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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귀신도 아니고 (30/145)


30화. 귀신도 아니고
2022.05.14.


테레사는 밤이 늦도록 눈을 뜨지 못했다.

나는 카시안에게 테레사가 정신을 차리면 함께 가라고 방을 내어주었다.

나타니엘은 그로반 남작을 마차에 실어 남작저로 돌려보냈다.

길고 험난했던 하루가 드디어 끝이 났다.

나는 먼저 씻고 침대에 기어 올라갔다.

파란만장했던 오늘 하루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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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테레사는 막시밀리안과 함께 오늘 열린 연회에 참석했었다.

그리고 아나이스와 막시밀리안을 이어 주려던 황후 때문에 몹쓸 짓을 당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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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타니엘이 도와주었지.’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원작을 바꿨기 때문에 아나이스와 막시밀리안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이번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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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주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어.’

이번에는 도와준 사람만 달라졌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막시밀리안과 테레사는 어차피 파혼할 사이였다.

그리고 아나이스 황녀와 막시밀리안도 결국 결혼까지는 가지 못했다.

시기의 차이였을 뿐, 막시밀리안은 후회하며 테레사에게 매달렸으니까.

그리고 나타니엘이 사냥 대회에서 용의 모습으로 변한 것, 그리고 오늘 테레사에게 벌어진 사건까지.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테레사가 불치병에 걸려서 죽을까 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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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이제 막 씻고 나온 나타니엘이 서 있었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며 나타니엘이 침대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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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는 용이 되어서 제국을 떠나 버렸지.’

테레사가 죽고 난 뒤, 인세에 미련이 사라진 나타니엘은 인간의 모습을 버렸다.

동쪽 바다를 건너는 모습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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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원작에서 벌어진 중요한 일들이 모두 진행되는 건 아니겠지?’

테레사가 죽고, 나타니엘은 대륙을 떠나고, 막시밀리안은 폐인이 되는 엔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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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갑자기 붉은 눈이 가까워졌다.

나는 혹여나 놓칠까 봐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모두 떠나고 혼자 남겨질 것 같았다.

씁쓸함과 공포가 동시에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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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눈앞에 걱정이 가득한 나타니엘의 붉은 눈이 들어왔다. 어쩐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빙의하고 나서 오랫동안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은 나타니엘이었다.

이 생에서 정말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이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날 두고 사라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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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일 때문에 그런 건가?”

나타니엘은 내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나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댄 채로 눈을 감았다.

커다란 손의 온기, 고른 숨소리와 익숙해진 체향에 불안에 술렁이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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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이렇게 있어 주세요.”

다행히 나타니엘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마치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위로하듯 등을 토닥여 주었다.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손길은 알고 있던 것보다 따뜻했다.

조금 어리광을 부리듯 품을 파고들자 그의 몸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 같았다면 물러섰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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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어리광이라고 놀려도 좋으니 좀 더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행히 나타니엘은 날 밀어내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의 체온을 나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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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 고개를 못 들겠어.’

민망함에 나는 슬금슬금 그에게서 멀어졌다.

아니, 멀어지려 했다.

나타니엘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탓에 뒤로 나동그라져서 침대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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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그는 잠깐 나를 보더니 도와주지도 않고 몸을 돌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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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 아침에 보지.”

총총, 방을 나가는 그의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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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회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황후는 무거운 옷과 장식을 벗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늘 황제에게 사실상 용서를 받았음에도 그랬다.

종일 패배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준비된 술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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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말도 안 돼.”

그녀는 드디어 이 불쾌함의 이유를 알아냈다.

밀리아의 머릿속에는 오늘 낮에 보았던 황태자 부부의 모습이 계속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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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황태자가 자기 부인을 챙길 줄이야.’

믿을 수가 없었다.

사회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나타니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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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다르다, 이건가.”

나타니엘은 병적으로 사람들을 멀리했다.

그에게는 스승도 없었고, 친구도 없었다.

가까이 지낸 이라곤 고작해야 어렸을 때 그를 잠깐 돌본 유모가 다였다.

어쩌면 억지로라도 여자를 가까이해 보니 마음에 들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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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게 말도 안 되지.”

역시 지아비를 닮았구나, 라고 황후는 제멋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오늘 다정히 손을 잡고 연회장을 누비는 둘의 모습에서 과거를 떠올렸다.

황제가 아직 황태자였고, 자신이 아직 정부였을 때의 모습을.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는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언제나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귀족들은 입을 모아 아름다운 황태자와 황태자비를 찬양했다.

마치 밀리아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굴면서.

뿌득, 이가 갈렸다.

그간 덮어 두었던 저열한 감정들과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그녀를 덮쳤다.

황태자였던 제 정인의 마음이 변할까 걱정했던 날들.

아이를 낳고도 인정받지 못했던 순간.

목숨을 위협당하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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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제이나를 볼 때마다 자꾸만 죽은 황후가 떠올랐다.

황후는 운이 좋아 어려움도 없이 축복받은 결혼을 한 제이나가 미웠다.

자신은 그 지옥 같은 시절을 겪고 나서야 궁에 입성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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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이 황궁 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느껴야지.”

밀리아는 단숨에 잔을 비웠다.

사이가 좋아 보이는 둘의 모습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느새 둘의 모습이 황제와 죽은 황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옆에 선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얼마나 울었는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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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마음껏 즐겨 보라 해. 그 행복은 곧 시궁창에 처박히게 될 테니까.”

나타니엘의 옆에 다른 여자를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며 괴로워하는 제이나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 상처를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갈 곳을 잃은 복수심이 그녀를 불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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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며칠 뒤, 카시안과 테레사가 찾아왔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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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오는 데 힘들진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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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요. 보내 준 마차가 아니었다면 아마 올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날 이후, 테레사는 혼자서는 절대 밖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밖에 나오는 것도 꺼려서 나는 일부러 황실 마차를 테레사에게 보내 주었다.

카시안을 부른 이유도, 테레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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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그로반 남작가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나요?”

내 물음에 테레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일이 떠올랐는지 테레사는 옷자락을 꼬옥 쥐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날 그로반 남작을 더 철저하게 밟아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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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로반 남작가의 핏줄이 끊겼다는 소문이 아주 빠르게 돌더라고요.”

카시안은 싱긋 웃으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모두 나와 카시안의 합작품이었다.

이런 추문이 돌면 어느 가문이든 명예가 추락하기 마련이다.

이미 그로반 남작은 천하의 형편없는 쓰레기가 되어 사교계에서 매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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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동생이 조금 안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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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카시안의 말로는 아직 결혼 못 한 여동생이 하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로반 남작가가 사교계에서 거의 추방당한 터라 혼삿길이 막혔다는 게 문제였다.

조금 안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보다 내 옆에서 불안해하는 테레사가 더 소중하니까.

나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테레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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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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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운이 좋았어요. 그런데…….”

테레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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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날 날 도와준 사람 말이에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나와 카시안은 몰래 눈빛을 교환했다.

테레사는 자신이 도와준 남자가 막시밀리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정신을 잃기 전 누군가를 보았지만, 그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와 카시안은 테레사에게 진실을 말하는 걸 망설였다.

막시밀리안이 도와주었다고 하면 그녀가 흔들릴까 봐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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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안이 도와줬어, 테레사.”

내가 머뭇거리자 카시안이 대신 대답했다.

뜻밖의 이름에 테레사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차분해졌다.

그녀는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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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날 제가 본 게 환상이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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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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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그를 너무 그리워해서 환상이 나타난 줄 알았어요.”

얕고 긴 한숨.

테레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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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그에게 더 매달릴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웃는 테레사는 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 막시밀리안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따뜻한 차를 마시던 나는 문득, 어째서 테레사가 거기에 혼자 있었는지 궁금했다.

분명 그 전까지는 드미트리 백작과 함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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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드미트리 백작하고는 어떻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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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카시안과 테레사 모두 멍청한 얼굴로 날 보았다.

나는 다시 정확히 백작의 이름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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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백작이요. 그날 테레사랑 계속 같이 있었던 것 아니에요?”

테레사의 얼굴이 잠시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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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백작님이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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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날, 둘이서 같이 춤도 추었잖아요.”

나는 동의를 구하듯 카시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카시안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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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셔도 소용없어요. 저도 모르는 사람 이름을 대면 어떻게 해요.”

카시안은 심각한 얼굴로 날 보았다.

나는 횡설수설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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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드미트리 백작이랑 춤도 두 번이나 같이 추었잖아. 둘이서 서신도 나눴고. 카시안은 나랑 그 사람에 대해 얘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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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전하,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죠?”

테레사와 카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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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마치 나를 모두가 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카시안과 테레사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입을 꾹 닫아야만 했다.

그들을 돌려보낸 뒤 나는 서재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지난 연회에 초대장을 보낸 귀족들의 목록을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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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없다고.”

하지만 목록에 드미트리 백작의 이름은 없었다.

나는 서재를 뒤져 제국의 귀족 명부를 찾아냈다.

제국에 있는 모든 귀족의 계보가 적혀 있는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다급했다.

마침내 ‘D’ 챕터에 다다랐고, 나는 신중하게 이름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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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귀신도 아니고.”

등골이 오싹했다.

이 책에도 드미트리 백작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만났던 사람은 대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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