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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고백, 그 후 (56/145)


56화. 고백, 그 후
2022.08.13.


정적이 흘렀다.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던 나타니엘은 가만히 날 내려다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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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괜히 나만 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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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 반응이 없지?’

눈만 깜빡거리던 그의 얼굴이 곧 무너졌다.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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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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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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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날 싫어하는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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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했으면 결혼 안 했죠.”

한 발짝 가까워진 그가 날 꽉 끌어안았다. 이내 살짝 몸을 들어 올리고는 더 깊이 몸을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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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 다행이다.”

날 내려놓고 내 얼굴을 다시 확인한다. 사르륵 눈이 접히면서 화사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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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싫어하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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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요.”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든 지금의 우리가 행복하길 원했다.

그러니 더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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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수확제가 다가왔다.

사람의 노동력을 갈아 넣으면 단기간 내에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스스로 깨달았다.

수확제는 교황이 지휘하는 제사로 시작된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몸을 정갈히 하고 제사에 어울리는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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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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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타니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복을 입은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수확제가 열리는 대신전으로 향했다.

크고 화려한 마차인 만큼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다.

내 옆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나타니엘 때문에 좀 불편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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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좀 떨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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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그가 단박에 표현하자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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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달라붙는 건데요, 대체? 남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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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는데.”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며 나는 힘겹게 웃었다.

나타니엘이 인간관계 상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당한, 사실상 학대에 가까운 방치 탓이었다.

황제가 될 수 있는 소양 교육은 충실히 받았지만, 정서적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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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알려 주는 건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꽤 귀엽달까.

콩깍지가 씌다 못해 눈이 멀어 버린 기분이다.

나는 손을 올려 내 어깨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고 있는 나타니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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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는지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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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니엘은 잠시 침묵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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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지만, 그대는 너무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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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에도 말했지만, 전 아주 평범한 축에 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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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을 남들의 반도 못 돌았잖아.”

며칠 전, 나타니엘의 손에 이끌려 운동을 강요받았다.

싫다고 도망치려는 걸 끝까지 쫓아오는 탓에 결국 연무장에 끌려갔다.

나타니엘이 가벼운 조깅을 하자면서 살살 꼬드기는 통에, 그와 먹은 야식으로 찐 살도 뺄 겸 살짝 뛰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한 바퀴를 뛰고 탈진한 것이다. 나타니엘이 주변에 결계를 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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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날 무리해서 그런 거라고요.”

나는 적당한 변명거리를 꺼냈다.

나타니엘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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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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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고작 제를 보러 가는 것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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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적이 많아. 황후도 날 경계하지만, 신전 사람들도 내게 그렇게 호의적인 편은 아니라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무려 수백 년 만에 태어난 고대 용의 핏줄인데 경계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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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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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존재를 세워 놓고 돈을 받으며 먹고살았는데, 진짜에 가까운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나? 내가 태어나고 헌금이 반 이상 줄었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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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것참 세속적인 포인트네요.”

나타니엘의 말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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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전 사람들이 절 어떻게 할까 봐 걱정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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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도 있고.”

본인도 말하고 부끄러운 건지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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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신전은 별로 마음이 가는 곳은 아니다. 거기에 그대를 데려가는 게 마음에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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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도 많은데 설마 절 어쩌겠어요.”

상식적으로 제이나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맘속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듯 보였다. 신전에 가까이 갈수록 그는 더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약속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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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나타니엘 바로 옆에만 붙어 있을게요. 그럼 되었죠?”

나타니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의 뺨에 입을 살짝 맞추고 손을 꼭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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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니엘이 절 지켜 줄 거니까,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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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언가가 생각난 듯 그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나는 뭘 하려는 건지 궁금해 그냥 두고 보았다.

그의 손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이다가 내 손으로 흡수되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아무 느낌도 없어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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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보호 마법이다. 손목 근처에 마력을 넣어 두었으니 급할 때 손을 내밀고 보호막의 형태를 떠올리면 발동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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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그가 나를 이 정도로 걱정할 줄 몰랐다. 괜히 미안해졌다.

내가 체력이 저질인 건 그냥 운동하기 싫어서 이렇게 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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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운동을 좀 해야겠다.’

그가 안심하길 바라며 나는 일부러 나타니엘에게 활짝 웃어 주었다.

곧 마차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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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나 보군.”

나타니엘은 제이나의 입술이 닿았던 뺨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가 먼저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내린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단숨에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하는 것이 느껴졌다.

숨이 막힐 정도로 따가운 시선에도 나타니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걸었다.

나타니엘의 뻔뻔함의 기원을 알 것 같았다.

이런 시선 속에서 살아가려면 얼굴이 두꺼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제단의 가장 가까운 쪽으로 향했다.

이미 황제와 황후, 그리고 헨리와 아나이스까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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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태양과 달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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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둘 다 왔구나.”

황제는 여느 때처럼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헨리는 귀엽게 손을 흔들었고, 그 뒤에서 아나이스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오직 황후만 돌아보지도 않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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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니엘은 오늘 고생 좀 하고. 제이나 넌 여기에 앉거라.”

황제는 그런 황후를 모르는 척 싱글벙글 웃으며 내 자리를 지정해 주었다.

황제의 왼편은 사실상 나타니엘의 자리였다.

밀리아의 눈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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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녀올게.”

나타니엘은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제단 뒤쪽으로 향했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 내 얼굴을 확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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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아주 사이가 좋구나.”

황제는 자신이 붙여 놓은 둘이 서로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밝은 황제와는 달리 밀리아의 낯빛은 영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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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 신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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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래. 부인, 우리도 저럴 때가 있지 않았소?”

필립스는 황후의 옆구리를 쿡 찔렀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신혼 생활은 없었다.

황제의 아이를 배고, 전 황후와 그 가문의 눈을 피해 숨기에 바빴을 뿐.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우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연명했던 기억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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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참 좋았지. 내가 말이야, 황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정확히 말하면 선황후의 눈을 피해서 바람을 피운 것이었지만.

옆에 서 있던 밀리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는 없는 듯 보였다.

나는 떨떠름한 마음은 숨기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기 위해 안면 근육을 최대한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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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나타니엘은 나를 닮았지. 네 마음을 얻으려 저 녀석이 하는 짓을 보면 내가 알던 아들 같지 않아.”

너털웃음을 짓던 황제는 뒤를 돌아 헨리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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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느냐, 헨리. 너도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아비나 형님처럼 순정을 다해야 한다.”

황후는 짜증이 치솟는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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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절대 폐하를 닮으면 안 된다고 하셨는걸요? 다른 건 몰라도 레이디를 대하는 건 특히요.”

순진한 얼굴로 말하는 헨리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기 위해 슬픈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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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든 연회장이 무너진다. 나타니엘이 밥 먹기 싫다고 상을 다 엎어 버렸다.’

필사의 노력으로 나는 우아한 표정을 유지했다.

황제는 어색하게 웃으며 정면을 바라보았고,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황후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제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각 지방에서 올라온 온갖 특산품이 제단 위에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결혼식을 주례해 준 대사제가 엄숙한 얼굴로 나타나서 연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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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풍요로움 속에서…….”

길고 지루한 연설이었다.

대충 우리가 이 풍요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신전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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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헌금 좀 내달라는 뜻이잖아?’

너무 노골적인 요구에 당황했다.

그래도 종교 집단인데 이게 말이나 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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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똑같구나.’

전생에서 본 익숙한 모습에 혀를 차며 주변을 살폈다. 역시나 다들 심드렁한 얼굴로 연설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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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부터 위대한 용, 크로노르무께 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길고 우아했던 구걸이 끝나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하얀 사제복을 입은 나타니엘이 긴 옷자락을 끌고 제단으로 향했다.

하얗고 맑은 피부에 근엄한 표정의 그에게서는 신성함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내게서 떨어지기 싫다고 찰싹 달라붙어 있던 남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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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귀찮아 보이기도 하고.’

그는 무심한 얼굴로 손에 든 홀에 마력을 밀어 넣었다.

화려한 홀의 끝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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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엄청 화려하네.”

나는 멍하니 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평소에도 이렇게 화려했던가?

매번 참석해서 졸기만 했는지, 작년 수확제에서 나타니엘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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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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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시여.”

역시 나만 놀란 게 아닌가 보다.

사제들은 무릎을 꿇고 나타니엘을 바라보았다.

나타니엘 역시 당황했는지 처음으로 표정이 변했다.

심드렁했던 귀족들마저 감탄 어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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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을 바꾸어라, 외부자여.

순간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강렬하게 내리꽂혔다.

주변을 살폈지만 다들 나타니엘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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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만 들린 거야?’

그 뒤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찬란하던 빛도 곧 사라졌다.

나타니엘은 곧 엄숙한 얼굴로 홀을 내렸다.

딱 그다운 마무리였다.

모두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 그는 유유히 단상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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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방금 뭔가?”

황제는 뒤늦게 대사제를 붙들고 물었다.

그는 감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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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서 자신의 존재를 보여 주신 겁니다.”

대사제의 얼굴에 환희가 차올랐다.

그는 잔뜩 흥분해서 사제들을 불러 모았다.

이 일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기도문을 외고, 절을 하는 사제들은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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