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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당하고만 살지는 않아요 (20/145)


20화. 당하고만 살지는 않아요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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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나이스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뒤로 물러나서 경계하는 모습으로 날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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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제가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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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몸이 안 좋아져서 이만 가 볼게요. 죄송해요.”

그리고 몸을 돌려 휙 도망가 버렸다.

나는 그녀를 붙잡지도 못한 채 덩그러니 남았다.

기분이 묘해진 나는 산책은 때려치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동화 나라도 아니고 저런 일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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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빠.’

전생에 내가 지냈던 보육원에는 부모님께 맞고 자란 아이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을 내가 돌봤기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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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헨리 황자에게도?’

확인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황후가 제 아들을 때렸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 아들을 황제로 키우고 싶어 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알아보는 편이 좋았다.

* * *

나는 황후에 관한 일을 나타니엘과 상담하기로 했다.

문제는 나타니엘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한곳에서 자지도 않고 종일 무엇을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결국 그가 새끼 용이 되어서 기어들어 오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한 나는 드디어 창문을 낑낑거리며 열고 있는 나타니엘을 붙들었다.

반쯤 열린 창문을 왈칵 열자 데굴데굴 굴러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화가 났는지 동그란 눈으로 날 노려본다.

그래 봤자 하나도 안 무서웠다.

하찮고 귀엽게 생긴 주제에.

나는 나타니엘을 안아서 침대 위에 올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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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안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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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랑 할 말이 있어서요.”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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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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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황후 폐하가 아나이스 황녀님을 학대하는 거 알고 계셨어요?”

너무 직설적으로 물었는지 나타니엘이 커다란 두 눈을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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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은 몰라. 대충 그럴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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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런데 그걸 그냥 두셨어요?”

내 말이 비난처럼 느껴졌는지 나타니엘은 인상을 팍 쓰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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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면 믿어 주겠나? 그들과는 거의 척을 진 사이인데, 괜히 일만 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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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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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콧방귀를 뀌고는 화가 났는지 등을 보이더니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청하려 한다.

나는 나타니엘의 등을 토닥이며 그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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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를 비난한 거 아니에요. 그냥, 아나이스 황녀님이 좀 걱정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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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워낙 무던해서 별로 그렇게 신경 안 쓰는 것 같더군. 황후도 여자인데 힘이 얼마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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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엔 이 더운 날에 상처를 가리느라 긴소매를 입고 있던걸요.”

나타니엘은 겨우 내 말에 등을 돌려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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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와주고 싶다,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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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 그렇죠. 그리고 헨리 황자님도 학대당했을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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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거다. 그것만은 확실해.]

나타니엘은 쭉 기지개를 켜더니 타박타박 걸어와 내 무릎에 머리를 댔다.

내가 놀라기도 전에 그는 길게 하품을 하며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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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서면 항상 일이 이상하게 되던 거 같던데, 그만두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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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때 일은 이제 잊어 주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저 혼자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전하께서 도와주실 텐데!”

내 아부성 발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긴 꼬리를 살랑거리기 시작한다.

꼬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면 정말 강아지 같기도 했다.

만일 본체가 나타니엘인지 몰랐다면 매일같이 물고 빨며 귀여워해 줬을 텐데.

나는 아쉬워하며 그의 등을 토닥거리는 거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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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아니면 그대의 말도 안 되는 계획을 누가 말리겠어. 일단 방법을 생각해 와. 그럴듯하면 도와주지.]

생각보다 흔쾌히 허락한 나타니엘은 피곤했는지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아직 열 시도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꽤 피곤한가 보다.

나는 그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베개 위에 올려 주고는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별일 없이 아나이스 황녀를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하며.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나타니엘의 등을 치며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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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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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요. 아침 문안 인사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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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는 눈으로 날 본 나타니엘은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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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간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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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려면 최대한 자주 가야죠, 시간대랑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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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그는 질색하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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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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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제가 가면 다음에 오라고 물리시겠지만, 전하가 같이 가시면 분명 오기로라도 들어오라고 하실걸요.”

나타니엘에 대한 황후의 적개심은 굉장했다.

무엇 하나 작은 것도 지고 싶지 않은 듯했고, 그에게 대우받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문안 인사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 적은 거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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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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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기 전에 제가 계획을 세우면 도와주신다고 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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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고작 이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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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이런 건, 현장을 잡지 않으면 아주 힘들어요. 친해지길 원하신다니 자주 만나야죠.”

난 싱글벙글 웃으며 나타니엘을 욕실로 쫓아냈다.

어쩔 수 없이 쫓겨나는 그를 보며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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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동생 걱정은 해 주는구나, 싶어서 뿌듯해졌다.

* * *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각, 제이나는 반쯤 넋이 나간 나타니엘의 손을 잡고 황궁을 가로질렀다.

황후궁 앞에 그들이 나타나자 지키고 있던 기사들은 꽤 당황했다.

곧 그들이 시녀장을 불렀고, 하품을 하며 나오던 그녀는 제이나와 나타니엘을 보고 표정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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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간에 오신 거 아니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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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께서는 제게 가족처럼 지내자고 하셨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이 밤새 평안하셨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제이나는 싱글거리며 시녀장에게 말했다.

그녀의 뒤에서 나타니엘이 눈을 부라리며 시녀장을 압박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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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시녀장은 당장 불러오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황태자의 눈빛에 마지 못해 황후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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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황후 폐하.”

문을 몇 번 두들기자 신경질적인 황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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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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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부부가 문안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돌려보낼까요?”

시녀장은 간절한 표정으로 황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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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만난다고 해 주세요.’

그녀는 황태자에게 가서 황후가 거절했다는 말을 전하기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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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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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부부가 왔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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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나, 고것만 온 게 아니라 둘 다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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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황후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다.

그 나타니엘은 자기가 옳은 말을 해도 싫다고 하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새벽에 문안 인사를 하겠다고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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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기다리라고 해.”

여우 같은 제이나가 나타니엘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였다.

황후로서 위엄을 세우고, 나타니엘을 교육할 수 있는.

그녀는 준비를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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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황후가 인사를 받으러 나오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얼굴에는 이미 잔뜩 신이 난 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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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단순해서 다행이야.’

나는 뭉그적거리는 나타니엘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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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지난밤에 잘 보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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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렇게 아침부터 보니 기분이 좋네요.”

그녀는 우아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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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부부가 이 이른 시각부터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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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폐하께서 하신 말씀이 마음에 걸려서요. 친해지고 싶으시단 마음 또한 이해가 되어 앞으로 자주 폐하를 뵈러 오려 합니다.”

나는 미끼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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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호, 그래요. 황태자비가 아주 예의가 바르군요.”

그리고 황후는 그 미끼를 물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그녀의 비위를 맞춰 주기 시작했다.

전생에 성인이 된 이후, 보육원을 나와 음식점 점원에서부터 콜센터 직원까지 온갖 서비스업에 매진했었다.

그 덕에 고객의 상태를 살피고, 기분을 풀어 주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다.

황후의 상태를 너무 잘 살핀 걸까.

그녀가 아침 식사까지 권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오랫동안 황후궁에 머물렀다.

그 덕에 나타니엘은 단단히 삐졌다.

가는 것도 귀찮았는데, 꼴도 보기 싫은 황후가 계속 나타니엘의 속을 긁은 덕분이었다.

돌아가는 길 내내 나타니엘은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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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화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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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누가 봐도 화가 나 있었다.

황후에게서 벗어났더니 이번에는 나타니엘의 눈치도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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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하께서 도와주셔서 앞으로 조금 수월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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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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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말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을 보자 표정이 약간 풀려 있었다.

나는 재빨리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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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음식을 별로 안 드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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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궁 요리사는 영 먹을 걸 제대로 못 만들더군.”

말도 안 되는 트집이었다.

몸매 관리를 위한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이었지만 음식은 꽤 훌륭했다.

지극히 육식주의자인 나타니엘의 눈에 차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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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돌아가서 팬케이크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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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공작가에서 먹은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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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레시피를 따로 받아 왔거든요. 분명 맛있을 거예요.”

나타니엘은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며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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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용용이 키우는 것도 힘들다.’

내 팔자를 한탄하며.

* * *

황후는 비몽사몽인 채로 앉아 있었다.

시간은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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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편히 주무셨는지요, 황후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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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하암. 아주 잘 잤지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제 앞에 앉아 안부를 묻는 제이나에게 밀리아는 완전히 질리기 직전이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나타니엘은 여전히 귀찮은 표정이었다.

그들이 새벽마다 쫓아와 문안 인사를 한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갔다.

늦은 밤에도 찾아와 문안 인사를 하는 통에 황후는 하루의 수면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게다가 ‘자주’ 찾아뵙겠다더니 아주 작정을 한 것처럼 정말 자주 나타났다.

하루에 대중없이 서너 번은 나타나 인사를 한다며 문을 두들겨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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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정말 큰일 날 뻔했지.’

그녀는 어제 오후, 티 타임 직후 갑자기 나타났던 그들 때문에 곤란했던 것을 떠올렸다.

어제는 아나이스가 헨리와 놀다가 다치게 해서 혼을 내던 중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분노 조절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화가 터져서 이것저것 마구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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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 폐하, 황태자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황후는 놀라서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허둥지둥 주변을 정리하고, 아나이스에게 뒤로 나가라고 독촉해 겨우 위기를 모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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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들킬 수는 없지.’

옷을 갈아입고 그들 앞에 나타난 황후는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흐트러진 모습의 아나이스가 제이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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