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 삼자대면 (5/88)


#5. 삼자대면
2022.11.15.


칼리드는 곧바로 그 편지들에게서 관심을 끊었다.

하지만 아시드가 조용히 그에게 편지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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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가 하나 끼어 있습니다. 이것도 제가 확인할까요?”

그에 칼리드가 슬쩍 눈동자만 굴려 편지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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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평소 같았다면 그저 무시해버리고 말았을 테지만, 라울이 빈손으로 제국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변덕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무런 표식도 없는 편지를 집었다.

자신에게 보내오는 편지들은 대부분 별 볼 일 없는 가문들의 초대장들뿐이다.

1황자인 라울에게 줄을 대고 싶지만 그럴 능력은 되지 않는 곳들이 칼리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식으로 칼리드에게 가짜 관심이라도 내보이면 1황자 측에서 그들을 회유하려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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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는 놈들.’

이것도 그런 편지일 것이 분명했다.

발신인을 적지 않은 것도 그저 관심이나 끌어보려는 수작이겠지.

그러나 오늘은 괜히 한번 읽어봐 주기라도 하자는 넓은 마음으로 편지 구석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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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편지를 가볍게 쭉 읽어보던 칼리드의 표정이 설핏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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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의아한 물음에 칼리드가 그에게 편지를 넘겼다.

자신에게 편지를 보여준다는 것은 그리 중요한 내용은 없는 것 같은데.

아시드가 조용히 편지를 받아 내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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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1황자 측에서 보낸 편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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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곳에는 금광이 없다는 말과 함께 진정한 위치를 알고 싶냐는 물음까지.

어쩜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에 도착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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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자신들도 이곳에 금광이 없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편지의 발신자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1황자 측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저렇게 조사를 이어가고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칼리드가 재밌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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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알아 봐.”

이 편지는 제국의 2황자궁으로 보내진 것이었다.

그곳에서 다시 자신에게 가져온 이동 시간까지 더하면 최소한 일주일 전에 쓰였을 텐데.

편지를 보낸 자는 자신들보다도 훨씬 빨리 금광의 유무를 알아차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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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철수 명령은 철회한다.”

아무래도 편지의 주인을 찾아낼 때까지 로니카 왕국에서 대기해야 할 것 같다.

당장 급한 일은 없으니 별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그 뺀질거리는 제 형님의 낯짝을 구경하러 왕국의 수도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고.

칼리드는 가식적인 태도로 사람 좋은 척하는 라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뒤에서 온갖 더러운 소문을 퍼뜨리곤 그런 동생을 감싸는 사람 좋은 형님의 연기를 하는 꼴도 우스웠다. 제게 열등감을 느끼는 주제에 아닌 척 애쓰는 것 또한 가소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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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최근 이곳 공주를 졸졸 쫓아다닌다던데…….’

그 아쉬운 것 없는 놈이 누군가를 쫓아다닌다?

또 어떤 개수작을 부리려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게다가 예상치 못하게 자신과 마주쳤을 때, 그 공주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까, 퍽 흥미로운 호기심이 일었다. 칼리드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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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빠르게 알아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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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아시드가 고개를 숙이곤 서둘러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칼리드는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다시 한번 조사단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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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의 진짜 위치를 알고 있다고…….’

피식.

칼리드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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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벌써 편지를 보내고 보름이나 지났다.

아무래도 2황자에게 편지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벨리아는 책상을 쾅! 내려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기다릴 수는 없다. 이젠 정말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여전히 라울은 시도 때도 없이 자꾸만 그녀를 회유하려 들었다.

자신을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명예와 부귀영화까지.

이미 겪어보았던 그 허상 같은 것들로 자신을 꾀어내려 어쭙잖게 발버둥 치는 모습이 같잖기도 했지만, 마냥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어쨌든 그는 제국의 1황자였고, 황제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자식이었다.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원하는 대로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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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청혼을 거절해야 해.’

대체 무슨 수를 써서 거절해야 하지?

고민을 거듭해 봐도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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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오라버니라도 아바마마께 강하게 이야기를 해 주면 좋았을 텐데.’

헤럴드는 제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아직도 조금 망설이는 듯 보였다.

벨리아는 종종걸음으로 방 안을 돌아다니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왕국에 한 명 더 있었다.

정보 길드 루네스의 데릭.

그는 자신이 라울과 싸우기 위해서 무조건 손을 잡아야 하는 자였다.

게다가 이전 삶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편이 되어준 사람 중 하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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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그가 사용하던 가짜 신분이 뭐였더라…….’

가만히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던 벨리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래전 황궁에서 얼핏 나눴던 이야기가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선택지가 여러 개긴 했지만, 충분히 살펴볼 만한 숫자였다.

그의 힘을 빌린다면 라울의 청혼을 거절할 묘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벨리아는 서둘러 눈에 띄지 않는 옷으로 갈아입고 호위 기사인 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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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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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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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준비를 해야겠어요.”

갑작스러운 외출이었지만 벤은 그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벤이 보기에 최근의 벨리아는 정말 하루아침에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았다.

늘 도서관이나 정원에서 조용히 책만 읽던 공주님이었는데, 요즘은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곤 했다.

하지만 여태 봐왔던 벨리아 공주라면 분명 명석하게 일을 해 나아갈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벤은 걱정을 지우고 그저 기사의 본분대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감각을 날카롭게 갈았다.

벨리아가 탄 마차는 왕성을 빠져나가 시내로 향했다.

그리고 벨리아는 마을의 중심부의 광장에서 내린 후, 로브를 뒤집어썼다. 답답했지만 누군가가 공주임을 알아볼 수도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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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식당을 갔다가 이후에 카페를 들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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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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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책방이고요.”

그 세 곳도 아니라면 주점일 것이다.

빠르게 돌고 확인한 후 이동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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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죠.”

벨리아는 총총총 걸어 오늘의 목표 장소 중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딸랑,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종업원이 쪼르르 다가왔다. 벨리아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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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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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하지만……. 저흰 식당이라서요. 보석상은 맞은편 가게입니다,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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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미안해요. 가게를 착각했네요.”

벨리아가 깜짝 놀랐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고는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벤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

식당은 아니었다.

무작정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썩 좋은 방법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이게 가장 빠르고 확실했다.

그러니 데릭이 이전에 말했었던 가게를 다 찾아가 보는 수밖에.

이후 카페도 아님을 확인하고 책방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책방마저 정보 길드 루네스의 은신처가 아님을 확인한 벨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주인에게 인사하곤 밖으로 나서려는데.

툭.

책방으로 들어서는 누군가와 세게 부딪히며 벨리아의 로브가 벗겨졌다.

은을 가늘게 뽑아놓은 것처럼 화려한 은발이 차르르, 흘러내렸다.

벨리아는 황급히 로브를 다시 뒤집어썼지만, 사내는 이미 그녀의 특이한 머리카락을 확인한 듯 묵직하고 낮은 소리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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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벨리아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런 벨리아의 앞으로 벤이 다가와 그를 막아섰다.

상대는 한눈에 보아도 귀족 같은 차림새였다.

로니카 왕국의 귀족 중 저런 자를 본 적은 없었으나, 혹 라울 황자를 만나러 온 제국의 귀족일 수 있기에 우선은 정중하게 그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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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저희 아가씨께서 실수하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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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벤의 예의 바른 태도에도 사내는 재밌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는 문 앞을 비켜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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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볼일을 마쳐 나가려 합니다. 비켜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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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

사내는 짙은 흑발을 쓸어넘기며 씨익 웃었다.

그의 영롱한 푸른 눈동자가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시선은 여전히 벨리아에게 고정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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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라 부르는 것을 보니 어느 귀족 가문의 영애라도 되는 모양이지?”

그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서 벨리아는 직감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게 분명하다고.

결국 벤에게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낸 후 벨리아가 나서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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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민폐이니 밖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는 동의하는지 사내가 슬쩍 문 앞에서 비켜섰다.

밖으로 나와 사내와 마주하자 그의 외양이 눈에 들어온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도 눈에 띄었지만, 짙은 흑발과 차가운 눈초리가 그의 분위기를 더욱더 어둡게 만드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서늘한 분위기.

마치 곁에 있으면 베일 것처럼 날카로운 그 느낌이 예사 인물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기사처럼 정제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뢰한 같은 느낌도 아니었다.

풀어헤친 셔츠가 가벼운 사람처럼 보이게 했지만, 은연중에 풍기는 선뜻한 한기가 그에게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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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쪽 아가씨의 말대로 밖으로 나왔으니 제대로 대화를 해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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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를 걸 목적이라면 그쯤 하시죠.”

벨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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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라……. 그 말은 조금 서운하군. 오히려 그대가 내게 해야 할 말이 있을 텐데.”

사내가 턱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뜬금없는 말에 의아한 벨리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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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

누군가가 성큼성큼 걸어와 벨리아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와 칼리드 사이로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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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전하.”

벨리아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라울을 바라보며 미간을 구겼다.

대체 여길 어떻게 온 거지?

우연히 마주쳤을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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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인가.’

자신에게 사람을 붙여 왕성을 빠져나가는 것을 전해 듣고 따라온 게 분명했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보려는 속셈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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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놓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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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그대에게 겁박이라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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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그러니 이만 놓아주십시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이러는 꼴을 보니 팔에서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그보다 앞에 있는 사내를 아는 모양인데. 대체 누구지?

벨리아가 그런 의문을 품을 무렵.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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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역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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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드. 네가 여긴 왜 왔냐고 물었어.”

칼리드?!

벨리아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흑발에 푸른 눈동자. 그리고 저 오만하고 여유로운 태도.

소문으로만 들었던 2황자의 모습과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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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뭐 여기저기 놀러나 다니는 한량이니까?”

우연한 기회에 로니카까지 오게 되었지 뭐야.

라울의 날선 물음에 칼리드가 여유롭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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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여기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길 한복판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군.”

어깨를 으쓱이던 칼리드는 라울에게 다가와 그가 붙잡았던 벨리아의 손을 다시 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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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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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내가 볼일이 있는 분을 형님이 무작정 막아서길래.”

귀찮다는 듯 대충 대답하던 칼리드가 벨리아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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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찾아가려 했는데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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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흠칫, 놀라 칼리드를 빤히 바라보자, 그가 여유롭게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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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렇습니까? 벨리아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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