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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3화 (43/705)

제43화

푹-

이준이 단검으로 유령살귀의 허벅지를 찔렀다.

“아악!”

“아프냐?”

“크윽, 그걸 말이라고!”

“네가 죽인 사람들도 이렇게 아팠을 거야. 넌 A급 각성자라 이런 고통은 잘 못 느껴 봤지?”

이준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았다.

가문에서 버려진 아픔,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 삼류심법으로 인한 발악.

하지만 유령살귀는 자신과는 달리 애초에 강한 무공을 가지고 태어났다. 게다가 그 강한 무공을 가지고 살생을 하는 데나 사용하고 있다.

처음부터 강자의 대우를 받고 생활했으니 남의 고통 따위를 알겠는가.

“미, 미친 새끼가! 당장 그만하지 못해!”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모양인데.”

푹-

이준이 유령살귀의 발목을 들어 아킬레스건을 잘라 버렸다.

“악! 내, 내 발이이이!”

살수에게 아킬레스건은 생명이다.

신법이나 보법에 있어 살수에게 발은 귀중한 자산이었다.

그런 중요한 부위를 이준이 잘라 버린 것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널 바로 죽일 수도 있어.”

이준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냉기가 풀풀 풍겼다.

이준의 거침없는 행동에 보고 있던 수하들이 참다못해.

“저놈이 우릴 뭐로 보고! 야 싹 다 죽여!”

인질로 붙잡고 있는 학생의 목을 그으려 했다.

“네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부하들이 나대려고 하네?”

“이, 이익! 가만히 안 있어? 씹새들아!”

유령살귀가 아픈 와중에도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수하들이 손을 멈췄다.

“이제야 이야기가 통하네.”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유령살귀는 그의 소름 돋는 미소를 보며 동공이 흔들렸다.

‘크윽. 대체 뭐 하는 새끼야. 어떻게 B급 각성자 따위가 A급인 날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거냐고!’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B급 각성자였다.

절대 자신과 같은 동급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이 저 고딩한테 한 방에 나가떨어졌을까.

의문이 들었다.

뿐인가.

거침없는 손속.

마치 자신들의 수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고등학생이 내릴 판단과 배짱이 아니다.

노련한 각성자면 몰라도.

‘X발. 어떻게든 살아나가서 이 자식에 대한 건 샅샅이 뒤질 거야. 그리고 내가 손수 살점을 하나하나 떠서 고통에 울부짖게 만들어주지.’

유령살귀는 훗날을 기약했다.

자신은 검산그룹 산하에 있었다.

신력권가에서 이준을 죽이란 의뢰와 검산그룹 회장님이 직접 명령했다. 이곳에서 잡힌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풀릴 터.

우선 이준에게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마침 체력 단련실의 문을 부수고 일련의 무리가 들어왔다.

한민성 이사장과 비선들이었다.

“무기 다 내려놓으세요.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겁니다.”

신기지가의 인원이 나타나자 살수들이 저항을 포기했다.

비선들이 살수를 학생들에게서 떼어 놓았다.

특수한 밧줄로 그들을 포박했다.

‘역시!’

한민성은 안쪽으로 들어오자마자 유령살귀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아래에는 피가 가득했다.

허벅지의 상처는 그렇다쳐도 아킬레스건 쪽에서 피가 흐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유령살귀부터 제압을 했나? 어렴풋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괴물이 따로 없군.’

유령살귀와 십여 명의 살수들이라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A급과 B급의 살수가 각성자의 생명을 노린다면 그만한 피해를 입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장내는 피해자가 아무도 없었다.

살수인 유령살귀만이 피를 한 바가지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준의 대처가 깔끔했다는 말.

고등학생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이준이 현 상황을 해결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더 정확한 건 지유한테 물어봐야겠어.’

그때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유령살귀가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

“학생들을 공격했으면서 웃음이 나오나?”

“제때 와 줘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이 미친 새끼한테 골로 갈 뻔했잖아.”

한민성의 말에 유령살귀가 이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온전히 무사고를 나갈 수 있단 생각은 버려. 학생들을 건드렸으니 어디 하나 병신이 될 거야.”

“흐흐. 과연 그럴까?”

한민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유령살귀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기 때문.

잡아다가 고문을 하고 있으면 아마 신력과 검산에서 놔주라고 압박이 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자식들.”

한민성이 유령살귀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이준을 향해 말했다.

“이제 우리가 이자를 맡도록 하지.”

쓰러진 유령살귀를 비선들이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제 할 일 아직 안 끝났어요. 잠깐 기다리세요.”

우뚝.

다가가던 비선들의 걸음이 저도 모르게 멈춰 섰다.

이준의 손이 움직이자, 유령살귀의 두 눈에 공포가 어렸다.

“그, 그만… 다… 말했잖아… 이 미친 새끼 좀 치워… 줘.”

유령살귀는 이준에게 부탁하지 않고 한민성을 다급하게 불렀다.

“이준 학….”

한민성이 이준을 부르지만, 그는 대답도 안하고 묵묵히 유령살귀의 몸 안에 만독수를 주입했다.

염화의 동굴 사건을 겪은 이후, 호신 겸 고문용으로 구해 둔 물건이었다.

“끄으읍!”

유령살귀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혼원신공으로 해독시켰다.

이 짓거리를 반복하자, 유령살귀는 천국와 지옥을 수백 번 오갔다.

그 속에 고통은 배가 되었다.

“끄어어억… 제발… 그만….”

“그래. 나도 시도할 건 다 했어. 대신.”

이준의 손이 유령살귀의 아랫배를 향했다.

“그건 아, 안 돼!”

이준이 지그시 누르자.

“크어억!”

유령살귀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눈알이 앞으로 튀어나올 듯 커지며 몸을 떨었다.

이준의 거침없는 손에 한민성이 눈이 흠칫 떴다.

‘앞으로 어쩌려고. 힘만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데.’

자신을 해하려 했던 자에게는 자비를 남길 필요가 없었다.

언제 어떤 후환으로 남게 될지 모르니까.

한민성은 이준을 유심히 보았다.

단호하면서 굳건한 눈.

자신감이 가득하다 못해 오만함이 얼핏 보였다.

마치 유령살귀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저런 눈을 가진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

일제라 불리는 남자.

철혈검가의 태상가주이자, 대한민국의 하나뿐인 S급 각성자.

그와 닮아 있었다.

“일은… 다 끝난 건가? 이준 학생?”

“이 정도면 얼추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와 잠깐 따로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

“그러죠.”

이준이 아직 기절하지 않은 유령살귀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놈은 죽여야 하는데.”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정신없는 와중에도 유령살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준은 한민성을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다.

학교 내 호숫가로 온 두 사람.

그들을 둘러싼 비선이 주변을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었다.

“운치 좋네요.”

이준이 달빛에 비춰진 호숫가를 보며 한마디 했다.

한민성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조금 전에 살수를 상대했던 학생이 맞나 싶다.

유령살귀와 싸운 장면을 못 봤지만, 대략 짐작은 했다.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B급 각성자가 A급을?

이런 의문이 떠오르지만, 이준은 항상 물음표를 자아내게 했다.

그래서 소름이 돋았다.

과연 이준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왔을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어.”

“지유한테도 말했는데, 스카웃 이야기하면 그냥 갈 겁니다.”

“알고 있었어?”

“얼굴에 티 납니다.”

“그렇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정말 안 되겠나? 신기지가는 이준 학생에게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지.”

이사장의 직접적인 스카웃 제의.

그럼에도 이준은 단호히 대답했다.

“가문 연맹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우리 가문과 인연을 맺는 건 어떻겠어?”

화들짝 놀랄 만한 제안이다.

인연이라면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저보고 지유랑 결혼하라고요?”

“하하. 이준 학생 너무 갔어.”

이준 혼자서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자, 한민성이 껄껄 웃었다.

“그렇죠? 저도 그냥 말해 본 것뿐이에요.”

이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어서 말씀하세요.”

“서로 증표를 주고받는 거지. 예를 들어 신기지가의 증표라든지. 게이트라든지….”

한민성이 말꼬리를 흐렸다.

신기지가에서 알아낸 이준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그건 이준이 특정한 게이트를 찾고 있다는 것.

여태 그가 클리어한 게이트는 일반적인 게이트가 아니었다.

이준이 공략한 화이트 존 게이트도 모두 리젠 게이트였다.

이런 특징을 조합할 때 이준이 찾는 건 미공략 게이트나, 아무도 찾지 않은 폐쇄된 게이트였다.

“게이트라면 저에게 넘겨준단 말입니까?”

이준이 눈을 반짝였다.

가문에서 게이트를 넘겨준다는 건 영역을 떼어 주는 거다.

세력이 작아지는 것과 다름없어, 가문의 식객과도 하지 않을 거래였다.

한민성은 이준에게 엄청난 제안을 한 것이었다.

“이준 학생이 원한다면.”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넘어올 것 같았는데 안 넘어왔다.

한민성은 안타까움에 탄성을 지었다.

“아.”

“거절하는 게 아니고. 신중하게 생각해 보려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줘.”

“그러죠.”

“언제든 내 번호로 연락해. 이준 학생이 전화하면 다른 일은 제쳐 두고 받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전 이만 가 볼게요.”

이준이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한민성의 곁으로 남 비서가 다가왔다.

“이사장님답지 않게 너무 저자세로 나가신 것 아닙니까?”

“그래 보였나요?”

“예.”

“저도 거래를 이끌고 싶었는데, 그러다 도리어 역효과가 날까 봐 조심스러웠어요.

남 비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한민성이 누군가.

그의 진가는 무력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세력과 세력에서 거래를 할 때 그의 재능이 발휘된다.

뛰어난 언변과 화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인상.

이것만으로 거래 대상이 경계를 확 풀어 버린다.

그래서 언제나 우위를 점하고 거래에 들어갔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저자세로 갔다.

한민성 이사장답지 않았다.

“이준 학생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습니까?”

“유령살귀를 제압했으면 적어도 A급. 저 나이에 A급에 오른 건 천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천재중의 천재라는 검룡도 지금은 B급이잖아요.”

남 비서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게이트를 넘겨준다는 건 저희 쪽에 지나친 손해입니다.”

“아니요. 어쩌면 더 싸게 먹히는 걸 수도 있어요.”

“그 정도입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래요. 남 비서는 이준에 대한 걸 조금이라도 허투로 보지 말고 관찰하세요.”

“그러겠습니다.”

한민성은 제발 이준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 * *

한편 이준은 기숙사가 아닌 밖으로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목재소.

청호 보금자리에 스케먼의 집을 지을 목재를 사러왔다.

아공간 주머니에 목재와 자재를 가득 담았다.

청호 보금자리로 온 이준이 주머니를 털어놓았다.

끝도 없이 나오는 목재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재료를 전부 꺼낼 수 있었다.

“자, 이제 각자 집을 짓는다. 실시.”

이준이 스케먼에게 명령했다.

녀석들의 대장인 테구르가 지휘하며 나무집을 지었다.

그가 파랑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계승의 꽃이 있는 자리.

오아시스 옆이 파랑이의 최애 공간이었는데 계승의 꽃이 자라자 바뀌었다.

“파랑아.”

“뀨웃!”

이준이 파랑이를 불렀다.

녀석이 달려오며 이준의 품에 안겼다.

“혼자 안 심심해?”

“뀨뀻.”

녀석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계승의 꽃으로 갔다.

한 자리에서 빙빙 돌며 몸을 눕히는 파랑이.

계승의 꽃을 보호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누가 가지고 가지 못하게 잘 지키고 있어.”

“뀨.”

이준이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밖으로 나갔다.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이고 편하다.”

[제자야. 훈련은 안하냐.]

“사부님 쉬는 것도 훈련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개소리니라. 너같이 재능 없는 애들은 쉬는 것도 사치니라. 노력만이 재능을 뛰어넘을 수 있어.]

“언제는 제가 천재라면서요.”

[내가 언제 이놈아!]

“혼자 중얼거리는 거 들렸거든요.”

[크흠. 잘못 말했느니라.]

무극자 사부가 괜히 헛기침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벌써 일을 벌이는 것 같아 사부는 심히 걱정이니라.]

“곧 중간고사라 절 어쩌지 못해요. 학교 행사가 있는데 다른 살수를 고용하지도 못할 거고, 보낸 살수가 단전까지 깨졌다고 하면 뒷목 잡고 쓰러질 거예요.”

[그래도 적들의 기습에 대비를 하거라.]

“예. 제자가 더 정진하겠습니다.”

[오냐. 내 너를 믿으마.]

이준이 가진 건 개사기에 가까운 능력, 여기에 더해 테크트리 포인트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었다.

다른 이들처럼 훈련을 따로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내공 수련이라도 했다.

전생과 달리 굉장한 무공을 가지고 있지만 훈련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곧 다가올 중간고사.

시험을 대비해서라도 훈련은 계속 되어야 했다.

…오늘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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