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2. 여긴 어디 나는 누구(2)
어린 시준을 데리고 간 친절한 이웃은, 원래 만상 중 하나의 집에서 여러 허
드렛일이나 짐꾼 노릇을 해 주며 생계를 잇고 있었다.
상인이 망하자 그 역시 생계가 막막하게 되었다. 결국 그 이웃의 충동적 친절
함은 얼마 가지 않아 바닥을 드러냈고, 시준 역시 짐짝처럼 다시 넘겨지는 신
세를 피할 수 없었다.
홍씨(洪氏) 성 쓰는 부호가 안면을 봐서 거두어 준 것이 다행이었다. 본래부
터 의주에서 삼으로 크게 장사하고, 이번 포삼제로 인한 소동 와중에도 서울
고관들에게 일찍 줄을 댄 덕에 오히려 망한 상인들의 납품처와 자금줄을 잡아
먹어 세력을 키운 사람이었다.
홍씨 부자가 시준이 신세지고 있는 이웃의 집에 찾아왔을 때, 집안 식구들은
버선발로 달려나가 맞이했다. 그에게 잘 보여야 새로운 일거리도 얻고 군식구
인 이 아기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시준의 세계는 모호한 감각과 혼탁한 인지의 바다로 이루어져 있었
다. 그러나 각성이라는 것은 때로 느닷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주로 좋지 않은 계기로.
‘어……?’
시준은 자신이 신장(身長)의 몇 배쯤 되는 높이에서 추락하리라는 것을 느꼈
다. 그는 팔을 휘둘러 보다가 거기 담긴 너무나 작은 힘에 절망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꽉 붙잡은 무언가는 그의 생명줄이었다.
다음으로 엄습한 어질어질할 정도의 악취와 함께, 시준의 ‘의식’과 연동된 감
각은 청각이었다. 낯선, 혹은 익숙한 목소리와 언어가 파고들었다.
“소인네가 무식하여 보내신 편지는 동네 사람에게 읽혀 알았습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송구하오이다. 비질과 심부름하는 일이나마 거두어 주신다니
이리 고마울 데가…….”
“송구할 것 없네. 자네 데리고 있던 강씨(姜氏)네에서 일하던 사람도 벌써 많
이 들어와 있지. 전답과 재물은 거두면서 사람은 내친다면 그게 어찌 할 도리
겠는가. 일이란 다 사람이 있어야 굴러가는 것을.”
“지당, 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지당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이웃은 연방 고개를 숙였다. 홍씨는 양모(養
母)에게 업힌 시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여인은 등의 아이보다는 눈앞의 생계에 더 바빴다. 자기 자식도 아니라 떨어
지건 말건 상관없다는 태도로 업고 있었지만 아기는 야무진, 혹은 필사적인
손으로 다 풀려버린 포대기를 붙잡고 있었다.
“애 떨어지겠네.”
뒤를 돌아본 여인은 그제야 놀라고 아기를 추슬러 업었다. 시준은 그때 그 부
자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실팍한 체구에 약간 적어 보이는 수염을 한 사내였다.
‘한복?’
시준과 눈이 마주친 홍씨는 아이를 찬찬히 훑어보다가 말했다.
“아이가 우량하고 눈이 깊은 것이 총명해 보이는군. 내가 수양아들 삼아 기르
지. 자네도 살기 힘들 테니 우리 인삼밭에나 오게.”
부인과 같이 싸리문 밖까지 나와 있던 이웃은 고개를 조아렸다.
“어이구, 은혜 백골난망이로소이다.”
이웃은 아버지 정만동보다는 인정이 있었다. 그는 애 덕에 목구멍에 거미줄
치는 신세를 면했다며 시준을 쓰다듬어 치하했다.
정작 아이는 심각하게 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어른들은 신경 쓰지 않았
다. 원래 돌쯤 지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진지하게,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본
다. 실제로 처음이니까.
그 안에 들어 있던 성인 남자에게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지만 말이다.
잠에서 느리게 깨어나는 것처럼 정돈되는 지식은 얼마 가지 않아 거의 완전히
돌아왔다. 시준이 미쳐 버리지 않고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거의 2년 가까운
세월이 들어갔다.
시준은 자기가 과거 광화문에서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을 했는지 후회했다.
‘구한말…… 아니, 조선인가.’
혁명이나 권력 다툼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고위 신분이 아니라면, 이 시대에
서는 호흡 자체가 모험이고 생존 자체로 위업이다.
시준과 같이 거두어졌던 고아 중 2명은 벌써 죽었다. 홍씨 부자가 가혹한 고
생을 시켜서가 아니라 원래 영아 사망률이 극히 높은 시대라서 그렇다.
눈가에 딱지가 앉거나 설사를 질질 흘리는 아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극진히 간호하고 서둘러 병원에 데려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관용구가 되어 버린 익숙한 말은 많다. 죽으면 제 팔자. 자기 먹을 건 자기가
타고나는 법. 혀 몇 번 차고 작은 무덤이나 만들어 줄 뿐이다.
어른들도 건강을 누리기는 힘들다. 시준은 모친이 산병으로 죽고, 아버지는
술을 너무 마시다 피 토하고 죽었다 전해 들었다.
시준은 그런 일을 보고 들을 때마다 자신이 서명한 서류를 떠올렸다.
이제는 꿈결 같아서 믿기도 힘든 일이지만, ‘복지 혜택’을 받은 자신은 그런
일로 죽기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저개발국가까지 생각해 둬서 다행이다. 그 일이 꿈이 아니라면 말이지만.’
정신을 차린 시준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렸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답
답해하면서 우선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파악해 보려고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달력에 친절하게 몇 년인지 적혀 있는 것도 아니
요, 가끔 어른들이 말하는 연도도 정사(丁巳)년이니 무오(戊午)년이니 하는
식으로 도움이 안 되는 정보뿐이었다. 그래도 듣다보니 말은 금방 익힐 수 있
었다.
언어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서 시대가 그리 멀지는 않은 듯했다. 그리고 어느
날, 시준은 힌트가 될 만한 정보를 얻었다.
이번에도 별로 좋지 않은 방식이었다.
“아니, 애가 왜 이리 끙끙대지?”
“글쎄, 횟배라도 앓나 보오.”
“바빠 죽겠는데 가지가지 하네. 거 담뱃대는 어디 뒀어?”
“아까 족고만(足古萬)이가 피우고 툇마루에 던져 놨던데.”
그렇게 주고받던 찬모며 하인들은 금방 곰방대 하나를 찾아냈다. 지저분한 수
염의 하인놈 하나가 불을 당겨 몇 모금 뻑뻑 피우더니 그 재를 물에 탁탁 털
었다. 게다가 손가락을 넣어 물을 휘휘 젓기까지 했다.
“자, 이놈. 말썽부리지 말고 쭈욱 마시거라. 올해 네 친구 하나가 물고나서
또 뒈지면 불호령이 떨어질 게야.”
시준은 당연히 질겁을 하며 그것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애가 뭘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어른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 시준은 그 진
저리나는 물건을 억지로 흘려넣어야 했다.
부작용이 더 심해서 그렇지 담배로 회충을 제어하는 민간요법은 효과가 없지
는 않다. 시준은 여러 가지 고통 속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담배……. 그렇다면 지금은 최소한 양란 이후다.’
현대였다면 스마트폰이 없어도 아무 편의점에 가서 가판대 신문 하나만 쳐다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날짜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날짜 하나조차 이토록 알기
힘들었다. 일력(日曆) 같은 거야 있다 해도 시준으로서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
든 서식이다.
시준은 별로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에, 어른에게 가서 또랑또랑하게 ‘지금 왕
은 누구인가요?’ 하는 멍청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가 현대인이라
고 해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
‘기다리자. 어차피 지금은 현대의 지식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먼저
목숨을 부지한 다음 뭘 해도 해 봐야지.’
시준 역시 사람인지라, 무언가 미래의 지식을 발휘하여 ‘오오 굉장해!’ 하는
소리 듣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사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미래 지식은커녕 지금 현재의 지식을
익히는 데에만도 벅찼다.
그가 여섯 살 – 혹은 마흔 살 – 이 되자 하인들은 시준에게 이것저것 심부름
을 시키기 시작했다. 시준은 안타깝게도 이 시점에서 유능한 일꾼은커녕 평범
한 한 사람 몫도 하기 힘들었다.
불러도 재깍재깍 오지 않았다고 꿀밤 맞고, 새끼 이상하게 꼬았다고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건 예사다. 물동이를 깨기라도 했다간 이틀은 굶어야 했고 옷만
보고 사람의 신분을 구별하는 법도 빠르게 숙달해야 했다.
현대인의 우월한 지식은, 일단 그걸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비로소 효
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시준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목표를 잡았다. 공무원 시험
을 보기로 결정했을 때와 프로세스는 비슷했다.
‘먼저 이 시대를 파악하고 생존하자. 그다음에 일차적으로는 자유민이 된다.
내가 아는 조선이 맞다면 법적으로 나는 양인. 노비가 아니긴 하지만…….’
그가 몇 년간 겪은 조선에서 법 따위는 아무 쓸모도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인정하고 집 주인이 매우 패서 노비라고 만들면 그게 노비였다.
조선이 무슨 약육강식의 정글인 것은 아니다. 어린 시준을 이웃이 거두었듯
사람들은 인심도 좋고 순박한 도덕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남을 속이고 빼앗고 훔치는 것도 특별히 꺼려하지 않았다. 일
정한 도덕률이나 기준, 전망을 가지지 않은 채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시준이 받은 인상이었다.
그래도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조선이 근대 법치국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반역자, 그러니까 정치범뿐이다. 나머지는 신경 쓸 이유도 여유
도 없다. 공립교육이 없으니 도덕적 자부심도 희박하다.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보면 국가 역량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시준은 이런
나라를 하나 더 알고 있었다. 마침 이름도 같다.
‘북한. 북한과 매우 비슷하다. 다른 데 투자할 여유가 없으니 국가 붕괴를 막
는 데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어. 국가 전복 시도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부당과 불합리는 묵인. 재수 없게 걸리는 시범 케이스 외에는 ‘알아
서 처리’. 인맥과 뇌물이 법과 원칙보다 훨씬 무거운 시대야.’
그렇다면 현대의 지식을 가졌다고 함부로 나서는 일은 더욱 안 된다. 십중팔
구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자기가 이상한 짓을 해도, 뭘 모르는 어린아이라고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 줄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 귀족층이 아니고서야, 조선에서는 늦어도 6~7세면 거
의 모든 사람이 생업 전선에 뛰어든다.
시준은 그때까지 자신을 철저히 숨긴 채 조선에 녹아들었다. 물론 그 숨긴 것
에는 자신이 받은 ‘복지 혜택’도 포함되었다.
그러던 시준이 현재 몇 년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그가 조선 나이로 일
곱 살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청 가경 5년(서기 1800년), 조선국 의주부.
시준은 작은 손을 세심하게 뻗었다.
서둘러선 안 된다. 미물(微物)일수록 죽음의 낌새에 민감하다. 바람이 일어날
만큼 빠르지도, 뛰어 달아날 수 있을 만큼 느리지도 않은 손길은 곧 어렵잖게
벼메뚜기 한 마리를 붙잡았다.
곤충의 힘은 경이적이다. 시준은 작은 손이 벌어질 만큼 사납게 날뛰는 메뚜
기를 조심스럽게 구부려 등판에 틈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다른 손에 들고 있
던 강아지풀 줄기를 그 틈에 찔러넣었다.
벼메뚜기는 먼저 잡힌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도 모르고 버둥거렸다. 물론 벌레의 재주로 빠져나올 도리는 없기에 시준은
걱정하지 않았다.
벌써 풀줄기가 묵직하다. 눈으로 대강 세어 봐도 여남은 마리. 이 정도면 어
린 몸의 주린 배에는 약간의 요기가 된다.
‘맥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시준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얘! 너 혼자 일 안 하고 뭐 하니?”
돌아보기 전부터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시준은 돌아보았다. 거기 있는 것은
시준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아이였다. 젖살이 덜 빠진 통통한 볼에 장난기 있
는 표정이 떠올랐다.
“너 게으름 피우면 마님께 호되게 야단을 맞을 거야.”
아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시준처럼 고아로서 홍씨 부자가 거
두어 준 아이이지만 시준과는 처지가 많이 다르다. ‘마님’의 먼 조카손녀뻘
되는 친척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지유(智裕)라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는 않고 있었다.
시준은 그 홍씨 부자, 그러니까 ‘마님’이 홍경래의 난 때 관군의 군자금을 대
었던 의주의 거상 홍득주(洪得周)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물론 창작물과 다르게 홍득주는 천상 상인이라기보다는 유학(幼學)으로서 선
비에도 한 발 걸친 사람이었고 후대의 거상으로 알려진 임상옥(林尙沃)과 드
라마틱한 인간관계도 확인되지 않는다. 서로 알고는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어쨌든 시준은 소설에서의 임상옥처럼 이 아이와 잘 되어 홍득주의 배경을 입
는다는 야심찬 희망을 품지는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홍득주는 이 아이의 혼
처를 이미 정해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시준 자신으로서도 내키지 않았다.
‘조선 후기에다 의주 상인 홍득주가 활동하고 있다면 아마도 정조 후반에서
순조 초반 치세일 것이다. 그러면 몇 년 안에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겠지. 홍
득주가 관군을 지원했다는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관여했다는 뜻이
다. 내가 역사학자도 아니니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나 잘못되면 반란군에게 습
격당할 수도 있어. 최선의 방책은 평안도에서 도망치는 것이지.’
그러니 이 아이와 다소 버성겨도 별 상관은 없다. 시준은 천천히 몸을 돌리는
척하며 얼른 강아지풀을 숨겼다.
주머니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는 홑옷이라 메뚜기 다리가 피부에서 버성겼다.
그래서 그런지 시준의 목소리는 짜증스러웠다.
“일을 안 하긴 무얼 안 해. 벌써 해 놓았지. 저기 보아라.”
시준은 그러면서 저편을 가리켰다. 어린아이가 도저히 다 할 수 없는 양의 소
꼴이 척척 쌓여 있었다.
처음에야 조선 시대의 여러 가지 불문율을 몰라서 헤맸을 뿐, 이제 시준은 웬
만한 장정 한 사람의 몫을 하는 일꾼이 되어 있었다.
지유는 손가락을 문 채 그걸 분하다는 듯이 보다가 시준의 소매를 낚아챘다.
“여기 꿈틀대는 게 뭐야?”
“야, 그건…….”
지유 또한 이 시대의 어린아이인 만큼 메뚜기를 보고 질겁하거나 하지는 않았
다. 지유는 눈을 빛내며 자기 치마에서 콩깍지 몇 줌을 꺼냈다.
“나랑 같이 먹자. 너 주려고 가져왔는데 잘 되었다.”
“내가 왜 너랑 겸상을 하느냐?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란다.”
“흥. 난 그런 말 몰라. 또 그거 볶을 기름이며 불씨는 내가 아니면 누가 준다
고 그러니?”
시준은 일곱 살짜리에게 대응할 논리가 아니라 어른에게 대응할 방어논리를
펴는 삽질을 하고 실패했다. 결국 두 아이는 어른들 몰래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게 되었다.
지유는 아장아장 걸어들어가 자기를 제지 못 하는 하인들을 무시한 채 철판이
며 불씨를 내오고(담배 먹는다고 하고 가져왔다), 시준은 해외 봉사활동 시절
배웠던 적정기술(適正技術) 중 생각나는 것을 발휘하여 초보적인 로켓 스토브
를 만들었다.
콩깍지를 태워 콩과 메뚜기를 볶는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왜 땔감이 변변찮
은데 제대로 볶아지는지 궁금해하던 지유는 그 향기에 곧 사소한 의문을 잊어
버렸다.
지유는 어린아이답게 입맛을 다시다가 문득 시준을 돌아보고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어른들이 이상한 말을 계속 하면서 돌아다니던데, 들었니?
난 우스워서 막 웃다가 얻어맞았지 뭐야.”
“그게 무언데 그래?”
사실 시준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대신 콩과 메뚜기가 타지 않는지 보고 있
었을 뿐이었다. 지유 역시 먹을 것에 더 관심이 있는지 손을 뻗다가 그것을
탁 쳐내는 시준의 매정한 손길에 원망스러운 눈길을 던졌다.
“뭐라더라, 국쌍이오, 국쌍이오, 그러는 것 같던데?”
“국쌍? 그게 뭐…….”
그 순간 시준은 머리가 번쩍하는 기분이 들었다.
“국상(國喪)?”
작가의 말
1. 홍득주는 유명한 소설과 드라마에도 나오는 인물이지요. 거기에서는 거상 임상옥의 장인이자 후원자가 됩니다만, 실록의 기록은 단 한 줄, 그가 의주의 유학으로서 홍경래의 난 때 관군을 지원했다는 한 마디뿐이라 작중에서는 임상옥과 직접적 관련은 없는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임상옥은 이때쯤 집안이 망하고 의주 만상(누구인지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만)의 밑에서 일하고 있을 때로군요.
3. 대박청래(大舶請來)(1)