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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2화 (32/705)

제32화

머리에 경종이 울렸다.

경고음이 아닌, 결혼식 때 울리는 그런 종소리랄까?

‘고백?’

여태까지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나?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개소리였다.

“우리 가문으로 널 스카웃하고 싶어.”

[허허.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구나.]

무극자 사부가 고개를 한껏 저었다.

이준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켠 것 같아 민망했다.

“날 뭘 믿고 스카웃해?”

“네 실력. 그 정도면 신기지가에서 투자할 가치는 있어.”

하지만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빠른 박혁진이 화끈거리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댄다.

“너….”

박혁진과 눈이 마주쳤다.

떨리는 눈동자에 녀석이 씩 웃었다.

“지유가 고백한 걸로 착각했구나?”

“미쳤냐!?”

녀석에게 버럭 소리쳤다.

‘미친놈이 진짜. 이럴 때만 눈치는 존나 빨라요.’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겨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화를 꾹 참고 표정을 수습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운지 한지유의 입가에 또 작은 미소가 어렸다.

오늘만 두 번째.

주위에 있는 남학생들은 이미 한지유에게 홀려 있었다.

“방금 봤어?”

“빙화가 웃는 거 처음 봐.”

“나, 나도.”

“저건 찍어야 돼!”

그들이 스마트폰을 꺼내는 순간, 그 미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젠장. 놓쳤어.”

“아, 매일 오는 기회가 아닌데.”

학생들은 아쉬움에 탄식했다.

이준은 주변이 어떻든 한지유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굳이 날? 재능 넘치는 다른 애들도 많잖아.”

“너만큼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재는 드물어.”

한지유의 후한 평가에 듣고 있던 박혁진이 흐뭇해했다.

“이 자식.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오히려 녀석이 더 좋아했다.

그러면서 진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한지유가 극찬한 이준의 실력. 이기홍을 이긴 실력은 어떨까.

굉장히 궁금해했다.

“준아 나랑 무공….”

박혁진이 이준에게 무공 대련을 신청하려는데,

“우리 이야기 중이니까 조용히 해.”

“응. 그래.”

말을 하다 말았다.

천하의 검룡도 언제 검을 빼들지 모르는 빙화 앞에선 조심했다.

그녀의 제지가 아니었더라면 박혁진은 비무를 해 달라고 거머리처럼 달라붙었으리라.

그녀가 고맙게 느껴졌다.

“과대평가야. 그리고 난 어디에도 들어갈 생각 없어.”

“내 감은 한 번도 틀린 적 없어. 넌 강해.”

그녀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생에서부터 감 하나는 특출 난 그녀였다. 그러니 ‘그들’이 위험한 존재인지 안 거겠지.

덕분에 신기지가는 그들의 마수에서 피해갈 수 있었다.

무튼 이건 미래의 일.

아직 생각할 때가 아니다.

“미안하지만 난 D급 각성자야. 등급 측정 때도 그렇게 나왔잖아.”

“그건 오류일 거야. 네가 날 이겼는데, 어떻게 D급 각성자겠어.”

“몰라. 난 가문연맹에 들어가기 싫어.”

“우리 가문에서 널 영입할 수 있으면 다 들어주라고 했어. 원하는 걸 말해 봐.”

한지유가 세게 나왔다.

스카웃만 할 수 있으면 뭐든지 줄 수 있는 모양.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세력에 얽매이고 싶진 않지만.’

자신을 도와줄 동맹 세력이 필요하긴 했다.

정보력이 뛰어난 신기지가면 더욱 좋았다. 물론 신기지가 정도의 정보력을 가진 조직을 알고는 있지만.

다다익선이라고 여러 곳과 좋은 관계를 맺어 놓을 필요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기에 제안을 거절하려 했다.

순간 괜스레 장난이 떠올랐다.

‘여태까지 날 귀찮게 했으니까 이번엔 네가 당해 봐라.’

과연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말 뭐든지 들어줄 거야?”

“어.”

“내가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도?”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 조건에 한해서 가능해.”

“네가 들어줄 수 있는 조건이야.”

이준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널 원해.”

“어?”

“너 주라고.”

이준이 노골적으로 말하자, 한지유가 당황했다. 옆에 있던 박혁진도 입을 떡 벌렸다.

“우, 우리 준이 사, 상남잔데?”

“…….”

말하면서도 박혁진은 한지유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면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 하. 나 급똥이 마려워서 먼저 가 볼게.”

박혁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멀어지려는 찰나.

드디어 한지유의 입이 열렸다.

“…어.”

“응? 뭐라고? 잘 안 들려.”

이준이 몸을 숙여 그녀에게 귀를 바짝 대자.

“죽여 버리겠어!”

챙-

그 한마디를 내뱉곤 검을 빼 들어 휘둘렀다.

검에 스친 테이블이 두 동강 났다.

“농….”

“준아 튀어! 쟤 뚜껑 열렸어. 잡히면 죽을 거야.”

박혁진은 경공까지 써가며 멀리 도망쳤다.

한발 늦은 이준은 한지유의 사정권에 들었다.

“농담이야. 진정해!”

이준이 손을 위, 아래로 내리며 한지유를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그녀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쌔액-

번개 같은 속도로 허공을 가르는 검.

이준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자르며 눈앞을 지나갔다.

“나, 날 죽일 생각이야?”

“내 말이 농담 같지?”

그녀가 냉기를 풀풀 풍겼다.

매점의 공기는 얼어붙어 으스스할 정도였다.

‘당황한 모습이 귀여워서 한 번 더 하려고 했더니 골로 가게 생겼네.’

한지유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나 영입한다며. 이러면 신기지가 안 들어간다?”

“너 따위… 필요 없어!”

쉬익-

다시 한번 그녀의 검이 움직였다.

엄청난 빠르기의 쾌검.

검이 지척에 다르기 전에 천왕보를 이용해 피했다.

날다람쥐에 빙의한 이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자른 것 외엔 이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이익!”

이준의 행동이 약 올랐을까.

한지유의 눈에 독기가 가득했다.

“잡히면 가만 안 둬.”

그녀의 손이 전보다 더 빨라졌다.

검에 담긴 내공 또한 많아졌다.

허공을 가르며 움직이는 검.

매점에 있는 집기들이 다 잘려나갔다.

주위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칼부림이 일어나면 학교 측에서 변상한다지만, 여긴 신성한 매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학생들이 매점으로 오다가 걸음을 멈췄다.

한동안 그녀의 칼춤사위는 계속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검을 휘두르고 있던 그녀도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검술 수업 때처럼 내 검을 쉽게 피하고 있어.’

처음에는 무턱대고 검을 휘둘렀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지만, 이준의 옷깃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이준의 표정을 보니 전력을 다해 피한 것 같지 않았다.

‘대체 실력이 어느 정도인 거야?’

검을 전력으로 휘두를수록 이준에 대한 생각은 송두리째 변하고 있었다. 그의 가치는 점점 올라갔다.

사각-

진심을 다해 휘두른 검격에 테이블이 두부같이 잘려 나갔다.

‘이대로 조금만 더 이준의 실력을 보고 싶어.’

이준이 자신을 농락했다는 사실은 이미 머리에서 날아간 지 오래.

이제는 그의 실력을 알고 싶었다.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달라붙어 공격했다.

쉭쉭쉭-

이준이 신형이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한지유의 공격을 좌우로 피하면서 몸을 뒤로 쭉 뺐다.

순식간에 한지유와의 거리를 벌렸다.

매점 끝에 도달한 이준.

창문을 열고 도망치려는데, 한지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안 서?”

“너 같으면 서겠냐.”

한지유는 도망치는 이준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잡히면 죽을 줄 알아!”

* * *

학생회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딱딱딱.

자리에 앉아 있는 이신.

인상을 쓴 채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참다못한 이신이 책상을 주먹으로 쳤다.

쾅.

“이 녀석들은 학생회를 뭐로 보고!”

“군기를 잡을 필요는 있어.”

이신의 말에 최태민이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이곳에 있는 이들 모두가 두 사람과 같은 표정이었다.

학생회는 학교의 엘리트만 들 수 있는 곳.

아무리 검룡이 학교에서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지만, 모두를 기다리게 할 순 없었다.

학생회에 참가한 이들은 15가문 연맹의 후계자나 직계였으니까.

“내가 지금 당장….”

철컥-

학생회실 문을 열고 한 학생이 들어왔다.

1학년 후배였다.

“혁진이랑 지유는?”

최태민이 물어보는데 1학년 후배가 어물쩍거렸다.

안 그래도 화가 잔뜩 나 있던 이신이 버럭 소리쳤다.

“빨리 대답 안 해!”

“매, 매점에서 빵을 먹고 있습니다.”

“뭐?”

이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가의 근육이 실룩거렸다.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다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

“매점에서 빵 사 먹느라 학생회를 빼먹는다고? 이 자식들이!”

하지만 곧이어 이신의 이성을 잃게 한 말이 들렸다.

“두 사람과 같이 이준 선배도… 컥!”

어느새 1학년 후배 앞에 나타난 이신이 그의 목을 붙잡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 봐.”

“크윽… 이준… 선… 커억!”

“선배? 이준이 누구의 선배라는 거냐.”

목을 쥐고 있는 이신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사, 살려….”

그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졌다.

앉아 있던 1학년과 2학년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신은 명색에 학교에서 열 손가락 안에든 강자였다.

1, 2학년들은 그가 뿜어 대는 기운을 감당할 정도로 실력이 있지 않았다.

이신이 1학년을 옆으로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이준과 한지유가 같이 있단 말이지.”

그의 눈에 불길이 타올랐다.

그건 명백한 질투였다.

“진정해. 이신.”

얼굴이 하얗게 질린 1, 2학년들이 멈췄던 숨을 내쉬었다.

최태민이 말리지 않았다면 기절한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신이 발산한 기세는 흉포했다.

“감히 천한 서자 따위가 한지유랑 같이 있어?”

“내가 애들 데리고 손을 볼까?”

이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교복을 풀어 헤친 여학생이 앉아 있었다.

“김슬기 네가?”

그녀는 이신과 같은 3학년이다.

김슬기는 한지유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녀 또한 매력적이고 예뻤지만 언제나 한지유 때문에 뒤로 밀려났다.

거기다 실력도 한지유 쪽이 압도적인 우위.

이 때문에 한지유만 보면 시비를 걸었다.

“넌 안….”

김슬기가 한지유를 안 좋게 보는 걸 알기에 이신이 안 된다고 하려 했지만.

최태민이 말을 가로챘다.

“그래. 슬기가 맡아 줘. 박혁진이랑 한지유라도 네가 다른 애들이랑 같이 가면 군기는 잡을 수 있을 거야.”

“야. 최태민!”

이신이 최태민의 이름을 불렀다.

최태민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언제까지 한지유한테 끌려 다닐 거냐.”

“그래도 한지유는 안 돼.”

“한지유 가지고 싶지 않아?”

“당연히….”

“그러면 내 말 들어. 망가트려서라도 네 곁에 두면 되잖아.”

최태민이 상당히 위험한 발언을 했다.

이신도 사촌인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아니, 한지유를 가지고 싶단 마음이 더욱 커서 뒷말을 삼켰다.

“찬성한 걸로 알고. 슬기 네가 고생 좀 해.”

“맡겨 줘.”

“대신. 이준 그 새끼는 아주 조져 버려.”

“오케이. 접수. 이준까지 망가트리면 나한테 빚지는 거다?”

“네가 그 새끼만 병신으로 만들어주면 해 달라는 건 뭐든 해주지.”

김슬기의 입가에 긴 호선이 그려졌다. 싸늘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였다.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어.’

한지유를 바닥을 떨어트릴 기회가.

다신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엉망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어차피 학교 내에서의 싸움은 암묵적으로 동의한 바. 한지유의 삼촌인 이사장도 학교 내 비무는 참견할 수 없었다.

거기다 이준까지.

이참에 신력권가의 후계자와 가까워지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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