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위락대평원을 클리어한 지 일주일.
매스컴은 난리가 나 있었다.
- 블루 존 게이트인 위락대평원 클리어되다.
- 주인공은 수수께끼의 인물?
- 단체일까? 혼자일까? 오리무중.
뉴스에서는 종일 위락대평원에 대한 이야기만 쏟아 냈다.
인터넷, 신문, 각성자 방송, 너튜브까지.
왜 혹은 어떻게 여태껏 깨지 못했던 미공략 게이트를 공략했을까.
물음표를 남기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위락대평원이 클리어된 지 일주일이 지날 무렵.
또 다른 화제가 부상했다.
- 속보) 게이트의 주인은 누구?
- 속보) 들어간 조사대 게이트 밖으로 튕겨져 나오다.
- 속보) 위락대평원의 괴현상에 15가문연맹이 관심을 두다.
동영상 조회로 먹고 사는 너튜버.
너튜브를 운영하는 각성자가 시청자를 위해 직접 시범까지 보였다.
위락대평원 앞.
스트리머가 포탈이 보이게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았다.
1분이나 지났을까.
들어갔던 스트리머가 게이트 밖으로 튕겨 나오는 게 카메라에 담겼다.
스트리머의 홀로그램에 뜬 메시지들.
[게이트 주인의 허락 없이 들어왔습니다.]
[당신을 침입자로 간주해 탈주시킵니다.]
[강제 퇴장을 당한 관계로 한동안 위락대평원에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그걸 본 시청자들의 채팅창은 불이 났다.
- ㅁㅊ 찐이었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입구컷 실화냐ㅋㅋㅋㅋ
- 입구컷 1초컷ㅋㅋㅋㅋㅋㅋ
- 근데 주인이 누구임?
- 그거 알면 조회수 백만각임
- 게이트에 무슨 주인ㅋㅋㅋㅋ주작이라는데 내 핫도그 건다 새끼들아
- 뭐만 하면 주작 타령. 핫도그로 처맞아야 정신 차리지.
- 기사 뜸 www.@@news.#@@!
- 그렇게 윗댓은 평생 핫도그를 먹지 못했다.
- 15가문 연맹에서 답 없는 거 보면 역대급인 건 맞는 듯 ㅋㅋㅋㅋ
- ㄴㄴ 걔네 지금 천중호수 공략하느라 정신없음
- ㅁㅊ 개빠졌네..;;;; 지금 공략할 땐가 이거 존나 심각한 거 같은데…
일반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사이, 위락대평원으로 계속 사람들이 몰렸다.
한편.
[위락대평원에 허락받지 않은 자가 방문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자식들은 지겹지도 않나. 다 탈주.”
[게이트에 들어온 인원을 침입자로 간주해 탈주시킵니다.]
이준은 며칠 전부터 이 메시지만 주구장창 받고 있었다.
이미 각오한 일.
하지만 귀찮고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이트를 폐쇄하고 싶어도 제한이 24시간. 시간을 늘리려면 강해지는 것뿐이다.
“위락대평원에서 할 일을 끝내면 게이트를 바로 버려야겠어.”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 때 스마트폰에서 암상의 어플에서 입금 알림이 떴다.
[금전노 입금: 2,500,000,000]
이준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이었다.
“그 할아버지 통 크시네.”
자신이 판 물건의 값어치를 안다.
그래도 수수료 때문에 절반의 가격으로 받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통 크게 입금을 해 줬다.
그것도 암상이란 입금자가 아닌 금전노라고 적혀 있었다.
한 번 보자는 이야기.
이준은 씩 웃음을 지었다.
“내가 어떻게 금전의 복수를 아는지 궁금하겠지.”
이준이 굳이 금전의 복수를 언급한 이유 중 하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암상의 회장.
금전노 한금만은 패왕도가와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패왕도가의 가주가 그의 아들을 죽였기 때문.
한금만은 세상에 천명했다.
패왕도가에 복수하기 전까지는 양지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그게 벌써 20년 전의 일이었다.
긴 세월 동안 복수를 꿈꿨으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암상의 힘으로는 패왕도가에 복수할 수 없다는 것을.
평생의 숙원이 꺼질 때쯤, 이준이 금전의 복수를 들먹인 거다.
이준의 새어머니는 패왕도가 가주의 여동생.
복수의 대상이 같다.
여기서 그의 복수를 거들어 준다면 앞으로 강해지는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먼저 숙이고 들어오게끔 거래를 이끌려면 지금은 읽씹해야겠죠?”
[끌끌. 네가 답을 안 주면 똥줄 꽤나 탈 것이다.]
이준이 폰을 닫았다.
[이번 일로 신기지가에서 알 텐데, 괜찮겠느냐.]
‘증거가 없는데, 뭐 어때요. 잡아떼면 그만이에요.’
뉴스에 게이트의 주인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신기지가에선 눈치를 못 챘을까?
그들은 뉴스를 본 즉시 자신부터 의심했을 거다.
학교 지하 창고에 있는 게이트의 주인. 위락대평원의 주인.
신기지가라면 이 두 가지만으로 추리는 끝냈을 거다.
문제는 증거를 잡지 못해 행동에 나서지 못한 것뿐이다.
* * *
이틀 뒤.
테구르가 오아시스 나무 아래에 있는 이준에게 급히 달려갔다.
“주, 주인님!”
“왜?”
“버, 번식에 성공했습니다.”
“정말?”
“네. 이리 와 보십시오.”
이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될 놈은 되는 건가….]
무극자가 혼자 중얼거렸다.
오아시스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구역.
오아시스가 게이트 중앙에 있다면 계승의 꽃이 번식한 곳은 남쪽에 위치했다.
“성공했구나!”
온통 사막 모래였는데, 허공에 포탈이 떠 있는 아래에만 잡풀이 나 있었다.
잡풀 속에 있는 검은 봉우리들.
모두 계승의 꽃이었다.
지금도 워프 게이트에선 초록색 알갱이들이 아래로 계속 떨어졌다.
파랑이는 잡풀에 앉아 앙증맞은 주둥아리를 벌리고 있었다.
“아앙!”
기분 좋은지 포효했다.
그럴 때마다 몸에서 청염이 활활 타올랐다.
“파랑이가 워프 게이트를 통해 위락대평원의 마기를 빨아들이고 있어.”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마기가 파랑이의 아가리로 빨려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녀석이 다시 자신의 게이트로 마기를 퍼트린다.
“파랑이 때문에 계승의 꽃이 번식한 거야.”
청호 보금자리는 전보다 대기에 퍼진 기운이 두 배로 늘어났다.
농도도 짙어졌고 말이다.
아마도 파랑이의 마기 흡수 능력 때문에 계승의 꽃의 기운이 청호 보금자리에 퍼진 듯했다.
“잘했다. 파랑아.”
이준이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
[청호 보금자리의 마기 농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린 존 게이트를 벗어나 블루 존 게이트로 격상됩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1,000,000p가 지급됩니다.]
그린 존이 블루 존 게이트로 진화했다.
사막의 모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었다.
게이트 격상과 더불어 안의 기온도 상승했다.
“하아?”
이준이 입을 떡 벌렸다.
계승의 꽃을 얻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그런데 게이트의 등급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아이고 이 예쁜 것.”
이준이 파랑이를 끌어안았다.
모든 게 녀석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뀨우우우.”
이준이 파랑이를 꽉 끌어안자 숨이 막힌지 발버둥을 쳤다.
“히히. 잘했어. 파랑아.”
“뀻!”
녀석이 가슴을 활짝 펴며 다시 제 할 일을 했다.
이준은 테구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꽃을 피우는데 혁혁한 공을 자랑한 건 파랑이만이 아니었다.
“잘했어. 테구르.”
“헤헤. 과찬이십니다요.”
염화의 은신처에서 데려온 스케먼들.
유일하게 워프 게이트를 뚫을 수 있었던 녀석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테구르가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너희들도 수고했어.”
“찍찍!”
스케먼들이 뿌듯한 얼굴로 경례했다.
이준은 무임금으로 녀석들을 부려먹은 게 마음에 걸린 건지.
“내가 인심 썼다. 이곳에 너희들 집을 짓도록 허락해 줄게.”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뭣들 해. 주인님께 고맙단 인사를 해야지.”
“찍찍!”
스케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집은 스케먼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때문에 주인에게 인정받고 좋아한 거다.
[노예들도 이런 식으로 안 부려 먹겠다.]
‘그래서 게이트에 자리를 내어 주는 겁니다.’
[재료만 달랑 넘겨주고 알아서 지으라고 하겠지. 뻔하구나.]
‘귀신.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
[죽어서 그런지 제자의 말이 상당히 기분 나쁘구나.]
이준이 혀를 내밀고는 앞으로 일을 생각했다.
돈은 많았다.
집을 지어 줄 재료를 사는 건 문제 없다.
한 송이에 수백억의 가치를 가진 계승의 꽃도 번식시키는데 성공했고.
“허수에게 줄 무공만 남았네.”
게이트의 일을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가려 움직였다.
“게이트 소….”
말을 끝마치려고 했는데 못 끝냈다.
다 끝날 줄만 알았던 메시지가 다시 나타났다.
[특별 퀘스트 - ‘신의 꽃’을 완료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블랙존 게이트 주인들이 화들짝 놀랍니다.]
[‘빙하지대’ 주인이 청호 보금자리 주인을 경계합니다.]
[‘뇌익의 둥지’ 주인이 청호 보금자리 주인을 경계합니다.]
[‘거악의 유적’ 주인이 청호 보금자리 주인을 경계합니다.]
……
……
……
[‘고귀한 성’ 주인이 청호 보금자리 주인을 경계합니다.]
이준은 메시지의 이름을 보고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건 또 뭐야!”
메시지가 끊이질 않았다.
거의 50개에 달했다.
몇 개의 이름은 이준도 잘 아는 곳이다.
블랙 존 게이트의 지명.
그렇다는 건 메시지에 나열된 이름들이 전부 블랙 존 게이트의 이름이라는 것.
세상에 알려진 블랙 존은 많아 봐야 20개.
서른 군데가 더 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패닉에 빠질 거다.
이준도 생각보다 많은 블랙 존 명단 때문에 상당히 놀랐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메시지를 계속 내렸다.
“헐….”
그러다 한 군데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그의 눈에 잡힌 보상. 이게 맞나 의심스러워서 눈을 비볐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10,00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입이 떡 벌어지며 말을 더듬었다.
“처, 천만 포인트라니.”
[아주 그냥 퍼주는구나.]
이준은 무극자의 말에 대꾸할 수 있는 정신이 아니었다.
천만 포인트만 있으면 단번에 더블A급을 넘어 S급도 달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경지였다.
“지, 진정하자. 준아.”
두 손으로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고 루트 특성을 열었다.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은거자(2) - 대자연의 축복(0/650,000)
무공(1) - 무극창법(0/3,000,000)
능력치(28) - 민첩+15(0/100,000)
테크트리 포인트 14,380,000p
포인트는 많았다.
무극창법을 하나 배운다고 해서 포인트에 타격을 입지 않는다.
이준은 과감히 무극창법을 찍었다.
경쾌한 효과음이 연달아 들리더니.
[무극창법을 터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항목이 개방됩니다.]
[무극기가 생성되었습니다.]
방금전 터득한 무극창법이 어떤 것인지 보기 위해 스킬창을 열었다.
[무극창법]
등급: SS
설명: 무신의 고유무공으로 찌르기와 베기. 두 가지 초식밖에 없다. 극성으로 익히면 그 어떤 적도 한 번에 격살할 수 있는 무공이다.
사용조건: 혼원신공을 익힌 자.
“SS급 공격무공!”
이준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군림보가 B급 무공.
몇 없는 성장형 무공이긴 하나, 효과 하나만큼은 다른 A급 최상위 무공은 찜 쪄 먹었다.
이준이 히죽거리고 있자.
[그렇게 좋으냐.]
“예. 무극창법은 군림보처럼 사용 조건도 없고 바로 쓸 수 있지 않습니까.”
[홀홀. 두고 보거라.]
“사부님. 제발 찜찜하게 그러지 좀 마세요.”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라는 말이다.]
무극자 사부의 말에 이준은 그제야 안심했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
[그러려무나. 끌끌.]
이준은 사부의 웃음을 가볍게 넘겼다.
처음 무공을 배웠을 때보다 더 지옥 훈련이 기다리는지 모르고 말이다.
이준은 다음 테크트리를 찍기 위해 루트 창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