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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1화 (31/705)

제31화

본관으로 들어온 박혁진은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으며 이준을 요리조리 쳐다봤다.

“뭘 쳐다봐. 징그럽게.”

“혼자 힘으로 이기홍을 이겼다며? 그게 신기해서 그렇지.”

“다음은 이신이야.”

폐관수련을 끝내고 학교에 나왔으니 이제 놈을 어떤 무대로 초대할지 정하기만 하면 된다.

학교 공식 랭킹전인 천무대전은 여름 방학 전.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준의 머릿속에 이 시기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극빙하수가 어디에 있는지 암암리에 퍼졌었나?’

극빙하수는 파랑이에게 먹일 두 번째 영약이었다.

파랑이가 강해지면 자신에게도 좋은 일.

녀석을 따로 둬도 걱정이 안 될 정도로 키워야 했다.

무엇보다 극빙하수는 극음의 속성을 지닌 영약.

AA급 물건으로 파랑이에게 얼음 속성을 지니게 할 수 있었다.

‘할 게 많아.’

이때 이신은 극빙하수를 얻으려는 공략대에 참가하게 된다.

자신에겐 아주 좋은 찬스였다.

“오올, 자신감 뿜뿜이다?”

박혁진은 마치 물가에 내놓았던 자식이.

이제는 홀로 다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그런 눈빛으로 이준을 대견하게 보았다.

“그보다 이 친구는 누구?”

박혁진이 어정쩡하게 서 있는 허수를 가리켰다.

“내가 아끼는 후배.”

이준은 말하면서도 뜨끔했다.

전생에 박혁진의 오른팔이던 허수였다. 이번 생에는 자신의 오른팔로 만들 녀석이라 좀 찔렸다.

“나 말고 다른 친구가 생겼어?”

박혁진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허수라고 합니다.”

“준이가 아끼는 후배라고 하니. 오늘부터 너도 내 아끼는 후배다. 오케이?”

“여, 영광입니다.”

허수가 말을 더듬으면서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런 허수를 박혁진이 전신을 훑어보았다.

박혁진이 입맛을 다셨다.

녀석의 특기인 명안이 발동했다.

“얘 탐내지 마라.”

“너 이런 녀석을 어디서 발견했냐?”

“알 거 없어.”

“아씁, 개 아까워. 얘 근골도 좋고 무공만 좋은 걸 배우면 A급도 되겠는데?”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는 박혁진이다.

미래에는 이 명안이 그의 가문을 악마들에게서 구해 줬다.

아주 부러운 능력이었다.

박혁진은 여전히 허수에게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동생. 너 철혈검가….”

“죽는다?”

이준이 으름장을 놓았지만, 박혁진이 이내 말을 끝마쳤다.

“…들어올 생각 없냐?”

“예? 제가 말입니까?”

“허수야. 들을 필요도 없어. 가자.”

회귀했어도, 끌리는 인연인가.

박혁진이 집요하게 허수를 물고 늘어졌다. 녀석을 놔두고 허수를 끌고 가 버렸다.

“야야. 어디가. 나 저 친구한테 할 말 안 끝났다고.”

“아, 쫌! 꺼지라고.”

이준이 박혁진을 발로 뻥 차 버렸다.

[끌끌. 이제야 네 또래의 아이답구나.]

제자의 행동에 무극자가 기분 좋게 웃었다.

처음에는 우중충하더니, 점점 밝아지고 있는 제자.

절친한 친구라고 하더니.

정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 무극자였다.

[지금과 같은 마음을 잃지 말거라.]

그의 혼잣말은 왠지 씁쓸했다.

* * *

와장창창-

이민욱의 거처에는 집기가 부서지는 소리로 가득했다.

“투신단이 전멸한 것도 모자라 불의 돌도 회수 못해?”

그의 얼굴은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주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

이민욱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무영의 음성이 들렸다.

퍼석!

잔이 날아가며 무영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갗이 베이며 피가 주루룩 흘렀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투신단 절반을 잃었다. 고작 블루존 게이트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다섯 명의 투신단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안에 50명의 인원이 더 숨어 있었다.

그들은 불의 돌이란 영약을 회수하는 임무를 받은 이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죽은 투신단을 숭고한 희생이라 추앙했다.

레드존 게이트라면 차라리 좋으련만 블루존에서 투신단이 절반가량 죽었다는 건 이민욱에겐 수치에 가까웠다.

“내가 직접 염화의 동굴을 박살 내 주겠다.”

그러지 않고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무영은 말리지도 못하고 이민욱을 따라갔다.

긴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왔을 때.

“어디를 그리 급히 가려는 것이냐.”

“형님….”

항상 수련동에만 처박혀 있던 이건무가 뒷짐을 쥔 채 서 있었다.

형제지간이긴 하나 이민욱도 형은 어려워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민욱의 말투가 극히 조심스러웠다.

“투신단을 이끌고 염화의 동굴로 갈까 합니다.”

“미개척 지역을 클리어하려는 것이냐?”

“예.”

“불의 돌이란 영약을 구하려는 건 아니고?”

“…어떻게 아셨습니까?”

“가문에 내 눈과 귀가 안 닿은 곳은 없다.”

“보고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민욱이 눈을 질끈 감았다.

불의 돌이란 어마어마한 영약.

대단한 물건을 찾았으면 가문에 당연히 보고를 했어야한다.

하지만 이민욱은 아들의 단전을 고치려고 위 사항을 무시했다.

신력권가의 가주인 이건무의 성격이라면 응당 벌을 내릴 터.

돌아온 대답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염화의 동굴로 가는 건 보류해라.”

“형님!”

이민욱이 처음으로 큰소리를 내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불길이라도 뛰어들 수 있는 그.

하루하루 고통을 지며 살아가는 아들을 잠시라도 볼 수 없었다.

“내 말 아직 안 끝났다.”

“죄, 죄송합니다….”

권왕 이건무의 말은 무거웠다.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이민욱을 일거에 잠재워 버렸다.

“한 달 뒤, 레드 존 게이트인 천중호수에 들 것이다.”

“매번 실패한 미공략 게이트 아닙니까?”

극한 지역의 게이트이자,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철옹성 같은 곳.

그 어떤 세력권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 지역으로 모든 가문이 꺼려하는 게이트였다.

“이번에 4대 가문이 함께 공략하기로 했다.”

“연합입니까?”

“그래. 우리 가문에선 너를 포함한 투신단 그리고 각 가문의 후계자들이 함께하기로 했다.”

“으음… 전 이번 일에 빠지면 안 되겠습니까?”

“불가하다. 네가 빠지면 내가 대신 가야한다.”

권왕은 지금 중요한 시기다.

집에만 처박혀서 유유자적한 듯 보였지만, 가문의 숙원을 풀고 있었다.

천왕신공의 윗 단계인 수미천왕신공의 복원.

아버지 대부터 비밀리에 해 온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 공략대에 참여할 수 없었다.

“으음….”

“너에게 좋은 소식은 천중호수에 극빙하수가 있다는 정보다.”

“극빙하수라면?”

“가문의 내공과는 성질이 반대긴 하나 기홍이의 단전은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불의 돌은 양강의 기운을 지닌 영약이라면 극빙하수는 극음의 기운을 지닌 물건이었다.

“저희만 아는 사실입니까?”

“패왕도가에서 준 정보다.”

“패왕도가의 정보라면 못 믿겠습니다.”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정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민욱이 고민에 빠졌다.

형님의 명령과 하루라도 빨리 아들의 단전을 고쳐 주고 싶다는 생각이 충돌했다.

두 가지 모두 단전을 치료할 수 있는 물건.

투신단 절반이 죽어간 미개척 지역을 가냐.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게이트에 들어가냐.

어느 한쪽도 쉬운 게 없었다.

둘 다 변수가 너무 많았다.

“거래 조건에 우리에게 극빙하수를 넘기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네가 직접 가서 가져와라.”

“저, 정말입니까?”

“내가 왜 너에게 거짓말을 한단 말이냐.”

불의 돌이 염화의 동굴에 있다는 건 신력권가에서만 아는 사실.

극빙하수를 얻고, 불의 돌을 회수하면 일석이조의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이민욱이 수락을 하자 형인 이건무가 어깨를 토닥여 줬다.

“이준의 일은 묻어 두고, 천중호수를 깰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거라.”

“저만 믿으십시오.”

“믿는다.”

말을 끝낸 이건무가 이민욱을 지나쳤다.

혼자 남은 이민욱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무영.”

“네. 주군.”

“바빠질 듯하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천한 핏줄을 그냥 두기엔 마음이 편치 않아.”

이민욱은 이준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사람을 시켜 없애겠습니다.”

“아무도 몰라야한다.”

“맡겨 주십시오.”

무영이 고개를 숙이고 귀신같이 사라졌다.

혼자 남은 이민욱.

그의 입가에는 홀가분한 미소가 어렸다.

* * *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언제나 감시하듯 따라다녔던 한지유가 먼저 일어났다.

“어디가게?”

“위원회.”

“아, 너도 학교 위원회였지.”

“잠깐 갔다가 바로 올 거야. 넌?”

한지유가 눈을 좁히며 이준을 쳐다봤다. 마치 어디로 가는지 보고하라는 눈치였다.

“몰라도 돼.”

이준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스르릉-

그때 그의 옆에서 들리는 쇳소리.

고개를 돌리자 한지유가 검을 반쯤 빼들고 있는 게 아닌가.

번뜩이는 검날.

감정 하나 없는 한지유의 얼굴.

소리 없는 협박이었다.

“혁진이랑 매점에서 빵 먹을 거야.”

“걔도 위원회인데?”

“낸들 알겠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준아, 매점가자.”

“보고는 끝났으니 난 간다.”

이준이 박혁진과 함께 매점으로 갔다.

철컥-

한지유가 반쯤 뽑았던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반을 나갔다.

* * *

학교 매점.

이준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박혁진은 우유와 빵을 한가득 골라 담았다.

녀석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계산하라고 눈빛을 보낸다.

왠지 빵셔틀이 된 기분.

그것보다 기분이 안 좋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문제의 한 사람 때문이다.

박혁진 말고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다.

“넌 위원회 안 가고 왜 따라왔냐.”

“나도 얘처럼 위원회 안 가려고.”

매점 테이블에 자리를 깔고 앉은 한지유였다.

이준이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인정 없게 왜 이래. 같이 먹으면 좋지. 자, 지유야. 먹어.”

박혁진과 한지유.

같은 15가문연맹의 일원이자 학교 위원회까지 같이 하는 두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서 그런지, 두 사람은 은근히 친했다.

대답도 잘 안 하는 그녀였지만.

“고마워.”

박혁진의 호의는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얘 등교하자마자 나 맨날 따라다녔다니까?”

“너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거겠지.”

“맞아. 이준한테 관심 있어.”

“오오, 지유 네가? 정말이야? 얘 완전 또라인데?”

“그래서 재밌어.”

이준이 계산을 하고 테이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고구마를 수십 개나 처먹은 듯.

답답함이 몰려왔다.

‘이대로 끌려 다닐 순 없어.’

이준이 박혁진을 노려봤다.

그는 의외로 눈치가 없었다.

허나 한지유는 다르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기라도 하면 단번에 의심할 터.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나한테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오늘 너랑 나랑 아예 결판을 짓자.”

“그럴래?”

한지유가 작게 웃었다.

피자집에서 파인애플 피자를 먹었을 때처럼, 따사로운 봄이 찾아왔다.

이준이 잠시 그녀의 웃음에 넋을 잃었다.

[허. 요물이다 요물이야.]

무극자 사부의 중얼거림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얼음이 되고 말았으리라.

이준이 정신을 바짝 차렸다.

박혁진은.

‘저 자식 게이야?’

재밌는 광경을 구경하듯 입에 빵을 처넣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한지유를 보고 저딴 표정이나 짓고 있는 게 정상인가?

자신처럼 잠시 넋이라도 잃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하긴 혁진이 저놈도 정상은 아니었지.’

이준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대체 왜!

자신의 주위엔 비정상적인 아이들로 가득할까.

허수와 한지유.

거기다가 절친인 박혁진까지.

누가 모집한 것도 아니고, 4차원의 성격을 가진 녀석들만 있었다.

[네놈의 팔자이니라.]

무극자 사부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뭔가 사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이준이 상념을 떨치고 눈을 부릅떴다.

“원하는 게 뭐야.”

한지유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앵두 같은 입술을 열었다.

“나한테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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