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6화 (36/705)

제36화

동영상이 올라갔다.

1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조회수가 미친 듯 올라가고 있었다.

각성자 커뮤니티에서 무림 사관 고등학교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

15가문 연맹의 자제들이 다니는 한국 최고의 명문고였다.

각성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동경의 대상이 되는 곳.

무림 사관 고등학교에 관련된 글이 하나라도 올라오면 엄청난 화제가 됐다.

물론 글이 올라오는 건 극히 드물었다. 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학교 측에서도 각성자 커뮤니티와 학생들의 단속을 철저히 시켰다.

심지어 학교의 일을 외부에 유출하면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쓰는 이준이 아니었다.

“이곳만큼 소문이 빨리 나는 곳은 없다니까.”

- 와 ㅅㅂ 개살벌…

- 무사고는 진검으로 싸운다더니 찐이였네

- 근데 저기 혼자 있는 애가 …내 지유 맞나?

- ㄴ ㅁㅈ 빙화 한지유!

- ㄴㄴ 내 지유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지유 의견은 들어 보셨는지?

커뮤니티를 하는 이들의 눈에도 김슬기네 무리가 한지유를 괴롭히는 걸로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동영상에는 김슬기의 목소리가 생생히 담겨 있었으니까.

- 도랏나??? 내 지유를 건든 거?

- ㄴ 윗 댓이랑 내 지유 타령 하는 거 같은 놈이냐;;

- 매화 김슬기 인성 파탄 났네ㅋㅋㅋㅋㅋ 이쁜 척 착한 척 오지더니 무사고에선 개망나니ㅋㅋㅋㅋㅋ

- 그 와중에 영상에서 폭력 멈춰~ 뭔데? 미친놈 아닌가ㅋㅋㅋㅋ

- 검산그룹 망했네ㅋㅋㅋㅋㅋㅋㅋ

- 검산 개쓰레기인 거 모르는 놈도 있었냐; 거기 걍 깡패임

- 이거 누가 딴 데 올렸냐ㅋㅋㅋ 무사고 영상 퍼가면 줫대는 거 모름??

한지유의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영상이 다른 사이트에도 퍼지자, 뒤늦게 김슬기의 팬이 나타나 커버 치기 시작했다.

- 영상만 보고 인성;; 이러는 놈들 다 피뎊떴음

- 각성자는 게이트에서 목숨 왔다 갔다 하는 만큼 위계질서 철저해야 됨.

- 솔직히 난 한지유도 별로;;;

하지만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 아 얼굴 간다고 한 게 교육이었냐ㅋㅋㅋ 살벌해서 학교 다니겠냐고

- 위계질서 따지는 애 특, 엄마가 겜 좀 그만하라 그러면 승질냄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아~~ 엄마앜!!! 엄마 때문에 죽었잖아!!

- 니네 말대로라면 신기지가 가주가 검산 회장보다 선밴데 검산 회장이 엎드려야지 왜 맨날 시비 검

- 오대가문 중 제일 만만해서 그럼ㅋ

-내로남불 오지구요.

이미 형세는 기울었다.

커뮤니티는 온통 김슬기와 검산그룹의 욕으로 도배됐다.

김슬기의 팬들이 어떻게든 쉴드 치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그녀의 인성이 동영상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

그녀의 팬이었던 이들이 점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 * *

철컥-!

화려한 방 안으로 남자가 다급히 들어왔다.

“아버지!”

“어허. 지금 손님 계신 거 몰라? 어찌 대 검산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가 왜 이리 호들갑이냐.”

방 안에는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전 괜찮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손님으로 있는 남자가 개의치 않아 했다.

“내 아들이 예의가 없소. 양해 바라오.”

“아버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리 천지 분간을 못한단 말이냐!”

검산그룹의 회장이자, 매화일검으로 불리는 김환국이 버럭 소리쳤다.

그럼에도 검산그룹의 후계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태블릿 화면을 보여 주며 하나의 기사를 가리켰다.

“이걸 보세요.”

“큰일 아니면 호되게 혼날 줄 알아.”

김환국이 태블릿 화면에 떠 있는 기사를 보았다.

그의 손이 점점 떨렸다.

눈가의 주름이 실룩였다.

“이게 뭐야!!”

퍽-

김환국이 손에 든 태블릿을 벽에 냅다 던졌다.

“이것도 좀 보십시오.”

그의 아들인 김소문이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벽면에 설치된 커다란 TV에서 하나의 동영상이 재생됐다.

“저, 저!”

김환국이 인상을 찌푸린 채, 화면을 가리켰다.

김슬기의 낯 뜨거운 욕설이 적나라하게 들렸다. 심지어 한 명을 상대로 10여 명이 달려드는 게 아닌가.

그것도 모자라 동영상을 찍고 있는 학생을 협박까지 하는 게 나왔다.

“꺼!”

김환국이 버럭 소리쳤다.

“아버지…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당연히 기사를 막아야지.”

“기사를 내리라고 이미 말했지만, 쉽게 가라앉힐 것 같지 않습니다. 여론이 좋지 않아요.”

“뇌물을 먹이든, 협박을 하든. 다 해야지.”

뿌득.

김환국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소문아.”

“네 아버지.”

“우리 슬기를 망신 준 저 아이. 신기지가의 빙화지?”

“네.”

“잔머리밖에 못 굴리는 곳이 감히 내 딸을 건드려?”

“아버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김소문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슬쩍 쳐다봤다.

“제가 나가 있을까요?”

“아니외다. 어서 줘 봐.”

김소문이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지금 이 자리는 검산그룹과 신력권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 관계를 깨트릴 만한 하나의 동영상을 입수하고 말았다.

“여기 있습니다.”

김환국이 김소문에게 스마트폰을 받아 동영상을 재생했다.

동영상이 나오는 동안 김환국의 표정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갔다.

콰직!

손에 힘이 들어가자 스마트폰이 종이짝처럼 찌그러졌다.

“우리 슬기를… 때린 놈이 누구야? 찾아봤어?”

“그게….”

“어서 똑바로 말 안 해?”

“신력권가의 이준이라 합니다.”

“…뭐?”

김환국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남자의 얼굴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기홍을 이긴 게 채 가시기 전에 그보다 높은 등급의 김슬기를 이겼단다.

자신이 모시는 사람에겐 안 좋은 소식이었다.

“이준이 회장님의 딸을 때린 겁니까?”

“그걸 말이라 하오! 이딴 일을 벌이고 감히 우리에게 의뢰를 맡기러 왔단 말이외까!”

김환국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나왔다.

허나 남자는 엄청난 살기에도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탁.

들고 있던 커피 잔을 테이블에 놓을 뿐이었다.

그 결과.

풀풀 풍기던 살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남자의 행동에 김환국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김환국은 A급 각성자.

거의 AA급에 도달해 있었다.

한 단계만 깨고 올라서면, 오왕과 같은 반열에 설 수 있었다.

그런데 남자가 자신의 살기를 흩어지게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있나.

남자가 말을 이었다.

“우리 신력권가는 이준과 이미 연을 끊은 상태입니다.”

남자의 행동에 놀랐던 김환국이 테이블을 치며 말했다.

쾅-

“그걸 말이라 하오!”

“정말입니다. 앞서 말했듯, 신력권가는 검산그룹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의뢰를 요청하러 온 겁니다.”

“듣기 싫소. 썩 물러가시오. 그리고 이번 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김환국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력권가의 의뢰 내용은 이준을 죽이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검산그룹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패력진권 이민욱의 명으로 검산그룹에 온 무영의 입가에 긴 호선이 그려졌다.

* * *

학교가 떠들썩했다.

어제 올라온 동영상을 주제로 학생들이 수다를 떨었다.

“매화 이번일로 완전 ㅈ됐네.”

“근데 좀 무섭다. 영상 하나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이래서 평소 행실이 중요한 거.”

“이번 일로 한지유랑 신기지가는 완전 떡상했잖아.”

“그보다 더 쇼크인 건 이준의….”

드르륵-

교실 문이 열렸다.

이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반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공기.

모두가 이준과 눈을 마주치길 꺼려했다.

인터넷에 떠들썩한 건 오로지 한지유뿐. 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한지유보다 이준이 선보였던 무력.

아니지, 그걸 무력이라 표현하기 민망했다.

이준의 일방적인 구타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 상대가 학교 랭킹 20위인 매화였으니까.

이전까지만 해도 한지유와의 비무에선 그녀의 방심으로 이준이 이겼다는 의견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갈렸다.

이준이 한지유를 계속 피해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학생들 눈에는 그가 한지유에게 쩔쩔매는 게 보였다.

그런데 어제.

이준의 실력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준이 훨씬 강하다는 걸.

1대 10으로 싸웠던 한지유보다 더 뇌리에 확 박혔다.

그래서인지 이준이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유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왔어?”

이준이 한지유를 향해 인사했다.

그녀는 이준의 인사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준은 민망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어제 내가 심하게 말했나?’

[제자야. 여자는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단다. 네 차가운 말투가 저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로 다가왔겠느냐.]

‘이참에 귀찮은 혹 떼고 좋겠습니다.’

[언제는 신기지가와 사이좋게 지낸다고 하지 않았더냐?]

‘원래 좋은 사이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최고입니다.’

그 말을 하고 이준이 1교시 수업 준비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항상 따라다니던 한지유가 없자, 어느 순간 허전함을 느꼈다.

급기야 아쉬운 감정까지 드는 게 아닌가.

오늘도 한지유는 이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몇 번 말을 걸어 봤지만 처음 봤을 때처럼 무시로 일관했다.

이틀이 더 지나서야 이준이 손을 들었다.

‘여자들한테 말할 때는 언제나 조심해야겠어.’

한지유의 화를 잠재울 방법이 없을까 생각에 잠겼다.

그때 머리를 스치고 뇌전이 지나갔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준은 생각난 방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일어났다.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빨리 다녀와.”

“네.”

그가 화장실로 들어가 게이트를 열었다.

안으로 들어간 지 5분.

다시 나왔을 때는 얼굴이 한결 좋아져 있었다.

‘이거면 분명 먹힐 거야.’

교실로 돌아온 이준이 자리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몇 개의 초콜릿을 꺼내 한지유의 책상에 놓았다.

“…….”

그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한지유의 눈.

뭐냐고 묻고 있는 표정이다.

이준이 그녀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네가 좋아할 맛이야. 먹어 봐.”

“…….”

“안 먹으면 후회한다?”

좋아하는 맛이라고 하니, 눈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래도 그녀는 초콜릿을 까먹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이준이 그녀의 입에 억지로 초콜릿을 밀어 넣었다.

“……읍.”

화를 푸는데 50%나 성공했다.

이제 한지유의 반응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준이 슬쩍 그녀의 얼굴을 보는데.

‘됐다. 역시 민트초콜릿이야.’

토라져 있던 얼굴이 눈 녹듯 사르르 풀렸다.

오물오물 거리면서 먹는 그녀.

입가에 살짝 미소까지 걸렸다.

저 모습을 보니, 민트초콜릿에 환장하는 게 맞았다.

스트레스나 생각할 일이 있으면 민트 초콜릿을 먹고 푸는 여자.

치약에 초코를 섞어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다니.

참 독특한 캐릭터였다.

미래에 4차원으로 소문이 난 이유는 이것 말고 더 있었다.

“맛있지?”

“먹을 만해.”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왜 화나 있어?”

“…나? 화 안 났는데?”

“응? 내 눈엔 잔뜩 토라져 있는 걸로 보였는데. 그러면 왜 날 졸졸 안 따라다녔어?”

“생각할 게 있어서.”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오해한 건가?

항상 자신을 따라다니던 한지유가 귀찮게도 안 하고, 인사도 받아 주지 않았다.

김슬기의 일이 있고나서부터 일절 말도 없었다.

“나한테 화가 잔뜩 난 줄 알았는데.”

“너한테? 왜? 아, 나 가지고 장난친 거?”

“응.”

“그건 이미 풀렸어.”

한지유가 책상에 있는 민트초콜릿을 주섬주섬 챙겨 교복 주머니에 넣었다.

“나 여태 뭐 한 거지?”

이준이 혼자 중얼거렸다.

한지유는 그런 이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왜?”

“더 없어?”

챙긴 것만 세 개.

더 많은 양을 원하고 있었다.

이준은 여분으로 남긴 민트초콜릿이 있었지만.

“너 줄 거 없어.”

주머니에 있는 민트초콜릿을 까서 입에 털어 넣었다.

지금까지 혼자 속앓이 했던 게 분했다.

[크흠. 사부는 이미 저 아이의 화가 풀렸는지 알았느니라.]

‘정말요?’

[무, 물론이지. 나 같은 풍류남이 여자의 마음 하나 모를까.]

그 자신감 넘치던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