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접근 (3/88)


#3. 접근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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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드 황자라…….’

벨리아는 톡톡,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에 잠겼다.

과연 그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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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삶에서 만나본 적이 있다면 바로 결론을 내렸을 텐데…….’

지금 알고 있는 건 무슨 이유에서인지 라울이 그를 무척이나 경계한다는 것과, 그에 대해 사교계에 퍼져 있는 단편적인 이야기들뿐이었다.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말들로 이루어진 그의 소문들.

하지만 벨리아는 그 소문들을 신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전 삶에서 소문이 만들어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라울은 그의 연인인 에르제를 위해 황후 벨리아의 평판을 무너뜨리려 했다.

황제가 그러기를 원했기에, 그녀가 하지도 않았던 악행들이 의도적으로 사실처럼 퍼져나갔다.

하나의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낳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표독스럽고 악한 황후가 되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면 2황자 또한 그런 이유로 잘못된 소문이 퍼진 건 아니었을까?

라울의 민낯을 모두 알고 있는 벨리아였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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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조금 알아봐야겠어.”

마음을 먹었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옳다.

벨리아는 그 말을 곱씹으며 곧바로 칼리드 황자에게 보낼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그가 현재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 정보를 슬쩍 흘려두었으니 분명 관심을 가지리라.

물론 벨리아의 이름으로 보내는 편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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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시험해 보아도 되겠지?’

라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일들이 많다.

그러니 그의 능력을 확인해 보는 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과연 그는 익명의 제보자로 보낸 이 편지를 보고서 자신이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칼리드 황자의 오만한 성격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모두가 그의 무능력함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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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벨리아는 이전 삶에서 2황자가 어땠는지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그와는 이상하리만치 접점이 없었다.

2황자가 참여한다고 했었던 그 파티에서도, 결국 그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딘가 남아 있는 찜찜함이 자꾸만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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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일을 꾸미는 듯했었어.’

벨리아가 오래전 스쳤던 그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가 그저 그런 무능한 황자는 아닐 것이라는 직감을.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호위 기사인 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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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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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경. 부탁할 게 있어요.”

벨리아는 아까 적어두었던 편지를 그에게 넘긴 후, 작은 종이 하나를 더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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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종이에 적혀 있는 대로 편지가 전해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벤이 종이를 슬쩍 펼쳐보곤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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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공주님이 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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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고 이렇게 하는 거예요. 중간에 함정을 숨겨두었으니 영리한 자라면 제가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겠죠.”

벨리아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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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탁해요.”

벤은 벨리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공주님이 하는 일이니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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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칼리드 황자를 선택하려는 건 옳은 판단일까?

믿음직스럽게 대답하고 집무실을 나서는 벤을 바라보던 벨리아가 턱을 괴었다.

지금도 이 평화로운 로니카 왕국을 돌아다니고 있을 라울을 떠올리면 속에서부터 그를 향한 살의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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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벨리아는 양손으로 가볍게 자신의 뺨을 꾸욱 눌렀다.

과거로 돌아와 따스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녀가 겪었던 일들이 잊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분노하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명확하게 그려 둘 필요가 있었다.

라울을 무너뜨리겠다고는 했지만, 철저한 계획 없이 덤빌 정도로 쉬운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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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그 뻔뻔하고도 가증스러운 낯짝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선 그가 확신을 가진 모든 것이 실패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것을 위한 첫 번째 방법이 칼리드 황자에게 보낸 편지에 적어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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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거래를 해야 해.’

얼마 전 동부 산맥에서 대규모 금광이 감지되었다. 로니카 왕국이 단독으로 조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위치가 너무 교묘했다.

그래서 국왕은 고민 끝에 마탑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잉고트 제국과 손을 잡고 많은 인력을 투입한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범위가 광활한 탓에 조사는 지지부진했다. 마도구로는 대략적인 위치만 알아낼 수 있을 뿐, 결국 직접 찾는 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라울이 직접 이곳까지 온 거였다.

자신이 있는 상황에서 금광을 발견한다면 아주 좋고,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여기까지 찾아와 그들을 독려하며 사람 좋은 황자의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으니까.

벨리아는 차갑게 표정을 굳혔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도 정보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벨리아가 전면으로 나서기엔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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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드 황자에게 정확한 금광의 위치를 알려주는 대신 라울의 청혼을 거절할 수 있도록 분탕을 조금 쳐 달라고 한다면…….’

그래. 우선 그 정도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이건 그에게도 결코 나쁜 제안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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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지를 읽었다면 분명히 관심을 가질 거야.’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도 궁금해지겠지.

그가 만약 발신인이 벨리아임을 찾아내고 연락을 취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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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반드시 회유해야 해.’

조력자로 신뢰를 쌓다가 최종적인 목적을 이룰 검이 되어 달라 요청하는 것.

그를 황제로 만들어주는 대신 라울을 파멸시키는 것을 도와달라는 제안 정도는 충분히 해볼 만한 거래였다.

톡. 톡.

한동안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만 조용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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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그때 시녀가 조용히 벨리아를 불렀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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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황자 전하께서 만남을 청하십니다.”

라울은 매일같이 벨리아를 찾아와 만남을 요청했다.

이렇게 매일 찾아오는 행동이 얼마나 무례한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벨리아가 자신을 거절할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상대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행동을 보고도 과거엔 뭐가 그리 좋다고 즐거워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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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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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에 모셨습니다.”

벨리아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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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라울의 청혼을 거절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야.’

그에게 복수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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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황자 전하께는 거절의 답을 전해드릴까요?”

벨리아에게서 그 어떤 답도 나오지 않자 시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들의 만남을 몇 번이나 지켜보았던 시녀는 그녀가 1황자와의 만남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리 제국의 황자라고 해도 자신의 공주님을 힘들게 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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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께서 억지로 맞추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시녀가 불퉁한 목소리로 벨리아에게 속상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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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러니?”

벨리아는 시녀의 말에 웃음을 흘리며 되물었다.

로니카 왕궁의 모두는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무조건 벨리아의 편이었다.

마음이 따스해져 왔다.

지금의 생활이 너무 좋았다.

청혼만 어찌어찌 거절하고 나면 이 행복이 계속될 것 같다는 유약한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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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코 그럴 리 없어.’

라울은 벨리아가 가진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

로니카 왕국은 작은 왕국이었지만, 자원이 풍부했다. 금광의 존재가 알려지기 이전부터 로니카 왕국은 늘 물자가 넘치는 곳이었다.

왕국 서부에는 비옥한 농지가 펼쳐져 있고 동부에는 산맥이 있어 나무나 광속 자원 수급이 유용했다. 게다가 큰 호수가 있어 물도 부족하지 않았으며 작은 다이아몬드 광산까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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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규모 금광의 존재까지 알려졌으니 그가 내게 구애했던 것도 이상할 것 없지.’

로니카 왕국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달콤하겠는가.

이전 삶에서는 순진하게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믿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벨리아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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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제에……!’

선량한 척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올 때마다 참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그를 만나야 하는 시간이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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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시녀는 거절하길 바란다는 단호한 표정으로 벨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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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가겠다고 전해.”

제국의 황자를 홀대할 수는 없는 법.

벨리아는 아주 느릿느릿 그를 만날 준비를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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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로 나가자 라울이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창가 아래에 앉아 있었다.

신비로운 백금발과 투명하도록 아름다운 청안. 그리고 늘 입가에 머금고 있는 여유로운 미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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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도 노린 거겠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많아서 그런지, 지금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

앉아 있는 저 위치조차 벨리아가 응접실로 들어오자마자 그에게 반할 수 있도록 예상하고 정해두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장점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는 남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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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황자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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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아 공주.”

라울은 벨리아의 기척을 그제야 눈치챘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작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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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참 좋더군요. 그대를 만나러 오는 길에 보았던 꽃들이 그대와 닮아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벨리아는 그 가식적인 말과 행동에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곤 그가 내미는 꽃다발을 받아 테이블 위에 그대로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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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예상했던 반응은 아닌지 그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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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아직도 마음이 결정되지 않으셨습니까?”

청혼에 대한 답을 묻는 거였다.

라울은 벨리아에게서 곧바로 승낙의 서신이 오지 않으니 의아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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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고민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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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일 이유가 있습니까?”

황제는 언제나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다.

오래전 그 모습을 사랑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의 숨소리마저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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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마음을 그리 쉽게 정하라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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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심입니다. 그대를 제국의 가장 높은 자리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온갖 고귀한 것들을 그대에게 바칠 것입니다.”

분명 그리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적선하듯 던져주는, 그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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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전 확신이 들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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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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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는 평생 저만을 사랑할 거라고 맹세할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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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라울은 벨리아가 던진 질문에 당당하게 긍정했다.

벨리아는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다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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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저는 그리 순진하진 못하답니다.”

이 말에 무슨 의미가 들어있는지 라울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벨리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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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무너뜨릴 거야. 반드시 당신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걸 보고 말 테니까.’

그러니까 기대하도록 해.

자신이 어떻게 파멸로 걸어 들어가게 될지.

벨리아가 싸늘한 눈빛으로 식어가는 찻잔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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