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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실연의 여파 (60/145)


60화. 실연의 여파
2022.08.27.


나와 나타니엘은 정신없이 황태자궁으로 향했다.

분명 조금 열이 있는 정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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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사람이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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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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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왔……어?”

머뭇거리면서 침대맡에서 일어난 막시밀리안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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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나랑 이야기 좀 해.”

나는 침대에 누워 있는 테레사 곁으로 갔다.

아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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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괜찮아요?”

내 말에 그녀는 힘겹게 눈을 떴다.

눈가에 촉촉하게 맺힌 눈물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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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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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잠깐 열이 오른 것뿐이에요.”

테레사는 그렇게 말하며 막시밀리안의 눈치를 보았다.

그에 나는 막시밀리안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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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에 열이 오른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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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테레사를 걱정하는 사이에 의사가 들어왔다.

우리는 정확한 검진을 위해 잠시 자리를 피해 주었다.

방 밖으로 나온 나는 막시밀리안을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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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를 그만 좀 괴롭힐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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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힌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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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빠의 존재가 테레사에게 해가 되나 보지.”

내 말에 막시밀리안은 울컥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표정만 그럴 뿐 입을 꾹 닫는 것이 다였다.

나는 그를 흘겨보고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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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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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한 감기인 것 같습니다. 며칠 푹 쉬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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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의사의 말에 나는 안도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테레사는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원작의 그 불치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타니엘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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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니엘, 테레사를 좀 봐 줄 수 있어요?”

내 말에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막시밀리안은 불안한지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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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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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큰일 나는 것보다는 낫잖아.”

덮어 놓고 모르는 척해 봤자 나아지는 건 없었다.

그저 시한폭탄을 안고 하루하루 지낼 뿐.

나는 나타니엘이 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나타니엘은 테레사의 이마 위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오다가 사라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곧 빛이 사그라들고, 나타니엘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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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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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을 수 있는 병입니까?”

막시밀리안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였다.

나는 그런 오라버니의 팔뚝을 찰싹 쳤다.

나타니엘은 잠시 우리를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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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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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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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신성력이 갑자기 생겨서 아픈 거 같군.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신성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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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신성력은 치유의 힘인데 어째서 아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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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까지는 나도 모르겠군. 만일 며칠 전에 있었던 제사에서 신성력을 접하지 못했다면 나 역시 이 여자가 무엇 때문에 아픈지 몰랐을 거다.”

뜬금없이 나타난 신성력이 이런 용도로 쓰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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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계시가 헛소리가 아닐지도 몰라.’

나타니엘은 울 것 같은 얼굴의 막시밀리안에게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적당히 힘을 사용하게 하고, 무리하지만 않으면 오히려 지금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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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테레사는 이제 성녀가 되는 건가?”

나타니엘의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가진 힘 때문에 신전에 휘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타니엘의 등장 이후 믿음의 중심이 황실로 옮겨 가는 것을 견제했다.

만일 테레사가 신성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신전으로 끌고 가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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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일은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로 해 두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나타니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막시밀리안은 잠시 테레사를 보다가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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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말 몸에는 아무 이상도 없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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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장담 못 해. 신성력은 소실된 지 오래된 힘이고 관련된 자료는 신전의 사료실에서 보관 중이어서.”

나타니엘이 몇 번이고 자료를 확인하고 싶어서 들어가려 했지만 번번이 막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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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의 사료실이라…….”

그렇게 얼마간 고민에 빠져 있었던 나는 테레사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둘을 데리고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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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회장으로 돌아온 다이애나는 주변을 훑었다.

황태자비가 아주 공을 들여서 꾸민 연회장 내부는 누가 보아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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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하게, 염색하면 자기가 황태자비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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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저도 봤어요. 황후 폐하의 얼굴에 먹칠해도 유분수지, 어쩜 저리 뻔뻔할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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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핏줄이 어디 가겠어요?”

자신을 두고 키득거리는 목소리에 다이애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했다.

다이애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뒷담을 하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한미한 가문의 영애가 아니던가.

다이애나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틈을 노렸다.

그녀가 지금까지 보아 온 황제와 황후는 권태기 부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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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있다.’

황제는 틈만 나면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했고, 황후는 그런 황제의 모습을 도저히 못 보고 먼저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았다.

황제와 연인 사이가 되더라도, 황후의 눈에 걸려 앞날이 막힐 정도로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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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상관없어. 더는 망신당할 체면도 없으니까.’

어차피 이대로면 황후에게 죽임을 당할 텐데,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곧 파티는 절정에 도달했고, 황제의 추파를 보다 못한 황후가 자리를 떴다.

지금이다.

다이애나는 잔에 남은 물약을 모조리 넣고 황제에게 향했다.

그녀는 고개를 당당히 들고, 목소리가 떨리지 않길 바라며 예법에 맞춰서 무릎을 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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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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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다이애나 양.”

황제는 다이애나의 파격적인 변신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곧 그녀의 아름다움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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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연회는 잘 즐기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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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덕분에요.”

다이애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잔을 황제 앞으로 내밀었다.

나타니엘처럼 무시당할까 걱정하던 그녀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황제의 모습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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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홀을 내어주신 폐하를 위하여.”

가볍게 잔을 들어 올린 뒤 다이애나는 천천히 샴페인을 마셨다.

황제는 몇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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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이 가져다주어서 그런가? 아주 맛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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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이라니요.”

다이애나는 빈말이라도 그렇게 말하는 황제에게 희열을 느꼈다.

온종일 당한 모욕이 모조리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황제의 말동무가 되어 이것저것 가십을 이야기하며 책에서 말한 그 장면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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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십 분 정도면 될 거라고 했는데?’

벌써 재미없는 이야기로 대화한 지 한 시간 정도 되어 가고 있었다.

설마 약이 반밖에 들어가지 않아 약효가 없는 건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이애나는 먼저 간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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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늦게라도 폐하와 친분을 나눌 기회를 얻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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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나도 너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매우 즐겁구나.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어.”

황제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다이애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다이애나는 살짝 시선을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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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조만간 고향으로 내려가 보아야 할 것 같아서요. 오라버니 건강도 걱정되고, 아무래도 결혼은 좀 힘들 듯합니다.”

다이애나의 말에 황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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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로반 남작이 큰 벌을 받았지. 허허, 나타니엘이 참 그런 데는 결벽증이 있어서 말이야.”

그가 아무리 황제라지만, 황태자의 판결을 깎아내리거나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가 약한 나타니엘의 처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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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다니 그건 좀 아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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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황후 폐하께서 제가 궁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을 정해 주셔서요. 사실, 그래서 폐하께서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다이애나는 그렇게 말하며 은근하게 황제의 손을 쥐었다.

황제는 잠시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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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나?’

다이애나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황후가 아니라 황제에게 목이 잘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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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그럼 내가 머물 곳을 마련해 주면 되겠나?”

황제는 약간 멍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다이애나는 환호를 지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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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리고 제 주변에 절 지킬 사람을 배치해 주세요. 황후 폐하가 너무 무서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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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밀리아가 한 성격 하지. 좋아, 내 그리하도록 하지.”

어쩐지 황제, 필립스는 살짝 들떠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이애나에게 오늘 밤부터 당장 머물 수 있는 타운 하우스를 구해 주겠다고 하며 시종장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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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이디에게 그 타운 하우스를 내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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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타운 하우스를 말입니까?”

시종장은 양 볼이 상기된 다이애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가 말한 타운 하우스는 황후인 밀리아가 전 황후를 피해 도피 생활을 시작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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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도 곧 험한 꼴을 당하겠군.’

밀리아가 황후가 된 이후에도 황제는 그 타운 하우스를 꾸준히 사용했다.

그곳에 들어간 수많은 정부는 황후의 서슬 퍼런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황제는 정부에게 질리면 황후에게 은근히 그 사실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고, 황후의 질투 때문에 벌어진 비극으로 치부했다.

시종장은 기뻐하는 다이애나를 뒤에 두고 자리를 떴다.

* *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확제가 끝났다.

나와 나타니엘은 그간 정신없이 바빴던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겨울 계획을 세워야 했다.

나타니엘은 편지를 받고는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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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좀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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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요?”

나는 나타니엘이 새끼 용으로 변했을 때 입을 스웨터를 뜨며 물었다.

그는 못마땅한 얼굴로 빨간색 스웨터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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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황실에서 관리하는 숲에 마물이 산다고 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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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그때 나타니엘이 다 잡았잖아요.”

내 말에 나타니엘은 입을 꾹 닫았다. 표정을 보니 말하기 곤란한 내용인 듯 미간이 구겨져 있었다.

나는 보채지 않고 그가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아주 극비가 아닌 이상 언젠가는 그가 말해 줄 거라 믿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우리는 되도록 대화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나타니엘도 이제는 꽤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했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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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곳에서 다른 마물도 보았지만, 놓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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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쳤어요? 어쩌다가요?”

나타니엘 정도 되는 실력자가 그렇게 쉽게 놓쳤을 리가 없었다.

혹시 어마어마한 마물이 숨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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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내가 놓아준 거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마물을 놓아주었다니?

야생 동물도 아니고, 사람을 해치는 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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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가족이 살고 있더군, 그 숲에. 새끼와 부인도 있었다.”

나타니엘은 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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