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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8화 (38/705)

제38화

“사장님. 목표를 찾았답니다.”

한 여자가 손톱을 깎고 있는 호리호리한 남자에게 보고를 했다.

“애새끼 하나 찾는데 참 오래도 걸려.”

남자가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수하들을 못마땅해 했다.

그는 검산그룹에 속한 흥신소 사장으로 돈만 주면 뭐든지 해결해 주는 청부업자였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뭔데?”

“대상자가 블루 존 게이트라는 위락대평원에 들어갔다 해요.”

남자의 눈썹이 역으로 휘어졌다.

“위락대평원? 그곳은 미공략 게이트 아니야?”

“맞아요.”

“이유는?”

“그거까진 찾질 못했어요.”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여태껏 암살을 하고 살아남은 이유.

토끼를 사냥해도 최선을 다했다.

암살 대상의 정보, 행동, 버릇, 주변 관계까지.

아무리 시간이 들어도 정보를 샅샅이 파악하고 살행에 나갔다.

그런데 이번엔 윗선에서 갑자기 내려온 명령이다.

“흐음….”

“더 알아볼까요?”

“놔둬. 윗선에 최대한 빨리 끝내라고 했어.”

상대는 무사고에 다니는 애송이.

이번만은 자신이 내세운 규칙을 깨기로 했다.

남자가 손톱깎이를 옆에 놔두며 일어났다.

등을 돌려 벽에 걸려 있는 쌍단도를 뽑아 허리에 걸쳤다.

수많은 살행을 함께한 그의 독문병기였다.

“준비 됐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에요.”

“한탕하고 술이나 먹게 준비해 놔.”

“네.”

남자가 부하들을 이끌고 위락대평원이 있는 여의도 국회 앞으로 갔다.

* * *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푸르른 초원.

몬스터가 있는 게이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이준이 서 있는 곳은 위락대평원.

주위를 둘러보며 방향을 찾았다.

“여기가 아래쪽이네.”

이준이 택한 방향은 동쪽.

지형이 아래를 향해 있었다.

“계승의 꽃이 이쪽에 있을 줄 상상이라도 했겠어?”

전생에도 계승의 꽃을 찾았던 사람은 B급 각성자를 따라왔던 짐꾼이었다.

그의 직업은 심마니.

직업 특유의 감이 발동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꽃이다.

그 때문에 블루존 게이트에 있던 계승의 꽃이 세상에 알려졌다.

알려진 대로 이동한 곳에는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었다.

있어도 동물뿐.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이동했다.

블루 존 게이트라 그런가 넓기도 참 넓었다.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더 걸은 끝에.

철퍽-

초원은 대지에서 늪지대로 바뀌었다.

“거의 다 왔네. 커다란 돌 옆에 있다고 했지?”

이준은 앞으로 가면서 돌이란 돌은 다 뒤졌다.

늪지대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깊어졌다.

물이 이미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더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찾았다.”

이준의 눈에 검은색 꽃이 보였다.

정말로 커다란 바위 옆에 계승의 꽃이 있었다.

[마기를 잔뜩 품고 있는 꽃이라니. 신기하구나.]

이준이 신기한 눈으로 계승의 꽃을 쳐다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제자야. 뭐 하느냐?]

“네?”

[꽃을 찾았으면 꺾어야지.]

“안 돼요. 꽃을 꺾으면 개화는 물론이고 번식도 못 하거든요.”

그래서 게이트를 열어 옮겨 심지도 못했다. 오직 워프 게이트를 통해 타 게이트로 번식하는 방법뿐이 없었다.

이준이 늪지대 아래에 워프 게이트를 만들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계승의 꽃이 있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보스를 잡으러 가 볼까?”

이준은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군림보를 사용하니 눈 깜짝 할 새에 처음 지점으로 도착했다.

서쪽 방향에는 산 여러 개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가 내공을 눈에 집중시켰다.

분지에 보이는 여러 개의 부락들.

덩치 큰 초록색 돼지들이 도끼를 들고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오크 주술사가 있는 곳이 어디지?”

그곳이 보스가 있는 지역이었다.

이준이 걸음을 옮겨 오크들이 있는 부락으로 이동했다.

산 너머에 형성된 오크 부락.

오면서 정찰병들을 제외하고는 죄다 부락에 모여 있었다.

‘여긴 없군.’

[제자야. 안 없애냐?]

‘뭐 하러 힘을 뺍니까. 여기에 보스 몬스터가 없는데.’

곰이나 사자탈을 쓴 오크가 없었다.

해골 탈을 쓴 녀석들 뿐.

그렇다는 건 보스 몬스터가 있는 부락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준은 다음 부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도 없어서 또 다른 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해가 져서야 마침내 오크 주술사를 찾았다.

“휴우우. 힘들었다.”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답게 경비가 삼엄했다.

염화를 죽였을 때처럼 속전속결로 끝내야한다.

보스 몬스터가 공격당한 걸 알면 게이트에 안에 있는 전 병력이 이 부락으로 모일 터.

조심스럽게 돌아다닌 것도 헛수고가 된다.

물론 이 게이트를 클리어할 방법을 알고 있다.

자신에게 위락대평원은 화이트 존보다 더 쉬운 곳이다.

“어디 보자. 주술사가 몇 마리나 있지?”

이준이 주술사를 손으로 짚으며 셌다.

“하나, 둘… 여섯, 일곱 마리.”

녀석들의 위치를 기억해뒀다.

이준이 군림보를 사용하려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

경공이 아닌 보법의 움직임이 떠올랐다.

내공이 실린 육중한 발을 이용해 천천히 움직인다.

쿵-

한발을 내디뎠을 뿐인데 대지가 울렸다.

소규모의 지진에 오크들이 중심을 잡기 위해 건물을 붙잡았다.

“허.”

이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조용히 움직여 보스의 목을 따려 했다.

지금처럼 놈들을 도발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만해야 하나?”

[끌끌. 군림보를 참 재밌게 사용하는구나.]

“재밌게 사용하다니요.”

[군림보에는 여러 특성이 있느니라. 공포, 위엄, 투기, 도발. 넌 군림보를 광역 어그로로 사용하니 어찌 재밌지 않겠느냐.]

“젠장. 어쩐지 아무 말 없으시다 했다.”

오크들이 잔뜩 흥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두두두.

저 멀리서는 수백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몇 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과연 블루 존 게이트라 할 수 있었다.

“저놈들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야겠어.”

쾅-

군림보를 이용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최종 목표는 보스 몬스터. 2m의 크기에 자신 몸만 한 도끼를 들고 있는 녀석.

이 게이트의 지배자 위락이었다.

이준은 오크 부락의 문을 맨몸으로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의 파편이 주변으로 비산했다.

“인간이다!”

“인간이 침입했다!”

뿌우우우-

나팔 소리와 함께 인간의 침입을 알리는 오크들. 이준은 지체하지 않고 보스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목표는 위락이 아닌 오크 주술사였다.

“우선 한 놈.”

이준의 손에 오크 주술사의 목이 쥐어져 있었다.

우드득-

순식간에 나타나서 녀석의 목을 꺾어 버렸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반대편의 주술사 위였다.녀석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퍽!

소리와 함께 머리가 터져 즉사했다.

“이노오오옴! 감히 날 무시하고 술사들을 공격한단 말이냐!”

위락이 투기를 뿜어댔다.

흥분한 얼굴로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이준은 위락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의 목표는 오직 주술사들이었다.

퍽퍽!

오크 주술사 두 명이 이준의 주먹에 가슴이 뻥 뚫려 죽었다.

주술사의 수가 점점 줄어들자, 위락은 다급해졌다.

“이익! 산 채로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

위락의 투기가 부락 전체로 퍼졌다.

[오크들의 사기가 50% 상승합니다.]

[오크들의 공격력이 50% 상승합니다.]

[위락의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위락이 데미지를 안 받았음에도 2페이지에 들었다.

이준이 세 명의 주술사를 더 죽이자.

“쿠오오오. 가만두지 않겠다.”

위락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위락의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위락의 방어력이 300% 상승합니다.]

[5분 내로 위락을 죽이지 않을 시 히든 스킬 광기의 폭풍이 발동합니다.]

이 게이트가 미공략 게이트로 남게 된 원인 중 하나.

5분 만에 방어력이 300%나 오른 위락을 죽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의 광역기인 광기의 폭풍이 주변을 남김없이 쓸어버린다.

3페이지에 들면 나오는 구간이지만, 다른 패턴도 있었다.

주술사에게 슬로우나 변신 마법이 걸리면 광역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오크 주술사를 먼저 죽인 거다.

“조건은 완료했고.”

이준은 달려드는 위락을 피했다.

그리고 천막 앞에 놓여 있는 작은 상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석-

상자가 부서지자, 짜리몽땅한 오크가 나왔다.

“아, 안 돼!”

위락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왜? 네 본체가 다칠까 봐서 그래?”

미공략 게이트로 남게 된 최대의 이유. 거대한 도끼를 든 위락은 본체가 아니었다.

환영체.

녀석의 본체는 이준의 손에 잡혀 있는 짜리몽땅한 오크였다.

이준이 녀석의 머리를 꽉 쥐었다.

“끄어억!”

위락이 도끼를 땅에 떨어트렸다.

신음을 내며 고통에 겨워했다.

주변의 오크들은 몸에서 잔상이 일어났다.

저 녀석들도 위락이 소환한 몬스터.

지금 이 시점의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위락은 전사가 아닌 주술사였던 것이다.

“그… 그만… 끅!”

이준은 손에 내공을 집중시켜 오크의 두개골을 박살냈다.

동시에 환영체인 위락이 잿빛이 되어 사라졌다.

주변의 오크들도 마찬가지.

졸지에 부락이 텅 비었다.

거의 삼분의 이 가량의 오크가 증발했다.

* * *

[위락대평원의 보스 몬스터인 위락을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500,000p를 획득했습니다.]

[악명 높은 블루존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게이트 악명도에 따라 테크트리 보상이 주어집니다.]

[게이트 악명도: 790,000]

[보상으로 1,580,000p가 지급됩니다.]

“미공략 게이트라 보상이 끝내주네.”

테크트리 포인트는 시작에 불과했다.

환영체인 위락이 죽은 자리에는 마정석과 아이템이 놓여 있었다.

“무공서가 안 나와서 실망했는데.”

이준이 허리를 굽혀 물건을 주웠다.

[B급 마정석을 획득했습니다.]

[B급 마정석을 획득했습니다.]

[위락의 가죽조끼를 획득하였습니다.]

[위락의 핏빛 양날도끼를 획득하였습니다.]

……

……

[오크의 증표를 획득하였습니다.]

많기도 했다.

이준은 위락의 물건을 살펴봤다.

[위락의 가죽조끼]

등급: B

설명: 평범한 가죽조끼가 아닌 대주술사 머록이 마법각인을 한 옷이다.

옵션: 불속성 저항력 +30%, 수속성 저항력 +15%

[위락의 핏빛 양날도끼]

등급: B

설명: 위락의 주무기로 수백 명의 피가 묻은 도끼이다.

옵션: 힘 +45, 공격력 +500

“경매장에 팔면 난리 나겠어.”

B급 아이템이 가질 수 있는 옵션 중 최상.

하나만 경매장에 올려도 벌떼 같이 몰려들 아이템이다.

이것만 있어도 대박.

지금 이준은 블루 존 게이트를 혼자 독차지하고 있었다.

현재는 위락이 떨군 아이템만 수거한 상황.

미공략 게이트답게 그동안 녀석이 죽인 각성자만 수백 명.

그들이 사용한 장비도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자물쇠로 잠긴 상자를 부수자.

와르르 쏟아지는 물건들.

각종 장비가 수두룩하다.

너무 많아 자신의 눈에 차는 것만 골랐다.

[투마의 건틀렛]

[모이라의 신발]

[파윌의 아공간 주머니]

딱 세 가지. 이것만 가져가도 앞에 쌓인 장비를 다 가져간 값어치를 했다.

“이만하면 됐고, 게이트….”

소환이라고 외치려는 찰나.

[위락대평원의 주인이 사라졌습니다.]

[게이트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Y/N)]

“내가 가질 수 있는 개수는 다 찼을 테지만… 예스.”

혹시란 마음에 수락했다.

[가질 수 있는 게이트를 초과했습니다.]

[하나의 게이트를 버리고 위락대평원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Y/N)]

“옮기는 것도 가능했네.”

[시스템의 오묘함이란… 하지만 이 사부는 이미 시스템을 낱낱이 보았느니라.]

이준은 무극자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이준도 게이트가 옮겨질지 긴가민가하던 상황이다.

안 될 때를 대비해서 워프 게이트를 설치한 거다.

“스케먼도 전부 이주를 시켰고 계승의 꽃을 피우는데 청호 보금자리가 제일 제격이니 염화의 은신처를 버려야겠다.”

[염화의 은신처를 버렸습니다.]

[위락대평원의 새로운 주인이 되셨습니다.]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으니 계승의 꽃이 도난당할 염려도 없어졌다.

하나 하나 알아가는 시스템.

모든 게 생각대로 풀려 나갔다.

“이만하면 됐고. 게이트 소환.”

이준은 아공간 주머니에 득템한 장비를 다 담았다.

그리고 청호 보금자리를 열어 안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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