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은거자(2) - 대자연의 축복(0/650,000)
…
…
무공(2) - 무극장법(0/15,000,000)
…
능력치(28) - 민첩+15(0/100,000)
……
…
테크트리 포인트 11,380,000p
“무극장법은 뭔데 무극창법 5배의 포인트가 필요해요?”
[사부가 창안한 네 번째로 강한 무공이니라.]
“그런데 말입니다. 왜 죄다 무공명이 무극이에요?”
사부의 이름을 딴 무공 이름이었다.
[무극 멋있지 않느냐.]
“이름 짓기 귀찮아서 그런 건…윽!”
[가아아알!]
여김 없이 들려온 무극자 사부의 호통이었다.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이준은 한동안 사부의 설교를 들었어야 했다.
한참을 듣고서야 설교가 끝났다.
귀에서 피가 날 지경.
‘이놈의 주둥아리. 좀 가만히 있지.’
이준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때렸다.
대체 어떤 무공이길래 15,000,000포인트나 하는지.
무극장법을 클릭해 보았다.
[무극장법]
등급: SS+
설명: 무신의 최후 절기이다. 무신 답지 않은 파괴적인 무공으로 스치기라도 하면 한 줌 혈수가 된다.
사용조건: 혼원신공을 익힌 자.
“와….”
이젠 놀라는 것도 지쳤다.
무슨 죄다 SS급인지.
평생 보기 힘든 등급을 자신은 연달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무공창을 보면서 든 생각.
무극창법도 무신의 무공이고, 장법도 무신의 무공이었다.
처음 루트를 선택할 때 봤던 세 가지의 선택지.
무신의 길, 은거자의 길, 파천의 길.
은거자의 길을 선택하니 무신의 무공도 배울 수 있는 건 왤까.
이준은 궁금증에 무극자 사부에게 물었다.
“사부님.”
[말하거라.]
“전 은거자 루트를 선택했는데, 왜 무신의 무공도 배울 수 있는 거예요?”
[…….]
“사부님?”
[정녕 몰랐느냐?]
“뭘요?”
[사부가 무림인들에게 무신이라고 불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네에?”
이준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멍을 때리던 그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니 말을 해줬어야 알죠.”
[어디서 사부에게 목청을 높인단 말이냐. 지금 알았으면 됐지.]
왜 이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다면 파천의 길은?
이것도 사부와 관련된 건가.
슬쩍 물어보려는 찰나.
[괜한 생각 말고 테크트리나 찍거라.]
무극자 사부가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도 대화를 피하는 모양새였다.
말하길 꺼려한 게 보여서 그만뒀다.
“음, 뭐부터 찍을까.”
이준이 고민하는데, 무극자 사부가 순순히 가르쳐 주었다.
[은거자 특성을 세 개 정도 찍거라.]
“넵!”
[특성 대자연의 축복을 획득하셨습니다.]
[모든 속성 친화력이 +50%가 되었습니다.]
[특성 정령의 가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마기 저항력 +35%가 되었습니다.]
[특성 패력을 획득하셨습니다.]
[전투력 +40%, 내공 회복력 +15%가 되었습니다.]
세 개의 특성을 찍자 3,050,000 포인트가 날아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포인트가 넘쳐났다.
패력을 찍고 다음 테크트리 특성이 생겼는데, 이것부터는 포인트가 굉장히 많이 들었다.
[천무지체(0/10,000,000)]
그래서 특성은 건너뛰었다.
100,000p로 찍을 수 있는 개꿀인 능력치 테크트리가 있었으니까.
이준이 능력치를 민첩을 두 개 찍자.
[A급(절정)의 완숙에 도달했습니다.]
[능력치 테크트리의 포인트가 증가합니다.]
[민첩 +15(0/1,000,000)]
“악!”
100,000p로 올릴 수 있었던 능력치 테크트리가 졸지에 1,000,000p로 올라가 버렸다.
이준이 머리를 부여잡고 피눈물을 쏟아냈다.
AA급을 쉽게 오를 수 있을 줄 알았더만.
졸지에 애매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포인트를 다 사용한다면 모든 능력치가 300에 거의 근접하지 않을까.
이준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능력치 포인트를 찍어만 갔다.
* * *
“여기가 그 녀석이 다니는 학굔가?”
“네 행님.”
호리호리한 사내.
유령살귀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무림 사관 고등학교를 올려다봤다.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진법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 이 정도 진법을 파훼하는 건 숙련된 살수인 유령살귀에겐 일도 아니었다.
“명문가 도련님들이 다니는 학교라 으리으리하구먼.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할 놈은 신기지가의 진법서생이지?”
“그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행님.”
“비각은?”
유령살귀를 형님이라 부르는 남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저희 밑 아니겠습니까?”
“일이 끝나면 바로 안가로 간다.”
안가는 살수들이 암살을 하고 귀환하는 임시거처다.
혹시 모를 추적을 대비한 곳이다.
“천천히 준비해.”
“아그들아. 행님께서 준비하라신다.”
십여 명의 인원이 봉고차로 들어갔다.
유령살귀와 같이 남아 있는 남자.
그가 저번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행님. 정말 저희가 위락대평원의 주인한테 노여움을 받은 걸까요?”
“아니면 그런 괴현상이 왜 일어나.”
“그것만 아니었으면 학교까지 올 필요도 없었을 건데 말입니다.”
유령살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자신은 A급 각성자라 여러 고급 정보를 알고 있다.
그중 하나가 게이트 주인인 보스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몬스터들.
영역을 선포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는 상위 몬스터로 올라갈 수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몬스터끼리도 영역 다툼을 벌였던 적도 있다고 하니.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다.
자신을 빼고 부하들은 전부 B급.
위락대평원의 보스 몬스터가 미쳐 날뛰었다면 다 죽은 목숨이었다.
애송이 한 명 없애자고 들어간 게이트에서 도리어 죽었을 수도 있단 생각에 아찔했다.
“운이 안 좋았던 거지. 위락대평원보단 여기가 훨씬 안전하게 살행을 할 수 있을 거야.”
“행님께서 계시는데 위락대평원도 문제없었을 겁니다.”
“그것도 그렇지.”
유령살귀는 부하가 띄워 주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이쪽 세계에서 약하면 칼침 맞기 딱 좋았다.
지금은 부하들이 자신을 형님형님 부르며 따르지만, 약해진 순간 바로 뒤통수였다.
강한 모습만 보여 줘도 부족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해가 지려고 한다.
부하들이 봉고차에서 각자 연장과 복장을 갖추고 나왔다.
특수 재질로 제작되어 웬만한 무기로는 뚫을 수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신력권가의 이준이다. 찾고 신호를 보내라.”
“네.”
수하들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유령살귀도 은밀하게 학교 안으로 잠입했다.
* * *
학교 체력 단련실.
5반 학생들은 아직도 매스컴에서 떠들고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위락대평원을 깬 사람 아직도 못 찾았대?”
“신기지가도 CCTV를 분석하고 있는데 애를 먹고 있나 봐.”
“힘숨찐이야 뭐야. 답답해 죽겠다.”
학생들이 답답하든 말든, 이준은 자신의 상태창을 보고 있었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제자 (외1)
이름: 이준
나이: 18
잠재력: 등급 외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군림보(B), 무극창법(SS)
일반 스킬: 흡혈마공(A), 천왕보(B), 패권(B),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청호 보금자리의 주인(S)(외7)
테크트리 포인트 2,330,000p
[능력치]
체력: 236/300
신체: 238/300
힘: 250/300
민첩: 240/300
-특수항목-
내공: 495/1000
정신력: 300/300
명성: 2000(유망주)
-상태-
전투력 +50%, 모든 속성 친화력 +70%, 마기 저항력 +35%, 내공회복력 +15%
은거자에 3개.
기본 능력치를 두 개씩 올렸다.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은거자(5) - 천무지체(0/10,000,000)
……
…
무공(2) - 무극장법(0/15,000,000)
…
능력치(36) - 내공+15(0/1,000,000)
……
…
…
테크트리 포인트 2,330,000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크트리 포인트가 200만이 넘어도 많아 보였다.
하지만 테크트리의 포인트가 급격히 상승하자, 200만이 작게만 느껴졌다.
‘포인트를 수급하려면 미공략 게이트를 노려야 돼.’
위락대평원처럼 미공략 상태인 게이트를 클리어 해야 테크트리 포인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평범한 게이트로는 이제 능력치 항목도 올리기 힘들게 됐다.
‘능력치 하나 올릴 때도 신중해야지.’
이준은 자신의 상태창을 닫고 무기 도구함으로 이동했다.
오늘도 한지유는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준이 몸을 휙 돌렸다.
“안 따라다니다가 왜 다시 따라다녀.”
“너지?”
“뭘?”
한지유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이준만 들린 소리로 말했다.
“위락대평원.”
“아닌데?”
“거짓말.”
“마음대로 생각해.”
“왜 숨기는 거야?”
“으휴. 내가 벽창호랑 이야기하지.”
이준이 무기함에서 연습용 창을 꺼냈다.
그런 그를 한지유가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꼭 새끼 오리가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는 모습이랄까.
“귀찮게 그만 좀 따라와.”
“우리 가문으로 와.”
“그건 끝난 이야기 아니었어?”
“아직 안 끝났는데? 난 네가 우리 가문에 들어올 때까지 이럴 거야.”
이준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한지유가 자신을 안 따라다녀 아쉽다고 한 말은 취소다.
“말을 말자.”
“원하는 건 다 해 줄 수 있어.”
“원하는 거 딱히 없어. 가지고 있는 게 너무 많거든.”
이준이 태연스럽게 말했다.
수중에 25억이 있었다.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가질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재벌가 아들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할 돈이 자신에게 있었다.
그 뿐인가.
계승의 꽃이란 엄청난 아티팩트도 게이트에 자라고 있다.
가치로만 따지만, 각 가문의 가전무공서급.
예전과 달리, 지금은 돈이 차고 넘쳤다.
아쉬운 게 있다면 자신의 눈이 되어줄 정보 단체랄까?
그것도 대체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 암상이라는 지하 세계의 지배자를 말이다.
만약 자신이 패왕도가를 제거해 준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세력이었다.
그러니 뭐가 아쉽겠는가.
“정말 이럴 거야? 네가 계속 이렇게 나오면 나도 생각 있어.”
“싫다는 사람 억지로 데려가려는 건 너거든?”
“나도 치사하게 나가긴 싫지만, 네가 이렇게 나오면….”
한지유가 이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네가 게이트의 주인이라는 걸 말할 거야.”
“증거를 가져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심증만 있어도 15가문 연맹이나, 무맹, 사마련까지 너에게 관심을 가질걸? 다른 세력이 너에게 관심을 없길 바라고 있잖아. 네가 동선을 안 남기고 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고. 맞지?”
그제야 이준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러면 너랑은 완전히 끝이야.”
“내가 이런 악수를 두지 않게 하길 바라.”
“너 나 좋아하냐? 왜 이렇게 집착해.”
“네가 좋은 게 아니고 네 능력이 좋은 거야.”
이번엔 이준의 말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는 한지유였다.
“하, 진짜. 어쩌다 이런 집착녀한테 걸려 가지고.”
이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양보해서 동맹 관계로 가자. 더 이상 원하면 나와 이렇게 지내는 것도 끝이야.”
이준이 단호하게 말하자 한지유가 한 발 물러났다.
“좋아. 그거면 됐어.”
그녀가 작게 웃었다.
가문으로 끌어들이진 못했어도, 좋은 관계를 형성시켰다.
계속 지내다 보면 관계는 발전해 있을 것이다.
이준이 연습용 창 하나를 꺼냈다.
“너 창도 써?”
“남이사.”
한지유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준은 한껏 퉁명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가 한 손으로 창을 돌렸다.
풍차 돌리기를 하는데 그 모습이 영 어색했다.
‘손에 안 익으니까 쉽지 않… 네?’
창을 돌리고 있던 이준이 손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올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퍼석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