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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9화 (9/705)

제9화

‘가문에서 온 전화야. 좀 엿들어 볼까?’

김태형이 양옆을 살피며 전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학교도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급하게 당일 날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네네. 당연히 제가 건의했지요. 그런데 이준이 생각보다 너무 강하게 나서는 바람에 결론이 흐지부지….”

그가 안타까운 음성을 토해 냈다.

수화기 너머에선 어떤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으나.

김태형의 반응 덕에 알 수 있었다.

“후원을 끊다니요. 그건 아니 될 말입니다.”

신력권가에서 김태형에게 지원하는 걸 끊으려는 모양이다.

그뿐이겠는가.

이기홍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으려 할 거다.

운 나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거고.

무식한 가문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후원받는 가문의 눈 밖에 나면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김태형이 간절한 어투로 부탁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내일 있을 등급 측정 때….”

이야기가 꽤 길어지는 걸 보니 가문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자신이 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김태형이 신나게 계획을 말했다.

‘등급 측정이 내일로 바뀌었나 보네.’

개학과 동시에 시작하는 학교의 연례행사.

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들이 열심히 수련했는지 평가하는 날이기도 했다.

‘대화를 엿듣지 못했으면 낭패를 볼 뻔했어.’

더 들어볼 필요도 없어 몸을 돌렸다.

[가문에선 널 왜 이렇게 싫어하는 것이냐. 혈족계승을 못해서라기 보단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밖에서 태어난 자식이라 그럽니다.’

[아버지란 작자의 본처가 문제라는 말이구나.]

‘큰어머니는 제가 꼴 보기 싫을 겁니다. 아버지가 제 어머니를 더 사랑하셨거든요.’

무극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구나. 사랑한 여자의 자식이라면 더 보호해야 마땅할 터. 네 아버지는 널 방관만 하고 있지 않느냐.]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이준이 쓰게 웃었다.

처음에는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뒤늦게 안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더 사랑한 건 가문이었어요. 가문을 위해선 악마에게도 영혼을 팔 사람이죠.’

[그런 인간이 네 아버지라니. 네 팔자도 참 지랄 맞구나.]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이제 혼자 클 힘도 있지 않습니까?’

현생은 전생처럼 머저리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강해져서 위에 군림할 것이다.

자신이 강해지면 가문의 명예는 알아서 시궁창에 박힐 터.

우선은 이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 이 사부만 믿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어머니가 자신만 믿으라는 사람은 절대 믿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크흠. 어디 가서 사기는 안 당할 것 같구나.]

이준이 무극자 사부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복도를 걸었다.

이제 외롭지 않다.

자신의 편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전 생과는 달리.

곁에 무극자란 최고의 사부이자, 친구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 * *

실내 체육관은 1, 2학년들로 북적였다.

등급 측정이 있는 날.

원래는 어제 치러져야 할 일정이 오늘로 미뤄진 것이다.

“쟤가 이기홍을 쓰러트렸대.”

“1학년 후배가 직접 봤단다.”

교복을 풀어 재끼고 껌을 씹어대는 학생들.

그들은 각 학급의 문제아였다.

이기홍과 같은 일진이기도 했다.

“X나 어이없어.”

“이기홍 그 자식 원래 개 약한 거 아니야?”

“싸움 잘한다고 소문만 났지, 정작 싸움하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일진들이 이준을 노골적으로 노려봤다.

탐색전.

자신보다 약한 자를 노릴 때나 하는 행동이었다.

“X발. 그동안 이기홍한테 빌빌 긴 걸 생각하면 열 받네.”

“나도 저 새끼처럼 확 들이박을 걸 그랬나?”

“낄낄. 니 주제에?”

“아쭈, 한판 뜰래? 이참에 서열 확실히 가리자.”

“아서라. 망신당하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일진들이 이기홍을 깎아내리면서 시시덕거렸다.

“야. 내가 쟤 들이박을 생각인데 어떠냐?”

일진 중 한 명인 박호영이 이준을 턱으로 가리켰다.

“네가 먼저해봐. 너 하는 거 보고 다음은 내가 할 테니까.”

“저놈 이기면 너도 스타가 될 걸? 이기홍을 꺾은 이준, 녀석을 꺾은 박호영, 그림 죽이네.”

현재 학교는 이준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새로운 신성이 나타났다는 둥.

이제는 이준이 랭킹 50위가 되었다는 둥.

이기홍을 가볍게 이긴 걸로 봐서는 그보다 순위가 더 높다는 둥.

온 신경이 이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체육관만 해도 이준을 향한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에게 잘 보이거나 친해지려고 말이다.

“오케이. 접수.”

눈이 옆으로 쫙 째진 박호영이 이준의 옆을 지나갔다.

그러면서 어깨에 힘을 빡 줬다.

시비의 정석은 어깨빵이었으니까.

‘이거에 안 걸리는 놈은 없지.’

박호영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비를 걸어서 이준을 이긴다면 일약 스타덤에 오를 거니까.

한껏 꿈으로 부풀어 오른 그가 이준의 어깨를 쳤다.

퍽-

벽에 부딪힌 듯, 뒤로 꼴 보기 싫게 넘어진 박호영이었다.

이준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괜찮냐?”

박호영은 꼴사납게 넘어진 것도 신경 쓰지 못한 채, 입을 떡 벌렸다.

철벽에 부딪힌 건 둘째.

‘무, 무슨 놈의 눈빛이.’

이준의 눈을 쳐다본 순간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여태껏 박호영을 위기의 순간마다 구해준 동물적인 육감이라고 해야 할까.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낙오자가 이런 눈빛을 할 수 있어….’

이준의 눈은 이기홍처럼 흉포하지 않았다.

살벌하지도 않았고.

그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 저 끝 바닥처럼 깊었다.

천 길 낭떠러지가 이럴까.

박호영의 머리에 경종이 울렸다.

그것도 여러 번.

이 육감을 어기면 언제나 안 좋은 꼴을 겪었다.

“…….”

“괜찮냐고 묻잖아.”

“어? 어. 난 괘, 괜찮아.”

이준에게 절대 접근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경고에 박호영이 고개를 위아래로 세차게 끄덕였다.

“조심 좀 하지. 똑바로 쳐다보고 다녀. 나니까 용서해 주는 거야.”

“미, 미안.”

“됐어. 가 봐.”

박호영은 귀신이라도 들린 듯 멍한 표정으로 일진들 곁으로 돌아왔다.

“뭐야. 왜 그냥 돌아와.”

“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 컨디션이 안 좋네.”

“약이라도 처먹었냐. 네가 안 하면 내가 한다?”

“그, 그래. 너부터 해 봐.”

다른 일진이 자신감 있게 나섰다.

그들을 보며 이준이 피식 웃었다.

‘어린놈들이 절 제낄라 하네요.’

또래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정신은 20대 중반이다.

일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속내가 보였다.

이전 생에 수도 없이 겪어 본 일이었으니까.

[널 얼마나 우습게봤으면 그러겠느냐.]

‘이게 다 혼원반지 때문입니다.’

혼원반지로 내력이 감춰진 지금.

자신의 수준은 딱 E급 정도였다.

[홀홀. 네가 얕보인 걸 괜히 본문의 기물을 탓하는구나.]

‘또 봐주면 귀찮게 하겠지요?’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놈들이 있지.]

‘야만스럽게 굳이 때릴 필요 있겠습니까?’

이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극자는 대충 예상을 했다.

[너도 참 악질이구나. 그런 못된 버릇은 또 어디서 배웠는지. 쯧쯧.]

‘무협지에서 다 이러던데요? 흐흐.’

마침 일진이 자신 앞에 섰다.

“야. 네가 이기홍을….”

“꺼져.”

음성에 내공을 잔뜩 담아 말했다.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진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이었다.

[혼원신공의 패시브 스킬인 공포가 발동했습니다.]

일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몸을 덜덜 떨었다.

사시나무 떨 듯 부들거리는 게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

그때였다.

“윽, 지린내.”

이준이 인상을 쓰며 코를 틀어막았다.

일진이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여기까진 자신이 예상한 결과였다.

“끅? 끄으윽.”

일진이 눈깔을 뒤집으며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리는 게 아닌가.

[상대방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기절합니다.]

“어?”

이건 예상 못한 결과였다.

어이없는 얼굴로 기절한 일진을 내려다봤다.

[끌끌. 혼원신공의 기운을 한곳에 집중했으니 기절하지. 제자는 아직도 멀었구나.]

‘목소리에 내기를 소량만 집어넣었습니다만?’

[네가 모르나본데 혼원신공은 모든 무공의 정점에 있다. 소량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느니라.]

한편 이준과 친구의 모습을 지켜본 박호영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내, 내 예감이 맞았어. 이준은 이기홍보다 더 위험한 놈이야.’

몸이 절로 떨렸다.

이기홍이 가니 더한 악마가 왔다.

‘자퇴할까?’

무림 사관 고등학교는 각성자 학교 중 최고로 명문이다.

이곳만 졸업하면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버리고 싶은 만큼 이준이 두렵게 느껴졌다.

박호영을 비롯한 일진들이 경악하고 있을 때.

이준은 쓰러진 일진의 뺨을 찰싹 때리며 깨웠다.

“야. 정신 좀 차려 봐. 내가 뭘 했다고 기절해. 야. 거기. 얘 좀 어떻게 해 봐.”

이준이 박호영을 꼬집으며 말했다.

“저, 저요?”

박호영은 저도 모르는 사이 같은 학년인 이준에게 존댓말을 했다.

“너희들 친구 아니야?”

“모, 모르는 사이인데요?”

“야! 박호영.”

“닥쳐. 난 이제부터 쟤 몰라.”

이준의 기억에 잊혀지고 싶었던 박호영은 쓰러진 일진과 관계를 끊어 버렸다.

대신 다른 일진들이 그를 챙겼다.

“두고 봐.”

“우릴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어!”

이준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일진들에게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그래. 또 보자.”

* * *

웅성웅성.

실내 체육관이 순식간에 시장 바닥이 되었다.

“이준의 기세에 저 일진이 쫀 거야?”

“쩐다.”

“사실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 아닐까?”

“저 실력이 랭킹 50위권이라는 게 말이 돼? 적어도 20위 안으로 잡아야지.”

일진들이 괜히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을까.

저들은 못해도 랭킹 60위 안.

힘 꽤나 쓰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을 기세만으로 기절시킨다는 건 랭커들만 가능했다.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이기홍도 전력으로 상대한 거 맞나?”

“그러게. 들으니까 존나 궁금하다.”

학생들이 떠들고 있는 사이, 안으로 김태형과 선생들이 들어왔다.

“조용!”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각 반 별로 캡슐방 앞으로 가서 줄 서.”

내공이 서린 김태형의 목소리가 체육관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였다.

벽면에 적힌 번호.

그 아래에 캡슐방이 있었다.

“번호 실시!”

“하나.”

“둘.”

“셋.”

……

……

……

“마흔. 번호 끝 이상 없습니다.”

인원 파악을 끝낸 김태형이 조정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1번부터 순서대로 들어와.”

학생들이 서 있는 캡슐방은 임의로 가상의 적을 만들어 훈련하는 최첨단 장비였다.

등급 측정과 3학년이 모의 훈련 때 주로 사용됐다.

김태형은 조정실에 앉으며 아무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불의의 사고가 날 만한 곳은 게이트 말고 이만한 데가 없지.’

조정실에서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일을 벌이기에 안성맞춤.

오늘이야말로 이준을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준이 들어가고 난이도를 올린 후에 제어장치가 고장 난 척 하면 돼.’

기계 과실로 학생이 사망한다?

조정실에 있던 자신도 책임을 면치 못하겠지만, 신력권가의 보복보다는 나았다.

무엇보다 이준은 신력권가의 골칫덩어리.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낙오자.

이번 일로 죽게 되면 신력권가에서 조용히 덮으려고 할 것이다.

어차피 이준은 혈족 계승도 못한 쓰레기였으니까.

김태형은 느긋이 이준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준과 간혹 눈을 마주쳤다.

그때마다 그를 향해 사람 좋게 웃었다.

‘저딴 게 선생이라고.’

이준은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김태형을 보며 똑같이 웃어 주었다.

그의 얼굴에 다 보였다.

‘널 꼭 여기서 죽여 주겠어.’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김태형은 현재 여유 있는 척을 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조급해하고 있었다.

신력권가의 일처리는 무자비했다.

후원인에게 막 퍼주다가도 수틀리면 가차 없이 죽이는 곳이 신력권가다.

일처리 방식이 범죄단체인 사마련과 다를 바 없지만.

15가문 연맹에 속해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15가문 연맹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

그러니 신력권가의 일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잠자코 당해 줄 수 없지.”

김태형은 오늘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거다.

오히려 자신의 명성만 높여 줄 터.

캡슐방에서 죽이겠단 계획을 세운 순간부터 김태형의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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