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8화 (28/705)

제28화

기자들은 편히 앉아서 쉬지도 못했다.

게이트 변동이 일어난 염화의 동굴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시점.

투신단이 나오든 몬스터가 나오든.

둘 중 하나는 밖으로 튀어나올 거다.

그래서 편히 앉아서 쉴 수 없었다.

기자들이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 때.

철컥-

소리와 함께 쇠사슬로 칭칭 감겼던 초록색 게이트의 문이 열렸다.

“저길 좀 보세요!”

기자가 가리킨 곳에서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나왔다.

“이준?”

바리케이드가 쳐진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태형이 놀란 듯 중얼거렸다.

‘저놈이 나오면 안 되는데.’

죽어야할 놈이 살아 나왔다.

나오라는 강민재와 투신단은 보이지 않았다.

김태형은 초조한지 게이트를 보며 손톱을 깨물기만 했다.

‘젠장! 이러면 안 되는데.’

신력권가는 당연히 권룡 이신이라 여겼다.

그래서 이신이 눈엣가시라고 생각한 이준을 막대했다.

그런데 이준이 불사신처럼 살아 돌아왔다.

만에 하나라도 신력권가에서 이준의 재능을 다시 본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아니. 이준을 1학년 때부터 줄곧 괴롭혔기 때문에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기홍의 아버지.

패력진권 이민욱이 이번 일을 실패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

그 생각까지 미치자 식은땀이 흘렀다.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해.’

김태형이 초조해하고 있는 사이.

철푸덕.

이준이 몸을 휘청거리다가 쓰러졌다.

“선배님!”

허수가 바리케이드를 넘어 이준에게 달려갔다.

한지유도 조심히 그에게 갔다.

“윽….”

“괜찮으십니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숨겨진 던전이… 인솔자님 모두… 죽었어….”

이준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눈이 썩겠구나. 연기를 그리 못해서야.]

‘저도 지금 미치겠거든요? 제발 말 걸지 말아 주실래요?’

이준이 살짝 실눈을 떴다.

허수란 놈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봤다.

“치료제. 치료제 있으면 하나만 주십시오.”

허수의 외침에 한지유가 주머니에서 빨간색 병을 꺼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것 좀 마셔 보세요.”

허수가 병마개를 열었다.

달콤한 향기가 공기 중에 퍼졌다.

딱 봐도 B급 치료제.

트롤의 피나, 뱀파이어의 피를 재료로 만드는 치료제.

재료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트롤의 피보다 뱀파이어 피가 더 상위 재료.

이준이 먹은 건 뱀파이어 피로 만든 상급 치료제였다.

못해도 100만 원은 나갈 물건이다.

이준의 입으로 흘러들어 간 액체가 목구멍을 달콤하게 감쌌다.

“콜록 콜록.”

이준이 기침을 했다.

실눈을 집어치우고 눈을 천천히 떴다.

“…고맙다.”

“전 한 게 없습니다. 지유 누님이 선배님을 살리셨습니다.”

누님이란 말에 한지유의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누가 그녀에게 누님이라고 불렀겠는가. 사람들은 어려워서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가지도 못했다.

잘 알지도 못한 1학년이 누님이라 부르자, 그녀가 당황해 했다.

‘저 모습은 또 새롭네.’

이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도 고마워.”

“됐어. 다음에 갚아. 그보다 시크릿 던전이 하나 더 있었어?”

그녀의 관심은 오직 게이트에 있었다. 자신의 감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어. 너도 밖에서 문이 두 번이나 잠긴 것 봤지?”

“응.”

“블루 급 보스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 강민재 조장이 동귀어진한 끝에 난 살아남을 수 있었어.”

이준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기자들.

그들이 노트북을 열고 빠르게 타이핑해갔다.

-그린 존 게이트에 블루 급 보스 몬스터가 두 마리!

-블루 존에만 있던 시크릿 던전. 그린 존에도 숨어 있어.

-투신단의 고귀한 희생. 역시 신력권가의 정예들인가.

-투신단의 동귀어진, 그리고 살아남은 생존자 이준.

기자들이 특종을 먼저 내보내기 위해 손가락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한지유는 이상함을 느꼈다.

‘강민재 인솔자님이랑 이준은 서로 감정이 안 좋은 걸로 보였는데?’

심지어 살기까지 보낸 두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이준을 위해 몬스터와 동귀어진했다고?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그게 다야?”

“죽다 살아남은 사람한테 그게 다라니. 아무리 네가 감정이 없다하더라도 너무한 거 아니냐?”

“아니면 됐어.”

한지유는 여전히 이준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그녀가 그를 의심스런 눈으로 보고 있을 때였다.

“길을 터라.”

오만스러울 정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청년의 말에 같이 온 이들이 인파를 헤치며 길을 만들었다.

이준이 음성이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빌어먹게도 꼴 보기 싫은 면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신.”

거구의 청년은 신력권가의 장남이자, 이준의 이복형이었다.

B급 각성자로 벽력신공을 익힌 명실상부 신력권가의 후계자였다.

‘폐관수련에서 나왔나 보네.’

곧 마주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마주칠지 몰랐다.

“이신? 내가 네 친구냐.”

이신이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그냥 주먹도 아닌 권기가 담긴 주먹이다.

무시무시한 풍압을 자랑하며 이준에게 뻗어나갔다.

그런데.

턱.

“버러지 새끼가 감히 내 주먹을 막아?”

이준이 이신의 주먹을 가볍게 잡았다.

“보는 사람도 많은데 그만하지?”

“이기홍을 이겼다고 하더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있구나.”

처음 공격은 막혔다 해도 두 번째는 아니었다.

벽력신공의 힘을 주먹에 담았다.

파지직-

양강의 뇌기가 번쩍였다.

내기가 담긴 주먹을 힘껏 휘두르려는 찰나.

챙-

맑은 검명과 함께 한지유가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선배. 아픈 사람을 다짜고짜 공격하는 건 15가문연맹의 일원으로서 예의가 아니에요.”

“네가 왜 이 새끼를….”

이신의 눈엔 한지유가 이준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이 질투심으로 불탔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남의 편을 들고 있다.

이성을 상실한 이신이 한지유를 무시하고 움직이려는데.

“이신 도련님. 주위의 이목이 많습니다. 자중하시지요.”

또 다른 거구가 이신의 어깨를 잡으며 만류했다.

“놔. 이거!”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은 거구의 손.

이신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지만, 그게에 별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준을 향해 험한 말을 지껄였다.

“너 따위 쓰레기를 구하고자 투신단이 괴멸했다는 게 말이 돼?”

기사가 올라간 지 단 10분.

그 잠깐의 사이에 이신은 이곳의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믿지 말든가.”

“이 버러지가!”

“도련님!”

거구의 사내가 이신을 다시 한번 멈춰 세웠다.

그의 이름은 사형준으로 가문에서도 중추의 인물이었다.

후계자를 호위하는 천왕대의 대주로 A급 각성자였다.

개망나니인 이신도 그의 말이면 몇 번은 들었다.

사형준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외쳤다.

“이 시간부로 이 게이트는 신력권가에서 통제하겠다.”

담담히 말했음에도 주변으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당신도 이의 없지?”

사형준이 김태형을 보며 말했다.

“신력권가에서 하는 일을 제가 방해할 수 있겠습니까?”

“학교 이사장님께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전해.”

“예. 예.”

김태형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투신단 조장에게도 한발 물러나야할 그였다.

하물며 후계자의 호위부대인 천왕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사형준이 이번엔 이준에게 몸을 돌렸다.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야야. 저 버러지에게 존댓말 할 필요 있어?”

“가문의 직계 자제입니다. 제가 예의를 차려야 될 분입니다.”

딱딱한 그의 말투에 이신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버님만 아니면 치워 버리는데.”

사형준은 원리원칙주의자였기에 자기 멋대로 하고 사는 이신과는 상극이었다.

그럼에도 이신은 그의 말은 들었다.

20대 후반의 사형준은 앞으로 S급이 될 인물. 가문을 이어받으려면 그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그게 아버지인 권왕 이건무가 내린 숙제였다.

한편 이신의 말을 못 들었는지, 아니면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사형준은 그 말을 신경도 쓰지 않고 이준에게 재차 물었다.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물어봐.”

이준의 반말에도 사형준은 상관치 않았다.

그는 서자라 해도 가문의 직계였으니까.

“미개척 지역에서 보스 몬스터가 나온 겁니까?”

“한 곳은 클리어 했고, 남은 한 곳에서 전멸 당했어.”

“어떤 몬스터였는지 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형준의 질문에 오히려 기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보스 몬스터에 대한 궁금증.

여기서 대단한 놈이 나와야 특종을 더 건질 수 있었다.

“염화였어.”

“대박!”

“염화가 그린 존에 숨어 있었어?”

“뭐하고 있어. 빨리 타이핑 안 해?”

베테랑 기자가 신입 기자를 갈구면서 기사를 써 내려 갔다.

사형준은 이준의 말을 듣고 이해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에 의하면 패력진권 님의 명에 의해 강민재를 포함한 투신단 50이 투입됐다. 염화라면 충분히 그들을 전멸시키고도 남아.’

몬스터가 같은 급이라도 똑같은 힘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같은 등급에서도 격차가 있기 마련.

염화는 블루 급에서도 상위에 속한 몬스터였다.

투신단 전체가 동원되면 모를까.

절반의 인원으로는 염화를 잡지 못한다.

“정보 감사합니다.”

“이제 난 가 봐도 되지?”

“물론입니다. 살펴 가십시오.”

사형준은 볼일을 끝마쳤는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이신만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여전히 이준을 노려봤다.

“학교에서 보자.”

‘저걸 죽여 말아?’

자신은 예전의 이준이 아니었다.

고금제일 사부로 인해 강해진 지금.

이신과 뜬다 해도 질 자신이 없었다.

‘내가 조금만 더 참아 준다.’

여긴 좋지 않아.

이곳이 아닌 더 큰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그곳에서 밟아 버려야 가문의 얼굴에 똥칠을 할 터.

이준은 이신을 철저히 무시하며 자리를 떠났다.

* * *

다음 날.

인터넷은 염화의 동굴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 중 두 개의 기사가 핫 했다.

제목: 염화의 동굴. 이대로 괜찮은가? (+999)

하나는 이런 기사였다.

게이트 변동으로 인한 두려움에 일반인들이 제일 많이 댓글을 달았다.

-여기 신력권가가 담당하는 곳 아님?

-맞음. 괜찮다며 버려둔 곳임.

-이러다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내 생각엔 위험함. 곧 튀어나올 킹능성 99.1%.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댓글이라 그런지.

앞에선 말 한마디도 못하던 이들도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신력권가는 정부지원 받고 있으면서 뭐 하는 거냐. 일하고 있는 거 맞긴 하냐?

-하고 있지. 무공서가 나오는 게이트만 주구장창 공략하고 있을걸.

-능력 안 되면 다른 가문에 맡기지 그러냐.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댓글 수가 급감했다.

한 명의 스파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님들 다 캡쳐했음. 이거 신력권가에 보낼 거니까 밤에 암살당할 준비나 하셈.

이후에는 신력권가에 대한 불평 어린 댓글이 사라졌다.

대신.

-투신단의 명복을 빕니다.

-신력권가를 믿습니다. 대한민국을 지켜 주세요.

신력권가를 응원하는 글로 채워졌다.

악플이 많은 첫 번째 기사와 달리.

두 번째는 이준에 대한 궁금증 어린 댓글들이 많았다.

-투신단 다섯이 목숨을 버릴 만큼 이준이 가치 있냐?

-그러게. 신력권가에서 실패작이라고 버린 아들이라며.

-갑자기 강해서 돌아왔나 봐.

그의 대댓에 수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그도 흥이 났는지 자신이 겪은 일인 양 떠들어 댔다.

-이준과 폭군이 싸웠는데 이준이 가지고 놀았어.

-폭군? 이기홍 말하는 거냐?

-ㅇㅇ. 그 개양아치 말하는 거임.

두 번째 기사는 아직까지도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고 있다.

-심법도 삼류라며. 말이 돼?

-나야 모르지. 난 팩트만 말했음.

-하긴 그래야 투신단이 구한 보람이 있지.

게이트에 대한 걱정이 이준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언제나 새로운 강자는 환영받았다.

대한민국에서 강한 각성자가 나타나야지만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도 세졌다.

현재 발언권이 제일 강한 곳은 미국과 중국.

그들은 S급 각성자를 무려 다섯 명씩 보유한 국가였다.

더블A급 한 명만 있어도 국가 전력급인데, S급은 재앙 그 자체였다.

한국에선 딱 한 명.

철혈검가의 검제만이 이 등급에 해당됐다.

이준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고등학생의 나이로 이름을 알렸다는 건 국가 전력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아직 봐봐야지. B급으로 끝날지 A급으로 끝날지 어떻게 암.

-킹정.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임.

-난 중립 기어 박음. 가능성 있으면 우리만 더 좋은 거지. 적어도 한국이 망할 일은 없잖아?

이준의 실력에 대한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아직 모른다와 신성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이란 이름이 널리 퍼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