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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4화 (44/705)

제44화

다음 날 이준은 한민성 이사장의 호출을 받았다.

이사장실이 있는 본관 건물이 아닌 별관 건물로 갔다.

“절 따라오십시오.”

이준은 남 비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미세하게 들리는 신음 소리.

방음이 잘되어 있는 듯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기감이 뛰어난 이준이니까 이 정도의 소리라도 들은 것이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제 잡았던 유령살귀와 살수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왔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사장이 아는 체 했다.

“절 부르신 이유라도?”

“유령살귀는 곧 풀려나게 될 거야.”

“참 빠르군요.”

“생각대로 신력과 검산에서 압박이 왔어.”

“그럴 줄 알았어요.”

15가문 연맹은 계속 부패하고 있었다.

점점 권력에 취해, 몬스터를 상대로 대한민국을 지켰던 호기롭던 옛날의 시절이 아니었다.

“제가 이기홍의 단전을 부쉈을 때부터 살수를 고용할 거라는 건 눈치채고 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혈족을 죽이려고 들다니.”

이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사장님도 저희 가문에 대해 잘 아시잖아요.”

“허….”

한민성은 이준을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다.

15가문연맹 소속의 신력권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 있는 집단인 건 안다.

강한 힘만을 최고 가치로 두는 가문. 혈족이라도 힘이 없으면 버림받는다.

그런데 그런 신력권가의 유망주가 단전이 파괴된 건 큰 사고였다.

하지만 혈족을 죽이라고 사주한 건 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각성자라는 괴물이 사는 세상으로 바뀌었다지만 그들이 행하는 건 패륜이었다.

그러면서도 의아함을 느꼈다.

유령살귀가 이준을 죽이는데 실패했다.

그러면 이준의 실력이 신력권가에도 알려지지 않았을까?

그들은 오히려 이준을 다시 가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신력권가의 안주인 때문에 이준을 가문 내로 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건가?’

이게 맞다면 이준은 위험했다.

A급 살수의 공격.

그 다음은 누가 올까.

유령살귀보다 더 강한 각성자가 올지 모른다.

한민성은 진심으로 이준을 걱정했다.

“내가 중재해 볼까?”

“괜찮습니다.”

“다음은 더 강한 놈으로 올 거야.”

“그러겠죠. 이번에는 작은 아버지가 직접 오실 수도.”

패력진권 이민욱의 성격은 사도에 가까웠다.

수틀리면 부하도 서슴없이 죽이는 인물.

그가 만약 신력권가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분명 사마련의 마인이 됐을 거란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만큼 성격과 손속이 잔인했다.

“유령살귀와 패력진권은 격이 달라. 내가 최대한 중재를….”

“정말 괜찮아요. 그리고 당분간은 작은 아버지가 직접 움직이시진 못할 겁니다.”

“아, 그도 그렇군.”

패력진권은 패왕도가와 함께 천중호수의 공략에 참가했다.

현재 게이트에 들어가 있는 상태.

레드 존 게이트는 죄다 필드형 게이트였다.

굉장히 넓어 공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분간은 안심이야.”

이준은 걱정 없는 얼굴인데 한민성이 대신 안도했다.

‘웃기는 아저씨야.’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얼굴.

박혁진 말고 한 명이 더 늘어났다.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이준 학생이라면 우리 신기지가가 최대한 도울 테니까.”

한민성이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하나 부탁할 게 있어요.”

“말해봐.”

“신력권가에서 절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최대한 크게 소문내 주세요.”

“시간을 끌 생각이야?”

“나중에 아실 겁니다. 제가 왜 이런 걸 부탁했는지. 그럼 수락하신 걸로 알고 가 볼게요.”

이준이 고개를 숙였다.

한민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표정이었다.

지하에서 올라온 이준이 천중호수를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실패하고 나올 때가 됐어.’

전생에서는 천중호수의 1차 공략에 실패한다. 패잔병처럼 처참한 몰골로 돌아왔다.

신력권가와 패왕도가는 곧바로 2차 공략대를 편성해 들어간다.

전보다는 피해가 덜했으나 2차도 실패.

한 달이 지나고 3차 공략대가 편성된다.

이때에 각 가문의 후계자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는데.

‘중간고사를 치루고 나면 3차 공략 시기야. 딱 들어맞구만.’

현재까지 그의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다.

천중호수 공략의 연이은 실패로 신력권가와 패왕도가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3차 실패 때는 명성이 바닥을 치고.

이준은 신력권가의 명성을 바닥이 아닌 시궁창에 처박을 생각이었다.

그들이 버리고 죽이려 했던 자신이 직접 천중호수를 공략할 거니까.

* * *

하나의 이야기가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전해졌다.

-지금 신력권가 후계자 문제로 개판남

- 무사고에 암살자 들어왔다는데 찐임?

- 조선시대냐? 암살을 하게.

- 찐이면 그알감인데;

- 이런 일 은근 많을걸ㅋㅋㅋ 그냥 언론에서 다 쉬쉬해서 그렇지 그 많은 각성자들이 다 그냥 뒤지겠냐. 예전보다 더 심해짐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뜨거운 불을 지폈다.

‘존잘서생’이란 닉네임을 가진 자였다.

- 근데 그 암살자가 누구래?

- 암살자가 누군지 알면 그게 암살자냐?

목격자 다 죽이면 암살 성공임

- ㄴㄴ 암살 실패하고 잡힘

컴퓨터 앞에 앉은 여자가 빠르게 타자를 쳤다.

- 내 친구 동생이 무사고 다니는데 유령살귀래

- ????ㄹㅇ????

- 저 새끼 아까부터 어그로 오지던 놈임

- 아 재밌잖아 걍 냅둬ㅋㅋㅋㅋ

- 그 A급 각성자 유령살귀???

- 찐이면 의뢰자 클라스 지리네.

커뮤니티의 뜨거운 반응에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존잘서생이 한숨을 쉬었다.

타닥탁탁.

그녀가 연이어 타자를 쳤다.

- 유령살귀 맞음. 암살목표가 이준이었는데 역으로 쳐맞음

-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차라리 티라노사우르스가 나타났다고 해라

- ㅋㅋㅋㅋㅋ시발 진지하게 들은 내가 병신이었네

- 유령살귀가 A급인데 학생이 어떻게 이김? 검룡도 못 이기겠다.

댓글 모두 안 믿는 눈치였다.

그런데 몇몇 동조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나 무사고 다니는데 존잘서생 쟤 말 찐임. 나도 안 믿기는데 진짜야;;

- ㄹㅇ?

- 찐임?

- 학생증 인증 한다. (사진) 그 현장에 나 있었는데 솔직히 나도 안 믿김;

- 학생증가지고 어떻게 믿음

- 근데 찐이면 대박 아니냐.

커뮤니티 댓글들은 점점 존잘서생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그러면 이준 A급 확정 아니냐?

-그럼 누가 이준 암살하려 한 거?

- 신력권가밖에 더 있나? 원래 그런데 후계자 싸움 오진다니까

- 병신 아닌가; 저 나이 때 유령살귀 조질 정도면 후계자로 모셔야지 죽여 버리면 어떡함

- 병신인 거지.

- 행복하게 다른 가문 가라. 신기지가 어때? 그쪽이 제일 사람 냄새 풍기는 곳인데.

- 신기지가 괜찮음 5대 가문 중에서 제일 대우 잘 해줌

-뭐지; 신기지가에서 알바 고용했나? 아까부터 계속

존잘서생이란 닉네임을 쓰던 여자가 안경을 내려놓았다.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미간을 주무르는 여자.

바로 남 비서였다.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할 줄이야.’

존잘서생이란 닉네임을 포함해서, 이준과 신기지가에 대한 우호적인 댓글들은 대부분 그녀가 쓴 것이었다.

이준을 어떻게든 영입해야한다는 명령 때문에 댓글 조작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평소에 자신이 수행하던 임무에 비하면 하찮기 짝이 없는 일.

심지어 댓글알바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맞는 말이긴 해서 반박을 할 수도 없었다.

수치스럽지만, 그녀가 보기에도 이준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영입에만 성공하면 신기지가의 미래는 바뀔 것이었다.

* * *

신력권가의 지하 수련동.

중년의 남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은은하게 붉은빛을 띠고 있는 기운.

펑펑-

고작 운기만으로 주변의 공기가 수 차례 터져 나갔다.

남자는 신력권가의 가주인 권왕 이건무였다.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이게 아니야!!”

수미천왕신공의 구결을 찾기 위해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중반부까지는 수미천왕신공의 구결을 찾을 수 있었으나.

마지막에서 내기가 폭주했다.

그가 권왕이란 AA급 각성자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미 주화입마에 빠져 폐인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왜, 왜! 후반부부터는 문제가 발생한단 말이냐!!!”

이건무가 바닥에 놓인 책을 잡아 거칠게 던졌다.

가문의 숙원이 자신에게 달렸다.

그런데 진전이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화를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수미천왕신공이 떨어지는 게이트를 공략할 수밖에 없나?”

각 가문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신들 가문의 무공이 어디서 떨어지는지.

보통 게이트를 클리어 하다가 얻은 타 가문의 무공은 거래로 이용됐다.

예외가 있다면 가문에서 내려오는 가전무공이다.

중요한 신공이나, 심법은 달랐다.

만약 타 가문에서 얻게 된다며?

가문의 존망이 걸린 커다란 중대사였다.

“나올 만한 곳은 거의 다 찾아봤다. 이제 남은 곳은 천중호수밖에 없어.”

그곳에서 나오지 않으면 누군가가 먼저 수미천왕신공을 얻었다는 이야기.

퍼석-

바닥을 움켜쥐는 손 안에서 돌들이 가루가 되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어야 해.”

그가 말을 되뇌다 말고 앞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형준이냐.”

“예. 가주님.”

“내가 폐관에 들었을 때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급한 보고가 있어서 결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들어 보고 판단하겠다.”

사형준이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상태로 입을 열었다.

“천중호수의 공략대가 실패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무리였던가.”

이건무가 침음을 삼켰다.

역시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게이트였다.

“민욱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왔다고 분해하십니다.”

“녀석의 성격이라면 이해간다.”

아들의 단전도 파괴되어 마음이 급할 거다.

저대로 둔다면 다른 일을 벌일 터.

가문의 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괜찮을 테지만, 동생은 시한폭탄과 다름없었다.

“2차 공략대를 꾸리자고 민욱이와 패왕도가에 전해. 이번엔 투신단만 아니라 오행단도 끼어서 전력의 두 배로 가자 해.”

“그리하겠습니다.”

“그게 다야?”

사형준이 잠시 머뭇거렸다.

첫 번째 보고보다 두 번째로 말해야할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으니까.

“뭐기에 네가 그리 뜸을 들이느냐.”

“이준 도련님께서….”

“그 녀석이 왜?”

“이준 도련님이 유령살귀를 제압했습니다.”

“유령살귀라면…?”

“검산그룹 소속 A급 각성자입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말이 흘러나왔다.

“재밌군.”

이건무는 자신의 아들인 이준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녀석이 혼자 크고 있었다.

이걸 질기다고 해야 하나.

가문의 무공을 타고나지 않은 실패작.

그런 아들이 A급 각성자를 이겼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녀석으로 인해 가문의 명성도 드높아졌을 터.

가문으로선 좋은 일이었다.

“유령살귀를 어떻게 이겼는지 말해 보거라.”

사형준은 자신이 들은 그대로 이건무에게 보고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이건무의 미소가 짙어졌다.

종래에는 수련동을 쩌렁쩌렁하게 웃기까지 했다.

“하하하하. 그 녀석이 그랬단 말이냐? 반 친구들이 인질로 잡혔음에도 유령살귀의 발목을 잘랐다?”

“그렇다고 합니다.”

“이제야 우리 신력권가의 자식답구나.”

기뻐하는 이건무와는 달리 사형준의 표정을 좋지 못했다.

“안 좋은 소식이 더 있느냐?”

“인터넷을 통해 이준 도련님에 대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 아니더냐. 이준이 유명해지는 건 우리 가문에서 득을 볼 텐데.”

“그게 신력권가에서 이준을 죽이려고 고용한 자가 유령살귀라고 퍼졌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이건무의 얼굴이 굳어졌다.

“누가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퍼트린단 말이야.”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고… 패력진권님께서 천중호수로 가기 전 의뢰한 사안입니다.”

이건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민욱이 그놈이 기어코 일을 벌였구나.”

천중호수 공략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게이트로 가기 전 이미 손을 썼다니.

이번 일로 가문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준 도련님을 한 번 보시겠습니까?”

“집으로 데려오거라.”

“명을 받듭니다.”

사형준이 수련동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이건무가 혼자 중얼거렸다.

“호랑이가 늑대 새끼를 낳을 수 없는 법. 어떻게 변했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 보겠다.”

수미천왕신공을 복원하는 것도 잊은 채, 기뻐했다.

가문에 크나큰 전력감이 새로 생겼다는 소리.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면 금세 잠잠해질 것이라 신경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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