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아픈 사람과 함께한 사냥 대회 (23/145)


23화. 아픈 사람과 함께한 사냥 대회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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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냥 대회의 아침이 밝았다.

‘친목 도모’라는 목적이 무색할 정도로 황가의 사람들 사이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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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좀 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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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표정이 뭐가 어때서.”

나는 거울을 들어 나타니엘에게 그의 얼굴을 보여 주고 싶었다.

지금 그는 짜증이 잔뜩 난 듯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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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화난 표정이거든요. 그러다가 황후 폐하께서 한마디 하시겠어요.”

황후는 몇 주간의 근신 처분이라는 가벼운 벌을 받고 오늘 행사에 참석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끝나 버리니 입 안이 썼다.

이쪽을 노려보는 황후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나타니엘의 옆구리를 쿡 찔렀고, 그는 입술을 닫은 채로 미간을 펴려 노력은 했다.

그 모습이 가상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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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당 떨어질 때 먹으려고 아낀 거지만.’

나는 나타니엘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사탕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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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잠깐만요.”

나는 손짓으로 저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는 나타니엘을 불렀다.

그는 허리를 굽혀 몸을 숙였다.

나타니엘의 체향이 가까워지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완벽한 콧날과 살짝 튀어나온 도톰한 입술에 눈길이 갔다.

게다가 그의 투명할 정도로 맑은 두 눈이 오롯이 나를 담고 있었다.

겉모습은 정말 완벽한데…….

나는 아쉬워하며 그의 입에 사탕을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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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먹고 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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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인 줄 아나?”

애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새끼 용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긋방긋 웃어 주었다.

상큼한 레몬 사탕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미간에 있던 주름이 옅어졌다.

길고 지루한 황제의 연설이 끝나고, 드디어 사냥 대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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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조그마한 고수머리의 아이가 달려와 나타니엘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헨리 황자였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데, 형인 나타니엘이 참석한다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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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황태자비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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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헨리 전하.”

나는 발랄하게 인사하는 헨리를 향해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나마 이 성에서 가장 순수한 아이라 마음이 갔다. 오늘따라 구불거리는 금발이 빛을 받아 더 예쁘게 빛났다. 맑고 푸른 눈이 반짝거리는 게 꼭 천사처럼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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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묘하게 나타니엘을 닮았단 말이지.’

헨리는 나타니엘의 긴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 조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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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도 이번 대회에 나가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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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헨리 황자는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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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형님이 1등을 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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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자신만만하게 웃던 나타니엘이 갑자기 큰 소리로 기침을 했다.

마치 버퍼링이 걸린 영상처럼 가만히 서 있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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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어머니께서 널 찾으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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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 그럼 빨리 숨으러 가 볼게요. 형님, 꼭 1등 하셔야 합니다.”

도도도 뛰어가는 뒷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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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님은 언제 봬도 귀여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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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답이 없는 나타니엘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대체 뭐가 문제이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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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대체 왜…….”

올려다본 나타니엘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뺨도 좀 빨간 거 같고, 숨도 평소보다 거칠어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손을 뻗어 그의 뺨에 가져다 댔다.

손바닥 안쪽에 닿은 부드러운 볼이 서늘했던 평소와 달리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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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나타니엘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역시나 몸이 안 좋은지 휘청거렸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몸을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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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니엘,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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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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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잖아요. 식은땀도 흘리고, 세상에…….”

나타니엘은 느리게 눈을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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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프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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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예요, 한 번도 안 아파 본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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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아파 본 적 없다.”

나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긴, 그는 절대적인 존재에 가까운 남자니까 앓아 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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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오늘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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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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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으려면 쉬어야 해요. 제가 폐하께 말씀드릴 테니 오늘은 푹 쉬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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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오늘 일정은 끝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게으른 그답지 않은 고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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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몸으로 어떻게 말을 타고 사냥을 한다는 거예요. 나타니엘, 감기를 우습게 보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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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경기에서 빠지면 분명 황후가 이 일을 빌미 삼아 공격할 거다. 그게 더 귀찮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보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에게 잠깐 기다리라 하고, 몸을 풀고 있는 우리 가문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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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제이나. 어쩐 일이야.”

이런 데에는 영 관심이 없는 아버지는 관전하러 오신 건지 옷차림이 화려했다.

나는 아버지를 불러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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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고 온 연금술사가 혹시 해열제를 갖고 있는지 좀 물어봐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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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 혹시 몰라서 갖고는 왔을 텐데. 어디 아프냐? 감히 아픈 내 딸을 이딴 자리에 끌고 와?”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황제에게 따지러 갈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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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거 아니에요. 일단 빨리 줘 보세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위아래로 훑은 아버지는 곧 약을 가져다주었다.

고약한 냄새와 맛의 약이었지만, 우리 가문의 비약이었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빠르게 나타니엘에게 돌아왔다.

물까지 챙겨서 그의 앞에 서서 약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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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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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에요. 빨리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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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독약이 아니라?”

그래, 독약 같은 비주얼에 독약 같은 냄새와 맛이긴 하지.

하지만 모르는 척 그에게 복용을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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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약이라니까요. 제가 조금 먹어 보고 싶은데, 하나 다 드셔야지 약효가 돈단 말이에요.”

망설이던 나타니엘은 입에 동그란 환약을 밀어 넣었다.

대번에 구겨지는 이마를 보며 나는 재빨리 물을 그의 입술 앞에 가져다 댔다.

그새 쓴맛이 입 안에 퍼졌는지 나타니엘은 컵을 내 손에서 낚아채 가서 전부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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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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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 하세요.”

나는 아까 챙겨 온 비상식량인 사탕을 그의 입에 넣어 주었다.

손끝에 닿은 촉촉한 입술의 감촉에 조금 놀랐지만, 모르는 척 손을 뒤로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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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부드럽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내 것보다 더 부드럽고 통통했던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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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출발하도록 하지.”

출발한다면서 그는 자리에 서서 나만 빤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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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그는 짜증을 내며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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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말이야. 우리가 대외적으로는 연애결혼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겠지?”

마치 설마 그것도 준비 안 했느냐고 나무라는 듯한 말투였다.

갑자기 황후의 일을 떠맡으면서 나도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평소처럼 한가했다면 분명 완벽하게 준비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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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기요.”

나는 마지못해 준비한 손수건을 그에게 건넸다.

최고급품인 손수건에 비해 수의 실력이 형편없었다.

삐뚤빼뚤하게 검은 새끼 용이 수놓인 손수건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나타니엘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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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키우고 싶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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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거든요!”

아니, 날개까지 달려 있는데 저걸 어떻게 개로 보는 거야.

그리고 이미 용용이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요.

나는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몸을 돌렸다.

머리 위로 나타니엘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가 부드럽게 내 허리를 붙들었고, 아까 손끝에 닿았던 입술이 이번에는 뺨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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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를 위해서라도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

그는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에 올랐다.

우승하지 못하면 이 일대를 전부 날려 버릴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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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서 출발하세요.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시고요. 몸도 조심하고.”

고개를 끄덕인 그는 말을 타고 숲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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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자 드디어 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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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괜찮으려나.”

한 번도 아파 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몸을 살짝 숙여서 황후 쪽을 살펴보았다.

망할 줄 알았던 연회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으니 감정이 상했는지 하녀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사냥 대회를 보러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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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모든 게 완벽한데, 이상하게 어느 한구석이 찝찝하다.

무언가 깜박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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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원작에서 테레사와 막시밀리안이 파혼 후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장소가 바로 이 사냥 대회였다.

그리고 이 사냥 대회에서 제이나의 함정에 빠진 테레사가 숲에서 길을 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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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용을 만났지.’

읽을 때는 그 용이 여주인공을 위한 기연인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닐 확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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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용이 크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닌가?’

나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용이 커다랬는지, 작고 귀여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긴 몇 달 전에 읽은 책 내용을 그렇게 자세히 기억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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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테레사와 만난 거구나.’

원작에서 까칠하던 나타니엘이 유독 테레사에게 호의적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용이 되어 곤란할 때 그녀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오늘 저 숲에서 나타니엘이 용의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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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냥감으로 오해하면 어쩌지?”

평소 같았으면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나타니엘은 아프기까지 했다.

만일 그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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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옆에 있던 시녀가 날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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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자리를 비울 터이니 무슨 일이 생기면 아나이스 황녀님께 묻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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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전하.”

그리고 곧바로 아버지의 막사로 쳐들어갔다.

홀로 앉아서 맥주와 땅콩을 먹던 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먹던 것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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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제이나, 아무리 내가 네 가족이라고 해도 이렇게 불쑥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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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숲에 들어가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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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네가 무슨 수로.”

아버지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빤히 보았다.

마석이 넘쳐나는 우리 가문에서 심심해서 만든 보물.

바로 투명화 마법이 걸린 반지였다.

자객의 습격을 받았을 때 사용하는 가문의 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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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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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빌릴게요. 제가 진짜 급해서 그러거든요.”

아버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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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걸 끼고 저 숲에 들어가려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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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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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니? 그러다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대로 활을 쏘면 어쩌려고!”

아, 그 생각은 못 했네.

아버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잠시 고민하는 나를 보던 아버지는 한숨을 쉬시며 가문 소속 기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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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도 쓸 줄 아는 기사니, 분명 쫓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같이 가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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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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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막시밀리안처럼 물불 못 가리는 성격도 아니고, 꼭 가야 하는 상황이니 이러겠지. 옷도 갈아입고 다녀와라.”

역시 가족밖에 없구나.

나는 아버지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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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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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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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 * *

옷을 갈아입은 나는 머리와 얼굴을 꼼꼼히 가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이 넓은 숲에서 나타니엘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 그대로 길이 난 것처럼 나무가 무참히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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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전하께서는 정말 자기 주관이 뚜렷하신 분이시군요.”

아버지가 붙여 준 기사, 루나가 약간 질린 얼굴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의 고삐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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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이 쉬워져서 다행이야.”

우리는 말을 타고 숲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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