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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7화 (27/705)

제27화

염화의 동굴에서 게이트 변동이 일어났다는 소리에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지금 얼마나 지났지?”

“3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허, 신력권가의 정예인 투신단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가. 오래도 버티네.”

“게이트 변동이 일어나면 원래 빨리 끝나는 겁니까?”

신입 기자가 베테랑 기자인 사수에게 물었다.

“변동이 일어나면 못해도 15분. 그 안에 끝나.”

“헉. 그러면 지금 엄청 오래 버티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대단하다는 거야.”

신입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장에 필기했다.

그러고 앞을 보는데.

“선배님. 저길 보십시오. 게이트 색깔이 바뀌었습니다.”

“클리어… 된 건가?”

푸른색이던 게이트가 초록색으로 변했다.

“역시 신력권가야. 게이트 변동을 3시간 만에 클리어하다니.”

기자들은 투신단이 게이트를 클리어 했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제 안에서 사람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어?”

“이, 이런 적이 있었던가?”

“기자 생활 10년 동안 한 번도 없었어….”

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리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지유도 마찬가지. 그녀가 고운 아미를 찡그렸다.

“게이트가 다시 닫혀?”

쇠사슬로 칭칭 감겼던 게이트가 풀리더니, 재차 봉인 됐다.

그녀가 무언갈 고민하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안쪽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한데… 게이트 안에 시크릿 던전이 두 개나 있는 건가?”

이것 말고는 말이 안됐다.

보스 몬스터가 두 마리는 돼야 게이트 문이 두 번이나 닫힐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작은 아버지가 말해 준 말이 왜 이제야 생각이 났지?’

학교 지하 창고에 있는 게이트.

그곳에 주인이 있다고 들었다.

작은 아버지가 직접 들어가 본 게이트. 전에는 불꽃 호리가 있었지만, 갔을 때는 마기가 정화되었다고 했다.

왤까.

왜 자꾸 이준이 의심스러울까.

인간이 게이트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건 알지만, 모든 단서는 이준을 가리켰다.

‘설마… 이준은 아니겠지?’

게이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이 깊어져만 갔다.

* * *

“사, 살려 줘!”

투신단이 사색이 되어 도망치고 있었다.

펑-!

도망치던 투신단의 머리통이 터졌다.

졸지에 머리를 잃은 몸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옆에 있던 동료가 죽자.

“으… 으어어.”

도망치던 투신단의 눈에 두려움이 어렸다.

그들은 겁에 질린 채 경공을 쓰며 달려가고 있었다.

뛰고 또 뛰는데.

퍽!

비명도 없이 동료의 몸뚱이가 앞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졌다.

한 명씩 죽어가는 투신단의 동료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뒤를 돌아본 투신단원의 눈동자가 거침없이 떨렸다.

염화의 동굴에 투입된 투신단만 50.

어지간한 가문이나, 중소 길드는 박살을 낼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혈족 계승도 못 받은 실패작한테 한 명씩 사냥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18살 고등학생 한 명한테 50명의 투신단이 말이다.

“오, 오지 마!”

“으아아악!”

투신단은 이미 싸울 의지를 상실한지 오래였다.

이준에게서 뿜어져 나온 패기로 인해 그들의 머릿속은 온통 공포로 지배되어 있었다.

“너희들은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지 않았어?”

전생에 이준을 괴롭힌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이기홍이 그랬고, 이복형인 이신이 그랬다.

천한 핏줄이라서. 서자라서.

가문에서 버려지고 싶지 않아 참고 또 참았다.

집에서 쫓겨나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허나 이들은 아니다.

신력권가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

가문을 지키고, 게이트를 클리어 해 명성을 높여야 할 이들이다.

자신을 괴롭히는데 쓸데없는 힘을 낭비해야 하는 게 아니고.

투신단은 자신을 실험용 생쥐인 듯 몸에 갖은 실험을 했다.

독을 투입하기도, 냉기와 화기의 약을 집어넣어 동상과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런 놈들을 봐줄 만큼.

자신은 착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자신을 죽이려 하지 않았나.

“그냥 죽어. 내가 너희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자비다.”

퍼석!

쓰러진 투신단의 머리를 밟고 있던 발에 힘을 주었다.

머리통이 깨지며 뇌수가 줄줄 흘렀다.

“으으….”

두려움을 잊고자 무작정 이준을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

“…주, 죽어!”

그들의 주먹에 희미한 붉은 아지랑이가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

“마, 맞았다!”

“죽은… 거야?”

권기가 이준에게 적중했다.

동굴 안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투신단이 먼지가 일어난 곳을 보고 있는데.

뭉게구름을 뚫고 이준의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가 투신단원의 목울대를 쥐었다.

우드득-

손에 힘을 주어 단번에 꺾어 버렸다.

쿵-

죽은 투신단을 아무 곳에나 던져 버린 이준.

투신단은 벽에 처박혀 머리가 깨져 피가 철철 흘렀다.

몇 번 꿈틀대다가 이내 몸을 축 늘어트리는 한 투신단원.

이준의 무자비한 손길에 투신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포 가득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들이 애꿎게 주먹으로 동굴 벽을 두드렸다.

“시, 시발. 내보내 줘! 날 내보내 주라고!”

“여기서 주, 죽기 싫어.”

투신단은 이제 도망칠 곳도 없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게이트의 입구.

막다른 길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죽은 투신단만 40명.

“미, 미쳤어.”

블루 존 게이트도 깰 수 있는 인원이 고작 10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준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강민재를 보았다.

강민재도 수하들과 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신력권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의 외침에 이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너희들이 잊고 있는 게 있는데, 나도 신력권가의 핏줄이야.”

“처, 천한 핏줄 따위를 가, 가문에서 받아 줄 것… 읍읍!”

어느새 이준의 손엔 강민재의 얼굴이 잡혀 있었다.

강민재의 입을 틀어막은 손에 힘을 주며 고저 없는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강민재의 얼굴을 바짝 당겼다.

이준이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서서히 힘을 개방했다.

화아악-

“끄으으윽….”

게이트를 온통 지배하는 진득한 살기. 남아 있는 투신단들이 피를 게워 냈다.

“컥.”

“푸훕!”

투신단 모두가 쓰러졌다.

서 있는 사람은 이준 한 명뿐이다.

“그 빌어먹을 가문이 네놈들의 목숨을 구해 줄 것 같아?”

혼원신공의 내공을 이용해 투신단을 찍어 누르는 동시에 강민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증거도 남지 않을 텐데, 내가 너희를 죽였다고 누가 알겠어?”

부들부들.

이준의 담담한 목소리를 듣자, 참고 있던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온 강민재였다.

“사….”

이준의 틀어막은 손 사이로 강민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뻔했다.

손아귀에 힘을 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말했잖아. 넌 여기서 절대 살아나가지 못한다고.”

드디어 강민재의 뇌에도 공포란 단어가 새겨졌는지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준은 강민재를 아무렇게나 놓았다.

바닥에 힘없이 쓰러진 그를 놔두고 투신단에게 몸을 돌렸다.

“마저 정리해 볼까.”

살아남은 투신단들이 엉금엉금 기어 이준의 발목을 붙잡았다.

“제, 제발.”

“살려 주십시오!”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컥!”

투신단이 자존심도 버리며 이준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 모습이 같잖았다.

언제나 목에 힘을 주고 다닌 이들.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는 허리를 굽혔지만, 약자에게는 철저히 위에서 군림한 이들.

병신들이 따로 없었다.

“계속 발악해 봐.”

* * *

“아, 악마… 윽.”

투신단이 하나하나 정리될 때마다 강민재는 미쳐만 갔다.

B급 각성자로서 상당한 대우를 받고 살아왔다.

투신단 조장이 돼서부터는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염화의 동굴에 들어오기 전까지.

승승장구하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개박살 났다.

자신이 그토록 무시한.

천한 핏줄을 타고났다고 생각한 이준에게 말이다.

퍽-

이준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처리했다.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강민재 한 명뿐이었다.

이준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으어어어.”

극한의 공포에 강민재가 말을 잃었다.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에 나한테 뭐라고 했지?”

“어어어.”

“아아, 몰라도 돼.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나이가 많으니 말을 놓겠다고 했나?”

이준의 손가락이 그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크어어억!”

강민재가 고통에 눈이 뒤집혔다.

그를 한참이나 고통 속에 헤매게 했다.

“날 원망하지 마. 너희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잖아? 난 정당방위일 뿐이야. 너희에게 저어어얼-대 옛날 일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게 아니야.”

그렇게 강민재가 깨어나고 기절하길 반복했다.

이제 재미도 감흥도 없었다.

굽혔던 무릎을 펴고 일어난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나와 봐.”

어둠을 향해 외치자, 누군가가 기척을 내며 나왔다.

염화의 동굴에 사는 스케먼이었다.

“쓰읍! 빨리 안 올래?”

이준이 인상을 썼다.

이에 스케먼의 행동이 재빨라졌다.

녀석들이 차례대로 정렬했다.

상하 관계가 뚜렷한 몬스터답게, 보스 몬스터를 죽인 이준을 주인으로 인식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사람 시체들 보이지?”

“옙.”

스케먼의 장점 중 하나가 인간의 말을 잘 구사하는 거다.

지능도 중학생 수준.

부려 먹기에 딱 좋은 몬스터였다.

“시체들 전부 깨끗이 처리하고, 이 녀석은 너희들이 알아서해. 구워먹든 죽이든.”

이준의 말에 강민재의 동공이 미친 듯 떨렸다.

“어버버버.”

말을 잃은 그가 어떻게든 표현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명령은 떨어졌다.

“옙! 주인님의 명이다.”

한 스케먼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딱 봐도 서열이 제일 높은 스케먼.

녀석을 콕 집었다.

“오늘부터 네가 여기 대장이야. 알았지?”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대신 증거 하나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정리해. 알았어?”

“옙!”

스케먼이 경례를 하고 동족에게 명령을 내렸다.

녀석들은 땅에 널브러진 시체를 운반하고 치웠다.

강민재는.

푹푹푹-

몬스터라 그런지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없었다.

녀석들이 들고 있는 무기를 강민재의 몸 곳곳에 찔러 넣었다.

B급 각성자 치고는 허무한 죽음이었다.

“이제 나갈 일만 남았네.”

이준이 허공에 손을 내리그어 좀 전에 뜬 메시지 창을 보았다.

[게이트를 정화하지 않아 문을 완전히 봉쇄하지 못합니다.]

[침입자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남은 봉쇄 시간: 04:59:01]

“게이트 봉쇄 해제.”

이준의 말에 따라.

[봉쇄됐던 게이트가 풀립니다.]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사슬로 감겨 있던 포탈이 스르릉 소리와 함께 풀렸다.

이준은 자신의 몸을 봤다.

딱 봐도 격전을 치른 몸.

스케먼 수백 마리와 싸운 덕에 옷은 여기저기 찢겨 있었다.

살갗도 상처로 가득했다.

치명적인 상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확실하게 해야지.”

땅에 널브러진 꼬챙이를 들어 옆구리를 쑤셨다.

“윽.”

급소를 피해 찌른 곳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혼원신공을 끌어 올려 고통을 중화시켰다.

“X발! 아파 뒤지겠다.”

몬스터와 싸워 상처를 입는 게 차라리 나았다.

피를 지혈하고 있는데 대장으로 삼은 스케먼이 말을 더듬었다.

“주, 주인님.”

“안 가고 뭐해?”

이준이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상처가….”

“일부러 이런 거야. 시체들 다 수거했으면 염화의 은신처로 가서 나오지 마.”

“옙. 그런데 상처가….”

“괜찮다니까. 빨리 안 가?”

“옙!”

스케먼 무리가 경례하고 사라졌다.

그 모습이 새삼 웃겼다.

몬스터에게 경례를 받다니.

전생에선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것뿐인가.

모순적이게도 몬스터가 인간을 걱정했다.

그 어떤 사람에게도 걱정 받지 못했던 이준.

“큭큭. 웃겨 정말.”

웃음 속엔 씁쓸함과 쓸쓸함이 엉켜 있었다.

이준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게이트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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