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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0화 (30/705)

제30화

“으하아암.”

기지개를 펴고 일어난 이준이 정신을 차리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샤워를 하고 토스트 빵만 입에 문 채 교복을 입었다.

뭔가 허전한 듯 침대 머리맡을 보았다.

“파랑이가 없으니까 허전하네.”

파랑이는 현재 마기를 퍼트리기 위해 청호 보금자리에 놔두고 왔다.

“잠깐 인사라도 해야지. 게이트 소환.”

하얀색 포탈이 허공에 원을 그리며 나타났다.

이준이 포탈로 얼굴을 빼꼼 내밀자.

“꾸웃!”

오아시스 주위를 빨빨 돌아다니고 있던 파랑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파랑아 잘 잤어?”

“뀨뀨!”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는 녀석을 이준이 손을 내밀어 쓰다듬었다.

그러다 이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달라진 게이트 안의 공기.

허공에 파랑이의 마기가 떠다녔다.

아직은 그 힘이 미약한 정도.

레드존 급 게이트의 위엄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싶었다.

“형 학교 갔다 올게.”

“뀻.”

마지막으로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게이트에 반쯤 들어갔던 몸을 뺐다.

이준이 기숙사 밖으로 나가자.

“선배님 나오셨습니까.”

허수가 90도로 인사했다.

“너 내가 그렇게 인사하지 말라고 했잖아.”

“시정하겠습니다.”

어째 똑같은 패턴일까.

이준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너 나한테 왜 그랬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얼굴을 마주친 게 고작 한두 번뿐인데 어제 날 걱정한 이유가 뭐냐고.”

허수가 등치에 안 맞게 우물쭈물 거렸다.

수줍어하는 허수의 모습에 소름이 돋아 버럭 소리쳤다.

“빨리 말 안 해?”

“존경합니다.”

“언제 봤다고 날 존경해. 나 놀려?”

“아닙니다. 일진 선배들을 해치우신 무용담을 들었습니다. 전 그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전생에 이와 같은 또라이 한명을 알고 있었다.

맨날 의협 타령하는 미친놈.

하나뿐인 친구의 오른팔이던 광마도 허일수가 생각나는 게 아닌가.

‘아니겠지.’

부정했다. 설마 친구의 오른팔과 동일 인물일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

‘잠깐만!’

친구와 허일수의 대화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

-준아. 내 첫 번째 오른팔 광마도 허일수야. 어때, 강해 보이지?”

-주군. 제발 일자는 빼 주시고 말해주시겠습니까? 제 본명은….

-넌 내 첫 번째 오른팔이니까 이제부터 허일수야. 오케이?

왜 이게 떠오르는 걸까.

그러면서 허수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허수가 움찔했다.

자신이 때린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손을 활짝 펴서 허수의 입을 가리자.

“미친!”

머리에 총을 맞은 것 같았다.

항상 복면을 쓰고 다녔던 광마도와 허수가 굉장히 닮은 게 아닌가.

눈에 긴 상처가 없을 뿐이다.

저 울퉁불퉁한 몸이 잔근육으로 변한 모습을 생각하자.

‘맞잖아. 허일수! 박혁진 이 또라이 같은 자식이 사람 이름을 바꿔 소개하는 새끼가 어딨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광마도 허일수는 지독한 무협광.

무협을 광적으로 좋아했다.

이놈도 한지유 못지않은 4차원이었다.

의협을 외친 것도 무협지를 많이 봐서 그곳에 나온 인물들을 따라한 것이다.

몇 년을 따라하니 협이란 외침이 몸에 배었다.

“너 혹시 무협 소설 좋아하냐?”

이준이 다짜고짜 물었는데도 허수는 전혀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특히 의협을 추구하는 남궁세가를 좋아하고?”

“맞습니다. 혹시 선배님도 남궁세가를 좋아하십니까?”

허수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마치 소울메이트를 만난 듯한 표정이랄까.

허수가 감격 어리게 자신을 쳐다봤다.

정말 마지막이다.

이 하나만 확인하면 끝이다.

이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배운 심법… 양극심법이냐?”

“맞습니다.”

이걸로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게 증명됐다.

녀석은 일반 각성자다.

일반 각성자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무맹으로 들어간다.

그들 중에 상위권 랭킹에 있는 학생만 15가문 연맹에 스카웃된다.

허수는 그 상위권 랭킹에 속한 인물이었다.

뛰어난 신체와 전투 감각.

일반 심법으로도 가문 연맹의 선택받은 아이들을 아득바득 이기고 올라선 광마도.

그런 녀석을 자신의 친구가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절친인 박혁진이 허수에게 스카웃 제의를 하자 녀석은 흔쾌히 허락했다.

이유가 남궁세가의 무공을 흠모한다나 뭐라나.

‘혁진이한테 주기 아까운데.’

성격은 벽창호와 다름없지만, 나중에는 AA급으로 올라선다.

[괜찮은 근골을 가진 아이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무극자 사부가 허수를 칭찬하며 나섰다.

‘저번에도 들었습니다.’

[저 아이에게 관심도 없었던 놈이 갑자기 왜 그러느냐.]

‘탐나서 그럽니다.’

[넌 항상 뜬금없구나.]

허수가 광마도란 사실을 몰랐다면 이러지 않았을 터.

미래에 AA급 각성자를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그리고 허수는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말도 잘 들으니, 조력자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

‘갑자기 관심이 생겼습니다.’

[네 마음이 그렇다면 수하로 들이지 그러느냐.]

‘제가 줄 게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허수가 AA급으로 올라선 이유는 철혈검가에서 전폭적인 지지가 들어간 덕분이기도 했다.

심지어 최소 백억 원은 하는 계승의 꽃을 먹여 심법을 초기화 시켜 주기도 했다. 덕분에 AA급. 초절정에 올라선 것이다.

[왜 줄 것이 없느냐. 차고 넘치는 걸. 내 보아하니 저 아이는 도법을 익힌 것 같구나.]

‘맞아요. 그런데 그게 왜요?”

[아둔한 제자야. 넌 어찌 대가리를 항상 굴리다 마느냐.]

‘머리통이라고 해 주실래요?’

[가아아알!]

여지없이 무극자 사부의 호통이 들려왔다.

적응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두개골이 깨질 듯 아팠다.

‘사부님의 말씀에 토를 달아 죄송합니다.’

[혼이 나 봐야 정신 차리는 못난 제자 같으니라고.]

이준이 신형을 휘청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어제의 일이 아직 가시지 않으신 겁니까?”

“아니야. 이건 다른 종류야.”

이준이 정신을 차리고 무극자 사부에게 재차 물었다.

‘진정하시고 하던 이야기, 마저 해 주세요.’

[큼큼. 다시 말하지만 이 사부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는 것이니라.]

‘아무렴요.’

이준이 무극자 사부의 비위를 맞췄다.

[네가 저 아이에게 맞는 도법을 구해서 키우면 되는 일이다. 아주 쉽지?]

‘어떤 도법으로 말입니까?’

[패도적인 도법으로는 팽가만 한 게 없지.]

‘예?’

이준이 속으로 엄청 놀랐다.

수미천왕신공에 이어 또 다른 중요 가문의 무공 이야기였다.

‘혹시… 팽가의 무공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알지 그럼. 이 오묘한 각성자 시스템도 고금제일인인 이 사부의 관찰력에는 못 벗어나느니라.]

‘헉!’

[사부를 받들어 모셔도 되느니라.]

‘언제나 마음 깊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무극자가 기분 좋은 듯 허허롭게 웃었다.

아부를 끝내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일반 각성자에게 제일 중요한 건 심법. 더불어 그에 걸맞는 무공도 필요했다.

‘제가 어떤 무공서를 구해야 할까요?’

[건곤미허신공과 연환패왕도. 이 두 개면 못해도 S급 각성자는 될 것이다.]

‘헉.’

이준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가 생각한 건 벽력신공과 오호단문도였다.

현재 도왕이 가진 최고의 무공이었다.

그런데 무극자 사부는 그보다 한 단계 더 위의 무공을 말했다.

‘여, 역시 고금제일의 사부님이십니다.’

언제나 생각을 가뿐히 뛰어넘는 무극자 사부였다.

[끌끌. 고금제이인이 수하를 얻으려면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 되느니라.]

‘깊이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이준의 태도가 이때만큼은 극진하게 바뀌었다.

그의 행동에 무극자 사부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혁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채가야지.’

하나뿐인 친구는 허수 말고도 따르는 이가 많았다.

그중 한 명 빼간다고 타격이 있겠는가.

조금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준이 허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눈빛이 사뭇 강렬했는지.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 허수야.”

이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허수와 어깨동무를 했다.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지만, 허수는 자신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좋아했다.

* * *

이준이 허수와 어깨동무를 하고 학교 본관 건물로 가고 있었다.

“쟤들은 왜 나와 있냐?”

무림 사관 고등학교의 위원회들.

지체 높은 15가문연맹의 내로라하는 인재들로만 구성된 이들이 정문에 일렬로 서 있었다.

“오늘 그 날입니다.”

“아, 까먹고 있었어.”

랭킹 1위부터 20위까지.

한지유를 제외한 잠룡들이 등교하는 날이다.

마침 검은색 세단이 학교 정문에 줄지어 나타났다.

타닥타닥.

기사가 운전석에서 내려 차 뒷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교복을 입은 이들이 차례대로 나왔다.

“장관이구만.”

“멋있지 않습니까?”

“멋있지. 옛날에는 저게 얼마나 부러웠던지.”

“예?”

“아니야.”

차에서 내린 이 중 반가운 얼굴도 하나 있었다.

“똥폼 오지게 잡고 있어.”

“누구 말씀이십니까?”

“저기 제일 앞장서는 놈.”

이준이 손가락으로 한 학생을 가리켰다.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는 남학생. 키도 컸지만, 유독 잘생긴 얼굴에 학교에서 인기가 가장 많았다.

“검룡 박혁진 선배님이랑 아시는 사입니까?”

“내 유일한 친구.”

이준이 씨익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역시 이준 선배님.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허수가 존경 어린 눈빛을 하고 이준을 쫓아갔다.

본관 건물 앞에선 이준이 박혁진을 맞이했다.

“왔냐.”

“준!”

박혁진 이준을 보자, 와락 안았다.

이준이 박혁진을 밀며 소리쳤다.

“야. 안 떨어져?”

“오랜만에 봤는데 섭섭하게 한다?”

2, 3학년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았지만, 신입생인 1학년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검룡 선배와 이준 선배가 친한 사이에요?”

“완전 절친이야.”

“조합이 이상한데.”

“그게 미스테리라는 거야. 각 가문의 세작이 한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파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지.”

2학년 학생의 설명에 주위에 있던 1학년들의 귀가 집중되었다.

“그래서요?”

“딱 하나 알아낸 게 있어.”

“뭔데요?”

“유독 박혁진이 이준에게 질척댄다는 거야.”

“그게 다예요?”

“어. 세작들이 알아낸 게 이게 다야.”

두 사람의 관계가 미스터리로 남은 이유였다.

“지금 보면 박혁진의 안목이 각 가문의 세작들보다 뛰어났다는 걸 증명한 셈이지.”

모두가 낙오자라고 기피했던 사람이 폭군 이기홍을 이겼다.

그것도 가뿐히.

박혁진은 이미 이준의 숨겨진 실력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학교 랭킹 1위가 랭킹 꼴찌와 친구를 한 것일 테고 말이다.

이준이 박혁진과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뒤에서 이신이 시비를 걸어왔다.

“박혁진. 격 떨어지게 저 새끼랑 어울리지 말라고 했잖아.”

“선배가 뭐라고 자꾸 친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해요.”

“네가 그러면 우리까지 격이 떨어지잖아.”

“전 신경 쓰지 마시고 선배님들끼리 격 챙기세요. 준아 가자.”

박혁진이 이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몸을 돌렸다.

그 뒤를 향해 이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저 버러지와 어울리는 걸 곧 후회하게 될 거다.”

“눼눼. 제가 다 후회할 테니, 신경 꺼 주세요.”

지랄 맞은 성격을 가진 이신을 이리 대할 수 있는 건 박혁진이라 가능했다.

S급 각성자 일제가 있는 철혈검가의 장손이자, 학교 랭킹 1위.

이신이라도 박혁진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저 자식도 마음에 안 들어. 내가 졸업하기 전에 저놈을 꼭 꺾고 말 테다.”

“내가 먼저야.”

거대한 도를 등에 메고 있는 남자.

하북팽가의 무공을 이은 패왕도가의 후계자 최태민이었다.

“넌 가문의 실패작이나 먼저 치워. 들어보니 이기홍이 저 녀석한테 단전이 박살났다며?”

“이기홍 자식이 가문 망신은 다 시키고 다녀.”

“패력진권 님께서 상심이 많이 크시겠어.”

“작은 아버지 성격으로는 이미 사단이 났을 텐데, 뭔가 조용해.”

“어른들의 일을 덜어 드리는 것도 우리들의 일이다.”

두 사람은 라이벌 관계이자, 외사촌이었다.

이신의 엄마가 패왕도가 가주의 여동생. 그러니까 최태민은 이신 엄마의 조카가 된다.

피가 섞여서 그럴까.

두 사람은 음흉한 구석도 닮아 있었다.

“그럴 생각이야.”

이신이 건물로 들어가는 세 사람의 뒤를 보며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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