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5화 (35/705)

제35화

검게 물들었던 손은 서서히 제 색을 찾아왔다.

이준이 한지유에게 말했다.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이런 암기도 모르냐.”

“너, 괜찮아?”

“안 괜찮으면? 호 라도 해 줄 거냐?”

농담하는 이준이지만, 얼굴은 차가웠다.

어벙하던 전과는 확연히 다른 이준이 김슬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만독암가에서 이화정을 쓰는 조건을 내걸었을 텐데? 아니야?”

“네깟 게 무슨 상관이야!”

만독암가에선 이화정을 나눠 주면서 말했다.

꼭 몬스터에게 사용하라고.

사마련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자 집단이나, 그도 아니면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용하라고 권했다.

그 이유는 이화정이 상당히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하나만 사람에게 꽂혀도 침에 묻어 있는 독에 의해 절명할지 모른다.

그걸 어기고 사람에게 사용했다.

“상관? 있지. 한지유 다음은 나 아닌가?”

김슬기 패거리가 옥상으로 찾아와서 처음 했던 말이 한지유와 자신들의 기강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기강을 잡는다는 건, 병신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거였다.

전생에 자신이 매일 당하고 살았던 일이다.

‘옛날부터 김슬기가 한지유를 안 좋게 보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전생에 이신 때문에 한지유를 건드리지 못했을 뿐이지, 김슬기는 언제나 한지유를 노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의 이야기.

지금 시점에서 김슬기가 한지유를 향해 이화정을 던진 건, 미래가 바뀐 것이다.

‘여전히 악독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네.’

참견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한지유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하지만 이화정을 쓴 김슬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조금 거슬린단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 들다니.

아무리 강자존의 시대라도 무인이라면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법이다.

김슬기는 예나 지금이나 사마련의 칠악과도 같은 고약한 심성을 가졌다.

이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김슬기에게 갔다.

그녀는 자신이 이화정을 너무 쉽게 막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자신이 접근한지도 모른 채, 멍하니 있었다.

짝!

김슬기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멍하니 있던 그녀가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너… 악!”

짝.

이번엔 반대편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이준의 손찌검에 김슬기가 이를 갈았다.

으득.

그녀가 언제 이런 수모를 겪어 봤겠는가.

그것도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이준은 학교 랭킹 꼴찌.

낙오자이자, 신력권가의 실패작.

폭군 이기홍을 이겼다 하나 그는 D급에 불과했다.

김슬기는 B급.

D급인 이기홍과는 급이 달랐다.

그런데 고작 이기홍을 이겨 놓고, 자신의 뺨을 때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김슬기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저년도 그렇고, 네깟 놈도 날 물로 보는 거야!”

김슬기의 몸에서 나온 폭발적인 살기가 주위를 덮쳤다.

난데없이 옥상에 태풍이 불었다.

구경꾼들은 날아가지 않으려고 각자 내공을 끌어올려 버텼다.

김슬기의 손에 들린 검날에 아지랑이가 맺혔다.

“죽여 버리겠어!”

그녀가 악에 찬 채 이준의 심장을 찔렀다.

김슬기의 뺨을 과감히 때린 것과 달리 이준은 가만히 있었다.

마치 김슬기의 행동에 반응도 못한 사람 같았다.

“준아!”

무언갈 찍고 있던 박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움직이려 했지만.

푹-!

이준의 어깨 부위로 김슬기의 검이 파고들었다.

검이 찔린 주위가 피로 물들어갔다.

하지만 이준은 아픈 기색이 없었다.

이준을 공격한 김슬기가 도리어 입이 벌어졌다.

“뭐… 야…?”

그녀는 믿을 수 없는지, 떨리는 눈으로 이준을 보았다.

이준은 어깨에 박힌 검의 중앙을 손날로 쳤다.

깡-

검신이 반으로 부러졌다. 나머지 반쪽 검신을 빼고 바닥에 던졌다.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제부터 난 정당방위야.”

* * *

짝-!

김슬기가 옆으로 쓰러졌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그녀가 악에 바쳐 소리쳤다.

얼마나 뺨을 맞았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김슬기. 이명은 매화. 아버지인 검산그룹의 회장이 애지중지하게 키운 차녀. 그래서인지 성격이 악독하고, 모두의 관심을 독차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관심종자.”

“알면서 날… 이렇게 대해? 당장 멈추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

김슬기의 말에 이준이 피식 웃었다.

“선배님. 잊은 게 있나 본데, 네 가문보다 내 가문이 끗발은 더 좋거든? 어디서 검산그룹 따위가 오대가문에 비비려 해.”

김슬기에게는 굉장히 모욕적인 언사였다.

그렇지만 반박할 순 없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검산그룹은 오대가문에 속한 신력권가보다 아랫줄이다.

그러니, 성격이 거지같은 이신이랑 친해지려한 거다.

“아직 정신 못 차렸으면 더 맞아야지.”

짝-

옥상에 찰진 소리가 울렸다.

구경하는 학생들은 이준을 막지 못했다. 3학년들조차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누가 학교 랭킹 20위 안에 있는 김슬기의 싸대기를 갈기겠는가.

이 학교는 철저히 강자존의 세계다.

선배란 명함으로 실력 행사를 막았다간 자칫 골로 갈 수 있는 게 무사고.

랭킹 20위 안에 든 학생이 아니면, 이준의 실력 행사를 막을 수 없었다.

짝-

김슬기의 얼굴이 피로 범벅이었다.

“그, 그만….”

이준은 멈출 생각이 없는지, 다음 싸대기를 날리려는데.

“이준. 그만해.”

한지유가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너 때문에 나섰다고 착각하나 본데 네가 쓰러졌으면 다음은 나였어. 난 너처럼 날 위협하려는 사람을 용서해줄 만큼 착하지 않아.”

이준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한지유가 저도 모르게 이준의 팔목을 놓아 버렸다.

그녀의 뒷골이 뻣뻣해졌다.

이준의 목소리는 전신을 소름 돋게 했다.

‘이 살기… 염화의 동굴에 들어가기 전에 느꼈던 그 살기야.’

한지유가 떨리는 눈동자로 이준을 보았다.

대체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어벙하며 장난기 가득한 모습과 지금처럼 위화감이 느껴지는 모습.

둘 중 어떤 게 진짜 이준인지, 잘 모르겠다.

그녀가 이준에 대해서 혼란을 느낀 사이.

이준은 김슬기를 철저히 밟아 버렸다.

“악…!!”

그렇게 그녀의 머릿속에 이준이란 이름은 공포로 각인 되었다.

* * *

김슬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지유보단 아니었으나, 김슬기의 얼굴도 나름 예쁘장한 축에 끼었다.

지금은 어떤가.

그 예뻤던 얼굴이 못 알아볼 정도로 망가졌다.

눈과 코에서 나온 물과 피가 얼굴에 범벅이었다.

“으어어어….”

김슬기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새어 나왔다.

이준이 피가 묻어난 손을 털었다.

그리고 쥐 죽은 듯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학생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속엔 담당인 김태형도 섞여 있었다.

‘염화의 동굴에서 투신단과 같이 처리 못 한 게 아쉬웠는데, 잘됐어.’

[너만 보면 까무러치겠구나.]

실제로 김태형은 이 많은 인파 속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이 본 게 헛것이 아닌지.

눈을 비비며까지 재차 확인하는 모습까지.

앞으로 이준의 눈도 똑바로 못 마주칠 것 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준은 김태형을 지나쳤다.

그의 눈에 잡힌 한 사람.

이신을 향해 하얀 이를 드러냈다.

“언제 왔냐? 날 교육시키려면 이신 네가 직접 와야지. 괜히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잖아. 멍청한 새끼야.”

“저, 간덩이 부은 새끼가!”

이신이 앞으로 나가려 했지만, 최태민이 그의 팔을 잡았다.

“도발에 넘어가지 마. 어른들이 게이트 공략까지 자중하라고 했다. 이신.”

으득.

이신이 이준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가 화를 꾹 참으며 말했다.

“이번 일 네가 실수했다.”

“뭘?”

“김슬기는 검산그룹의 차녀야.”

“어쩌라고?”

“검산그룹에서 우리 가문에 항의해 올 거다.”

이신의 말을 듣고 이준이 피식 웃었다.

“난 또 뭐라고. 이번 일 네가 김슬기를 사주해서 벌였잖아?”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이신이 시치미를 땠다.

이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는 대가리 자꾸 굴리고 앉아 있어.’

“됐고.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가문의 일인데, 어찌 후계자인 내가 신경 쓰지 않는단 말이냐.”

가문의 후계자를 말을 유독 강조하는 이신이다.

그 가소로운 말에 응해 줬다.

“후계자? 언제 바뀔지 모르는데, 후계자는 무슨. 내가 너보다 능력 있는 걸 증명하면 권왕이 어떻게 나올까. 굉장히 궁금해지는데?”

이준은 후계자의 자리에 관심도 없으면서 이신의 성격을 긁기 위해 관심 있는 척했다.

“닥치지 못해?”

“안 돌아가는 대가리 굴리지 말고 하던 대로 해라. 너 아무 이유 없이 시비 거는 거 잘하잖아?”

“이 개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이신!”

“계속 기어오르는 걸 참고 있으란 말이야?”

“흥분을 가라앉혀. 보는 눈이 많아.”

“X발!”

이신이 이준을 한껏 노려보더니 이내 자리를 떠났다.

최태민도 옥상을 내려가기 전, 이준을 향해 경고했다.

“그렇게 깝치다간 오래 살지 못할 거다.”

“내가 선배보다 오래 살 것 같긴 해요.”

“내 경고 무시하지 않은 게 좋아.”

말을 끝낸 최태민이 학생회 학생들을 시켜 김슬기를 양호실로 데려가게 하곤 옥상을 내려갔다.

짝짝!

박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환기시켰다.

“자자. 구경은 끝났으니까, 돌아가자. 수업 시간 훌쩍 넘겼다.”

넋을 놓고 있던 학생들이 정신을 차렸다.

이준이 보여 준 파격적인 행동.

사람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들은 박혁진의 환기가 아니었다면 계속 멍을 때리고 있었을 거다.

“준이랑 지유도 내려가자.”

박혁진이 이준과 한지유의 어깨에서 손을 얹으며 옥상을 내려갈 때 이준의 뒤로 강렬한 시선이 꽂혔다.

뒤늦게 왔던 허수였다.

그가 본 건 이준의 손에 이화침이 박혔을 때부터였다.

이준의 압도적인 실력 행사.

자신이 꿈꿔온 각성자의 모습이었다.

여자를 보호하는 매너.

뒷배경에도 굴하지 않은 의지.

나쁜 행동을 일삼는 일진에 대한 응징.

뭐 하나 빠진 게 없었다.

‘나도 이준 선배님처럼 의협을 중시하는 각성자가 되고 말겠어.’

허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오늘 일을 계기로 이준을 향한 존경심은 하늘을 찌르게 됐다.

* * *

그날 저녁.

이준은 기숙사로 돌아와서 항상 하던 일을 했다.

게이트를 열어 파랑이에게 인사를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이상이 없는지 확인 후, 게이트에서 나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허공에 손을 내리그어 상태를 확인했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제자 (외1)

이름: 이준

나이: 18

잠재력: 등급 외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군림보(B)

일반 스킬: 흡혈마공(A), 천왕보(B), 패권(B),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청호 보금자리의 주인(S)(외1)

∴테크트리 포인트 1,300,000p

[능력치]

체력: 206/300

신체: 208/300

힘: 220/300

민첩: 210/300

-특수항목-

내공: 450/1000

정신력:300/300

명성: 1000(유망주)

-상태-

전투력 +10%, 모든 속성 친화력 +20%

“나도 드디어 명성도가 생겼네.”

이준이 명성 항목을 기대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A급 이상부터 새로 추가되는 명성.

A급이 되면 가문, 길드, 정부 어딜 가도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영입하고 싶어서 단체끼리 부딪치는 일도 허다했다.

그만큼 명성은 각성자에게 중요한 항목이다.

그걸 이준도 획득한 것이고.

“정말 이제부터야.”

[암. 고금제일인인 사부의 명성을 따라오려면 한참이나 멀었느니라.]

이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을 말자’하는 얼굴이다.

그는 상태창을 집어넣고 마지막 할 일을 했다.

폰을 꺼내 오늘 찍은 영상을 클릭했다.

“화질 좋다. 잘 나왔구만.”

김슬기 일진 무리가 한지유를 공격하는 게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준은 일반인도 서식하는 유명한 각성자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글을 썼다.

[작성자: 청호는파랑이]

오늘 무림 사관 고등학교에서 유출된 동영상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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