이 도사라지 않은 곳이다.

게이트를 잘 선정한 듯했다.

한민성은 또 다른 조를 찾았다.

그가 제일 관심 있어 하는 조.

자신의 조카가 속한 조이기도 했다.

“이준 학생이 있어 요정의 꽃밭도 괜찮긴 한데… 조원들의 상태가 영 시원찮군요.”

이준이 등급 외의 실력을 지니고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그도 형편없었다면 블루 존 게이트에 가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한지유의 부탁이 있었어도 절대 불가였다.

한민성이 태블릿pc를 남 비서에게 넘겼다.

“게이트로 들어간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요?”

“이제 3시간 넘었습니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

그가 말을 하다 말았다.

저 멀리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다섯 명. 그 속에 조카인 한지유가 있었다.

본부석으로 걸어온 그들에게 말했다.

“게이트에 안 들어갔나요?”

“갔다 왔어요.”

“거짓말이겠죠?”

이준이 한지유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조심히 두드렸다.

그녀가 한민성 앞에 섰다.

홀로그램을 연 그녀가 이사장에게 요정의 꽃밭 정보를 공유했다.

“저희 조가 요정의 꽃밭을 클리어 한 내용이에요.”

[요정의 꽃밭을 클리어했습니다.]

[소요시간: 02:30:52]

홀로그램에 나온 정보를 보자, 한민성이 본부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게 정말이야!?”

그의 놀람에 주변에 있던 선생들이 본부석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너희들 게이트에서 벌써 나온 거야?”

“지금 시간이면… 탈주한 건가?”

하나같이 비슷한 말뿐이었다.

누구 하나 게이트를 클리어 했다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학생들만 남겨 두고 모두 나가 있으세요.”

자신이 본 클리어 시간을 다른 선생들이 본다면 충격에 빠질 것이다.

초 단시간만에 격파한 블루 존 게이트.

자신도 이런데 선생들은 패닉에 빠질지 모른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한민성은 주위를 정리했다.

선생들은 이사장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겼으나, 이렇다 할 말도 못하고 본부석에서 나가야 했다.

“지유가 말해 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그게 맞는 거냐?”

“네. 이사장님.”

“너희들이 게이트를 클리어 한 거라고?”

한지유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녹화한 영상을 띄워 봐.”

한지유가 가슴에 달려 있는 배지를 만졌다.

각 조에 하나씩 배정된 최첨단 영상장치였다.

딸깍, 소리와 함께 이사장의 앞에 녹화된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은 평범했다.

조원의 대화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준이 앳된 페어리를 납치해 오고, 치료를 했다.

그 후 뼈로 된 거대한 이무기를 봤을 땐 이사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본… 드라고니? 저놈이 요정의 꽃밭에 숨어 있었어?”

이준이 창을 던짐과 함께 시작된 전투.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

이준과 본 드라고니의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싸움.

그 장면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한민성은 영상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영상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숨소리도 죽이며 보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드디어 이준과 본 드라고니가 떨어졌다.

녀석이 하늘을 향해 보라색 액체 덩어리를 발사했다.

구체가 수백 개의 알갱이로 퍼지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이준이 욕을 내뱉으며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지지직거리며 영상이 끊겼다.

“억, 여기서 왜 끊겨!”

제일 중요한 장면을 보지 못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 * *

“다음은, 다음은 어떻게 됐어?”

“저희가 살아 있는 걸 보면 보스 몬스터를 잡은 거 아닐까요?”

이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학교로 돌아오기 전 조원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파랑이에 대한 것과 페어리를 해치우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하지 않기로.

“정말 대단했어요.”

“영상은 전투를 다 담지 못했다니까요?”

“준이가 얼마나 대단했는데요. 와, 아직도 심장이 뛰어.”

아이들이 과장된 몸짓을 했다.

신기지가의 가주인 한민성이 아이들의 과장된 연기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있었다.

한민성은 조카인 한지유와 눈을 마주쳤다.

이게 사실이라고 묻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 혼자 다했어요.”

한지유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요정의 꽃밭에 들어가고서 이준이 혼자 한 건 맞으니까.

파랑이에 대해선 안 물어 봤으니 말 안 했다.

굳이 여기서 사실을 밝혀 이준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보단 나았다.

그녀는 이준의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등급은 최소 A.

귀엽고 작은 생명체인 파랑이란 아이는 아직 성체가 되지 않았지만, 못해도 블루 급은 되어 보였다.

페어리의 말을 들어 보면 블랙 급이라고 하니.

나중에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듀오로 같이 다닌다 치면 AA급 여러 명과 전력이 비슷할 정도.

그러니 작은 아버지가 물어도 파랑이에 대한 사실은 숨겼다.

“하, 선생들이 이걸 보고 뭐라 할지. 벌써부터 골치 아파. 차라리 지유가 없었으면 좋으련만.”

한민성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저를 학년 전체 1등으로 만들려고 신기지가에서 수작을 부렸다고 할까봐서요?”

“그러지 않겠어? 누가 이 영상을 있는 그대로 보겠느냐. 나 또한 믿기지 않는데.”

1등을 예상한 3학년에서 반발이 클 것이다.

“날아간 영상 뒷부분은 지우고, 이준이 보스 몬스터와 싸운 장면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요?”

한민성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나마 방법은 지금 한지유가 말한 것 말고는 없었다.

영상이 잘린 부분까지 내보내면 의심이 더욱 커질 터.

영상과 자막을 잘 조화롭게 붙이면 작품이 하나 만들어질 것 같았다.

“좋은 방법이다. 남 비서.”

“네. 이사장님. 편집해서 이사장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남 비서의 손이 허공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 * *

20분이 지날 무렵.

동영상 편집이 끝났다.

한민성 이사장에게 전송된 영상이 재생되었다.

이준네 조가 게이트에 들어온 장면, 앳된 페어리를 구한 장면.

마지막으로 이준이 본 드라고니와 싸운 장면.

주변에 먼지가 일고 이준이 뒤로 빠지자.

클리어 메시지와 소요시간이 떴다.

남 비서의 영상 편집 솜씨가 굉장히 좋았다.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조잡하지 않고 흐름도 끊기지 않았다. 편집했다고 볼 수 없는 영상이었다.

“의문은 떠오르겠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영상이야. 이준 학생이 시크릿 루트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영상을 조작했다고 했을 거야.”

단시간에 게이트를 클리어한 건 시크릿 루트라고 말한 이준 때문에 커버가 가능했다.

“그러면 다 끝난 거죠?”

사람을 기겁하게 만들어 놓고 이준은 태평했다.

한편으론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기 전에는 운동장에 설치된 숙소에서 생활해야한다.”

“알고 있어요.”

“그곳에서 쉬고 있으면 돼.”

“너무 일찍 끝내도 안 좋네요. 게이트에서 파밍이나 할 걸 그랬나.”

이준이 작게 웃으며 본부석을 나갔다. 조원들도 인사를 하고 이준의 뒤를 따랐다.

한지유도 몸을 돌리려는데, 한민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직접 옆에서 본 소감은?”

“이준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나지 않았어요?”

“심증만으로 판단한 것과 직접 이준학생을 본 것과는 또 다르지 않겠어?”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예요.”

한민성이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조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기 위해서였다.

“절대… 이준을 적으로 돌려선 안 돼요.”

“그 정도냐?”

“어쩌면 제가 아직도 그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남기고 한지유가 나갔다.

옆에 있던 남 비서도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한지유가 남에게 점수를 후하게 준 적이 있었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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