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6화. 평민이 왕족이 된다는 것 (3)
여악의 노래가 끝나자 중전마마께서는 윤서를 보고 명을 내리셨다.
“권 승휘는 아이들 데려다주고 제대로 차비하고 중궁전으로 오너라.”
중전마마께서 긴 행렬을 거느리고 중궁전으로 향하신 후.
윤서는 다가서는 이향의 후궁 무리에게 살짝 고개만 숙여 보인 후 한 손으로는 홍위의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여전히 희아의 손을 잡은 채 바로 몸을 돌려 협생문으로 향했다.
협생문을 지나면 비현각과 자선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이 나오고, 그 골목을 지나 담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꺾어 들면 윤서의 거처 협경당이 나온다.
윤서는 뒤따라온 궁인을 모두 물리고, 금똥이는 유모를 딸려 매금이에게 잠시 보내고 침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른들의 일을 아이들이 듣게 하였다는 자책으로 두 아이를 힘껏 안은 후, 속삭였다.
“저 중전마마 뵙고 올게요. 무엇이 되든 제가 두 분 아기씨 편이라는 거는,”
“아는데요, 어마마마. 나 이 말 돌아가신 어마마마 외엔 권 승휘에게만 하고 싶어!”
평소 얼음처럼 차갑던 희아의 눈이 푸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이글거렸다.
“앞으로 어떻게 편을 해줄 건데? 다 놓겠다는 거 아니야? 후궁으로 있겠다는 건 아바마마까지 놓겠다는 거, 아니야? 그냥 이름뿐인 후궁으로 살겠다는 거잖아!”
“!”
이제 곧 열 살이 될 군주는, 궐에서 태어나 후궁의 딸 현주에서 세자빈의 딸 군주가 되고, 동생을 얻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궐 밖에 홀로 떨어져 살다 윤서 덕분에 돌아오게 된 희아는, 궐의 사정과 윤서의 계획까지 훤히 간파했다.
희아는 여전히 윤서의 목을 그러안고 있는 홍위에게 거칠게 소리쳤다.
“울어, 홍위야. 울어! 권 승휘 잡고 울어! 너, 나중에 다른 중전이 오면 그 중전이 물에 빠졌을 때 목숨 걸고 널 구해줄 것 같아?”
“!”
“권 승휘! 진짜로 중전이 안 되어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숙모 제거하고 숙부 멀리 보낸다고 끝난 거 같냐고! 뺨을 또 때려야 해? 왜! 왜!”
“···자가!”
늘 냉철하던 희아가 보이는 광기 어린 원망에 가슴이 타는 듯했다.
“말해봐. 권 승휘가 할바마마께 전한 역사에서 계모가 전실 자식 해치고 제 자식 왕위에 올린 경우가 몇이나 되었는지, 말해보라고!”
“하지만 저하께서 오래 사실 것이라서,”
“그걸 누가 장담하는데! 우리 엄마는 죽고 싶어서 죽었대?”
희아가 절규했다.
“눈나! 그어지 마. 어먼니한테,”
“울어! 그 ‘어먼니’ 계속 부르고 싶으면 권 승휘 잡고 울라고!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부탁만은 들어주는 거 같으니까, 울라고!”
“아앙, 어먼니이!”
세상에, 이게.
윤서는 그만, 울음을 터트린 홍위를 더욱 세게 안으며 흐흐흑 함께 울고 말았다.
목숨을 걸 만큼 자신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온전히 가 닿고 있는지 늘 자신 없던 마음 한 자락이 쓴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새엄마여서.
동화 속 무수히 등장하는 바로 그 새엄마여서.
금똥이를 낳고 홍위를 구한 공으로 세자빈으로 내정된 후, 윤서가 홍위와 희아를 아끼는 것을 두고 수군대는 시선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슬슬 금똥이를 장차 보위에 올리고자 수를 쓸 거라 수군거리기 시작한 사람도 생겨나서.
그래서 윤서는 사실 사랑하는 마음이 진실로 아이들에게 가 닿고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내 사랑이 ‘적통 왕손’에 기대어 중전 한번 되어 보겠다는 위선으로 보일까 봐,그렇게 아이들에게 닿을까 봐 마음 한쪽은 늘 전전긍긍이었다.
배불러 낳은 자식인 금똥이는 이 순간에도 마음 편히 매금이에게 보낼 수 있지만, 희아와 홍위에게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마다 이것이 내가 새엄마라서 하는 행동인가 늘 스스로 검열하고 되물어야 했다.
새엄마라서. 낳은 엄마가 아니라서.
그런데 희아가, 평소 웃음도 눈물도 박하기만 한 희아가 울부짖었다.
“어머니도 안 해줄 거면서, 왜 어머니처럼 사랑을 준 건데. 왜! 왜 주었다가 도로 가져가려는 건데! 왜!”
“희아야!”
윤서는 희아도 당겨 안았다.
그게 아니라고.
그저 이향의 여인만 그만하는 것이지 후궁으로, 혹은 그마저도 폐해지면 상궁으로, 유용한 지식이 많아 차마 궐 밖으로 내치진 않으실 것이니 그 무엇으로라도 남아 변함없이 사랑하고 지킬 마음이었다고, 처음부터 그 계획이었다고 변명하려던 입을 꾹 다물고 끅끅 터지는 울음만 다시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이들이 정말로 나를 ‘엄마’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 사랑이 가 닿고 있었구나.
마음이 열 갈래로 찢기듯 아프면서도 동시에 마음이 저 밑에서부터, 새엄마라서 늘 완전한 확신 없이 비어 있던 그 마음의 구멍이 채워지는 듯도 하였다.
그때였다.
스륵 문이 열리고 찬바람이 휘익 몰려들었다.
비현각에서 정무를 보고 있는데, 중전마마께서 윤서와 함께 중궁전으로 들라 최 상궁을 보내오셨다. 그래서 함께 중궁전에 가기 위해 협경당에 온 이향의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평소 협경당 침전에서는 세자의 출입을 소리 내 고하지 않았기에 대청마루에 올라서자 안에서 소리 내어 웃는 일조차 드문 딸의 절규가 들려왔다.
“어머니도 안 해줄 거면서, 왜 어머니처럼 사랑을 준 건데. 왜! 왜 주었다가 도로 가져가려는 건데! 왜!”
그 목소리에 깃든 절박함에 놀라 문을 밀어 연 이향은 흐느끼고 있는 아이들과 윤서를 보았다.
세자로 살아오면서 무수히 보아온 인물의 행태 속에서 결국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은 절박한 순간에 본능적으로 나오는 행위였다.
홍위를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만삭의 배로 물에 뛰어들던 모습, 죽을지 몰라 두려우면서도 방 안 가득 미래 지식을 전하기 위해 정신없이 붓을 놀리던 모습.
권윤서는 입으로 무엇이라 말하든 결국 행동은 늘 아이들을 향해 있었다.
저렇게 잃을까 벌벌 떠는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누가 보든 안 보든 권윤서가 평소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하였는지가 선연히 보인다.
그리하여 이향은 성큼 다가가 윤서에게 엉겨 붙어 있는 아이 둘을 부드럽게 떼어내 양옆에 안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 아비가 약조하마. 너희를 지극히 사랑하는 권 승휘를 앞으로 ‘어마마마’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이향의 시선이 정신없이 흐느끼고 있는 윤서에게 닿았다.
늘 한구석 절제되어 있던 사람이 저렇게 마구잡이로 우는 것은 또 처음이라서, 이향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희아야. 그리 소리를 친 것이냐?”
희아는 아비의 품에 안겨서도 윤서에게 계속 악을 썼다.
“중전이 되지 않겠다잖아요. 권 승휘, 폐빈 봉씨가 우리 홍위를 가진 어머니를 끌고 가 매질하던 거, 잊었어? 멍청하던 시절의 일이라 다 잊은 거야? 다른 여인이 중전마마가 되면 어찌 될 것 같은데! 우리 홍위는. 우리 금똥이는! 그리고 권 승휘도!”
한번 터져 나온 감정이 너무도 격하게 희아를 휩쓸어, 윤서는 희아가 일종의 공포증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비로소 폐빈이 된 봉씨에게 희아 어머니 양원 권씨가 끌려가 매질 당하던 권가의 기억을 찾아내었다. 공포스럽게 울던 희아를 권가가 무기력하게 부들부들 떨며 안고 있었던 그 기억을.
희아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윤서는 선명히 이해하였다.
“미,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끝내 버릴 수 없다고 고수한 나의 신념이 내 아이들을 위태롭게 하는구나.
윤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과의 말을 거듭하며 부끄러운 눈물을 감췄다.
“어먼니. 갠찮아요. 갠찮아요. 우지 마세요.”
윤서의 목을 다시 끌어안으며 홍위가 달랬다.
“홍이가 여기 있어요. 우지 마세요.”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이향이 희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은 윤서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
“다른 이가 중전이 되는 일은 없다. 권 승휘가 중전이 되고 너희들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아비가 약조하마. 그러니 모두 진정하거라.”
이향의 말에 깃든 강력한 확신이 아이들과 윤서를 차차 진정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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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물러서 왕실을 보필하겠다는 것이, 나를 사내로는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소?”
진정하고 울음을 그친 아이들이 각자의 유모의 품에 싸여 거처로 돌아간 후.
이향은 조 상궁에게 미지근한 물과 찬물을 각각 양동이에 떠오게 하고, 부드러운 천을 물에 적셔 눈물로 얼룩진 윤서의 얼굴을 닦아주며 물었다.
“···예. 지금처럼 많은 것을 보필하나, 여인으로는 함께하지 않겠다고,”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소?”
“···인재를 아끼시는 전하와 저하시니 명목상 후궁으로 두고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
잠시 침묵하던 이향이 다시 물었다.
“왜 그대가 가진 것 중 나를 먼저 놓을 생각을 한 것인가?”
마른침을 삼키고 눈을 감은 채 윤서는 제 마음을 더듬었다.
그리고 눈을 떠 어느새 마음에 깊게 깊게 담게 된 사내를 보며 끝내 인정하지 않던 진심을 토로하였다.
“저는 저하를 위해 죽을 순 있어도 저하의 머리카락 한 올도 다른 여인과 나눌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저하가 다른 여인을 안는 상상만 해도 가슴에 칼이 박히는 듯 아파서, 그렇게 아프게는 살 수가 없어서, 그래서 온전히 가질 수 없다면 아예 아니 가지는 것으로 체념하고자 하였습니다.”
“으응?”
되묻던 이향이 갑자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알겠소. 어서 옷을 갈아입고, 가서 이대로 말씀 올립시다.”
아이들 일로 심하게 자책하고 있는 윤서와 달리 이향의 눈빛은 즐거워 보였다.
“···저하?”
“늘 나만 애달게 부인을 연모하는 것 같아 좀 억울했는데, 권윤서가 나를 이리 애절하게, 머리카락 한 올도 나눌 수 없어서 중전의 자리까지 마다할 생각을 다 할 정도로 극진하게 연모하고 있는 줄 몰랐네.”
이향은 진실로 기분이 흡족했다.
결국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받아들였을 중전 직이고, 또 가슴에 칼 찔린 듯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자신을 후궁 처소에 보낼 사람이지만.
“이렇게 광인처럼 날 연모하다니.”
“···아니, 그게.”
부인하던 윤서는 눈을 감고 마침내 진심을 인정했다.
머리카락 한 올, 숨결 한 번을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그만큼 이향에게 집착한다는 것을. 모든 미래의 위태로움에 일순 눈을 감고 외면할 정도로 사랑에, 질투에 미친년이 되어 도망치려 했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여기는 조선, 그것도 왕실이었다. 왕실에서 투기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투기를 하며 사는 삶은 또 얼마나 지옥일 것인가.
회의하는 윤서를 스륵 당겨 안으며 이향이 속삭였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대개의 사람들은 납작 엎드리거나 무모하게 선을 넘다가 바스러지거나 하지. 한데 부인은 계산하지 않는데도 무엇을 쥐고 있고 그를 바탕으로 어디까지 요구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듯하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알 수 있는 바는 이향의 품이 무척 든든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중전이 된 후 다른 여인에게 날 보낼 수 없다고 소리쳤다면 온 궁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오. 그런데 딱 지금 시점에서 지극히 연모하여 나눌 수 없어 다 포기한다고 승부를 걸면, 처음부터 부인만 바라보겠다고 약조했던 나나, 부인의 지식으로 새로운 조선을 뒷받침할 제도를 만드시겠다는 계획을 단단히 세우고 계신 전하나, 이미 부인을 어머니로 따르며 마음을 주어버린 아이들이나, 대체 부인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소?”
“···하지만 저는 승부를 건 것이 아니라 제 원칙에, 신념에,”
“그래서 탁월한 거요.”
반박하는 윤서의 말을 낚아채며, 이향이 귀에 뜨거운 바람을 섞어 속삭였다.
“자신의 신념을 고수한다면서 무모하게 전부를 던져 매번 아주 적절한 시점에 꼭 맞는 행동으로 홍위를 구하고 윤씨를 제거하고, 또 기어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타고난 승부사 같은 기질 말이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쉽게······.
“···저는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어요.”
“아니오, 그러한 것이 아니오.”
이향은 윤서의 어깨를 단단히 잡아 눈을 맞춘 채 이제까지 둘 사이에 암묵적으로 피하고 있던 주제를 꺼내 들었다.
“부인이 아무리 희아와 홍위를 사랑한다고 해도 결국 친자식 관계가 아니오. 그러니 호시탐탐 이간질이 끼어들 수밖에 없소. 중전이 되고 싶어 잘해줄 뿐이라든가, 금똥이를 후계자로 만들고 싶어 홍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든가 하는 말들을 지금도,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그 아이들의 귀에 속삭일 거요. 그런데 오늘 아이들은 부인이 중전도, 금똥이를 대군으로 만드는 것도 그닥 소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소.”
이향은 아까 말한 그 ‘본능적인 정치술’을 말할 때의 표정으로 윤서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오늘 아이들은 누가 자신들에게 최고의 엄마인지 의식적으로 깨닫고 또 선택한 거요. 그러니, 부인.”
그러한가.
새엄마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긴장해 있던 어깨 근육이 스스륵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부인을 애착하는지 보지 않았소. 그건 부인의 진심이 이미 가 닿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니 내심 늘 부족한 엄마일까 늘 전전긍긍하며 무리하지 마시오. 금똥이 대할 때처럼 좀 편하게 희아와 홍위를 대하시오.”
알고 있었구나.
새엄마여서 이런다고 아이들이 느낄까 두려워 온 힘을 다해 힘껏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향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가십시다. 미래를 짐작하게 되신 아바마마께선 내가 내 아들의 죽음을 방조하거나 동조했을 가문의 여인과 교접할 마음이 들지 않아 그저 명목상의 후궁으로 두고자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고, 또.”
이향은 윤서의 연두빛 당의 소매를 펴주며 말을 이었다.
“내심 부인이 중전 자리를 노리고 아이들에게 잘하는 척하는 것이 아닌가 한 가닥 의구심을 품고 계셨던 어마마마께서도 아이들이 얼마나 당신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는지 보셨으니 결국 마음을 푸실 것이오. 애초에 후궁 합방은 내 의지지 당신 문제가 아니지 않소?”
“···저하.”
“부인이 내 털끝 하나도 나누기 싫어 다 포기하려고 했다면 아바마마께선 겉으로 벌을 내리시겠지만, 또 마구 일을 시키겠지. 부디 아바마마께서 시키는 일을 좀 조절해서 받으시오.”
어째 말하는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다.
“왕실을 지탱할 아이들을 어서어서 만들어야 하는데 부인이 요새 너무 일에 치여서 잠만 자지 않소!”
“······!”
이향의 예측대로 자초지종을 들은 세종께서는
“<비록 역적의 딸이라 해도> 같은 연정 소설이나 탐독하니 이런 황당한 말을 하는 게지!”
꾸짖으시며 혀를 끌끌 차셨다.
그리고 감히 어명을 거역할 의도를 내보였으니 반성의 의미로 천추전에 와 학당 교재를 더욱 열심히 만드는 속죄를 행하라 명하셨다.
소헌 왕후는 끙 소리를 내고 세종을 보시며, “여인은 누구나 제 사내의 털끝 하나도 나누고 싶어 하지 않기는 하옵니다.”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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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지나고, 훈풍이 불기 시작한 2월 초하루.
외방에 나가 있던 대군과 왕자들이 속속 돌아온 가운데 이향의 즉위식과, 윤서의 중전 책봉식이 함께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