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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널 지켜 줄 마법 (48/145)


48화. 널 지켜 줄 마법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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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 전하, 일어나셨……어요.”

문을 두들기며 들어온 하녀가 말을 멈추었다가 겨우 인사를 마쳤다.

나는 잠을 자지 못해 흉흉한 얼굴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지금 잘못 건드리면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물론 그 ‘누구’에 나타니엘도 포함되어 있었다.

며칠 간의 불면으로 반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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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좀 가져다줄래. 얼음 좀 넣어서, 아주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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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기뻐하는 표정이 완연한 하녀가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아파 오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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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며칠째 외박을 해?’

첫날은 그냥 새끼 용으로 변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새끼 용이라지만, 나타니엘은 기본적으로 마법사였다.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란 소리였다.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건 분명 다른 이유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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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전하, 물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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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려놓고 나가거라.”

나는 단숨에 얼음물을 삼켰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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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만두나 봐.”

얼음을 으득, 부수며 나는 반쯤 열려 있는 창문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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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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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윽.”

늦은 밤, 나타니엘은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헨리가 침대에 얼굴을 묻은 채로 등을 들썩이고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헨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등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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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

그는 위로에 서툴렀다. 상냥한 말도,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도 몰랐다.

그가 해 줄 수 있는 건 헨리가 다시 잠들 때까지 오랫동안 등을 두들겨 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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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난 거지.’

헨리의 방에서 보낸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러나 잔뜩 풀이 죽은 헨리를 두고 가자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노는 황후가 다음 날 치워 버렸다.

그날 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뚝뚝 눈물만 흘렸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지만, 밤마다 발작하듯 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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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님.”

퉁퉁 부은 헨리의 파란 눈이 나타니엘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말이 없던 아이는 천천히 고통이 가득 밴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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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머니는 절 사랑한다면서 이렇게 괴롭게 만드시는 걸까요.”

헨리의 말에 나타니엘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짜 사랑은 아닐 것이다.

그에게 사과하며 우는 황후의 모습은 거짓처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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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네게서 보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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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제가 형님보다 훨씬 똑똑하기를 바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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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네가 아니지.]

나타니엘의 어머니는 그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저 용의 화신, 혹은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도 그랬다.

어떤 이들은 나타니엘에게서 용의 후예를, 어떤 이들은 비정상적인 힘을 가진 미친 황태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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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제가 형님처럼 똑똑해지면 어머니가 절 더 사랑해 주실까요?”

헨리의 말에 나타니엘은 숨이 턱 막혔다.

자신 역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아니면 완벽한 용이었다면 이 인간도 신도 아닌 소외된 감정을 이겨 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마법처럼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을 만났다.

자신을 신성하게 여기지도 않았고, 자신의 권위에 기대려 하지도 않았다.

첫 만남에서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다던 제이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나타니엘’로 대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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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헨리의 얼굴에 짙은 우울감이 드리워졌다.

나타니엘은 그의 결 좋은 고수머리를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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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널 있는 그대로 좋아해 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다. 넌 그때까지 너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 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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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확실했다.

헨리는 배시시 웃으며 제 앞에 있는 작은 새끼 용을 꼭 끌어안았다.

스킨십을 싫어하는 용은 날개를 몇 번 파닥이더니 곧 가만히 끌어안아 주었다.

딱딱한 껍질도, 차가운 체온도 모두 위로가 되었다.

헨리는 용을 놓아주고는 꾸벅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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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돌봐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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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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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돌아가셔도 돼요.”

무언가 더 말하려던 나타니엘은 곧 입을 다물었다.

그가 여기서 용의 모습으로 헨리를 도와줄 방법은 없었다.

고민하던 나타니엘은 큰 결심을 하고 헨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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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밀을 알려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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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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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는 누워 있는 헨리의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조용히 마법을 걸어 그의 몸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맞더라도 덜 아프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호막을 씌워 주었다.

폭력은 한 번이 쉬웠다.

어쩌면 이게 시작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나타니엘은 고통스러움을 숨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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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하면 네 형을 찾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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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형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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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래 봐도 내가 용이 아니더냐. 미리 말해 둘 테니 가서 도와달라 하면 분명 도와줄 거다.]

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을 열어 주었다.

어느새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창가에 올라선 나타니엘은 다시 한번 헨리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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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널 있는 그대로 봐 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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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나타니엘은 그에게 손을 흔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당장 제이나가 보고 싶었다.

열심히 날아서 침실에 도착한 나타니엘은 살짝 열려 있는 창문 앞에서 망설였다.

당장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제이나가 화가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창문에 붙어서 안쪽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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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군.’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나타니엘은 안심하며 창문 안으로 들어갔다.

빨리 침대에 누워서 제대로 쉬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가 몸을 덥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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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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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

놀란 나타니엘은 팔다리와 날개를 파닥거리며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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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며칠이나 외박을 해요?”

제이나의 목소리였다.

몸을 휙 뒤집어서 마주친 녹색 눈에 걱정이 그득했다. 괜히 양심에 찔렸다.

나타니엘은 고개를 돌려 제이나의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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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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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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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삐악거려요. 평소에는 잘도 공중에 글씨를 써 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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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나는 나타니엘에게 한참을 연설하며 혼을 냈다.

나타니엘은 새삼 제이나가 새롭게 보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표정들이 그녀의 감정을 생생하게 투영했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어 기뻐서 제이나가 하는 잔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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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니엘?”

그래서일까?

긴장이 풀렸는지 자꾸만 눈이 감겼다.

지금 자면 분명 제이나가 화를 낼 텐데…….

새끼 용은 짧은 다리를 움직여 제이나의 무릎에 고개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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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갑자기 이렇게 귀엽게 굴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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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

대답하는 것도 힘들었다.

길고 피곤한 나날이었다.

헨리의 괴로운 일상을 보는 것이 마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아서 고통스러웠다.

그를 도울 만한 뚜렷한 방법도 없다는 것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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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에게 말을 해야 하는데…….’

뺨을 타고 올라오는 온기에 마침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등을 토닥이는 제이나의 손길을 느끼며 나타니엘은 서서히 잠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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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화를 낼 수도 없고.”

나는 내 무릎 위에서 자고 있는 나타니엘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동안 가출 아닌 가출을 해 혼을 내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나타니엘은 이상하게 피곤해 보였다.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구석에 몰려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차마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나는 그가 푹 쉴 수 있도록 오랫동안 등을 두들겨 주었다.

나타니엘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정확히는 잠에 취한 그를 내가 억지로 깨운 것이었다.

반쯤 눈이 감긴 그를 번쩍 들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앞에는 부드러운 스크램블드에그와 과일들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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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식사부터 해요. 오늘 한 끼도 안 먹었죠?”

고개를 저으려던 나타니엘을 배신한 배가 꼬르륵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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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도 끼니는 채우고 자야죠. 자, 입 벌려요.”

나는 그런 나타니엘을 비웃으며 수저로 스크램블드에그를 떠서 입 앞에 들이밀었다.

고소한 향기에 굴복한 나타니엘이 입을 벌렸다.

한 입 먹고 나자 허기가 들었는지 입을 벌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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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여워.’

이 정도면 콩깍지도 심각한 콩깍지인데.

그래도 귀여운 걸 어쩌나.

일단 배부르게 먹이고 혼을 내줄 생각으로 나는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배부르게 먹이고 나자 나타니엘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좀 심했다고 느끼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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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전에 말없이 외박은 안 돼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치를 보며 몸을 웅크린 모습이 귀여워서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아직 봐주기에는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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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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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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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것 같지 않던데요.”

나타니엘은 힐끔 내 눈치를 보았다.

갑자기 불안감이 꿈틀거렸다.

그의 모습에서 익숙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과거 윈터스 공작 부인이었던 어머니가 정부들과 놀아날 때 늘 그런 태도를 보였으니까.

그럴 때면 나와 오라버니는 후폭풍을 피해 부모님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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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뭐 하고 온 건데요.”

잠시 망설이던 나타니엘이 짧은 양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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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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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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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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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걸 왜 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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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서…….]

어처구니없는 나타니엘의 말에 나는 몸에 힘을 쭉 뺐다.

괜히 그를 의심한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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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쩌다가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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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좀 길다.]

식사를 마친 나타니엘의 입에 디저트까지 넣어 준 나는 그를 번쩍 안아서 침대 위에 올려 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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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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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암. 네. 누구 씨 덕분에 저도 며칠 잠을 설쳐서요.”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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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는 자고 일어나서 들어도 되죠?”

나타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종종거리며 걸어서 내 머리맡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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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나타니엘.”

멀리서 삐이,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빠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 * *

금방 잠이 든 제이나와 달리 나타니엘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는 새근거리는 제이나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안도감을 주었다.

그녀가 자신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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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가.’

언젠가 그를 돌봐 주던 유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인간으로 이 땅에 남아 있기를 바라며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나타니엘은 그녀 역시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저 어머니의 명을 따라 마지 못해 자신을 돌봐 주던 것이 아니라.

기분이 이상했다.

그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을 뿐인데,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타니엘은 한참을 제이나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잠이 들었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바람이 둘을 간지럽히며 살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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