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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7화 (17/705)

제17화

“호로록.”

한민성 이사장이 뜨거운 녹차를 마시며 슬쩍 이준을 쳐다봤다.

‘이렇게 보면 정말 평범해.’

이준의 몸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지.

정말 그가 게이트를 클리어 했는지.

힘을 알아보려고 탐색전을 펼쳤다.

‘학교의 무공을 익혔다는 건 삼재심법이 아니라는 건데 어디서 새로운 심법이라도 얻었나?’

한민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공서가 떨어지는 확률은 아주 적었다. 그것도 내공심법은 극악의 확률을 자랑했다.

1세대들이 게이트를 클리어해 얻은 심법은 많아봤자 100종류.

F급부터 S급까지 수천 종의 심법서가 있는 것 치고는 아주 적었다.

‘훔쳐 배웠을 리는 없고, 신력권가에선… 아니야. 그들이 계승의 꽃을 구해서까지 이준 학생에게 먹일 리 없어.’

계승의 꽃은 가진 심법을 초기화시켜 새로운 심법서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천고의 아티팩트였다.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최고 난이도인 블랙 존 급에서만 나는 꽃.

꽃이 피는 시기도 예측하기 힘들어 최소 백억 원의 가치를 지녔다.

‘굳이 이준 학생에게 계승의 꽃을 먹여 패왕도가의 미움을 살 필요도 없지.’

권왕 이건무의 부인은 패왕도가 가주의 여동생이다.

그녀 때문에 이준이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준은 권왕이 밖에서 낳은 자식이었으니까. 이준 학생이 아니꼬울 수밖에 없을 거다.

‘정말 미치겠군. 어떻게 권가의 무공은 물론 학교의 무공을 배운지는 모르겠으나 D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청문회장에서 보였던 짧은 기세.

A급인 자신까지 두렵게 만든 그 무시한 기운은 현재 이준에게서 보이지 않았다.

한민성이 혼란스러워하는 한편, 이준은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저놈이 네 내력을 알아보려는 중이구나.]

‘저번처럼 안 들키겠죠?’

[껄껄. 저놈은 네 기운을 절대 느낄 수 없을 거다. 괜히 혼원반지가 본문의 신물이겠느냐.]

‘어디까지 내력이 숨겨집니까?’

[여기 기준으로 말하자면 AA급 각성자들도 네 내력을 파악하긴 불가능하느니라.]

이준이 왼쪽 약지에 낀 혼원반지를 내려다봤다.

커플링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된 은색반지.

기능 한번 기똥찼다.

무극자 사부가 말을 덧붙였다.

[홀홀.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내 친히 천하제일 장인을 협박해 만들어 놨느니라.]

협박해서 만들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을까.

참 괴짜 사부였다.

“하실 말씀 있으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한민성 이사장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안경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이기홍의 일 때문에 이준 학생이 곤란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불러 본 거야. 권왕께선 잘 계셔?”

“제가 버려진 자식이라서 아버지 소식은 잘 모릅니다.”

제 입으로 팩트를 말하니 당황한 건 한민성이었다.

“내가 실언을 했어. 이기홍의 일로 의기소침해 하고 있을까 봐 확인 차 불러봤는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도 돼.”

한민성으로서 처참한 패배였다.

명색에 신기지가의 정보 단체를 거느리는 인물.

그가 학생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면 전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준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이사장 방을 나갔다.

곧이어 한민성의 비서인 남아영이 들어왔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모르겠어요.”

“예?”

“제가… 이준 학생의 정체를 못 알아냈다는 말이에요.”

“정말입니까?”

남 비서는 성인이 된 후 지금까지 한민성을 모셔왔다.

이때까지 이사장이 알아내지 못한 정보는 손에 꼽을 만큼 없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군요.”

“아….”

남 비서는 이준이 자신의 손을 가볍게 뿌리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준에 대해 더 파 봐야겠어.”

“비선을 통해 전하겠습니다.”

“남 비서가 직접 알아보세요.”

“예.”

“아무래도 지유를 빨리 불러야겠어.”

한민성은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선 조카인 한지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 *

‘앞으로 게이트에 들어갈 때 조심해야겠다.’

혼원신공은 정, 사, 마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무공.

15가문 연맹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무공의 내력을 추궁할 터.

그런 귀찮은 일은 피해야한다.

물론 혼자 해결할 힘이 생기면 굳이 숨기려 하지 않을 테지만.

‘CCTV는 피할 수 있는데, 이사장이 수족처럼 부리는 비선이 문제네.’

비선은 신기지가의 정보단체였다.

그들은 이들로 하여금 리젠 게이트나, 아티팩트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뭘 걱정하느냐. 네 내력은 혼원반지가 숨겨 줄 테고, 비선이란 놈들만 피해서 움직이면 된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분간 24시간 감시를 받을 거예요.’

[끌끌. 놈들도 사람이다. 똥도 안 눈다냐. 널 교대로 감시할 터. 그 순간을 노리면 되느니라.]

사실 이준도 그 생각을 했지만, 일부로 무극자를 띄워 줬다.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별일 아닌 거 가지고 크흠.]

무극자 사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 * *

기숙사로 돌아온 이준은 파랑이부터 확인했다.

이미 접시에 담긴 우유를 싹 비웠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아직도 혀로 접시를 핥고 있을까.

우유를 더 따라 주었다.

파랑이가 우유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고놈 참. 복스럽게 먹는군.]

“그죠? 이래서 다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가 봐요.”

새끼라 더 귀여운 것도 있었다.

이준이 쪼그려 앉아 파랑이가 우유를 다 먹을 때까지 지켜봤다.

그러던 중 알림음이 울렸다.

[파랑이의 호감도가 +5 올라갔습니다.]

[파랑이가 포만감을 느낍니다.]

[파랑이가 잠을 자고 싶어 합니다.]

“배부르니까 자고 싶구나. 으차.”

이준이 파랑이를 쇼파에 눕혔다.

“새근새근.”

“아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이준이 파랑이에게서 눈을 못 뗐다.

한참을 보다가 손을 내리 그어 파랑이의 상태창을 띄웠다.

[기본 정보]

이름: 파랑이 - 성장도: 1%

종: 청호(?)

희귀도: ??

속성: 불

호감도: 25

「배부르다. 음냐….」

영역(1/2): 청호의 보금자리(그린존)

[능력치]

공격력: F 방어력: F 속도: ???

특수 공격력: F 특수 방어력: F

패시브 기술 - 무

액티브 기술 - 무

“이제 막 태어나서 그런지 능력치는 안 좋네.”

솔직히 상관없었다.

청호가 크면 레드 급 몬스터가 될 테니까.

그러니 약한 건 걱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덩친데….”

지금은 작아서 괜찮았지만, 덩치가 커지는 건 골치 아팠다.

기숙사 안에서만 키울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때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지!”

[너도 이제 생각이라는 걸 하는구나.]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보금자리 주인의 특권을 사용할 생각 아니냐.]

“헉. 귀신.”

[홀홀. 너는 사부 손바닥 안이니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준의 옆에 하얀색 원이 생겼다.

[청호 보금자리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연결할 통로를 지정해주세요.]

[남은 지정 포인트는 2개입니다.]

“됐다.”

이준이 안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안쪽은 전에 봤던 그대로였다.

대기 중에 퍼졌던 마기가 말끔히 없어진 채, 사막과 오아시스가 보이는 광경.

“걸어 다니는 대형 창고가 생긴 것 같군. 흠. 어디로 지정 포인트를 해놓을까?”

비선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좋았다.

이준이 손으로 턱을 쓰다듬다가.

“그쪽이 있었구나!”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기숙사 뒤편의 산이었다. 예전에 훈련할 때 자주 왔던 곳.

무성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비선의 감시를 피하기 안성맞춤이었다.

“포인트 지정.”

[청호 보금자리 게이트의 통로가 연결되었습니다.]

[남은 지정 포인트는 1개입니다.]

“게이트 소환.”

이준이 곧바로 게이트를 소환했다.

포탈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왔을 때는 기숙사 방 안이었다.

“완전 꿀입니다. 사부님.”

자신만의 공간뿐만 아니라, 이동 통로가 생겼다.

하나의 지정 포인트까지 남았다.

학교와 좀 떨어진 곳에 통로를 연결하면 비선의 눈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됐네?”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화이트 존 게이트나 정화하러 가볼까요?”

[네가 어쩐 일이냐? 먼저 수련까지 제안하고.]

“안 찍은 테크트리가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게 바로 중독의 초기 증상이란다 제자야.]

이제 강해질 일만 남았다.

이준은 연결한 통로를 이용해 인근 화이트 존 급 게이트로 갔다.

* * *

이준은 맨 뒷자리에서 창문을 바라봤다.

눈앞에 아른거린 테크트리 포인트.

며칠 간 학교가 끝나면 몰래 게이트를 다녔다. 그러나 이젠 능력치도 오르지 않고, 퀘스트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린 존 급 게이트로 가야하나?’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

생각해 둔 게이트가 있었다.

염화의 동굴이란 그린 존 급 게이트로 불의 돌이란 아티팩트가 숨어 있는 곳이었다.

이걸 발견한 사람은 오태준이란 몬스터 조련사였다.

그는 우연찮게 불의 돌을 발견하고 홀린 듯 자신의 몬스터에게 먹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이트 급 몬스터가 단숨에 블루 급으로 성장했다.

이전 생에는 이를 자신이 직접 확인했다.

‘불의 돌은 파랑이에게 먹여야겠어.’

파랑이도 키워야 했다.

녀석이 강해지면 분명 자신에게 도움이 될 터.

안 키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태준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E급 각성자였던 오태준은 등급이 단숨에 B급으로 올라섰다.

이후에 악한 짓만 골라서 했다.

예를 들어 몬스터의 먹이로 인간을 던져준다든가.

여성을 추행하고 죽이기까지 했다.

약했던 오태준이 힘에 잔뜩 취했던 것.

결국에는 15가문연맹이 나서 그를 죽인 걸로 마무리됐다.

‘미래를 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야.’

파랑이에게 먹일 영약은 무수히 많았다.

제일 좋은 것만 골라도 세 개.

다 먹이면 바로 레드급 몬스터가 되지 않을까.

‘빨리 수업 끝났으면 좋겠다.’

머릿속엔 파랑이를 키울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러던 와중에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가 들렸다.

“내가 기막힌 소식 하나 물어왔는데 들어볼래?”

“재밌는 소식이야? 말해봐.”

“우리 반에 빙화가 온데.”

“돌았냐? 걔가 여길 왜 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으휴. 병신.”

남학생들이 이야기를 꺼낸 친구의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았다.

F급과 E급만 모여 있는 반이 5반이다.

그런 곳에 학교 최고 엘리트가 배정될 리 있나.

“정말이라니까.”

“신빙성 있는 이야기를 들고 와라. 새꺄.”

“진짠데….”

남학생의 얼굴이 시무룩해지려는 찰나, 교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 한지유? 한지유다!”

“이 자식이 진짜! 적당히 해라.”

“내 말이 거짓말인지 저길 봐.”

그의 말에 남학생들이 교실 뒷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정말이네….”

“역시… 예… 뻐.”

같은 반 친구들의 말에 이준도 교실 뒷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긴 생머리의 여학생.

백옥 같은 피부와 더불어 얼음장 같이 차가운 인상이 돋보였다.

[호. 상당한 미인이구나.]

‘쟤가 여기에 왜 왔지?’

한지유는 3학년과 마찬가지로 아직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랭킹 20위까지 받는 특권.

홀로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받았다.

한지유의 랭킹은 10위였다.

[아는 사이더냐?]

‘얼굴하고 이름만 압니다.’

[좋아했나 보구나. 얼굴이 붉게 변하는 걸 보면.]

이준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열이 올라왔는지 뜨거웠다.

이준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무극자의 말을 부정했다.

‘아닙니다.’

[홀홀.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그래가지고 어찌 대장부라 할 수 있느냐. 이 사부에게 사실대로 말해 보거라.]

‘쟤 무서운… 정말 무서운 얘거든요.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지유는 제갈세가의 무공을 잇는 신기지가의 첫째 딸이다.

‘빙화’란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B급 각성자였다.

학교에서 특혜를 받아 등교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F, E급만 모여 있는 5반에 올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이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같은 반 학생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야. 한 번 말이라도 걸어 봐.”

“하고 싶으면 네가 해. 떨린단 말이야.”

“에휴. 찌질한 새끼들. 비켜. 내가 물어볼 테니까.”

모여 있는 남학생 중 가르마를 탄 남학생이 한지유에게 걸어갔다.

“여기에 볼일이라도 있어?”

“…….”

한지유는 말을 건 남학생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꽂혀 있는 곳.

이준이 앉아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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