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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0화 (20/705)

제20화

주변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박재민도 입을 떡 벌렸다.

이준이 펼친 칠절참흔의 위력, 적어도 A급에 올라서야 선보일 수 있다.

그런데 무공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이준이 자신이 평생 갈고 닦은 무공의 위력을 선보였다.

어찌 안 놀랄 수가 있을까.

“언제 참격의 깨달음을 얻은 거지….”

박재민이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그보다 더 놀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당한 당사자인 한지유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움직임을… 놓쳤어.’

검을 수평으로 눕히는 것까지 봤다.

그 이후에는 바람이 불며 자신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뜬 게 다였다.

손을 올려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서늘할 정도로 싸늘한 기운이 아직도 목 언저리에 맴돌았다.

소름.

전신에 털이란 털은 죄다 섰다.

‘이건 진짜야.’

살의는 전혀 없었지만, 기운에 포함된 살기. 농후할 정도로 진했다.

“선생님. 끝난 것 같습니다만.”

이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정신을 놓았을지 모른다.

한지유가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내… 패배야.”

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패배를 시인했다.

“나도 미안. 예쁜 머리가 단발이 됐네. 그런데 지금 모습도 예쁘다.”

한지유는 단발이 된 건 신경도 안 썼다.

아니, 쓰지 못한 거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준의 말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화났나?’

[이놈아. 당연하지 않느냐. 긴 머리가 잘려 나갔는데 너 같으면 좋겠느냐.]

무극자 사부가 버럭 소리쳤다.

이준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의도치 않게 자른 머리카락.

저도 모르게 흥이 나 버린 나머지 혼원신공으로 칠절참흔을 펼쳤다.

결과는 깔끔한 승리.

역시나 아직까지 혼원신공으로 무공을 펼치는 건 조심해야 했다.

“이, 이준 승!”

박재민이 정신을 차리고 비무의 승패를 결정 지었다.

쥐 죽은 듯 조용하던 학생들이 그제야 숨을 토해 내며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돌았다. 내가 대체 뭘 본 거야?”

“대박. 개쩔어!”

이준의 승리도 대단했지만, 높은 레벨의 비무에 모두가 황홀해했다.

학생들 모두 무인이자 각성자.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굉장한 비무였다.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나, 나도. 두 사람의 움직임도 제대로 못 봤어.”

“소오오르으음.”

한동안 비무의 전율은 가시지 않았다.

비무가 끝났음에도 수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다들 조금 전의 장면을 열심히 복기하기도, 여운은 즐기기도 했다.

* * *

이준이 비무에서 승리한 다음 날부터 한지유는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홀로 생각에 잠긴 듯 무언가에 빠져 있었다.

이준은 그런 그녀에게 여러 번 말을 걸어 보았지만.

눈만 마주치고 가 버렸다.

[그러게 왜 귀중한 여자의 머리를 자른 것이냐.]

‘저도 모르게 그만.’

[저런 아이가 앙심을 품으면 골치 아파지느니라. 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

이준이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괜히 흥에 겨워서 안 해도 될 걸 해 이 사단을 만들었다.

그녀와 척 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철혈검가와 더불어 신기지가는 유일하게 ‘그들’에게 대적한 가문.

언젠간 힘을 합심해 ‘그들’에게 대항할 날이 올 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았다.

* * *

이준은 한지유의 기분을 어떻게 하면 풀어줄까 다음날 하교 시간까지 생각했다.

그러던 그때.

“이준.”

한지유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 어. 왜?”

“나랑 저녁 먹으러 가자.”

“나랑?”

이준이 살며시 경계했다.

쟤가 왜 저러지?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묻으려고 하나?

그러면서 한지유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긴 머리도 예뻤는데 단발머리는 더 잘 어울리네. 하긴 쟤 때문에 C컬 단발이 유행하기도 했지.’

한지유는 각성자로도 유명했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건 패션 피플.

그녀가 입은 건 패션잡지에 실리기도 했고,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기도 했다.

그녀가 입은 교복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연예계에서 스카웃 해가고 싶어 하는 1순위 각성자였다.

긴 생머리가 수련에 방해된다고 잘랐을 뿐인데, 누구보다 잘 어울리고 예뻐서 난리가 났다.

그때부터 그녀의 별명은 단발병 유발자였다.

한지유가 자신의 물음에 순순히 대답했다.

“내 머리를 잘랐으니까 빚은 갚아야지.”

전처럼 살기를 내보이지도, 그렇다고 협박조로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옆구리에 찬 검을 만지작거릴 뿐.

“그러자.”

한지유가 먼저 화해를 청해 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먹을까?”

“내가 예약해 둔 곳이 있어.”

두 사람이 교실에서 나와 학교 정문으로 나왔다.

* * *

그들이 들어간 곳은 학교 앞 피자집.

그 앞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한지유가 몇 가지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피자였다.

전생에서도 그녀는 피자를 무척 좋아했던 걸로 알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 안 들어가고.”

“아무것도 아니야.”

자리에 앉은 한지유가 손을 들어 피자를 주문했다.

“사장님. 예약한 피자로 주세요.”

“예. 바로 나갑니다.”

두 사람의 앞에 커다란 피자가 한 판 놓였다.

“먹어 봐. 하와이안 피잔데 맛있어.”

그녀가 피자 한 조각을 집어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러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게 그렇게 맛있어?’

한지유가 피자를 굉장히 맛있게 먹자 군침이 돌았다.

마침 배도 고팠다.

그녀처럼 피자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었다. 맛을 음미하려고 천천히 먹고 있는데 이게 웬걸.

‘억.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일명 파인애플 피자.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음식이었다.

이준은 불호.

한지유는 극호였던 것이다.

전생에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먹거리 중 하나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무조건 찾는 음식이었다.

이런 걸 맛있다고 먹는 한지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어때? 맛있지?”

얼음이 내린 자리에 봄이 찾아온 듯 사르르 녹아 있는 미소였다.

거기다 초롱초롱한 눈까지.

남이 봤다면 예뻐 죽으려고 했을 것이다. 보고 있는 사람이 이준이라는 게 문제였다.

“아니. 이딴 걸 왜 먹어.”

이준의 시식 평에 한지유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사르르 녹았던 표정이 다시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건 그때부터였다.

“맛있는 걸 사 줘도 지랄이야.”

그녀의 입에서 험악한 말이 나왔다.

이준의 환상이 깨져 버렸다.

예쁜 여자는 욕을 안 한다는 환상이.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한지유가 본론을 꺼냈다.

“날 어떻게 이겼어?”

“다 먹고 말하자.”

“지금 말해.”

그녀는 손과 입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피자를 먹으면서 듣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해 줬다.

“네 약점이 보였어.”

“약점?”

“어. 쾌검을 쓰는데 뭔가 뚝뚝 끊어진 느낌이랄까. 그 공간만 골라서 공격했더니 네가 당황하더라고.”

한지유의 커다란 눈이 더 크게 뜨였다.

“그 짧은 순간에 빈틈을 캐치했다는 거야?”

“느낌상 공격했는데 우연찮게 맞아 떨어진 거야.”

그녀도 전부터 느꼈던 문제였다.

칠현검법은 미완성의 무공.

무공창에도 괄호를 열고 미완성이라 쓰여 있을 정도.

그럼에도 A급 무공이라 버리지 못하고 계속 수련했다.

그런데 오늘 이준이 검법의 문제를 꼭 짚어줬다.

“그래서 내가 널 이긴 거야.”

“결국 내 무공이 문제였고 넌 실력으로 이긴 거였네.”

“말이 그렇게 되나?”

“대충은 알았어.”

“이제 머리에 대한 걸로 화내면 안 된다?”

이준의 말에 한지유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굉장히 예쁜 웃음.

이준도 순간 넋을 잃었다.

“머리? 오히려 시원하고 좋은데? 그리고 난 원래 단발을 더 좋아해.”

“뭐?”

“내가 너한테 진 이유가 뭘까 찾고 있었는데 네가 속 시원하게 말해 줘서 궁금증이 풀렸어.”

그녀가 속이 후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 이준은 자신이 괜한 짓거리를 한 건가 싶었다.

* * *

점심시간.

이준은 학교 식당이 아닌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칸을 일일이 열어 확인 한 후.

“게이트 소환.”

지잉-

하얀색 포탈이 열렸다. 이준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몸이 완전히 사라질 때는 포탈도 함께 없어졌다.

이준이 다시 나타난 곳은 강남 빌딩 옥상.

“참 편해.”

이곳에 또 다른 지정 포인트를 심어 놨다.

여태껏 신기지가 비선의 눈을 속일 수 있었던 이유였다.

고층 빌딩의 옥상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목적지는 은행.

B급 마정석을 팔러 나왔다.

은행 안으로 들어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띵동-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차례가 왔다.

“어떤 걸 도와드릴까요?”

“이것 좀 팔려고요.”

이준이 학생증과 함께 B급 마정석을 내밀었다.

은행원이 학생증을 봤다.

그곳에 무림 사관 고등학교라 쓰여 있었다.

이준이 각성자라는 걸 증거였다.

“잠시 자리를 옮길 수 있을까요?”

태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더욱 친절한 느낌이랄까.

마치 VIP대접을 받는 것 같았다.

“네 그러죠.”

“이쪽으로 오십시오.”

은행원의 안내에 따라 룸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저희 은행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건의 등급은 B급으로 확인 됐습니다.”

“얼마나 합니까?”

은행원이 서류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이준에게 내밀었다.

“감정을 해 본 결과 1억 원 정도합니다.”

‘역시 B급 마정석 중에서도 최고가를 받았네.’

[허허. 수입이 짭짤하구나.]

언제 이런 거금을 만져 볼까.

이준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기쁨을 잔뜩 만끽한 후, 표정을 수습하고 은행원에게 말했다.

“돈은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서 넣어주세요. 카드도 발급해 주시고요”

“그렇게 진행해 드릴까요?”

“네.”

“진행하시려면 가문연맹에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승인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상관없어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라고 마정석을 파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은행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되겠느냐?]

‘저들만 더 혼란스러울 거예요. B급 마정석은 블루 존 급 게이트 이상에서만 떨어질 텐데, 이걸 제가 어떻게 얻었을까 궁금해 할 거거든요.’

여긴 신기지가가 소유한 은행.

자신에 대한 소문이 날수록 돌아오는 이득이 많아 질 터. 그래서 신기지가 소유의 은행을 택했다.

잠시 후. 나갔던 은행원이 다시 돌아왔다.

그가 새로 만든 통장과 카드를 이준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희 지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실 때 연락이라도 주시면 버선발로 맞이하겠습니다.”

은행원의 허리가 펴질 줄 몰랐다.

“다음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이준이 은행에서 나가기 전까지 그가 배웅했다.

“살펴 가십시오.”

이준이 사라지자, 은행원이 그제야 허리를 폈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한 이사장님. 이준이란 학생이….”

* * *

그 시각.

신기지가의 비선들은 2학년 남자 화장실을 감시하고 있었다.

‘벌써 30분이 지났습니다. 변비라도 걸린 걸까요?’

아무리 변비라지만 30분 째라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 뒤로 나가진 않았지?’

‘네. 애들이 그쪽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아직도 화장실에 있다는 말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로부터 10분이 더 흘렀다.

벌써 40분 째.

변비가 걸렸다 해도 이미 나왔어야 할 시간이었다.

‘네가 들어가 봐.’

교복을 입은 남자가 천장에서 뚝 떨어졌다.

그가 양옆을 살피곤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문을 열고 이준이 나왔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준은 그를 신경도 쓰지 않으며 산뜻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이 가벼운 걸 보니 변비… 맞네.’

‘극심한 변빈가 봅니다.’

‘뭔가 자괴감이 드는군.’

철혈검가의 검룡이라면 몰라도, 이준이 화장실 앞까지 감시할 정도의 인물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상부에서 시킨 일인데, 까라면 까야지.

비선들이 한숨을 푹 쉬고 이준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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