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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2화 (12/705)

제12화

무림 사관 고등학교는 누구에게나 공평히 무공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이를 위해 각 가문에선 선생을 한 명씩 파견해 무공을 가르쳐 주고 있다.

덕분에 가문의 피를 이어받지 못한 자들. 재능은 있으나, 하찮은 무공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도 15가문 연맹에 스카웃을 받을 수 있다…

…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명목일 뿐.

실제로는 15가문 연맹이 각각의 후계자를 선보이는 자리.

미래의 권력을 잡기 위한 세력 싸움이 물밑에서 벌어지는 곳이었다.

“난 예외였는데.”

이준은 커리큘럼지에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대학과 같았다.

선택한 과목만 듣는 학교.

수업에서 익히게 된 무공은 공짜였다.

낮은 등급의 각성자도 학교에서 배운 무공 가지고 C급 각성자까진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준이 배웠던 삼재심법은 학교의 공통 무공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삼재심법은 무공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 일반적이었으니까.

자신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무극자 사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필요 없느니라.]

‘알고 있어요.’

이젠 따로 무공을 배울 필요도 없었다.

자신에겐 혼원신공이라는 희대의 무공이 있었으니까.

그 어떤 무공이든 배울 수 있었다.

[넌 어떤 수련에 참여할 생각이냐.]

‘다 한 번씩 해 보려고요.’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사부도 모든 수련에 참여하라고 권할 생각이었느니라.]

하나의 무공에 집중해도 대성할까 말까 한 게 무공.

모든 수업에 참여해서 새로운 무공을 배운다는 건 굉장히 고단한 일이다.

노력은 노력대로 들고, 잘못하다간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무기법과 보법, 경신법 위주로 선택했다.

이 세 가지만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이준이 한 행동은 미친 짓.

모든 수업을 커리큘럼에 적은 사람은 학교에 아무도 없었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려면 그 사람이 쓰는 무기나 무공을 잘 다뤄야 한다. 어차피 만류귀종이라, 하나의 무공이 극에 다다르면 다른 무공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느니라.]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커리큘럼을 걷은 여학생에게 자신이 적은 종이를 건넸다.

이준의 커리큘럼을 보더니 여학생.

2학년 5반 반장인 박은비가 그에게 물었다.

“너 이 수업 다 들으려고?”

“응. 문제 있어?”

“이러면 힘들지 않아?”

“다 들어 보고 싶어서.”

이준이 그 말을 한 후 교실을 나갔다.

박은비는 빼곡히 적힌 시간표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세상에. 모든 수업을 다 적어 놨잖아?”

대체 수업을 어떻게 따라가려는지.

좀처럼 이준을 이해하지 못했다.

* * *

한편 이준은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운동장.

권법 수업이 있는 장소였다.

이미 커리큘럼 지를 내고 와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준의 등장에 남학생들은 쭈뼛쭈뼛 자리를 피했다.

‘누가 잡아먹나.’

[크흠. 네 몸에서 상당히 위험한 냄새가 나느니라.]

‘제 몸에서 말입니까?’

[몰랐느냐? 혼원반지로 내력은 숨길 수 있으나, 네 늘어난 살기는 스스로 제어해야 하느니라.]

‘아, 몰랐어요.’

전생에 자신이 강했던 기억이 있나.

죽기 전 힘이 없어 한탄한 적은 있어도 강해서 불편했던 기억은 없었다.

자신이 강해졌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 상태.

살기 같은 본질적인 기운을 숨기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무극자 사부와의 수련으로 거칠어진 기운도 한몫했다.

그러니 남학생들이 자신을 저리 무서워하지.

살기를 숨기려고 노력하는 사이.

학생들은 점점 몰려들었다.

거의 세 개의 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한 듯싶다.

‘권법 수업이 이렇게 인기 있었나?’

잠시 후.

키가 상당히 큰 여자가 운동장으로 왔다.

나이는 스물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보자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이름이… 차경진이었던가?’

B급 각성자로 신력권가의 사람이었다.

가문 내에서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중립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김태형이 아니라 다행이네.’

그에겐 배울 게 없었다.

하지만 차경진은 달랐다.

그녀의 이명 홍련권.

싸움이 이어질수록 권법이 강해지는 걸로 유명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굉장히 학생들을 잘 가르쳤다.

눈높이 교육을 잘한달까.

그녀에게 배운 학생들은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대신 제대로 배우기 전까지 버틴 학생들이 드물었다.

그녀의 교육은 엄청 빡셌다.

이 많은 인원 중 삼분의 이는 나가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번 학기도 인원이 많이 몰렸군요.”

차경진이 학생을 둘러보다가 이준과 눈이 마주쳤다.

슬며시 고개를 까딱이는 차경진.

신력권가의 자제에 대한 예의였다.

딱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학교의 선생과 학생의 관계였다.

“여러분이 배울 무공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십보신권이요!”

“맞아요. 소림의 맥을 이은 신룡사에서 학교에 기부한 무공이에요. 전신은 백보신권. 다들 알고 있죠?”

“예!”

무림 사관 고등학교에는 공통으로 가르치는 무공이 여러 개가 있다.

그중 하나가 십보신권.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적을 타격하는 격공권.

익히기 까다로운 무공인 백보신권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게 난이도를 낮춰 개량한 무공이다.

“여러분은 십보신권을 익힐 겁니다. 각오는 되어 있나요?”

“옙!”

“선생님과 함께라면 죽을 각오도 되어 있어요!”

“그 패기 마음에 들어요. 그러면 기초부터 시작할까요? 다들 절 따라오세요.”

차경진이 자리를 옮겼다.

그녀가 멈춘 곳은 운동장 구령대 앞. 아래에는 창고가 있었다.

창고 문을 열고 안을 가리켰다.

“안쪽에 철환이 있을 거예요. 양 손목에 20kg짜리 철환을 차고 나오세요.”

그녀의 지시에 학생들이 창고로 들어가 각자 착용할 철환을 들고 나왔다.

“윽.”

“이거쯤이야.”

“무시무시한 훈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별거 아니잖아?”

학생들은 일반인이 아닌, 각성자.

20kg짜리 철환을 손목에 착용해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이준의 표정도 저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40kg 더 늘어난다고 달라지겠어?’

이미 50kg짜리 철환을 양 손목, 양 발에 차고 있었다.

그것도 내력을 운용하지 않은 상태로 평소처럼 움직였다.

이게 다 무극자 사부 덕분이다.

[끌끌. 괜찮은 기초 훈련 방법을 선택했구나.]

창고 안에 있는 철환은 자신의 손목에 차인 철환가는 사뭇 달랐다.

가공된 게 아닌, 쇠 그대로의 둥근 고리였다.

나중 되면 시각적인 효과 때문에 더 무거워 보일 텐데.

학생들은 곧 벌어질 일에 대해선 걱정이 없는 표정이었다.

이준은 기존에 차고 있던 철환 위에 20kg짜리 철환을 각각 착용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창고에 나오자.

“다 착용했나요?”

“네.”

학생들이 차경진의 앞에 열을 맞추어 섰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할게요. 다들 마보 자세를 취하세요.”

“선생님. 바로 권법 수련 안 하나요?”

“이게 제 첫 번째 수업이에요. 마보 자세를 통과한 학생만이 저한테 십보신권을 배울 수 있답니다.”

차경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굽히며 투명의자 자세를 취했다.

“그 상태 그대로 두 팔을 앞으로 올리세요. 절대 내공을 운용해선 안 됩니다.”

학생들이 팔을 앞으로 뻗었다.

아직까진 괜찮았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되었을 무렵.

“이, 이거 언제까지 해, 해요? 선생님.”

“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유지할 거예요.”

“헉.”

“팔이… 벌써부터 후들거리는데.”

수업을 시작한 지 고작 40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절대 내공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이, 이러다 다른 수업 못 듣고 뻗겠어.”

“인정….”

학교의 커리큘럼은 단순했다.

오전, 오후 딱 두 개의 시간표만 존재했다.

한 과목 당 수업은 주 2회.

일주일간 총 다섯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 이상 수업에 참가하려면 야간을 들어야한다.

야간을 안 듣고 5개 이상의 수업을 들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담당 선생님이 내준 시험을 통과하는 것뿐.

남은 시간은 자유 시간이었다.

그때 못 들은 수업에 참가하던지.

개인 훈련을 해도 된다.

어디까지나 재능 넘친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

대부분의 학생은 일주일에 5개의 수업을 듣기도 벅찼다.

“서, 선생님 더 이상은….”

쿵.

한두 명씩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주저앉으며 퍼질러진 학생들.

1시간이 지나자 서 있는 학생들은 삼분의 일밖에 남지 않았다.

20분이 더 흘렀다.

악착같이 버티고 있던 학생들도 결국 손을 들었다.

남아 있는 사람은 이준뿐이다.

그의 얼굴은 평상시와 똑같았다.

그렇다고 땀을 흘린 것도 아니었다.

평온 그 자체.

얼굴을 보면 마보 자세 그대로 밥까지 먹을 기세였다.

차경진이 그런 이준을 유심히 보았다.

‘기홍 도련님을 요령으로 이긴 게 아니었어?’

신력권가 내부에선 이기홍이 이준을 너무 얕보다 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차경진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혈족 계승도 못한 삼류 무공을 익힌 이준.

그녀의 상식선으로는 이기홍을 이긴 게 순전히 운이라 여겼다.

그런데 직접 보니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했다.

이 훈련은 이기홍도 소화할 수 있었으니까.

* * *

“와. 저게 사람이야?”

“벌써 3시간째야.”

“어떻게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냐.”

처음엔 언제까지 버티나 흥미롭게 지켜본 학생들이었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오전 수업이 거의 다 끝나갈 때가 되자, 이준을 괴물 쳐다보듯 봤다.

짝!

차경진이 손뼉을 쳤다.

“수업시간 끝났습니다.”

“그만해도 돼요?”

“예. 수고… 하셨어요.”

“더 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이준에게 기본 훈련은 정말 쉬웠다.

무극자에게 받은 지옥 훈련은 자신을 강철 체력으로 만들어 놨다.

차경진이 시킨 훈련은 수련 축에도 끼지 못했다.

“이준 학생은 다음 시간부터 바로 십보신권을 익힐게요.”

“마보 훈련은 더 안하고요?”

“더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학생들도 동의했다.

마보 수련은 이준에게 무의미해 보였다.

괴물 같은 체력과 끈기인데, 뭐 하러 시간 아깝게 마보를 하고 있나.

그 시간에 권법 수련을 하는 게 이득이었다.

학생들은 차경진이 같은 신력권가 출신이라 이준에게 특혜를 준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늘 수련을 해 보고서 느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지옥의 마보 수련이구나.

그만큼 마보 수련은 학생들에게 헬 난이도였다.

고작 1시간 만에 1/3밖에 남지 않은 훈련.

3시간을 버틴 이준에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준 학생처럼 마보 훈련을 견디면 십보신권을 배우게 될 거예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학생은 계속 기본 훈련만 할 겁니다. 아시겠어요?”

선생의 미모만 보고 수업을 들으러 왔던 많은 학생이 지옥 같은 수업에 혀를 내둘렀다.

* * *

다음 권법 수업 날.

학생들은 어김없이 마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땀으로 범벅된 교복.

따로 훈련이라도 했는지, 전 시간보다 꽤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고작 몇 분 더 버티는 게 다였다.

그들과는 달리 이준은 차경진에게 하나의 책을 받았다.

“십보신권의 무공 구결이에요.”

이준이 책을 펴 보며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구결을 보셨다시피 백보신권을 개량했다지만, 아직도 배우기 어려운 무공이에요.”

“그래 보이네요.”

“이건 던전에서 얻은 무공 스킬 북도 아니라, 무공 창에 등록도 되지 않아요. 그래서 구결대로 형을 익혀야 되는 거죠.”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쪽까지 다 훑어본 후 책을 닫았다.

“각오하셔야 될….”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

이준이 마보를 취했다.

“오른쪽 발을 뒤로 빼고.”

정권 찌르기 자세를 취한 이준이 그대로 손을 앞으로 뻗자.

펑-

주먹에서 나온 기류가 공기 중에 펑 터지는 게 아닌가.

보고 있던 차경진이 저도 모르게 놀랐다.

“지, 지금!?”

이준이 한 행동.

구결을 한 번 쓱 보더니 십보신권을 펼쳤다.

무공을 익히는데 실패했으나 가능성이 보였다.

딱 한번 시도를 해 본 것만으로 말이다.

“아고, 아깝다.”

이준은 조금 전 뜬 메시지를 보며 아쉬워했다.

[십보신권을 익히는 데 실패하셨습니다.]

[에잉 쯧. 백보신권도 아니고, 패권보다 한참이나 하위인 무공을 한 번에 못 익힌단 말이냐.]

무극자 사부가 핀잔을 줬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그도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구결을 보고 바로 무공을 사용한다는 건 희대의 천재들만 가능한 이야기.

이준도 그에 해당했다.

무극자는 그가 들리지 않게끔 혼자 중얼거렸다.

[둔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질이 점점 상승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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